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 6천 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아낸 통찰
챗GPT.이안 토머스.재스민 왕 지음, 이경식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에 챗GPT가 써있는 책, 왠지 좀 무섭다. 하지만 이렇게 심오한 주제를 찾아서 대화했다니, 누적된 인간 지성의 결과는 어쩌면 객관적인 통찰로 가득차 있을 듯. 무척 궁금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흰옷을 입은 여인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밀리 디킨슨의 전기, 그녀를 회고하는 글, 그녀의 삶에 대한 헌정 - 전기라기보다는 소설 같았던 서정적인 글,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

어렵고 아름다운 글

에밀리 디킨슨도, 크리스티앙 보뱅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어려웠다. 시간 순서는 이리저리 바뀌었고, 생각보다 여러 인물들이 나왔다. 여백과 시적인 은유, 인용과 사색이 혼재했다. 생전에 발표한 시는 몇 편에 불과하고 서랍 속에 시를 묻어둔 여인은 꼭꼭 숨겨져 있었고,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인이 언제 어떤 시를 썼고, 어떻게 시를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이 시 같았다고 할 수 있는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철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153p, 옮긴이의 말) 보여준 이 책 <흰옷을 입은 여인>은 시처럼 아름다웠다. 어려웠지만, 사실 아름다웠다. 문장들은 조심스럽고, 아름다웠다. 모든 페이지에서 여운을 느끼며, 어째서인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그런데, 크리스티앙 보뱅은 이 모든 세밀한 사실과 감정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읽는 내내 눈에 그려지는 듯한 장면들과 물 흐르는 듯한 사건의 전개, 그 사이의 내밀한 정서는 전기라기보다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시대를 지나서 그 당시의 상황을 반추하며, 에밀리 디킨슨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성품과 성향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고려해서, 많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말을 아끼는 듯, 설명을 멈추고 사색하며 읽는 이의 도약을 요구한다. 아마도 이러한 여백이 없었다면, 많은 감정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다. 아마도 에밀리 디킨슨 자신 보다 더 깊은 이해에 가닿았을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삶에 영감을 받고, 그 삶에 대해 깊이 알아보고 많은 사실을 재구성해 낸 작가의 사려 깊음이 놀랍다. 미화하거나 일갈하거나 넘겨짚거나 재정의하는 게 아니라, 사려 깊다는 느낌이 가장 강렬했다.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섬세한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해력을 발휘하여, 소중하게 그려낸 것 같다. 따뜻한 시선과 공감이 이해의 열쇠였을 것 같다.



타인에 대한 이해, 깊은 위로

실재하는 인물에 대한 섬세한 고찰은 어째서인지 위로가 된다. 누군가를 이렇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반추한다는 것,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녀의 심리상태와 고독과 괴로움을 따라가 깊은 감정을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천국은, 불안을 달래 줄 무언가가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장소이다.

84p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이렇게나 깊게 이해할 줄 지, 에밀리 디킨슨이 알 수 있었다면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그녀의 모든 행동은 그녀만의 감성으로 마땅히 이해되어야 할 예민하고도 온전한 행동이었다. 한편으로는 완전한 삶을 살았을, 자신의 감성을 풀어낼 시라는 매개체를 훌륭히 활용한 그녀의 삶에 경의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글, 그리고 깊고 시적인 감성, 또 왠지 모를 위로를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켄슈타인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읽어보는 프랑켄슈타인, 이런 내용이었어?

역시 원전은 힘이 있다. 고딕소설 특유의 구성과 문체가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멋진 고전이었다.

읽어보기 전에 알지 못했던 것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고 과학자의 이름! 그런데 왜 프랑켄슈타인을 꼭 괴물 이름처럼 쓰는 건지. 괴물은 이름이 없다. 괴물 또는 악마, 흉측한 존재, 그놈, 비열한 놈, 비천한 짐승보다 못한 존재이다. 원전에는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전후를 더욱 철저히 알 수 있었다. 과학자라고 하기엔 미흡한 - 과학 생도, 아니, 과학 생도라고 하기에도 괴짜인 - 자연철학과 연금술에 심취한 풋내기가 괴물을 만드는 전후 과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가 열의에 달뜬 상태로 몰두한 과정과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집착하는 모습은 일종의 성과인 괴물의 탄생 직후 보인 태도로 연결된다.

프랑켄슈타인은 창조된 괴물이라는 독보적인 위상을 점유하고 수없이 변주되지만, 원전의 프랑켄슈타인은 광기와 맞닿아 있고, 의도가 미흡하며, 일종의 책임감 또는 통제력이 불완전하게 느껴졌다.



고딕소설의 장점을 살린 독특한 내용의 고전!

소설의 첫과 끝, 중간중간 나오는 서간체는 소설 전반의 분위기를 만들고, 사건의 해설과 교훈을 효과적으로 전한다.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고 예상치 못하게 끝나는데,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많은 사건들이 복잡하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전개되어 3권으로 나뉜 장편을 읽으면서 바로 다음 권을 읽게 했고, 한 번도 다음 권을 망설이지 않았다. (처음에 프랑켄슈타인이 이렇게 긴 이야기인 줄 몰라서 장편이 당황스러웠지만, 길만 한 이야기였다!)

신비적인 분위기나 미묘한 감정묘사보다는 괴물을 둘러싼 급박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주로 있었지만, 고딕소설 특유의 심리 묘사도 두드러졌다. 특히, 괴물이 자신의 의식을 확장하고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특이한 현상은 괴물 하나에 집중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현실적인 이야기로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괴물이라는 존재를 통해 반추할 것들

저주받을 창조자! 왜 당신은 자신도 역겨워 고개를 돌릴 만큼 소름 끼치는 괴물을 만들었는가? 신은 가엾게여겨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본떠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만들었건만, 내 모습은 추악한 당신의 모습이구나.

250p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무수히 많은 흥미로운 주제를 찾을 수 있었다. 생명 창조, 과학자의 책임은 읽지 않아도 생각할 수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이다. 한편, 괴물의 절망과 고독, 괴물이 원하는 동정과 우정, 그리고 인간의 편견, 괴물보다도 추악한 짓을 벌이는 사람 등 수많은 생각할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한편, 괴물이 세상의 것들을 배우고, 스스로 언어를 습득하고, 문화와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은 비약과 교훈이 절묘히 섞여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문제를 던지며, 또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교훈과 의도를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으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핫핑크의 세련되고 우아한 <프랑켄슈타인>, 멋진 삽화와 함께! 빠른 속도로 신나게 읽을 수 있었던 쉽고 화려한 고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한번 새롭게, 정확히 만나볼 수 있는 현대지성 클래식의 <이방인>

독특한 삽화와 작품 전후의 옮긴이의 글, 카뮈의 글로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방인의 번역

몇 번의 이방인 읽기로부터 <이방인>의 문체가 점점 중요하게 느껴진다. 사건의 흐름과 뫼르소의 심리는 독특하게 분절되어 있기에, 어떤 번역본으로 처음 접하더라도 수월하지 않게 여겨질 수 있는 작품이지만, 뫼르소의 사유 과정을 따라갈수록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나, 공들인 번역의 문체는 분위기와 이해를 견인한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작품 앞에 역자 유기환 교수님의 글 두 편을 실어 번역에 대한 방향성을 언급하고 있기에, 중요한 점을 상기하면서 <이방인> 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방인>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에 맞추어 형식이 선택되었다는 사실, 그 간단한 사실을 기억하는 게 아닐까.

p. 19

더불어, 이번 현대지성 클래식의 <이방인>을 통해서, 카뮈가 <이방인>에서 구연하고자 한 독특한 형식, 서술 방법에 대해 충분히 매료될 수 있었다. 일관된 이방인의 시선, 점점 격앙되는 분위기는 매끄럽고 짧은 문장으로 촘촘히 느껴졌다.



카뮈의 작가 수첩

이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책이고, 톤은 ...... 의도적이다. 톤이 네댓 번 높아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은 단조로움을 피하고 구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p. 173

알베르 카뮈가 직접 쓴 <이방인>의 서문은 읽어본 적이 있어도, <작가 수첩>에 나오는 <이방인>에 대한 노트는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카뮈가 <이방인>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과, 이를 위해 택한 독특한 문체와 형식을 작가 스스로가 설명하는 글이다. 작품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작품 의도와 함께 <이방인>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알베르 카뮈의 생애, 그리고 카뮈의 미완의 소설 <최초의 인간>에서 나타나는 어린 시절, 그리고 뫼르소의 독자적인 시각은 모두 연결된 듯하다. 카뮈가 인식하는 세계, 모든 것을 세상의 관점이 아닌 독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의 사유를 발전해 나가는 사고과정은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와 나의 지경을 넓힌다.



이번에도 힘들었던 후반부

전반부의 뫼르소는 사뭇 매력적이었다가 후반부에 속 터지는 경험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했다. 하지만 뫼르소를 둘러싼 분위기, 그리고 여러 주변 인물들이 좀 더 많이 보였다. 이번에 새롭게 보였던 부분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들은 사회적인 합의하에 묵인되고, 뫼르소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과열되고, 폭주한다. 방관자였던 이들이 비로소 입을 열어 증언을 하고, 쉽게 친구 삼아서는 안 될 이를 친구라고 할 때의 대가는 혹독하다. 왜 다수는 그들의 규범을 어길 때에만 격렬히 반응하는 걸까?

뫼르소가 철저히 피하고자 했던 극에서 맡은 역할을 연기했다면, 그는 자유를 찾았을까? 아마도 그는 완전한 정신의 해체와 그로 인한 무너짐, 앞으로의 모든 날에 있어서 자신으로 살 수 없게 되는 형벌에 처해지지 않았을까?



간결한 문체를 느껴보며, 더욱 입체적으로, 깊이 읽어본 현대지성 클래식의 <이방인>이었다.

역시, 믿고 보는 현대지성인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주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잠을 자다가 일어나 새벽이라기에 너무 이른 시간, 책을 좀 읽다가 한 잠 더 자려고 집에서 제일 따뜻한 식탁 옆에 불 하나만 켜고 서서 읽은 게 잘못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얼마나 돋을 수 있는지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던 <방주>. 다시 자기는커녕, 새벽이 되고, 기대보다 충격적이었던 반전에 처음부터 헤집느라 날밤을 제대로 샜다.

방주를 비웃는 쪽

창세기의 방주를 인용한 미스터리라니, 구원의 약속인데?! 하지만 주인공들은 노아 일족이 아니라, 방주를 만드는 노아를 비웃는 쪽에 가까운 사람들(39p)이다. 이들과 방주의 결합은 최악의 콜라보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부자연스럽게 몰입해 들어갔다. 굳이? 여기를? 왜? 정말? 그것밖에 방법이 없을까? 하지만 여러 인물들도 구시렁대며 어쩔 수 없이 상황 속에 빠진다. 같이 간 일행이, 결혼 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사이가 나쁜 배우자가, 친구가, 사촌이 한 발짝 먼저 가면, 작게 투덜 대면서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시간이 늦어서, 뭐 어떠랴, 모두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꼼짝없이 '클로즈드 서클' 안에 갇히리라고는 누구인 들 알 수 있었을까.

나의 의심과 상황에 대한 부정은 채 차근차근 해소된다. 그 후, 보장된 몰입감이 기다리고 있다.



탈출부터 해야지!

미스터리 초보자로서 추리를 느긋하게 즐겨야 하는데, 추리보다 상황이 긴박해 보였다. 무슨 문제가 터졌을 때,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편인지, 또는 상황을 해결하는 게 먼저인지 나눈다면, 나는 상황 해결이 우선이다. 상황을 해결하고, 원상복구를 한 다음에, 원인을 파악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내 사회생활의 지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지하에 갇혀서 나가야 하는데 범인이나 찾고 있다.

정말, 폐쇄된 지하 건축물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걸까? 그냥 좀 나가면 안 될까? 정해진 시간, 그 와중의 살인사건, 범인을 찾네 마네, 아니 나가야 하는데!

하지만 사건 해결보다 탈출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건 그야말로 범인이 할 만한 주장이니까.

109p

그.. 그렇다. 난 범인이 할 만한 주장을 하다가, 범인 대신에 죽기를 자초할 뻔했다. 긴박할수록, 천천히, 그래서, 누구일까, 누구지, 왜? 긴박함은 긴박함 대로, 추리는 추리대로 균형을 이루며 전개되었고, 몰입감과 긴장감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정말 반전이 있을까? 뇌 정지라니~

반전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나는 기대보다 못 미치는 걸 싫어해서, 그리고 웬만하면 책에는 무척이나 호의적이어서, 그저 범인과 사건이 종료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뇌 정지라니~ 그런 재미있는 말은 누가 먼저 쓰기 시작했을까?

미스터리 초입의 우려와 불신을 차근차근 해소하고, 결국은 몰입시키는 기술 좋은 작가는, 날 위한 반전도 아주 잘 준비해 주었다. 나는 작가의 의도대로 착하게 소름이 하나씩 하나씩 돋았고, 작가가 준비한 미친 반전에 뇌 정지라는 것도 경험해 보았다. 아마도, 읽고 반전에 미친?! 이러고 쿨쿨 자는 게 아니라, 뇌 정지라는 게 풀리고 나면 사건들을 반추하며 날밤 새는 것까지 작가의 의도였을 것 같다.

'미친 반전', '뇌 정지'라는 자극적인 멘트에, '기대 이상'이라는 식상한 멘트도 하나 더 붙이면 너무 뻔한 1위 미스터리 소설의 평으로 완벽할 듯하다.

밤에 보면, 방주의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밤에 보기를 추천?! 특히, 날밤 새고 싶은 날에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