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기 지루하니... 수업을 하겠다! 내가 손녀딸 과외를 해야 하는데... 허락해 주시겠나? - 4. 서동요, 58p
오늘은... <제망매가>를 배우겠다. / 듣지도 않는데 무슨 말을 하세요. / 무서워서 그래. - 7. 제망매가, 116p
'이렇게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한 고려가요가 있다네.' 10. 정석가, 178p
손녀딸이 오기를 기다리며 과외 준비를 해두고, 손녀딸이 오면 반기며 "오늘 과외는..." 하면서 시작하던 일상 속의 과외는 장소와 배경이 조금씩 바뀌며 급물살을 탄다. 자리에 앉아서 할아버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상상의 전개일 줄 알았는데, 웬걸, 이들은 직접 달린다.
격변의 상황은 상황 대로 흥미진진한데, 절묘한 시점에 착착 맞아 들어가는 고전 운문이 매력적이다. 블록버스터급 이야기 전개 중에 뜬금없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 어째서, 벌어지지 않을 법한 만화 속 상황들과 딱 맞아떨어진다. 갑자기 시작해서, 상황 속에서 운문의 해석과 뜻이 자연스럽게 녹아 나와서, 나중에 그 고전 운문을 떠올리면 만화 속 상황과 함께 운문의 특징들이 생각나게 한다. 환상의 콜라보에 너무 빠져서, 학습만화의 예찬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재미있는걸, 21편의 고전 운문을 반기면서 듣고, 문득 성삼문의 시조 '이 몸이 죽어가서'를 뚝딱, 그리고 감동적으로 이어지는 '도산십이곡'은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