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 잠시 길을 읽어도 목적지를 잃지 마라! 대가 고전·인문 시리즈 (LINN 인문고전 시리즈) 8
호메로스 지음, 김성진 편역 / 린(LINN)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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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는 재미있다. 이렇게 읽어도, 저렇게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도서출판 린의 인문고전 클래식의 <오디세이아>는 많은 그림을 포함하고 있고, 내용 요약과 분석이 함께 있어서 수월하고 풍부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오디세이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서사시 원문 그대로 암호를 해독하며 읽는 게 아닌 한,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많다. 그리고 스토리 자체가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며, 부분 부분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오디세이아를 읽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세이렌을 알고, 외눈박이 거인을 안다. 수많은 명화도 이 풍부한 이야기의 한 토막을 보여준다. 일리아스가 오디세이아보다 앞선 이야기이지만, 일리아스를 읽지 않아도 오디세이아를 먼저 읽으면 좋다. 오디세이아가 일리아스보다 밝고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린 클래식의 오디세이아는 명화가 많이 삽입되어 있어서 좋았다. 앞의 컬러 명화들뿐만 아니라 내용 전개와 함께 명화에 주요 인물을 표시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적재적소에 그림이 있으니 읽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각 장의 요약과 분석

오디세이아는 총 24장의 내용으로, 각 장은 주제와 흐름이 명확하다. 린 클래식의 오디세이아는 편리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각 장의 앞에는 요약을, 뒤에는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 내용 요약으로 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장 뒤의 분석을 통해서는 그냥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중요한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원래의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은 채, 분석을 따로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는데, 특히 각 장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 점, <일리아드>와의 차이점, 해석의 문제를 별도로 생각할 수 있었고, 작품 감상에 활력이 되어 주었다.

일례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오디세이아의 묘사도 다르고, 등장하는 신들의 성격도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이런 차이는 작품의 큰 주제와도 긴밀히 관련성을 갖고, 세계관에 있어서도 차이를 만드는 지점이다. 분석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야기 흐름에 맞춰서 적절하게 유용한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인문 고전

인간 본성과 세계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는 인문 고전 읽기는 즐거운 경험이다. 다수의 신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희망을 보여준다. 인물들의 사고방식과 그 시대의 행동양식은 독특한 특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사회는 분명 완벽하지 않고, 여러 가치관도 마냥 옳다고 할 수 없는 사회이다. 하지만 생동감이 넘치는데, 이는 무수한 발전과 타락 이전의 인간 본성의 순수함과 만나는 기분이기도 하다. 다수의 신과 함께하고, 여러 상황 속에서 신을 경배하고 낯선 이를 융숭히 대접하는 문화는 역사 이전의 신화의 사회이다.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생과 사를 오가고, 인간의 영역과 신의 영역을 넘나든다.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가 대비되며, 무력한 인간이 나오고, 능력이 충만한 인간이 상황을 압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아직도 놀랍고 신선한 모습으로 변주되고 있다.



영웅 서사의 원전 <오디세이아> 신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언제고 다시 만나고 싶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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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 기후 위기로 병든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
에두아르도 가르시아 지음, 사라 보카치니 메도스 그림, 송근아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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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환경 칼럼니스트 글과 과슈 페인팅 아티스트의 그림이 함께한 <푸른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은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을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유익한 내용과, 읽고 보는 재미가 있었던 책.


이렇게 예쁜 환경 관련 책을 읽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과슈 페인팅으로 그린 작은 그림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중간 삽화로 조금 들어 있는 수준이 아니라, 내용과 일체로 많은 페이지에 그림이 있는데, 한 장 한 장 넘겨보면 참고문헌 페이지 빼고 정말 모든 페이지에 크고 작은 그림들이 아주 많다. 그림을 보면서, 한 장 한 장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책이다. 너무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걸까? 하지만 내용도 당연히 봐야 하는 내용이었다. 환경 관련 책을 봐야 하는 이유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림에 관심이 갔지만, 읽다 보면 알아야 할 내용이 무척 많은 책이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 지도 몰랐던 많은 내용들을 차근차근 알아갈 수 있었다.



 

알아야 할 크고 작은 내용들

사실 알아야 할 내용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처음엔 우리가 사는 지구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내용과, 기후 위기로 이어지는 내용은 경각심을 주기 위한 설명으로 느껴지기 보다, 여러 가지 현상을 정확한 수치와 함께 제공해 주는 단백한 서술이었다. 저자가 저널리스트와 기사를 쓰는 통신원, 칼럼니스트라는 점은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상기한 내용인데, 각 주제별로 깊이 있게 들어가면서도 유익하고 독립적인 글은 저자의 특성인 것도 같다. 이런 글이 모아진 구성은 여러 가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기후에 대해 정확히 알아간 후, 환경 문제와 실천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에 대한 서술도 단백하고 독립적으로 유용했다. 당연히 환경에 안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일까? 나는 안 좋은 내용은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쓰레기, 플라스틱 사용, 에너지 낭비, 배기가스 배출 등은 당연히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조금씩 개선할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많은 내용이 흥미롭고 유익했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다. 단열에 신경 쓰고 생활습관을 살짝 바꾸고, 어떤 생선이 좀 더 지속 가능한 생선인지, 음식 낭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내용은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되고, 쉽게 실천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 주는 책

환경 보호를 위해 피켓을 들고나갈 수는 없었지만, 오늘부터 플라스틱은 없다며,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고체 샴푸를 산 적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심코 플라스틱 통에 든 요구르트를 사곤 했다. 이 책은 크고 작은 수많은 방법이 있기에, 작은 실천을 훨씬 많이 할 수 있다. 이전에는 환경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향으로 할 수 있게 한다. 작은 실천이 모이고 인식이 조금씩 바뀔 때에 지속 가능한 삶의 방향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속속들이 구석구석 읽게 하는 그림과 함께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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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크레이터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남일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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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일 작가님은 아무래도 단편소설의 대가이신 것 같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단편이라 상쾌했다. 나도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싶어지는데!

표제작 <세리의 크레이터>에서는 운석과 초계분지에 대한 지식을 <옆집에 행크가 산다>에서는 격투기와 입주자 모임에 대한 지식을 부차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신나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은 명확하고 쏠쏠한 법이다.

두 편의 화자는 남자인데, 여자친구 또는 아내인 여자 인물이 무척이나 강한 캐릭터로 나온다. 첫 편의 세리가 두번째 편의 민정이 된 건 아닌데, 묘하게 닮았다. 나도 주인공처럼 이들이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 보다 조금 더 이해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처럼 거리를 두게 된다. 어쨌든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간결하며 명확한 캐릭터다. 명확한 캐릭터를 만들고, 단막극 처럼 사건이 펼쳐지고 결말도 복잡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깔끔하긴 한데, 사실 두 편 모두 열린 결말이다. 어… 열린 결말을 깔끔하다고 해도 되는 걸까? 그런데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데! 열린 결말이 찌연한 느낌으로 남는게 아니라, 다음 이야기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상상해 볼 수 있는 에너지를 가득 머금은 채 끝난다. 그래서 이 결말이 더 좋다.

신나게 읽을 수 있었던 단편 두 편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던 책.

아무래도 대가이신 것 같은데.. 정남일 작가님의 단편은 믿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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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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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이력을 보았을 때 동화와 그림책 작가님이셔서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작가님의 그림책(누구 알이야?)도 읽어본 책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내용이었다.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와 <소년과 소년>은 SF 단편이었는데, 기대했던 대로 짧은 SF 단편에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가 꼭꼭 눌러 담겨 있었다.

표제작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의 임산부 로봇은 개발에 개발을 거듭한 인간형의 임산부 로봇이었고, <소년과 소년>에서는 플라잉카가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촉수같은 섬세한 로봇으로 뇌수술을 했다.

임산부 로봇은 단순히 임신을 대신해주는 캡슐의 형태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쳐 최대한 발전한 인간형이었고, 얼핏 불필요해보여 생략했을 많은 것들을 구현했기에 특이했다. 방점이 로봇이 아닌 임산부에 찍혀있는 로봇인 임산부로, 임신과 출산이라는 커다란 경험을 통째로 구현하는 모양이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임신과 출산, 모성과 장애아, 애착 등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들어있었다. 생각할수록 기이하고, 깊은 이야기였다.

<소년과 소년>의 주인공 소년은 뇌 분야의 의사인 아빠의 플라잉카를 몰래 타고 폭주족 놀이를 하는 비행 하는 비행청소년이었다. 그러다 사고가 있었고 아빠에게 뇌수술을 받게되는데… 아니 미래의 뇌 수술은 이렇게까지 사람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정체성, 자의식, 부모의 바람 등 또 복잡하게 형이상학적인 모양새를 갖춘 멋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완벽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SF 두 편은, 단편의 아쉬움을 특히나 많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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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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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작가님의 「김장」과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두 편의 단편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표제작 「김장」은 일상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할머니께서 김장하시는 날, 유휴인력으로 뽑혀 여동생과 시골집으로 향한 주인공. 김장은 일련의 과정을 가진 행사였다. 김칫소를 다 버무릴 때쯤 보쌈을 삶고, 김장이 끝난 뒤 묵은지를 씻어 만드는 김치만두까지, 야무진 과정이다. 우리 집은 김장하고 나서 김치만두를 만드는 이어지는 과정은 없었는데. 신 김치를 좋아하기도 하고, 우리 집은 부추 만두 파이기 때문에…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일상의 과정으로 그려져서 좋았다. 시골집의 일상도 너무나 일장적이어서 유별난 점도 평범한 일상에 잘 녹아있는 소설이었다. 참, 보쌈은 사 먹어도 만두 사 먹는 돈은 아깝다는 P의 견해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나는 혼자서 만두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걸.

반면, 또 하나의 단편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은 정체불명의 파티와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 또한 현실적인 게 묘하다. 아주 한국적인 시골집 김장의 풍경을 그리다가, 혼란한 젊은 날들의 목적 없는 파티가 이어지는 생활이라니. 이런 이중생활은 의외로 한국적이다. 게다가, 난쟁이는 에어컨 없는 여름에 아른거린다. 진짜 난쟁이가. 묘한 부조화, 판타지적 요소인데, 송지현 작가님의 어조는 유별난 걸 유별나지 않게 그리는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작은 슬픔들이 모여서 나를 만들고 있다.’며 작은 슬픔과 나를 동일시하는 이어지는 문장들은 몇 번이고 읽어본다. 그러면서, 유별나지 않게 희망을 보여주며 마무리했기에, 이 소설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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