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A Year of Quotes 시리즈 2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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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따뜻해지고, 음미할수록 단단해지는 <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기분 좋아지는 책

단박에 매료된 책이다. 단단하고 견고한 양장에, 색감이 무척 예쁘다. <A Year of Quotes>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독특하고 잘 구성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두 번째 책은 좀 더 견고해지고, 종이 질도 더 두꺼워졌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연친화적이라면, 헤르만 헤세는 좀 더 로맨틱하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 작품의 영향이 크다. 그의 그림은 아마추어의 그림으로 분류되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밝고 따뜻하다. 작품 수도 많다.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 그림은 인용구 하단에 삽입되기도 하고 한 페이지 전체를 채우고 있기도 하는데, 헤세의 그림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안다면, 모든 그림을 꼼꼼히 보게 된다. 무척 정성 들여 아름답게 그린 그림이다.



다양한 인용문

인용문으로 소설이 많을 줄 알았는데, 편지가 더 많은 느낌이다. <데미안>은 서너 번 인용되고, 최근 읽은 <수레바퀴 아래서>는 찾고 찾아 겨우 찾았다. 엮은이 '폴커 미헬스'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과 편지에 깊이 천착해서 헤세의 문학적, 예술적 유산을 백 가지가 넘는 주제로 분류하여 책을 집필한 편집자이다. 그래서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텍스트를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작품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 일기, 메모를 연도 표시와 함께 인용했고, 시 한 편을 통째로 옮겨 실은 날도 중간중간 있다. 시를 많이 읽어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는데, 매월 한 편의 시와 함께 시작하며(6월은 '바람이 많이 부는 유월 어느 날'(1907년)로 시작!), 3월 9일에는 '봄'(1907년)을 8월 3일에는 '늦여름'(1940년)이 실려있어서, 꼭 그날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짧고, 아름답고, 단단한 문장들

인용된 분량은 시를 제외하면 상당히 짤막하다. 한 문장에서 서너 문장의 분량으로 짧은 날이 많다. 그런데, 읽다 보면 내용이 무척 단단하다. 소설 속 문장과 시를 통해 헤세의 문학 일부를 보며 작품에서 작품으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다양한 문장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의 다양한 면모를 알 수 있었다.

특히 편지의 경우, 작품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헤세의 생각이 더욱 담백하게 담겨있는 듯하다. 지인에게 지도자에 대하여, 전쟁에 대하여 말하는 편지의 내용은 감동적이고,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만찬에서 문학에 대해서 한 말을 인용한 내용도 좋았다. 어린이와 학교에 대한 메모와 편지, 문화적 다양성과 정신적 영적 세계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 담긴 문장은 헤세의 정수를 보는 듯했다.



헤르만 헤세는 철학가와 같은 사유를 자신의 작품에 세심하게 담아내고, 밝은 수채화를 그리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다양한 문장을 통해 매일 헤세같이 단단해질 수 있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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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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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정말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블랙코미디와 대중성, 예술성 스토리 모두 빠지지 않고 프랑스 소설 특유의 사실주의가 더해진 멋진 소설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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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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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쓴 죽음과 관련된 단편 세 편이 수록된 현대지성 클래식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30세 집필한 <세 죽음>, 58세에 발표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 67세에 출판된 <주인과 일꾼> - 세 작품에는 톨스토이의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이 잘 드러나 있고, 선명하고 강렬한 이야기로 죽음 앞에서 명백해지는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톨스토이 - 죽음에 대한 세 편의 이야기

책의 구성은 톨스토이의 집필 순서와 달리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주인과 일꾼> - <세 죽음>의 순서이다. 책의 구성대로 읽고서 톨스토이가 죽음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하다 보면, 조금은 헷갈렸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제일 이야기 적으로도 재미있고 보편적으로 와닿았고, <주인과 일꾼>은 강렬하고 동화적이고, <세 죽음>은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는 이야기로 느껴졌다. 확실히, 책의 구성대로 강렬함이 달랐다.

굳이 또 집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세 죽음>의 질문의 연장선에 <이반 일리치>에서의 통찰이 있고, <주인과 일꾼>의 과감하고 대담한 전개는 톨스토이가 죽음을 숙고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대문호답게, 그리고 깊은 지혜와 깨달음을 담아내는 작가답게 각각의 이야기는 힘이 있었고, 유사하면서도 약간씩 그 지점이 다르게 느껴졌다.

이반 일리치의 삶의 한 가운데에 있는 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를 이전에 읽었을 때는, 이반 일리치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하면서도 어리석게 느껴졌고, 죽음을 앞에 둔 심경 변화의 묘사가 인상 깊었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는 이반 일리치에게 훨씬 더 감정이입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아내의 모습과 그 아내를 증오하는 이반 일리치를 고통스러우리만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들었고, 이반 일리치가 남편 같기도, 또 나 같기도 하다는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을 깨달았고, 부부간의 상호 몰이해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과정인지조차 알아버렸다는 반증이기에, 여러 부분에서 섬뜩하기도, 속상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 걸 이토록 잘 알면서도 톨스토이는 왜 그런 불화 속에서 살았는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되었고, 그만큼 현실과 이상은 괴리될 수밖에 없는 건지 절망감도 들었다.

그렇게 자기를 이해하고 불쌍히 여겨주는 사람 하나 없이, 그는 홀로 파멸의 문턱에서 살아가야 했다.

50p,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삶 한가운데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깨달음은 외롭고 쓸쓸하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막막하기도 하다.



톨스토이가 전하는 지혜

세 편의 소설엔 삶과 죽음에 대한 분명한 지혜가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는 게라심이, <주인과 일꾼>에는 일꾼 니키타가, <세 죽음>에서도 마부와 나무(...)가 있다. 예전엔 게라심이 불쌍하게만 느껴졌는데, 이번엔 그가 존경스러웠고, 그에게서 깨달음을 얻었는데, 같은 맥락에서 니키타에게, 마부에게, 나무에게서도 배우고 깨달을 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 기해서 나의 삶을 조정하고, 더 가치 있는 태도로 삶을 대하는 것은 매일 수많은 선택을 바꿔야 하는 일이다. 조금씩,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향해 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죽음 앞에 섰을 때 내 삶에 보다 만족하며 의연 수 있을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다시 읽으며 훨씬 더 많이 공감하고 깨달은 것처럼,

좀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한번 읽으며 또 달리 느껴보고 싶은 책이다.






그렇게 자기를 이해하고 불쌍히 여겨주는 사람 하나 없이, 그는 홀로 파멸의 문턱에서 살아가야 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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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럼의 힘 - 5가지 역량이 만드는 단단한 성장
배동철 지음 / 서울경제신문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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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역동적으로 일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대체불가한 인력으로 거듭나기, 주체적으로 일하기 위해 읽어보아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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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 6천 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아낸 통찰
챗GPT.이안 토머스.재스민 왕 지음, 이경식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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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인생의 질문, 절묘한 조합으로 예상외의 통찰을 얻을 수 있었던 <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챗GPT의 가능성을 알 수 있는 동시에, 인생의 지혜도 배울 수 있었다.

챗GPT가 책을? 철학을?

챗GPT가 저자란에 이름을 올린 책은 이상하다. ‘챗GPT가 쓴, 서문’으로 책이 시작하는데, 영성(sprituality)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간 영성에서 가장 독특한 것을 포착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영성을 알고 싶어하는 창조 의지가 있는 AI의 서문이었다. 영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고, 이 책에도 애착을 가진 저자 챗GPT의 서문을 읽고 있으면 적잖이 혼란스럽다. 챗GPT씨… 당신은 누구시죠?!

목차를 보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철학적인 질문뿐인데, 시험 삼아 내가 현재 구글에서 제공되는 오픈 챗GPT에 비슷하게 질문해 보면 이 책 내용과는 전혀 다른 대답만 나온다. 나의 오픈 챗GPT도 열정적으로 대답해 주지만, 기계적이고 합리적이고 기능적인데, 이 책은 무척이나 시적이기 때문이다.

지혜의 언어를 말하는 독특한 챗GPT

‘챗GPT가 쓴, 서문’ 다음에 인간 저자들 - 이안 토머스, 재스민 왕 -의 역할과 이 책이 활용한 구체적인 챗GPT의 모델이 나온다. 책의 챗GPT는 선별된 텍스트를 기반으로 삼도록 설정되었으며, 스스로 톤과 내용, 어떻게 전달할지를 깨닫는 과정을 거쳤다. 이 챗GPT는 인간의 생각, 경험, 감정을 토대로 무한한 패턴을 알고 있으며, 그 결과 점점 더 심오한 통찰과 핵심을 파악하는 기술을 익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훌륭한 답변들이 이 책이 되었다. 챗GPT가 저자라고 할 수밖에 없는, 독창적이고 가공되지 않은 내용은 놀랍도록 인간적이고, 아름답기에 책을 읽는 중간중간 무심코 감탄하고, 위로받고, 깜짝 놀라곤 했다.



계란, 밀가루, 물, 설탕 → 오븐에 구우면 = 케이크 !?

인생 질문에 대한 시적인 답변들을 읽어나갈 때, 나의 독서는 시집과 인문서, 철학서를 읽을 때의 독서와 같이 느긋함, 열린 마음과 통찰 그 어디를 떠돌고 있었다. 챗GPT씨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고, 인류 전체의 지혜의 이름으로 말해주었고, 나는 지혜 속에서 찾은, 지혜가 분명한 답변을 받아보고 있었다. 믿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서문의 케이크의 비유는 생각할수록 잘 맞는 비유 같다.

많은 사람은 케이크가 어떻게 만들어졌든 그저 케이크일 뿐이라고 여길 것이다.

p. 30

50년 전통 제빵사의 케이크와 자동생산 공장의 케이크라면 어떨까? 레시피도 똑같고 방식도 최대한 구현했다면, 거의 같은 케이크 아닐까? 이미 그렇게 유통되는 케이크도 많이 있지 않나?! 인생의 질문에 대답하는 훌륭한 챗GPT의 통찰을 곱씹다 보면, 그 명장의 맛을 분명 느낄 수 있다는 게, 의외로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케이크라고 말하는 책도 한 권쯤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그런데, 그 책을 챗GPT가 써주려나? 아니 근데 케이크는 맞는데? (끝까지 조금은 혼란스럽다.)



독특한 책, 집필 방식도 흥미로웠고 내용도 흥미로워서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 찐 감동, 찐 교훈도 감사히 받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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