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맨 눈의 마을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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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조예은 월드'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구축해온 조예은 작가.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조예은 작가의 신작 <꿰맨 눈의 마을>이다. 이토록 싱싱한(?) 책의 서평단이 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책은 총 세 개의 연작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꿰맨 눈의 마을>, <히노의 파이>, <램>. 세 개의 소설은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며, 순서대로 읽어나갈수록 점차 이야기가 완전히 구축되는 구조다. 1편에서 의문이 남은 부분을 2편에서 풀어주고, 2편에서 의문이 남은 부분을 3편에서 풀어주기 때문에 정말 지루할 새 없이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소설 속 세계관은 이렇다. 어느 날부터 인류에게 '신체 어딘가에 이목구비가 더 생기는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다. <꿰맨 눈의 마을>의 주인공 '이교'가 사는 타운은 이 바이러스를 철저히 배척하고, 보균자로 발각이 될 시에 타운 밖으로 내쫓아 타운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교'의 친구가 타운 밖으로 내쫓기게 되고, '이교'는 친구의 흔적을 찾다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타운의) 진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결국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손쉽게 타인을 배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음과 모음 인스타그램의 카드 뉴스에서 본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작가님께서 이 소설을 착상한 시점은 장애인 이동권 시위 때문에 말도 많고, 아파트 촌에서도 외부인과 입주자 통로를 구별하면서 충돌이 생기던 시기였다고 한다. 서로 배척시키고 소외시키는 행태들이 지긋지긋해서 소설로 써보고 싶었다고 한다. <꿰맨 눈의 마을>은 이런 다정한 마음이 단단히 서려 있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인물에 대한 작가의 애정 또한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결국에는 소설 속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보다 나은 다음'으로 나아갔으니 말이다.

✒️ 문장 수집

나도 너와 같아. 우린 괴물이 아니야. (p. 46)

나는 모형들이 좋다. 지면과 스크린 위의 진짜인 척하는 모든 이야기를 사랑한다. (p.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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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시네마틱 노블 2
전혜진 외 지음 / 허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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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허블의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 2권이다.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있으며, 모두 '사랑'을 묘사하려 최선을 다하는 소설이다.

신박한 소재의 소설이 많아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여섯 편의 소설 모두 사랑의 의미를 확장하여 '사랑 너머의 사랑'을 말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읽혔기에 인상적이기도 했다.

아래는 각 소설에 대한 짧은 코멘트다.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
온라인 게임에서 장례식을 치루는 이야기. 실제로 모 RPG 게임에서 어떤 유저를 위하여 많은 유저들이 모여 추모의 시간을 가졌던 일화가 있지 않나. 어쩌면 미래 세대의 장례의 형태를 미리 읽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러브, 페어드>
감정 동조 장치를 통하여 사람끼리 감정을 공유하는 세계관. 주인공은 이 장치를 거부하는 인물이다. 사랑을 사랑으로 있을 수 있게 하는 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생기는 소설.

<Scene of the sea>
기억을 저장하고 지울 수 있는 세계관. 사람이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된다.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 회의적이던 주인공은 어느 날 바다로 떠나게 되고, 기억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돌이켜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끝의 이야기>
인간으로 살기를 다짐한 신적 존재 '도도'의 이야기.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폭력성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도도가 완벽하지 않은 신적 존재라는 점이 좋았다.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지구 밖의 다른 행성 찾고자 하는 연구자의 이야기. 우리가 우주와 지구 외의 다른 행성을 동경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01000100>
현실 속의 1분을 꿈속에서 100분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LDL' 장치가 존재하는 세계관. 소설은 이 장치를 사용하는 어느 사별 부부의 삶을 묘사한다. 누군가의 죽음 뒤에도 사랑은 여전히 이어진다는 게 사무치게 아프다.

✒️ 문장 수집

무엇이든 기계가 손쉽게 만들어 내는 세상에서 인간은 인간이 창조해 낸 것들에 희소성을 둔다. 시대에 맞춰 어떻게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습성 중 하나다. (p. 84)

"하지만 사람을 믿는다는 이유도 있겠죠. 사람은 사람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에게 의지하거든요." (p.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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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감정들 - 나를 살아내는 일
쑥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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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마다의 '무명'이 내비춘 감정들을 포근히 안아주는 흰 천 같은 책

✒️ 서평

사실 난 인스타툰을 잘 보지 않는다.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단순히 인스타툰이라는 창작물의 형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렇다. '쑥 작가가 그리는 인스타툰이 있다'라는 것을 이 책을 접하고 나서 처음 알았고, 그렇게 백지 상태에서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아갔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책의 주인공 '무명이'가 '무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경위를 그리고 있다. 비어 있다는 것은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다는 말이며, '무'는 '가능성의 무'라는 작가의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무명無名'이 아니라 '무명無明'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었다. (당연히 전자의 의미일 줄 알았는데!)

쑥 작가의 인스타툰은 그림으로 승부하는 인스타툰이 아니라 글로 승부하는 인스타툰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단행본으로의 물성화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짧은 호흡의 글로 독자들에게 차근차근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쩐지 시가 가진 호흡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짧은 호흡의 문장과 신비로움을 지닌 캐릭터 '무명이'가 어우러져 아주 매력적인 인스타툰이 되었다.

자신이 이름 없는 무명無名의 존재처럼 느껴질 때, 혹은 빛이라고는 없는 무명無明의 존재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당신의 쌍둥이 무명이가 당신만을 위한 문장을 이미 준비해놓았으니 말이다.

✒️ 문장 수집

다정은 노력으로 가지게 되는 것이지만 다감은 태어날 때부터 물렁한 마음을 가지면 되는 거라서 다감은 쉽고 다정은 어렵다. 다정은 내내 고민하게 되는 것이어서. (p. 51)

묻지 못하는 슬픔이 있고 대답하지 못하는 초라함이 있어, 나는 기꺼이 침묵을 선택한다. 내비치지 못하는 참담함이 있고 헤아리지 못하는 다정이 있어, 나는 고민 않고 고요를 택한다. (p.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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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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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배명훈 작가의 '화성 연작 소설집'이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작가는 화성 이주와 관련된 외교부의 연구 의뢰를 이행했던 전적이 있다. 이 책은 그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책이다. 미래의 우리 인류가 화성에서 어떻게,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나는 가방끈이 긴 사람들의 문장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읽는 언어를 자동적으로 체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 또한 소위 말하는 '가방끈 긴 사람'으로서 어려운 문장을 주구창장 읽은 작가일텐데, 문장이 정말 정말 쉽다. 이렇게까지 쉽고 재미있게 우주를 그려낼 수가 있다니. 경이로웠다. 노력의 영역으로 보였기에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던 부분이다.

'배명훈 세계관'에서 파생된 소설을 더 읽고 싶어지는 소설집이었다.

아래는 각 소설에 대한 짧은 코멘트다.

<붉은 행성의 방식>
지구와는 다른 화성에서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개체에서 개체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는 주 메세지가 좋았다.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화성으로 떠난 애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지구인의 이야기다. 여자 주인공 '조안'이 다재다능 완벽인으로 등장하는데, 아주 매력적이다.

<위대한 밥도둑>
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화성에서 '위대한 밥도둑' 간장게장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한 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의 간장게장 묘사(어떻게 본다면 찬미에 가까운)가 있는데, 그게 정말 웃겨서 기억에 남는다.

<행성봉쇄령>
'사이클러'라는 이름의 우주 인공 구조물에서, 사랑으로 서로의 궤도를 맞추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예술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탈지구적 개념으로까지 끌어와 설명한 점이 좋았다.

<행성 탈출 속도>
화성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화성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지구로 향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지구에 도착할 때, 지구에 있던 주인공의 연인은 화성에 도착해있었다. 엇갈린 사랑이지만 두 사람은 불행하지 않다.

<나의 사랑 레드벨트>
화성의 '레드벨트(지구의 그린벨트와 같은 개념)'를 지키고자 하는 행성 대리인 주인공의 이야기.

✒️ 문장 수집

"승객 없이 날아오는 여객용 우주선은 아무 의미도 없어. 그 비행에서 더 중요한 쪽은 조종사가 아니라 승객이라고. 다음 사함을 위해 뭘 해야 한다는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 말이야. 목적이 없는 사람은 그냥 살면 돼. 그러라고 우리 같은 세대가 그 고생을 한 거니까." (p. 189)

아무리 힘들고 두렵더라도 지구의 국제정치를 그대로 화성에 옮겨놓지는 말기를. 지구의 국제정치는 행성을 가꾸어가는 데에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제도였으니까. (작가의 말)

부디 미래의 화성인들이 지구의 괴물을 그대로 화성에 옮겨놓지 않았기를. 새로 시작한 행성의 문명은 지구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한 문명이기를.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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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 NEON SIGN 2
클레이븐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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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시종일관 유쾌하게 흘러가는 소설이다. 소설은 노후된 로봇들이 모이는 '안티오크 로봇 양로원'을 배경으로 한다. 양로원에서 밀수업을 하고 있는 로봇 '민수'와 전설적 록커로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하는 록스타 로봇 '티코'의 여정을 다룬다.

처음에는 삐걱거리기만 했던 두 로봇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둘은 어느샌가 친구가 된다. 이야기들을 거치며 나름의 우정을 쌓아가는 두 로봇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특히 '티코'의 (매우) 독특한 캐릭터성이 소설에서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로지 '전설적 록커로 기억될 수 있는 센세이션한 죽음'을 위하여 자살을 꿈꾸는 로봇이라니. 속된 말로 참 '골 때리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아주 매력적이다.

독특한 캐릭터성을 맛보고 싶은 사람, 유쾌하고 라이트한 소설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문장 수집

"난 록커 로봇이야. 노래야말로 내 모든 것이야. 그러니 계속 노래를 불러야지. 센세이션하게 자살하는 그날까지." (p.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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