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래빗홀클럽 2기 활동을 통하여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 서평
배명훈 작가의 '화성 연작 소설집'이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작가는 화성 이주와 관련된 외교부의 연구 의뢰를 이행했던 전적이 있다. 이 책은 그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책이다. 미래의 우리 인류가 화성에서 어떻게,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나는 가방끈이 긴 사람들의 문장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읽는 언어를 자동적으로 체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 또한 소위 말하는 '가방끈 긴 사람'으로서 어려운 문장을 주구창장 읽은 작가일텐데, 문장이 정말 정말 쉽다. 이렇게까지 쉽고 재미있게 우주를 그려낼 수가 있다니. 경이로웠다. 노력의 영역으로 보였기에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던 부분이다.
'배명훈 세계관'에서 파생된 소설을 더 읽고 싶어지는 소설집이었다.
아래는 각 소설에 대한 짧은 코멘트다.
<붉은 행성의 방식>
지구와는 다른 화성에서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개체에서 개체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는 주 메세지가 좋았다.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화성으로 떠난 애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지구인의 이야기다. 여자 주인공 '조안'이 다재다능 완벽인으로 등장하는데, 아주 매력적이다.
<위대한 밥도둑>
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화성에서 '위대한 밥도둑' 간장게장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한 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의 간장게장 묘사(어떻게 본다면 찬미에 가까운)가 있는데, 그게 정말 웃겨서 기억에 남는다.
<행성봉쇄령>
'사이클러'라는 이름의 우주 인공 구조물에서, 사랑으로 서로의 궤도를 맞추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예술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탈지구적 개념으로까지 끌어와 설명한 점이 좋았다.
<행성 탈출 속도>
화성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화성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지구로 향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지구에 도착할 때, 지구에 있던 주인공의 연인은 화성에 도착해있었다. 엇갈린 사랑이지만 두 사람은 불행하지 않다.
<나의 사랑 레드벨트>
화성의 '레드벨트(지구의 그린벨트와 같은 개념)'를 지키고자 하는 행성 대리인 주인공의 이야기.
✒️ 문장 수집
"승객 없이 날아오는 여객용 우주선은 아무 의미도 없어. 그 비행에서 더 중요한 쪽은 조종사가 아니라 승객이라고. 다음 사함을 위해 뭘 해야 한다는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 말이야. 목적이 없는 사람은 그냥 살면 돼. 그러라고 우리 같은 세대가 그 고생을 한 거니까." (p. 189)
아무리 힘들고 두렵더라도 지구의 국제정치를 그대로 화성에 옮겨놓지는 말기를. 지구의 국제정치는 행성을 가꾸어가는 데에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제도였으니까. (작가의 말)
부디 미래의 화성인들이 지구의 괴물을 그대로 화성에 옮겨놓지 않았기를. 새로 시작한 행성의 문명은 지구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한 문명이기를.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