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남편 열린책들 세계문학 1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정명자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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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주제도 빈약한 두서없는 이야기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저, ‘백 살의 노파’를 읽고


이 단편 역시 1876년 '작가 일기'에 발표된 작품이다. 지금까지 읽은 도스토옙스키 작품 중 실망스러울 정도로 가장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조차 모호할뿐더러, 단편소설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임팩트도 없고, 도스토옙스키스러운 면도 보이지 않으며, 작품 속 화자 (도스토옙스키 자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스스로도 마지막 단락에서 다음과 같이 시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벼운 데다가 주제도 빈약한 이야기이다. 사실, 한 달 동안 들은 사건들 가운데서 무언가 놀랄 만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계획해 보지만, 막상 일에 착수하면 쓰기가 불가능하거나 혹은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 되게 마련이다. 게다가 '네가 아는 것을 모두 말하지 말라'는 격언도 문제다. 그래서 결국에는 두서없는 이야기만 남게 되고 마는 것이다……."


작품은 한 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와 그 이후를 화자가 상상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앞의 이야기는 부인과 노파의 동선이 자꾸 겹치는 우연이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화자의 상상은 내겐 그저 백네 살 (그 당시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굉장히 장수한 경우)의 노파가 손주들을 보러 왔다가 평화로이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두 이야기 사이의 매듭은 긴밀하지 않았고, 부인과 노파의 동선이 겹치는 우연은 우연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았으며, 그 부인이 노파에게 준 5 코페이카 역시 별다른 의미 없이 노파가 마지막 순간 한 손에 쥐고 있었을 뿐이다. 이야기 자체도 아무런 매력이 없었다. 기억에 남을 만한 부분도, 행여나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법한 부분도 없는 듯했다. 작품을 마무리하며 화자는 늙은 노파의 죽음은 다른 죽음과는 달리 뭔가 무게가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 그런지 진부하게 느껴졌으며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도스토옙스키가 마감에 쫓겨 즉흥적으로 써버린 짧은 토막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작품의 마지막 단락도 도스토옙스키 스스로가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이상하게도 이 작품을 읽고 도스토옙스키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이 대문호도 이런 습작 같은 글을 썼구나 싶어서 말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여러 면모를 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그의 전 작품을 읽어나가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일 것이다. 


* 도스토옙스키 읽기

1. 죄와 벌: https://rtmodel.tistory.com/811

2. 백치: https://rtmodel.tistory.com/815

3. 악령: https://rtmodel.tistory.com/879

4. 미성년: https://rtmodel.tistory.com/928

5.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https://rtmodel.tistory.com/1068

6. 죽음의 집의 기록: https://rtmodel.tistory.com/1087

7. 가난한 사람들: https://rtmodel.tistory.com/1153

8. 분신: https://rtmodel.tistory.com/1159

9. 지하로부터의 수기: https://rtmodel.tistory.com/1171

10. 노름꾼: https://rtmodel.tistory.com/1174

11. 도스토옙스키 (by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https://rtmodel.tistory.com/1077

12.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by 석영중): https://rtmodel.tistory.com/1177

13.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by 이병훈): https://rtmodel.tistory.com/1194

14. 매핑 도스토옙스키 (by 석영중): https://rtmodel.tistory.com/1358

15.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by 석영중): https://rtmodel.tistory.com/1362

16.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by 도제희): https://rtmodel.tistory.com/1388

17.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https://rtmodel.tistory.com/1396

18. 상처받은 사람들: https://rtmodel.tistory.com/1429

19. 악몽 같은 이야기: https://rtmodel.tistory.com/1435

20. 악어: https://rtmodel.tistory.com/1436

21. 인간 만세! (by 석영중): https://rtmodel.tistory.com/1488

22.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by 슈테판 츠바이크): https://rtmodel.tistory.com/1625

23.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by 조주관): https://rtmodel.tistory.com/1644

24. 백야: https://rtmodel.tistory.com/1659

25. 뽈준꼬프: https://rtmodel.tistory.com/1702

26. 정직한 도둑: https://rtmodel.tistory.com/1703

27.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 https://rtmodel.tistory.com/1704

28. 꼬마 영웅: https://rtmodel.tistory.com/1706

29. 약한 마음: https://rtmodel.tistory.com/1707

30.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https://rtmodel.tistory.com/1711

31. 농부 마레이: https://rtmodel.tistory.com/1717

32. 보보끄: https://rtmodel.tistory.com/1719

33. 백 살의 노파: https://rtmodel.tistory.com/1721


*도스토옙스키 다시 읽기

1. 가난한 사람들: https://rtmodel.tistory.com/1690

2. 분신: https://rtmodel.tistory.com/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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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정명자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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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힘, 시선에 변화를 가져오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저, ‘농부 마레이’을 읽고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의 후기작인 5대 장편 중 네 번째 작품 '미성년'을 완성한 후 마지막 작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만 남기고 있던 1876년 2월 그가 독자적으로 발간했던 '작가 일기'라는 월간지에 실린 회고록 같은 단편소설이다. 같은 단편이지만, 얼마 전 읽었던 백야 외 여섯 작품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초기작, 그러니까 시베리아 유형 전에 쓰인 작품에 해당된다는 점은 이 작품과의 큰 차이점이다.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죽음의 코 앞에서 구원 받은 자의 글은 아무래도 그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품 속 화자의 기억은 29세 시절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기억은 다시 9세 때의 과거로 우리를 데려간다. 말하자면 두 번의 액자식 구성이 사용된 작품이다. 1876년 현재의 화자는 ‘죽음의 집의 기록’을 15년 전에 쓴 작가다. 29세의 화자는 바로 그 ’죽음의 집’ 소속 유형수다. 그리고 9세의 화자는 귀족 집 자제로서 아직 어린 소년이다.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농부 마레이는 이 어린 소년의 집 소유의 농노다. 참고로, 농도제 폐지는 1861년, 그러니까 도스토옙스키가 마흔이었을 때에 실행된다.


현재의 화자는 자신이 29세 유형수 시절의 어느 날을 기억한다. 그날은 부활절 축제 둘째 날이었다. 그 주간은 간수들도 유형수들도 모두 술을 마시며 자유를 누리는 게 암묵적으로 허용되었다. 화자는 한 따따르 인이 여러 명의 농부들에 둘러싸여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곳으로부터 줄행랑을 친 직후였다. 한 폴란드 인이 지나가며 저런 강도 같은 자들이 싫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화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용수철처럼 다시 그 현장으로 돌아간다. 폭행 당한 그 따따르 인은 시체처럼 누워 있었고 그 위엔 털옷이 덮여 있었다. 현장을 떠난 화자는 쇠창살이 쳐진 창문 맞은편에 있는 자기 자리로 숨어 들어 누워서 회상에 잠긴다. 유년기의 소중한 추억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9세 때 혼자 산에서 놀다가 늑대가 온다는 환청을 듣고 공포에 질려 뛰쳐나오던 그를 따뜻하게 안고 달래주었던 농부 마레이를 만났던 그 짧은 순간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던 것이다.  


그 9세 소년의 기억은 20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29세 유형수의 생각과 마음 속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따따르 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농부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무식하게 폭행을 가하던 농부들에 대한 모든 적의와 분노가 기적처럼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그들 역시 마레이와 똑같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정신을 지배해 버린 것이었다. 이어서 그들을 혐오했던 폴란드 인조차 불행한 사람으로 보게 되었다. 


동일한 사건이나 사람을 해석하는 시선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내 안에서도 다를 수 있다. 해석은 주관적인 성향을 띠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부 마레이에 대한 기억 전후의 화자의 시선을 비교하면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객관적이기만 한 해석은 존재할 수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관적인, 그러니까 조금은 더 객관적인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냐고. 습관대로, 살아온 대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사건과 사람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선은 악의가 없다 하더라도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에게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이 속한 좁은 우물 속 세상 안에서만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 다양성과 다름이 배제된 가치관이나 세계관은 언제나 폭력성을 띠는 법이다. 나아가, 이런 수평적인 다름만이 아니라, 동일한 개인 안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축으로 하는 수직적인 다름도 해석의 객관성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농부 마레이에 대한 기억이 화자의 시선에 전복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내겐 도스토옙스키의 신앙고백으로 읽혔다.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은 자의 시선은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농부 마레이를 만나며 시선의 전복을 경험한 화자는 곧 예수를 만나 전복적인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을 장착한 그리스도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적의와 분노의 대상이 긍휼과 연민의 대상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 거기엔 비록 폭력과 불의를 행하는 자들일지라도 어떤 면에서는 그들도 농부 마레이처럼 어린 아이의 기억에 따뜻한 각인을 심어줄 만큼 인간적인 심성을 지닌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들을 비난하고 비방하는 나 역시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그리고 인간의 근본적인 이율배반적인 본성을 깊이 통찰한 도스토옙스키의 시선이 녹아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나는 시선의 변화를 경험했는가? 경험했다면, 그 시선을 간직하고 일상에서 적용하고 있는가? 나는 그리스도인이 된 이후 인간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아, 열 페이지도 안 되는 이 짧은 소설이 한 권의 두꺼운 신학책이 하지 못하는 성찰을 하게 만들다니. 


* 도스토옙스키 읽기

1. 죄와 벌: https://rtmodel.tistory.com/811

2. 백치: https://rtmodel.tistory.com/815

3. 악령: https://rtmodel.tistory.com/879

4. 미성년: https://rtmodel.tistory.com/928

5.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https://rtmodel.tistory.com/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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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by 석영중): https://rtmodel.tistory.com/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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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https://rtmodel.tistory.com/1396

18. 상처받은 사람들: https://rtmodel.tistory.com/1429

19. 악몽 같은 이야기: https://rtmodel.tistory.com/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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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by 조주관): https://rtmodel.tistory.com/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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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뽈준꼬프: https://rtmodel.tistory.com/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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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꼬마 영웅: https://rtmodel.tistory.com/1706

29. 약한 마음: https://rtmodel.tistory.com/1707

30.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https://rtmodel.tistory.com/1711

31. 농부 마레이: https://rtmodel.tistory.com/1717


*도스토옙스키 다시 읽기

1. 가난한 사람들: https://rtmodel.tistory.com/1690

2. 분신: https://rtmodel.tistory.com/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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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자녀들의 선교 - 온 세상을 품은 청소년을 위한 일상 선교 이야기
강남숙 외 엮음, 홍현민 감수, 크리스토퍼 라이트 원작 / IVP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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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크리스토퍼 라이트 저, 강남숙-박은정-상지영-이지성 고쳐 엮은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를 읽고


미천하지만, 여태껏 공부한 신학적 지식들은 두 신학자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와 김근주 교수. 두 신학자의 글엔 공통점이 꽤 많다. 구약을 포함한 성경 전체와 하나님 나라와 예수의 복음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흡사하다. 매일 같이 신학책과 성경을 읽으며 내적 갈증을 해소하려고 애쓰던 그때 나에게 이 두 신학자의 책들은 생수와도 같았다. 그중 딱 한 권만 추천하라고 하면 나는 망설임 없이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고른다. 지금은 절판된 '구약의 빛 아래서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라는 책을 읽은 직후에 읽고 또 읽었던 책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읽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고 그때 받았던 큰 은혜에 감사와 찬송을 하나님께 드릴 마음으로 금세 충만해진다. 가장 갈급하고 곤고했던 시기에 가장 큰 은혜와 사랑을 받았다. 그때 나와 함께 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하나님 백성의 선교'였다. 아직도 나에겐 이 책이 던지는 커다란 질문, 즉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IVP에서 몇 달 전 이 책에 대한 청소년 버전을 출간했다.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라는 제목인데, '백성' 대신 '자녀들'을 썼다. 의미는 같으나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는데 청소년을 향한 책이라는 게 잘 느껴져서 잘 잡은 제목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추천하곤 했는데, 솔직히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라서 (분량이나 난이도 면에서) 추천받은 분들이 실제로 읽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조금 쉬운 버전으로 나오면 좋겠다 싶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렇게 청소년 버전으로 책이 출간된 것이다. 내가 먼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원작으로부터 내가 받은 감동이 남달라서 그런지, 너무 쉽게 풀어써서 그런지, 혹은 나에게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는 내겐 기대 이상으로 평이하게 다가왔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매력적인 글쓰기가 너무 희석된 느낌이랄까. 신학책이 공과공부책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원작을 옆에 두고 비교해서 살펴보니 내용적인 면에선 요약을 잘한 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지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냄새가 빠졌다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 같다는 생각이다. 


요즘에도 가족과 9시-10시 사이에 성경을 서너 장씩 매일 읽어나가고 있다. 벌써 4년째인데 3독을 완료하고 이제는 읽고 싶은 성경만 골라서 읽어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는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5분 정도 걸릴 것 같다. 성경 읽는 시간을 조금 떼내어 이 책을 함께 읽어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내와 아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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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12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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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해학이 녹아있는 작품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저,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을 읽고


‘참 나, 어이가 없군. 이게 뭐래?’ 이 작품을 읽은 후 나의 첫 반응이다. 아니, 사실 읽는 중에도 그랬다. 이렇게 감상문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도스토옙스키’라는 장르 (내가 정의한 새로운 장르)에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허를 찔린 기분이다. 아무래도 단편소설이라 그런지 이렇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더 강렬한 것 같다. 입을 쩍 벌리면서 읽다가 (뭥미?) 미처 다물지 못한 채 작품이 끝나버렸다. 뒤늦게 입을 다물고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어하는 내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제목만 보면 이 작품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전혀 와닿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작품을 다 읽은 후 다시 제목을 보고 어떤 숨겨진 의미나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다는 걸 알았다.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허탈했다.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더 특별하게 여겨질 때가 있지 않은가. 제목은 어쩌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처한 우리의 주인공 이반 안드레비치의 모습을 그저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뿐이었다. 제목은 아무 죄가 없었다. 줄거리가 범인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줄거리인가? 한 마디로 의처증 남편의 코미디 같은 에피소드이다. 아니, 의처증이라고만 하면 모자라다. 의처증이면서 자존감은 바닥인 데다 자존심은 높아 횡설수설하고 경박하게 굴면서도 고상한 척하는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여기에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작품 속에서도 강조되는 한 단어 ‘질투’가 많은 인간이라고 하면 주인공을 얼추 잘 소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 속에서 질투를 ‘가장 큰 열정’, ‘용서할 수 없는 열정’, 그리고 ‘불행’이라고 묘사한다.


이 작품은 두 파트로 구성된다. 두 파트의 주인공은 동일 인물이지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제목이 묘사하는 장면은 두 번째 파트에 등장한다 (여기선 두 번째 파트에 대해서만 다루기로 한다). 의처증에 빠진 이반 안드레비치는 아내의 뒤꽁무니를 쫓는다. 음악 공연이 열리는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까지 쫓아간 그가 앉은 자리는 하필 아내의 좌석 바로 아래였다. 도저히 아내를 관찰할 수 없는 자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벗겨진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진다. 꼬깃꼬깃 접힌 편지였다. 뭐의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우리의 주인공은 그 편지가 사랑, 그러니까 불륜의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는 운명을 느꼈다 (여기서 도스토옙스키는 ‘총알이 스스로 죄인을 찾는다’는 표현을 쓴다. 기가 막힌 표현이다). 홀 밖으로 뛰쳐나와 불빛 아래 서서 편지를 읽었다. “오늘, 공연이 끝난 뒤에, G 거리 ** 골목에 있는 건물 3층, 계단 오른쪽 집으로 와주세요. 문은 1층 입구 쪽에 있습니다. 제발 실수 없이 와주세요.” 의심할 여지없이 불륜의 현장이었다. 


이반 안드레비치는 딱 여기에서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도스토옙스키가 창조해 낸 인물 아닌가. 이반은 멈추지 않고 ‘설마’ 하는 독자의 염려의 한계를 사뿐히 넘어 버린다. 그는 그 불륜의 현장으로 직접 찾아간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반 안드레비치가 들이닥친 방은 3층이 아니라 2층이었다. 끔찍한 실수를 범한 것이다. 아니, 이를 실수라고 할 수 있을까? 편지에 쓰인 대로 3층으로 찾아갔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었을까? 자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현장으로 무작정 찾아간 그 자체가 실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반 안드레비치가 들이닥친 2층집 침실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갑자기 침실로 침입한 전혀 모르는 남자를 맞이한 여자의 표정이 어떨지 떠올려보라. 그 여자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마침 그 순간 남편이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이반이 고작 발휘할 수 있는 재치라고는 침대 밑에 숨는 것이었다. 제목이 묘사하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여기서 도스토옙스키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역시 도스토옙스키답다. 놀랍게도 침대 밑에는 다른 남자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역시 3층인 줄 알고 실수로 잘못 침실을 찾은 것이었다. 이럴 수가! 여자의 늙은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잘 준비를 하는데 침대 밑에서 두 남자가 티격태격 대는 소리를 어렴풋이 듣고 무슨 소리인가 싶어 의아해한다. 그때 그 집에서 기르는 개가 등장하고, 그 개는 외부인의 냄새를 맡고 본능적으로 침대 밑을 습격한다. 하필 이반 안드레비치 코를 문 그 개는 이반의 방어 본능에 의하여 질식사를 하게 된다. 침대 위의 남의 아내는 경악하고 남편에게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이반을 힐문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의 주인공 이반 안드레비치는 자기가 도둑이 아님을, 오히려 존경받을 만한 고상한 사람이지만 어쩌다 실수로 이렇게 된 것뿐이라고 변명하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게 우스웠는지 주인집 부부는 이반이 도둑이라는 의심을 거두게 된다. 자초지종을 듣고 얼른 3층올 가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이반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모면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엔 아내가 의사의 진찰을 받고 이미 쉬고 있었다. 


이반은 과연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그는 아내의 불륜을 막으려고 했던 걸까? 불륜의 현장을 덮치려고 했던 걸까? 혹시 아내의 불륜을 바라는 건 아니었을까?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 작품 역시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이야기이지 않을 수 없다. 해학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해학으로만 읽어서는 왠지 안 될 것 같은 기분. 기발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현대문학에서 보이는 기발함과는 차원이 다른 기발함에 나는 다시 도스토옙스키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작품을 읽으며 즐거웠다. 


* 도스토옙스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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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꼬마 영웅: https://rtmodel.tistory.com/1706

29. 약한 마음: https://rtmodel.tistory.com/1707

30.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https://rtmodel.tistory.com/1711


*도스토옙스키 다시 읽기

1. 가난한 사람들: https://rtmodel.tistory.com/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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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12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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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함의 진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저, ‘약한 마음’을 읽고

도스토옙스키를 읽어나갈 때 꼭 필요한 단어 하나를 뒤늦게 수확한 기분이다. ‘악한 evil’ 마음이 아닌 ‘약한 weak’ 마음. 지금까지 읽어온 많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기이하리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 말과 행동들이 바로 이 단어, ‘약한’ 마음으로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약함과 악함 사이의 상관관계. 때론 나의 ‘약함’이 타자에겐 ‘악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타자의 눈에 비친 ‘악함’을 인지하게 된 나의 ‘약함’은 비로소 ’악함’으로 변모할 기회를 맞이하고 종종 발현하기도 한다는 것. 약함과 악함 사이의 상관관계는 약함의 변질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 

이 작품 속 약한 마음은 관청에서 정서를 담당하는 가난한 하급관리 바샤 슘꼬프다. 소설은 바샤가 같은 아파트에 동거하는 아르까지 이바노비치에게 자신이 결혼 약속을 받아낸 사실을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결혼은 파혼으로 치닫고 바샤는 정신병원에 실려 가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약혼과 파혼 사이 바샤의 붕괴과정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약한 마음 바샤는 그 누구에게도 악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누구도 바샤에게 악한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러나 바샤에게는 그런 열매가 맺히게 된다. 약함은 수동태 형식을 띨 뿐 악함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며, 그 결과의 방향은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게으름, 태만, 우유부단함, 착한 사람 콤플렉스 등의 겉모습을 띠는 약함은 자기 파괴를 불러오는 것이다. 파괴를 위한 파괴. 이를 악하다고 하지 않으면 무어라 하겠는가.

바샤만의 문제로 읽으면 곤란하다. 개별적인 사건에서 보편적인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독법은 이런 소설에서 특히 유용하다. 관찰에서 성찰로, 성찰에서 통찰로 나아가는 정석이다. 내 안에도 바샤가 있다. 바샤는 곧 약한 마음이다. 나태한 마음, 쉽게 흥분하고 들뜨고, 나아가 몽상에 사로잡힌 채 현실을 저버리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은 이상적이며 선한 양상을 띠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무능력의 상징이 되기 쉽다. 스스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극심한 괴리를 느끼며, 심하게는 작품 속 바샤처럼 착란과 분열, 불안 등의 표현형을 나타내며 붕괴되기도 하는 것이다. 약함의 발전 양상은 꽤나 파괴적이고 때론 치명적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인간 내면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따라가며 이해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개념이야말로 인간의 ‘약함’, 약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흥미로운 점은 바샤의 붕괴처럼 인생의 커다란 불행도 그 시작은 아주 작은 일이었다는 것이다. 바샤에게 있어 그 일은 정서를 하는 일이었다. 그는 정서를 하는 일이 직업이었고, 그가 기한 내에 해야만 했던 서류가 남들보다 더 많았던 것도 더 급했던 것도 아니었다. 게으르지만 않았다면, 미루지만 않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 도스토옙스키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약함의 최대치를 보여주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기 파괴의 임팩트기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약함이 약함으로 끝나지 않고 악함이 초래하는 결과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명징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샤의 붕괴과정을 찬찬히 살펴보길 추천한다. 아르까지의 추임새와 바샤 스스로 만들어내는 허상과 그것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을 주의깊게 관찰해보길 추천한다. 언제나 그렇듯, 낯설기만 한 제삼자였던 바샤가 나의 분신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 도스토옙스키 읽기
1. 죄와 벌: https://rtmodel.tistory.com/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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