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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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나만 되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 읽으라는 책으로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추천해 준 글을 보았습니다. 책은 또 다른 책을 부르는 법이잖아요!

무슨 내용이길래 그런가 궁금하기도 했고 얼핏 본 줄거리가 흥미를 끌기도 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가 드디어 읽어보았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더군요. 이럴 때 괜히 뿌듯하고 행복하고 그런 거 아시죠??

그래서 오늘은 이 책 [다섯째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혼전 성관계나 마약은 끔찍하게 생각하는데다, 정상적이고 고전적인 결혼생활만을 꿈꾸는 남녀가 만나 이상적인 가정을 꾸려나가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 남녀가 바로 데이비드와 해리엇이었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에 핵가족은 있을 수 없기에 아이들도 많이 낳기로 합니다.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며, 어느덧 4명의 자녀를 두게 된답니다. 뭐 해리엇이 살짝 지쳐 보이긴 했지만 그만 낳으라는 친정엄마 도로시의 조언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지요. 그러다 해리엇은 또다시 다섯 번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요, 평소와 다른 뱃속의 아기에게 이질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태어난 아기에게 '벤'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주고 키우게 된답니다.

뭐랄까, 벤은 다른 아이들과는 매우 달랐는데요. 인간보다는 좀 더 동물적인 감각으로 배우고 생각한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그는 매우 폭력적이어서 가족들과 지인들은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부부가 꿈꾸고 지켜가고자 했던 이상적인 가정이 다섯째 아이인 '벤'이 태어나고 자람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 가기 시작한 거지요.

이 책은 1988년에 출판된 소설로 가족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강렬하고 도전적인 작품이라 여겨지는데요.

다섯째 아이인 벤을 작가는 매우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그는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사랑과 증오를 모두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때로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잔인하며, 이해할 수 있을듯 했다가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도리스 레싱은 또한 벤을 둘러싼 가족의 반응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했는데요. 가족들은 '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를 두려워하고 배척하게 됩니다.

읽는 내내 '벤'은 장애를 가진 아이일까? 정말 외계에서 온 아이일까? 아예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을까? 온갖 생각을 다하며 읽었답니다.





특히 그 누구보다 엄마인 해리엇의 사랑과 증오를 포함한 모든 감정들에 대한 묘사가 저는 무척 강력하게 와닿았어요.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어떤 캐릭터보다 어머니인 해리엇에게 빠져들어 읽게 되더라고요.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벤에 대한 인식과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해리엇에 공감되기도 했고요.

초기 다섯 째 임신으로 가족에게 새로운 기쁨과 완성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으며 흥분하는 그녀의 꿈꾸는듯한 기대감은 '벤'이 태어남과 동시에 그의 흉측한 외모를 보고 실망과 혐오감으로 바뀌고 그래도 엄마이기에 본능적으로 주변의 비판으로부터 벤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자랄수록 폭력적인 벤의 행동에 두려움과, 교육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되죠. 시간이 지나며 남편과의 관계도 멀어지게 되고요.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의 반응도 모두 제각각이겠겠지요?

작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답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죠. 가족이 어떻게 변하고,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그리고 부모가 어떻게 자녀에게 기대하고 키우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들고 말이죠.

어머니인 해리엇이 벤에게 느끼는 감정은 소설 내내 해결되지 않는 갈등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녀를 이해하는 것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겠지요.





저는 이제 도리스 레싱의 또 다른 책 [19호실로 가다]를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녀의 단편선인데요. 저도 몰랐는데 제 서가에 이 책이 있었더라고요. 신묘한 서재라 파헤칠수록 저도 모르는 책들이 자꾸 나온다는요~

책은 사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제 지론이 이럴 때는 찰떡같이 먹혀들어가는 듯합니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두께이기에 더욱 잘 읽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다섯째 아이]가 공포나 미스터리 소설처럼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유대감,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갈등 해결, 복잡한 감정들에 좀 더 기울여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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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왕 수바: 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50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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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어요~~

우리 아들이 태어난 2014년도부터 이지은 작가님의 책을 쭈욱~~ 읽어왔는데요.

종이 아빠할머니 엄마가 그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림책이 재미있네?' 정도였다가 아이와 함께 보기 시작한 감기책변비책부터 팬이 되어버렸지요. 팬심에 정점을 찍은 책은 [이파라파 냐무냐무]였구요.

제목이 이게 무슨 뜻이지?라며 아들과 읽었던 책은 지금도 암호처럼 아들과 제가 읊조리는 책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었죠. 전설 시리즈가....

[팥빙수의 전설]은 제가 그 여름 내내 팥빙수를 달고 살게 만들었고, [친구의 전설]은 아이가 친구와의 우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들어줬어요.

이러니 제가 이지은 작가님의 신작을 얼마나 기다렸겠습니까?

신간 알림이 울리고 드디어 올여름을 강타할 새로운 전설 시리즈 수박의 전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 클릭클릭하였죠!

하악하악~ 캐릭터가 심상치 않지요?

아들에게도 안 넘겨주고 제가 혼자 보면서 낄낄거리며 보니 '왜 엄마만 재미있는 거 볼라구 해?'라며 빨리 넘겨주라고 심통을 부리더라고요.




수박밭의 그 많은 수박들이 하늘의 선물이었을 줄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죠.

할머니가 [수박이냐?]라고 묻고, 수박을 통통 두드려가며 확인 후에야 수박을 잘라 한 조각 먹으면서 전설을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태양왕 수바와의 만남과 그의 어려웠던 시절, 함께 제사 지내고 원하던 걸 얻는 순간까지 할머니의 ..라떼는 말이야.. 식의 이야기 흐름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거 이거 사실 굿즈도 놓칠 수 없잖아요~


너무 깜찍해서 다 가지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딱 하나 선택했습니다. 저는 교보문고 보냉 백을 선택하고 구매했어요. 출근하며 점심이랑 간식이랑 싸다닐 때마다 기분이 좋을 것 같았거든요^^

사진으로도 예뻤지만 받아본 후 영접한 실물은 더 깜찍하고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그림이 그려져있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기쁘고 행복했으니 작가님의 바램이 1,000% 통했다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행복한 그림책 구입하고, 읽었고, 내내 행복했어요~ 이런 책 찾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소장각이니 모두에게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인 취향 10,000% 그득그득 담긴 리뷰지만, 그래도 한 번씩 아이들과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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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와 그림자 스토리잉크 3
진저 리 지음, 몰리 박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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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한 우리의 주인공 수이는 번화동 고층 아파트에 살다가 아빠의 회사가 가까운 변두리 사이집으로 이사 오게 되었어요.

학교도 변두리 초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12살 소녀 수이는 검은색 원피스만 고집하는 키 작은 단발머리 소녀지요. 친구도 골라사귀려 하고 많은 친구는 쓸모없다 생각하기도 하는 수이는 전학 온 첫날 '너 친구 없지?'라는 목소리에 이끌려 전시실에 들어갔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답니다.



그날부터 수이에게는 말하는 그림자가 붙어 다니게 되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조금씩 그림자가 사라지면서 '제로'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늘어가게 돼요. 수이가 짜증을 내거나 기분이 나쁠 때 자주 나타나는 그림자는 점점 더 수이를 차지하려 들고 다른 친구들의 그림자도 욕심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건지 수이는 친구들과 함께 [제로 조사단]을 만들어 하나씩 파고들어 보기로 하고 조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냉소적이고 까칠한 수이가 친구들과 함께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림체가 무척 깔끔해서 눈이 피로하지 않아 저는 좋았어요. 내가 제일 잘나고 똑똑한 줄 아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세상은 혼자서만은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을 아이들도 하면서 성장하고 어른이 되지요. 수이도 그렇게 그림자와 친구들과 함께 커나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부모의 이혼, 바쁜 아빠, 스스로 챙겨야 하는 자신의 현실에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지만 그 속은 아직 어린아이들의 평범한 모습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 친구가 되어 위로가 되어주고 그 관계에서 든든함을 느끼며 위험을 무릅쓰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 변화를 보이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뻐 보이기도 했고요. 책의 마지막 망토를 두르고 학교를 빠져나가는 누군가의 모습이 후속작을 예고하는 듯해 한껏 기대하면서 책을 덮었습니다.


앞으로도 수이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계속 시리즈로 나와서 외롭고 소외된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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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 일상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의 언어들
이영주 지음 / 뜨인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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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강사님이 글쓰기 끝판왕이 '시'라고 하신 말씀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시를 좋아하고 자주 읽는데 뭔가 내가 읽고 해석한 게 맞는 건지 의아할 때가 많아요. 뭐 읽는 사람 마음이라지만 정확한 뜻을 알고 싶을 때가 한 번씩 있거든요.

어찌 되었든 저는 지금도 시를 종종 읽곤 한답니다.

그래서 이 책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가 무척 맘에 들었어요. 매일 밤 한 편씩 골라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새하얀 바탕에 가늘고 동그스름한 보랏빛 글씨체가 너무 예쁜 표지부터 제 맘을 끌었는데 종이 재질도 너무 매끈해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읽는 건 무척 쉬운데 의미를 되새기며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있습니다. 생각이 생각을 불러오게 되는 게 시의 매력인듯해요.

너무 아름다운 시, 가슴 아픈 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시,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시, 공감 가는 시, 사랑했던 그날들이 떠오르는 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시, 눈으로 읽었지만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시 등... 유명한 시인들의 다양한 시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좋았습니다. 한 번은 후루룩~ 읽어냈고, 두 번째는 곱씹어가며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이다음 세 번째는 정말 하룻밤에 한 편씩 읽으려고 합니다.




필사 노트도 함께 있어서 조금씩 적어볼 수 있었는데 시를 읽는 것과 듣는 것, 써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한 글자 한 글자 시 한 편을 꾹꾹 눌러 필사하면서 저를 소녀 감성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저를 할머니가 '넌 참 좋겠다~'라며 부러운 듯 바라보시던걸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중년이 된 지금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버렸어요. 초저녁 졸음이 쏟아져 살포시 잠들었다가 새벽 1시 정도면 깨서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그럴 때 소설을 읽기엔 밤을 새울듯해 조심스럽고, 시 한 편 정도가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저에겐 딱 좋았습니다.

읽다가, 상상하고, 과거를 추억도 했다가, 의미도 되새겨보았다가 하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기도 하고, 잠들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이 불편하고 괴롭지 않았기에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이런 밤들이 더 이어질 수 있도록 백일의 밤 백 편의 시가 아니라 이백 편, 삼백 편의 시를 더 많이 소개해 주면 더 많은 밤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불면의 밤을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아주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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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날에는, 엄마
김선하 지음 / 다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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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광주 토박이인 내가 울산까지 와서 살게 될 줄 어찌 알았을까?

결혼 후에도 직장 때문에 반년 정도 친정에서 지냈는데 모든 걸 정리하고 울산으로 오던 날 엄마와 헤어지며 그렇게 서럽게 울었더랬다.

남편이 납치범인 것처럼... 엉엉 말이다.

엄마가 없는 내 삶은 상상도 안 하고 살았는데,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예상한 이별이었지만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 내 눈에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된 날이 엄마와 헤어진 날이었다.

올해 2월 "네가 아들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로 늘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의외로 담담하게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던 엄마의 모습이 왜인지 눈앞에 선하다.

'그러게 딸한테 잘하지'라며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엄마에게 용돈이랑 금붙이를 쥐여주더라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하는 엄마의 얼굴엔 이제 세상에 부모가 남아있지 않은 자식의 허망함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아들밖에 없는 내게도 딸 하나 더 낳으라며 나중에는 엄마 챙기는 건 딸밖에 없다면서 아쉬워하던 엄마의 잔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터..

나도 엄마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 앞에 선 막내둥이로 어리광을 부리면서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지냈는데 이 책을 펼친 순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엄마가 죽었대'

라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엄마가 돌아가신 뒤의 슬픈 감정에 빠져있기보단 닥쳐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저자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슬픔에 빠져 엄마를 그리워할 틈이 없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지만 어느 날 문득, 외롭거나, 눈물이 나는 날에는 늘 그렇듯 엄마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는 저자의 글이 누구보다 공감되었던 건 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너무 와닿아서가 아니었을까?

많은 일에 치여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날도 퇴근 즈음에 엄마가 해주는 따스한 집밥과 온기가 떠오르는 건 엄마품이 그리운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막내둥이가 어른이 된 내 마음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자리 잡고 있어서일 것이다.

엄마랑 함께한 여행, 엄마랑 같이 먹었던 맛있는 음식, 엄마가 해주던 잔소리, 엄마가 속상해하던 모습, 엄마가 '꼭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라고 퍼붓던 악담까지 그리워지는 시간이 올 거라 그때는 알았을까?

구정에 다녀왔으니 고작 3개월 만인데도 무척 오랜만인듯한 기분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주말에 친정에 다녀왔다.

다 큰 딸 뭐가 걱정인지 비 내리는 늦은 밤 도착하는 나와 손주가 걱정된다며 터미널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온 엄마의 어깨가 무척 작아 보여 입이 썼다. 손주의 가방이 무겁다며 자신이 매려는 걸 오히려 말리는 손주의 등쌀에 힘없이 가방을 뺏기는 엄마가 안타깝기도 하고 듬직한 우리 아들의 행동이 고맙기도 하는 내 마음의 갈피를 잡기가 힘든 밤이었다.

엄마에게 필요한 거 없냐 물으며 커피믹스나 생필품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주는 것밖에 해줄 수 없는데도 마냥 고마워하시며 우리 딸 돈 많이 쓴다고 걱정하신다. 별 걱정을 다한다며 민망함에 괜히 짜증 한 번 더 내고야 마는 못된 딸이지만 돌아올 때도 매실이며, 반찬에 기름까지 잔뜩 싸주려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를 잃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늘 있을 때 잘하자 되뇌며 살면서도 맘 같지 않아 속상한데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글도 삽화도 너무 예쁘고 읽는 순간마다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을 훔쳐내며 읽어야 하는 책이라서, 가정의 달인 5월 꼭 한 번씩 읽어보며 가족을 돌아볼 수 있길 바라 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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