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세 자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288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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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건 꼭 읽어야해! 체호프의 4대 장막극중 한편인 [세자매]를 원전에 충실하며 자연스럽게 번역하고자 했다는 책소개를 보니 더더욱 끌립니다. 이상을 꿈꾸며 인내하는 세 자매의 삶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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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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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는 저랑 두 살 터울 오빠에게 늘 함께 시키던 일이 있었어요.

콩나물이랑 멸치 다듬는 일이 그 두 가지였는데, 그중 멸치 다듬는 건 절대 빠지지 않았어요.

모아둔 신문지를 꺼내서 넓게 거실에 펼치고 엄마가 알려주는 데로 멸치를 다듬다 보면 어느새 손에 밴 꼬릿꼬릿한 멸치 냄새를 비누로 문지르며 우리 남매는 뭐가 좋은지 마냥 깔깔거렸지요.

멸치 한 박스를 모두 다듬어야 한다며 시작했을 때는 너무 많은 멸치에 '언제 다하나~' 싶다가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가리 떼고 똥 빼고 ~ 하다 보면 어느새 손질이 다 된 멸치 한 무더기에 뿌듯함을 느끼곤 했어요.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이상교 작가님의 멸치 다듬기라는 책이랍니다.

어린 시절 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고, 함께 읽은 아이가 자신도 멸치를 다듬고 싶다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매력만점 그림책 알려드릴게요.




대가리 떼고 똥 빼고 육수를 낼 멸치의 몸통을 다듬는 방법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단순하고 유쾌한 그림체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단순노동인 멸치 다듬는 과정을 어쩜 이렇게 귀엽게 이야기하는지 읽으며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데요.

깔아놓은 신문의 내용에 따라 멸치가 배우도, 발레리나도 되고, 철새 따라 하늘을 날기도 하고 우주여행도 하고, 명화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데요. 멸치 한 마리 한 마리의 캐릭터가 너무 귀엽습니다.

양손으로 대가리 떼고 똥 빼는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손질이 끝난 멸치 그릇에 섞여있는 똥과 대가리들을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을 그려놓은 페이지에서는 공감 100배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렸습니다. 저녁 메뉴가 될 멸치 국수를 기대하며 엄마에게 다듬은 멸치를 건네는 아빠와 아이의 표정엔 뿌듯함과 설렘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들 촉감 놀이 많이 하잖아요.

생각해 보니 저 어린 시절엔 촉감 놀이라는 게 따로 없었던 이유가 일상생활 속에서 늘 촉감 수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멸치랑 콩나물 다듬고, 수제비 먹으려면 밀가루 반죽도 하고, 밀어서 하나하나 떼어내기도 하고 말이죠.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멸치국수를 한 그릇씩 뚝딱 비우는 책 속 장면에 반찬투정하는 요즘 우리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늘 쓰던 동전 육수나 시판 국수장국은 잠시 넣어두고 오늘 저녁은 큰 멸치를 아이와 함께 다듬어 육수를 내봐야겠어요.

우리 집 고양이 두 녀석이 멸치를 가만히 두고 볼까 염려되지만 말이에요.

오늘처럼 여유로운 일요일 '짜파00 요리사'가 아닌 아이와 함께 멸치를 다듬어 만드는 멸치국수 한 그릇 어떨까요?

안 그래도 국수 많이 먹는 아들 녀석 [멸치 다듬기] 이 책을 보고 함께 만들면 얼마나 많이 먹을지 살짝 걱정되지만 그래도 행복한 마음이 앞서게 만드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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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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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청소부 ]

나카야마 시치리 / 문지원 옮김


약 4년 전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은 무척 놀라웠고 당시 내게는 충격이었다.  '사람이 죽음과 동시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구나', '세상을 떠난 뒤의 모습도 중요하구나'라는 생각들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전까지 고독사는 취약계층의 노인들에게만 일어나는 일 정도로 생각했던 내가 엄청 부끄러워질 정도였고, 그래서인지 쉽게 잊히지 않는 책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번 신작 소설 제목이 '특수청소부'라는 걸 알게 된 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자살이나 사고로 홀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오키베가 대표로 있는 '엔드 클리너'에 의뢰로 들어온 일들을 직원인 '가스미', '시라이'와 함께하며, 고인의 마지막 흔적과 함께 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위로해 주는 따뜻한 내용들을 전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고나 할까?

'엔드 클리너'의 직원들은 고인의 마지막 흔적들을 청소하면서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 고인이 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을 들어주며 죽음을 위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오키베, 가스미, 시라이 모두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섬세한 문체는 고인의 마음과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각 의뢰마다 펼쳐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기도 한다. 전직 형사였던 이오키베가 고인의 흔적들만으로 추리해 내는 모습을 보며 왠지 '더 잘 살아야겠다', 내가 죽은 뒤의 모습도 그렇게 남겨지길 바라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엔드 클리너의 직원인 시라이가 대학시절을 함께한 친구의 마지막을 정리해 주는 이야기였다. 저작권과 표절, 우정, 그리고 고인의 유지를 지켜주려던 친구들의 마음 씀씀이가 잘 어우러져 멋진 이야기가 완성된 느낌을 받았다. 

엔드 클리너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던 시라이가 이 의뢰를 마주하고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리하면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엔드 클리너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목격하며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직업적으로 성장하는 모습들에 괜히 울컥했다.

추리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가지만 엔드 클리너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하고 선을 지키는 이오키베의 모습에서 뭔가 어른스러움을 느꼈다.



"한 사람이 살다 떠나간 흔적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없는 법이라서요."     P.19

3D 업종의 일들을 누구나 기피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일을 해나가는 이들이 있다는 걸 늘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이 소설을 통해 죽음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나의 삶 어느 부분도 헛되지 않도록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자 결심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그의 최고의 장점은 가독성이 아닐까 싶다.

이 책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였으니 그의 작품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은 가벼운 글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후루룩 읽히지만 책을 덮은 후 글의 묵직함에 몰려오는 많은 생각들, 그리고 함께 떠오르는 사회적 이슈들로 한참 동안 마음이 어지럽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 아닐까?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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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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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들의 흔적을 지우는 청소부라니... 고인들의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지, 정리하며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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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에밀리 보레 지음, 뱅상 그림, 윤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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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

에밀리 보레 글 / 뱅상 그림 / 윤경희 옮김

2024년 저의 새해 목표에는 '그림책을 좀 더 많이 보자'라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좋은 기회에 문학동네 출판사의 뭉끄 2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이 책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그 첫 번째 책이랍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웬일인지 엄마가 슬퍼 보입니다.



아이를 발견한 엄마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보이지만 무슨 일 때문에 울었던걸까요?

그리고 엄마가 곧 듀크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듀크는 조금 아팠었지만 방귀쟁이에 풍성한 털과 걸걸한 아저씨 목소리로 그르렁거리는 우리 가족이 모두 사랑하는 슈퍼 고양이랍니다.

늘 함께하는 우리 가족인 듀크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해줍니다.

그러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의 눈을 보더니 엄마가 당황했는지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갔다고 했다가, 두더지 함정을 통해 땅으로 사라졌다고 했다가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괜히 더 슬펐습니다.

 



듀크의 죽음이 너무 슬프고 무섭기도 해서 사실대로 말하기가 힘들었다고 아이에게 그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데 이후로 오히려 아이가 엄마를 위로해 주네요.

그림체는 뭔가 만화스럽고 유머스러울듯한데 이 가족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게 참 신기했어요.

현실감 없는 만화책 같은 그림들과 감정선을 건드리는 포인트들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요?



이 장면에서는 늘 아들의 배 위에 올라와 그르렁 거리는 우리 집 고양이 코코가 생각났어요.

책에서도 아이는 "엄마 우리 듀크는 여기에 항상 있어. 마음속에 남아서 늘 우리와 함께할 거야."라고 이야기하는듯했습니다.

저도 집사 생활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되었답니다.

냥돌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서인지 너무 마음이 아프고 공감되는 이야기였어요.

처음 레오와 코코를 데려올 때 아이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어요.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표현을 인용했었고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워 늘 우리와 함께할 것 같지만 고양이의 수명은 인간과 다르다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죠.

아들은 상상만으로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다 했지만 그래도 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 책을 읽고 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주었더니 "엄마 너무 슬픈데 나중에 우리 레오, 코코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책을 읽고 나서 상실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바로 마주하고 진심으로 애도하고 위로하며 다독이는 방법들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 짧은 그림책 한 권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가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답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는 그림책이지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책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모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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