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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평점 :
유난히 한국에서 더욱 인기가 많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내가 처음 알게 된 것은 작품 [뇌]를 통해서였다.
뇌라는 소재를 쾌감과 안구를 연결 지어 풀어냈던 그의 천재성에 푹 빠지기 시작해서 여전히 나는 베르베르의 팬인데, 그런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하니 이 책이 무척 궁금해졌다.
[소설가가 되는 비결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다.] p.10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어린 시절 캠프 참여와 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암기력이 좋지 않아 매 순간을 기록하고, 척추염으로 인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니 모든 것을 상상력으로 대체해야 했던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타로카드와 함께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가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영매의 이야기, 노란 테니스공 한 개만 선물로 받기를 원했던 어느 아들의 이야기, 편집부라는 조직 내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작가의 경험과, 그의 개인적인 이혼과 연애 그리고 건강에 관한 이야기도 이 책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괜히 일반화하느라 고생할 필요 없다. 진짜일수록, 실제일수록 더 놀랍고 생생한 법이다.] p.143
이 책의 부제가 [개미의 회고록]이라 할 정도로 개미를 조사하고 몇 번씩 수정해서 그 작품을 썼을지에 대한 기록이 굉장히 자세히 나오는데 나는 아직 그의 대표작으로 더욱 유명한 [개미]를 읽어보지 못했다. 출판사마다 여러 번 퇴짜를 맞고 굉장히 많은 버전이 있을정도로 수십번 고쳐써가며 10년이 넘게 걸린 글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오는 그 과정을 무시하고 나는 쉽게 책을 대하진 않았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가 만난 많은 사람들과 스티븐 킹에게 글쓰기 영향을 받은 이야기, 그리고 전생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베르베르의 이번 생이 112번째 삶이며 그가 전생에 절세미인인 무희였고, 의사였고, 사무라이였으며 궁수의 삶을 살았었다니 그의 모든 삶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지금은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믿보작이 되어버린 그의 많은 작품들이 한 권 한 권씩 늘어나 서재 한편에 자리 잡아가면서 나의 20대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
결혼할 때도 친정에서 가지고 올 정도로 애정 하는 책이 되었으니 찐 사랑 아닐는지...
다 읽고 나니 영매, 전생, 요가, 최면, 동양철학, 인도, 죽음, 환생, 영성, 고양이라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작가라는 직업은 성실과 다양한 경험이 함께 해야 되는 것 같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작품이 나오고 작가가 탄생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그는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이 나이 제한이 없어서 좋다고 말하면서 쓸 힘이 있는 한, 자신의 글을 읽어 줄 독자가 있는 한 평생 글을 쓸 거라고, 다시 태어나도 그럴 생각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에 이 정도 만족감과 행복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멋져보였다.
글의 말미에 베르베르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소설 서른 권 속에 감춰져 있는 노란 테니스 공을 찾아낼 수 있냐고 묻는다.
음... 어렵다.
힌트를 던져 주지만 읽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핑계를 대며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작가에게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앞으로도 쓸 것이 더 많이 남은 저자 베르베르 씨 덕분에 나는 아직도 읽을 작품이 많이 남아 있다.
신작 꿀벌의 예언도 그중 한 작품이고, 아직 읽지 못한 개미도 그렇고 어떻게 된 것이 작가의 쓰는 속도를 독자인 나의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 더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그의 작품들로 인해 즐거울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