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꿀벌의 예언 1 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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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생 18회차라는 여주인공의 환생 로맨스가 주 스토리인 '이번 생도 잘 부탁해'라는 드라마에 한창 빠져있는데, 전생을 다 기억하는 주인공인지라 못하는 게 없는 만화 같은 캐릭터가 내 주말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모르는 게 없고, 모든 언어에 능통할 수 있다면 전생을 기억한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슬픈 일인 걸까?

이 책 [꿀벌의 예언]의 주인공인 전문 최면술사 르네 톨레다노는 관객들을 명상을 통해 과거와 미래의 내 모습과 만나게 해준다.

물론 늘 그렇듯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기 마련인데 갑자기 한 관객에게 30년 뒤의 인위적인 정원에서의 나를 만나는 게 아닌 이 세계의 실제 미래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한 그는 2053년 12월 25일에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간 그녀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충격으로 급작스레 밖으로 뛰쳐나간 그녀로 인해 르네는 우리 돈으로 7,000만원이 넘는 돈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배상금으로 인해 정기적인 수입이 필요해진 주인공은 은사님을 찾아가 일자리를 부탁해 대학의 역사 수업을 시작하고, 알렉상드르 학장과 르네의 인연도 최면을 통해 설명이 된다. 구부러진 시간을 만들어 전생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르네와 알렉상드르는 중세 시대에서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살뱅과 르네의 만남이 두둥~~!!

소설 속 꿀벌과 등검은 말벌의 대결에 관한 이야기나, 슬며시 내민 르네의 선물에 기뻐하는 오델리아의 모습이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연결될지 궁금해졌다. 르네가 발견한 밀랍 속 여왕벌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인가?

장미 향수를 꽃향기로 착각한 투구 속 꿀벌과 한 기사의 처절하고 외로운 사투로 시작된 1권은 3차 세계대전으로 지구의 종말을 맞게 될 예언서의 행방을 쫓아가며 그렇게 마무리된다.

혹여 내가 퇴행 최면이 능수능란해져서 과거나 미래의 나와 만날 수 있다면 나 자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려고 할까?

미래의 내가 나에게 주는 충고가 "운동 좀 해라. 네 몸을 내가 물려받아야 하잖아!"라고 야단친다면 그건 싫으니 지금부터라도 운동을 시작해서 관리라는 것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아~ 이렇게 그릇이 작다.

퇴행 최면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된다 해도 지구나 인류를 구하는 게 아니라 내 건강, 내 몸 하나만 생각하니 말이다.

명상과 최면 과거와 미래, 종교적 갈등과 핵 전쟁, 환경과 지구, 양자역학과 평행세계, 전생과 현생의 인연 등 저자의 과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지식이 이 책 한권에 모두 펼쳐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류의 재앙을 예견하는 무척 무섭고 어두운 내용이지만 사이사이 베르나르 특유의 유머 코드들이 있어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모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다음 권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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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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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한국에서 더욱 인기가 많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내가 처음 알게 된 것은 작품 [뇌]를 통해서였다.

뇌라는 소재를 쾌감과 안구를 연결 지어 풀어냈던 그의 천재성에 푹 빠지기 시작해서 여전히 나는 베르베르의 팬인데, 그런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하니 이 책이 무척 궁금해졌다.


[소설가가 되는 비결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다.] p.10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어린 시절 캠프 참여와 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암기력이 좋지 않아 매 순간을 기록하고, 척추염으로 인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니 모든 것을 상상력으로 대체해야 했던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타로카드와 함께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가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영매의 이야기, 노란 테니스공 한 개만 선물로 받기를 원했던 어느 아들의 이야기, 편집부라는 조직 내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작가의 경험과, 그의 개인적인 이혼과 연애 그리고 건강에 관한 이야기도 이 책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괜히 일반화하느라 고생할 필요 없다. 진짜일수록, 실제일수록 더 놀랍고 생생한 법이다.] p.143


이 책의 부제가 [개미의 회고록]이라 할 정도로 개미를 조사하고 몇 번씩 수정해서 그 작품을 썼을지에 대한 기록이 굉장히 자세히 나오는데 나는 아직 그의 대표작으로 더욱 유명한 [개미]를 읽어보지 못했다. 출판사마다 여러 번 퇴짜를 맞고 굉장히 많은 버전이 있을정도로 수십번 고쳐써가며 10년이 넘게 걸린 글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오는 그 과정을 무시하고 나는 쉽게 책을 대하진 않았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가 만난 많은 사람들과 스티븐 킹에게 글쓰기 영향을 받은 이야기, 그리고 전생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베르베르의 이번 생이 112번째 삶이며 그가 전생에 절세미인인 무희였고, 의사였고, 사무라이였으며 궁수의 삶을 살았었다니 그의 모든 삶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지금은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믿보작이 되어버린 그의 많은 작품들이 한 권 한 권씩 늘어나 서재 한편에 자리 잡아가면서 나의 20대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

결혼할 때도 친정에서 가지고 올 정도로 애정 하는 책이 되었으니 찐 사랑 아닐는지...

다 읽고 나니 영매, 전생, 요가, 최면, 동양철학, 인도, 죽음, 환생, 영성, 고양이라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작가라는 직업은 성실과 다양한 경험이 함께 해야 되는 것 같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작품이 나오고 작가가 탄생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그는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이 나이 제한이 없어서 좋다고 말하면서 쓸 힘이 있는 한, 자신의 글을 읽어 줄 독자가 있는 한 평생 글을 쓸 거라고, 다시 태어나도 그럴 생각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에 이 정도 만족감과 행복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멋져보였다.

글의 말미에 베르베르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소설 서른 권 속에 감춰져 있는 노란 테니스 공을 찾아낼 수 있냐고 묻는다.

음... 어렵다.

힌트를 던져 주지만 읽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핑계를 대며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작가에게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앞으로도 쓸 것이 더 많이 남은 저자 베르베르 씨 덕분에 나는 아직도 읽을 작품이 많이 남아 있다.

신작 꿀벌의 예언도 그중 한 작품이고, 아직 읽지 못한 개미도 그렇고 어떻게 된 것이 작가의 쓰는 속도를 독자인 나의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 더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그의 작품들로 인해 즐거울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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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숲 - 아주 오래된 서가에서 찾아낸 58가지 지혜의 씨앗 10대를 위한 생각의 숲 시리즈
김태완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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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고전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고전하면 뭔가 어렵고 복잡하게 생긴 한자가 먼저 생각나고요. 수염을 길게 기르고 한복 입은 할아버지가 정자세로 앉아서 회초리로 아이들을 혼내는 서당 같은 분위기의 딱딱한 이미지도 함께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쉽게 친해지기 힘들고 섣불리 손 내밀지 못하는 종류 중에 하나였어요.

이 책 고전의 숲에서는 동양 고전 속 옛이야기를 통해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고자 한다고 합니다.

제목이 고전의 숲이어서인지 차례도 첫 번째 숲, 두 번째 숲~ 이런 식으로 되어있어요.

[첫 번째 숲]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에요.

[두 번째 숲] 행복과 불행,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세 번째 숲] 눈앞의 이익만 좇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요.

[네 번째 숲] 흔들리는 건 바람도, 깃발도 아니랍니다.

[다섯 번째 숲]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모여요.

뭔가 차례만 봐도 인생을 배운 느낌이지 않나요? 그래서 아이와 하나하나 골라 읽어보고 이야기 나누기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지혜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우선되니 안 읽어볼 수 없게 되어있더라고요.




첫 번째 숲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뱃전에 금을 새기고 칼을 찾으려고 한 초나라의 어떤 사내 이야기가 있는데요. 한자를 전혀 모르는 저희 아들과 함께 읽었는데 아들이 깔깔거리고 배꼽을 잡고 웃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바보가 어디 있냐고 말이죠.

이런 내용의 사자성어가 각주구검이라고 알려주니 한자에 관심도 가지고 사자성어에 흥미도 가지더라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한문 선생님이 칠판에 한자 쓰고 음과 뜻 알려주고 '자 외워라'라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수학보다 더 싫어하는 과목이 한문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도 한문이 취약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세 번째 숲의 이야기들을 제일 재미있어했는데, 아마도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알고 있거나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주제도 눈앞의 이익만 좇는 어리석음이라서인지 뭔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는 아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했거든요. 한참 책을 읽더니 "엄마 나는 이제 책도 많이 읽고 세상도 멀리 여행하고 넓게 바라봐야 할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뭐 책 한 권에 이 정도만 느꼈으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고전의 숲이라길래 10대를 위한 고전문학에 대한 책일 줄 알고 읽어보려 했었는데요. 저의 무지였지요.

오히려 중간중간 그림도 들어가고, 이야기도 많이 길지 않은 데다, 스토리로 풀어낸 옛이야기들이라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도 너무 즐겁게 읽었답니다. 물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은 폭풍 질문을 해대는 통에 끝없는 티키타카 대화가 오고 갔지만요.

그래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문을 열어 봐, 반짝이는 이야기가 너를 기다리고 있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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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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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방학 숙제인 일기를 쓰고 봐달라고 할 때면 어찌나 재미있는지 한참을 보게 되는데요. 무척 짧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그날의 즐거웠던 일과 또래관계, 서러움과 화가 났던 이유, 잘못을 되새기며 반성하는 자세, 그리고 비밀까지 간결하지만 모두 들어있는 그 글에 푹 빠져 읽게 된답니다. 어릴 때는 몰랐던 그 시선과 마음들이 어른이 되어 바라보니 어찌나 예쁘던지요.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라는 저자의 말이 머릿속에 맴도는 이 책 [어린이의 문장]은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어른들을 위한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따스한 글들이 가득한 에세이집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오랜 시간 근무하며 많은 아이들의 글을 읽고 수정해 주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해온 저자라면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어쩌면 저자는 이 책으로 독자들도 잠시나마 자신의 어린 시절 그 때로 돌아가 행복을 느껴보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자신의 딸과 나눈 대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뭉클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는 나를 얼마나 사랑해?"라고 묻는 딸의 질문에 심장을 빼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한다고 대답했더니 딸이 "그럼 엄마 나 사랑하지 마"라고 했답니다. 자기한테 심장을 빼주고 엄마가 죽어버리면 다 소용없으니 그냥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지요?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모두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어요.

이런 게 바로 어린이의 문장이 아닐까요? 글로 쓰는 문장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문장도 모두 너무 아름답습니다.

어제는 아들 녀석이 1학년 때 쓴 일기장을 꺼내서 읽으며 혼자 킥킥거리며 웃길래 뭐가 그리 재미있냐 물으니 슬쩍 보여줍니다.


나는 주말이 좋다.

학교도 안 가고 받아쓰기도 안해서이다.

오늘은 포켓몬 영화를 보고 왔다. 너무 재미있고 팝콘도 맛있었다.

엄마가 갑자기 받아쓰기 공부를 하자고 했다.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엄마한테 거짓말을 들켰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귀신같다.

뭐 이런 내용들이었는데 자기가 쓴 글들이지만 보면서 그 시절 생각도 나고 웃기다며 '엄마 이 땐 이랬었지? 나 기억나.' 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도 아이의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글로 적혀있는 일기장의 문장들을 보며 내일은 좀 더 칭찬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감정이 메마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일이 훨씬 많았었는데요. 생각하기 나름이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감정도, 마음가짐도 말랑말랑한 마시멜로같이 유연하게 지니고 살아가고 싶어졌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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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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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신과 함께 살아갈 부모들을 면접을 보고 직접 선택한다는 이야기가 읽는 내내 한 아이의 부모인 내 마음을 후벼팠던 책이었던 [페인트]를 읽었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그래서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희영 작가님의 신작[소금 아이]를 집어 들었는데,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건 팅팅 부은 제 두 눈두덩과 시린 가슴, 먹먹하고 미안한 어른의 마음뿐이었어요. 바다 같은 이수와, 선인장 같은 세아의 열일곱 해 짧은 인생이 너무 기구하고 슬퍼 눈물샘이 터져 멈추지 않았거든요.

새벽같이 일어나 6시 30분 첫배를 타고 학교를 가는 이수가 그 섬 솔도에 삽니다.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젓갈처럼 쉬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의 소문에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그 소문이란 녀석의 끈질긴 생명력에 이수는 진저리가 났습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어떤 이유로 기윤이라는 아이가 할머니를 약점 잡아 이수를 수하 부리듯 하는 건지, 왜 사람들은 할머니를 무섭고 소름 끼친다고 하는지 무척 의아해하며 읽었습니다.

쪼그라진 자두 같고, 바람 빠진 풍선인형 같고, 타버린 나무처럼 바스러질 것 같은 할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듯 했고요.

가슴속에 죄인을 가둬놓은 것처럼 평생 그 안에 갇혀 살며 자신의 죄를 스스로 되뇌고, 업을 씻어내듯이 납작 엎드려 마음에 갇혀살았던 할머니가 조금씩 이상해졌습니다. 가끔 멍하니 뭔가를 하나씩 잊어버리기 시작하더니 소금 대신 설탕으로 매운탕 간을 하질 않나, 회칼에 손을 베이질 않나, 갑자기 달라지는 할머니가 이수는 불안합니다.

할머니와 이수는 악연이고 인연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슬픈 인연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인연인 세아와의 만남이 있었는데요. 같은 반 전학생이었던 세아는 소문이 무성한 친구였습니다. 1년을 꿇고 들어와 나이가 더 많다거나, 큰 사건을 저질렀다거나,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세아에게 아무도 함부로 말을 걸 순 없었습니다.

타인에게 별 관심 없는 이수만 편하게 반말로 말을 걸었고 그런 이수에게 '왜 너는 나한테 반말하냐'라고 묻는 세아의 질문에 '같은 반이니까'라고 답하는 이수의 심플함과 세아의 웃음이 좋았습니다.

한 통의 전화에 달려 나와주고, 자신이 배가 고파서라며 밥을 함께 먹어주고, 학교가 아니라서 존댓말을 쓴다는 이수의 대답에 동갑이라는 비밀 아닌 비밀을 밝히는 세아가 고마웠고요.

막대사탕을 피우고 과일 맛 탄산음료에 취하는 세아의 사연도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샀는데 막상 아니다 싶으면 반품하잖아. 인생도 반품하고 싶을 때가 있겠지. 나는 엄마

아빠 이해해. 이왕이면 구매에 좀 신중하지. 그럼 괜한 헛수고 안 했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들이 얼음처럼 이수의 가슴을 차갑게 건드렸다. P.156

이수는 문득 인간을 떠올렸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를.... P.192

왜 아이들이 이렇게 아파야만 하는 걸까요?

깨끗한 아이라는 뜻의 세아의 이름과 단지 수요일에 출생신고를 해서 요일이 이름이 되어버린 이수의 이름. 그리고 할머니의 이름인 박순자와 정우 아줌마의 이름인 최미선. 아이들이 태어나면 평생 불릴 이름을 부모들은 무척 신중하게 그리고 행복한 고민을 하며 지어주게 되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소금 아이에서도 이름에 꽂혀서 읽게 되더라고요.

선인장에 물 주러 오는 것처럼 잦은 부모의 부재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된 아이들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을 텐데 겉으로는 상처받지 않은 듯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표정이 많지 않은 이수가 타인들의 미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슬펐습니다. 편안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 미소, 기분 좋은 미소, 많은 종류의 미소들이 있지만 이수는 그렇게 편히 미소 지으며 살 수 없었으니까요.

아이들의 아픔은 어른들의 무책임에서 오게 되잖아요. 아이들이 많이 웃고, 더 편히 미소 짓고,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좋은 어른들이 더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아이의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편히 기댈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잔잔하게 스며들고 따스하게 손 내밀며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더 살 만해지지 않을까요? 아이들도 그렇게 자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어른들도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말이죠. 페인트도 그랬지만 이 책 [소금 아이] 역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하는 도서로 꼭 추천합니다.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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