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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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즈음 '냉정과 열정 사이'에 빠져 [Whole Nine Yards]만 듣고, 에쿠니 가오리 책을 수집하고, 다케노우치 유타카와 준세이를 동일시하면서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가면 준세이가 서있을 거라 상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같은 여자였지만 아오이보다 준세이의 감정에 더 이입하면서 책을 읽고 후에 영화를 보며 더 좋아했던 작품이라 블루를 집필했던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이번엔 아버지로서 에세이 한 권을 들고 돌아왔다고 하길래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연 없는 집이 없다는 말처럼 저자도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을 터...

그와 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여자만 사는 집과 남자만 사는 집은 분위기 자체가 다르지 않을까? 뭔가 대화도 없고 삭막함이 넘실댈 것 같은 그림이 머릿속에 먼저 그려지는 건 내 편견이었던 걸까?


책 속에는 아들이 열네 살이 되던 해부터 열여덟 살이 되는 해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아들과 그 시간들을 함께 하며 싫었던 일보다 좋았던 일만 기억하며 흘러간 세월들이 기록되어 있다. 둘만의 생일, 둘만의 크리스마스, 둘만의 여행, 둘만의 고민, 둘만의 추억들이 일기처럼 담겨있는 것이다.

저자와 아들의 에피소드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아들이 열여섯 살 무렵 가족이란 게 무엇이냐고 묻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소중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 다양한 형태의 가족, 고향 같은 것, 그리고 아빠가 하는 요리인 달걀말이와 된장국 같은 것이라 예를 들며 아들에게 설명해 주는데 아빠의 설명을 듣고 수긍하며 대답하는 아들의 말이 너무 기억에 남았다.

"가족이란 차츰차츰 만들어져 가는 거잖아? 말로 하지 않아도 고마워하는 관계인 거지.

'잘 먹겠습니다.' 라든가 '고마워'라든가 '잘 자.' 라든가 '다녀왔습니다.'라든가 '다녀왔습니다.'라든가 '다녀올게요.'라고 일상적인 말만 해도." p.237

가족의 변화는 두 부자의 몸과 마음에 생채기를 냈지만 새로운 다짐을 하게 만들었고 관계의 변화도 가져왔다.

아들을 위해 요리를 시작하고, 매일 도시락을 싸주고, 기타를 함께 연주하고, 여행을 다니며 둘만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노력하는 아빠의 마음 씀이 아들에게도 통한 것이 아니겠는가.



부모와 자식이라면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행복한 시간이, 적군보다 더 으르렁대며 미워하고 전쟁 같은 시간을, 그리고 분명 후회와 눈물로 보내는 시기가 분명히 있을 터인데 말이다.

나 또한 부모와 그러했고, 아들과도 그런 시간들을 보내게 될 테니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가 아들과 보낸 시간들처럼 그렇게 노력할 수 있을까, 한발 자욱 뒤로 물러서 아들을 바라봐 줄 수 있을까, 무조건적으로 아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 주는 부모가 되어줄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했다.

10여 년 후 우리 가족도 아들을 독립시키고 떠나보내야 할 그 시간이 오면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그 녀석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쿨하게 보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주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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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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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학생,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들, 특수교사와 학부모와의 사건 등 요즘 뉴스며, 신문이며 한창 시끄러웠습니다. 예전부터 계속되는 문제들이었지만 곪았던 게 이제서야 터진 거라고 생각해요.

여름이라 딱 어울리겠다 싶어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을 골랐는데 맞아떨어진 건지 주인공이 중학교 교사에 두 자녀의 아버지더라고요. 이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책을 고른 저의 안목이라 생각해도 되겠지요?(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 초반부 읽어나가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고구마 백만 개 먹다 체해서, 열 손가락 다 따고, 매실청까지 마셨는데도 체한 게 안 내려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주인공인 '호카리 신이치'가 우리 아빠, 우리 학교의 선생님, 내 남편이었다면,... 상상하면서 감정이입하며 읽다가 답답증에 죽을뻔했단 말이지요. (물론 후반부엔 달라집니다 ^^)

드라마나 영화보다 무서운 게 현실이라지만 이런 상황을 글로 써진 책으로 보는 것만도 끔찍한데 같은 상황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건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너무 소름 끼치는 일일 그래도 현실을 직시해야겠지요?

저는 어렵게 학교폭력에 대해 상담을 청했을 학생의 고민을 그가 흘려듣는 것처럼 보였어요. 괴롭힘을 당하고 힘든 학생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내가 곤란해지면 안 되는 철저한 중간관리자인 교사로서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며 얼른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요? 일이 커지면 위에서 쪼아 될 테니까 어서 수습하고 학생을 돌려보내려고 하는 어른의 모습이 보여 순간 제 얼굴이 달아올랐답니다.



 


일하던 그에게 딸의 자살 시도 소식이 전해지고 충격을 받은 그는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는데요.

다른 이유도 아닌 학교 내 괴롭힘이 이유인 것 같다는 설명과, 부모라면 자식의 원수를 갚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소리치는 아들의 원망을 들을 때 그의 감정이 어떠했을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부정당한 교육 이론, 경멸당한 직업윤리 등 그가 중시하고 지켜가고자 했던 것들이 모두 쓸모없는 게 되어버린 현실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과연 그는 바로 보고 선택할 수 있을까요?

유카의 투신 사건은 당일 매스컴에 바로 보도가 되었고, 엄마들의 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가족의 개인정보는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런 소문은 정말 사람들의 관심에 쉽게 노출되고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리죠. 유카의 담임을 찾아간 호카리가 같은 교사이니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듯 자신을 힐끔거리는 그의 눈빛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눌러내야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지 않았을까요? 사건 후 유카는 슌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는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급니다.

"사람의 소문도 76일이야. TV 보도가 줄어들면 다들 잊어버릴 거야." p.142

괜히 '욱'하는 마음에 방송국과 거래를 해 가해자의 정보를 얻어내지만 상처를 받는 건 유카의 가족도 마찬가지인데다가, 겨우 일상으로 한 걸음씩 돌아가나 싶었는데 또 다른 사건이 가족을 덮쳐옵니다.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가족들의 숨겨져 있던 모습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서로를 가시처럼 찌르게 됩니다.

학교 폭력을 발단으로 서서히 무너져가는 주인공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가족과, 사회의 모습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고, 어제까지는 피해자였는데 오늘은 가해자가 되어버린 그들이 내 가족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작가 특유의 장점인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잘 묘사되어 있어 푹 빠져 공감하며 읽어서인지 다 읽은 후에도 입안이 돌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까슬거렸습니다. 개인으로 인해 가족이, 가족으로 인해 사회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저에게는 충분히 전달된 것이겠지요.

교사로서,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누구든 읽어보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반전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의미심장한 추리소설 나카야마 시치리의 [가시의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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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지대넓얕 7 : 보수 VS 진보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생각을 넓혀 주는 어린이 교양 도서
채사장.마케마케 지음, 정용환 그림 / 돌핀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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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권까지 재미있게 읽었는데 벌써 7권이 나왔더라고요!!

이래서 잠깐이라도 손을 놓으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관심을 끊을 수가 없단 말이죠!!

5,6권도 읽어야 하지만 신간 우선이기에 7권 먼저 들고 읽기로 했지요. 게다가 진보와 보수라니 이거 너무 흥미진진한 주제인데다가 어떻게, 얼마나 재미있게 설명을 해놓았을지 펼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오래된 친구인 알파와 채의 이야기로 프롤로그가 시작돼요.

알파가 채를 위한 선물로 지식카페를 준비하고, 정치란 무엇인지 진보와 보수가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들 그렇게 싸우는지 홀로 앉아 고민 중인 오메가에게 그 지식카페를 소개해 줍니다. 오메가를 맞이한 채는 그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쉬운 말로 설명해 주려고 노력하게 되고, 카페 뒷문을 통해 90년대 한국으로 가서 지식 체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첫 번째 체험이 금융위기 시절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소비를 감당하지 못한 한국의 모습이 나오는데요. 그 시절을 살아왔던 사람인지라 저는 무척 공감이 되었답니다.

절제의 문제라느니, 정부와 개인의 책임이라느니 말이 참 많은 시절이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으로 다른 입장으로 이야기를 하는 매체들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가진 신문사들...

안정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보수와 새로움과 변화를 좋아하는 진보, 그리고 중립의 입장을 쉽게 풀어 설명해 주니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을 가질 때 조금 더 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책의 사이사이 미로 찾기와 낱말 풀이와 같은 게임이나, 생각을 적어보는 페이지들도 있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어있어요.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내가 정치인이 된다면?이라는 질문이 나오는데요. 저희 아들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요즘 뉴스에서도 극단적인 소식들만 계속 나와서 나라가 너무 무섭다는 생각만 들잖아요. 아이가 보기에도 그런지 아이들이 혼자 밖에 다니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데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그런 사회를 보여주지 못했단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지기도 했고요.



분명 어린이를 위한 교양도서라고 했는데 저는 왜 아들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책인지 모르겠어요.

책 속에 부록으로 게임 판이 들어있어서 항상 아들과 게임을 함께 해보는데 저희 아들은 그 시간을 너무 좋아합니다.

제가 먼저 책을 읽어야 설명을 잘 해줄 수 있어서 아들과 대화가 끊이지 않게 해주는 효자템 책 중 하나라서, 다음 권은 어떤 이야기일지 벌써 기다려지는 지대넓얕 시리즈였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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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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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집단 실종과 기후 위기에 관련한 글을 본 후 접한 저자의 신간 소식은 저를 들뜨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점점 사라지는 꿀벌이 많아진다니 우리 아이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지구는 어떻게 변하는 걸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요.

그래서 소설로 미래를 그려본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꿀벌의 예언]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는데 제가 상상하는 미래보다 더 끔찍하더라고요. 제 상상력은 아기 수준이었다는 걸 깨달아버렸다고나 할까요?

천재 이야기꾼답게 '최면'으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상상력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는데요.

중세 시대의 나에게 예언서를 만들게 하고, 미래의 나에게 조언을 구하며 지구의 종말을 막고 인류를 구하려는 주인공들의 모험이 흥미진진했습니다. 르네가 본 미래는 2053년까진데, 예언서에는 2101년까지의 미래가 적혀있었는데요. 예언서를 둘러싼 기사단들의 대립과 예언서의 행방, 보호를 위한 과정에는 어떤 사건들이 있었던 것인지 파헤쳐 나가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게 된답니다.

명상과 최면, 과거와 미래, 종교적 갈등과 핵 전쟁, 환경과 지구, 양자역학과 평행세계, 전생과 현생의 인연 등 저자의 과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지식이 이 책 한 권에 모두 펼쳐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류의 재앙을 예견하는 무섭고 어두운 내용에, 75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께의 책이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소설처럼 예언서를 미리 보고 대비한다면 두렵지는 않겠지만, 모르고 사는 지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실천하며 노력하면서 살아간다면 미래를 바꾸는 인간들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 덕분에 기후 위기와 식량난, 그리고 인류 멸망의 신호를 꿀벌이라는 개체와 연결 지어 환경문제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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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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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방문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어떤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업은 소설로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속 미래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그려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미래기도 하다.

왜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그림들은 어린 시절 도화지에서밖에 그려지지 않는 것인지... 암울한 미래의 위기를 막고자 하는 르네와 알렉상드르의 모험은 2권에서도 계속된다.

두 사람은 경쟁하듯 역행 최면을 통해 살뱅과 가스파르를 만나 역사를 옮겨 적게 하고, 살뱅은 시간 순서로 가스파르는 주제별로 접근해서 글을 서술하는데 과연 누구의 예언서가 선택받게 될 것인가? 변질되지 않은 꿀로 인해 여왕벌을 소생시키고 슈퍼 꿀벌의 탄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오델리아의 흥분된 이야기에 모두들 희망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살뱅의 죽음과 르네의 또 다른 전생 열일곱 살 에브라르로의 여행,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오게 될지...

게다가 르네가 본 미래는 2053년까진데 어째서 예언서에는 2101년까지의 미래가 적혀있는 것인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궁금해진 르네는 다시 전생 여행을 시작하고 그 예언서를 둘러싼 기사단들의 대립과 예언서의 행방, 보호를 위한 과정에는 어떤 사건들이 있었던 것인지 파헤쳐 나가게 된다.

살뱅은 르네를 수호천사로 받아들이지만 에브라르는 르네를 악마의 소리로 취급하며 거부하게 되는데, 같은 영혼의 전생이라곤 하나 살뱅과 에브라르는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이었으니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는 것을 살뱅이 놓친 부분이었다. 한편 르네가 퇴행 최면을 위해 매번 찾는 장소가 화장실 변기 위라는 설정 같은 부분들이 무척 재미있는데, 역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최고의 환경은 좁은 화장실의 변기 위라는 건 만국 공통인가 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알렉상드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에 개인적으로 푹 빠져 읽었었는데,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뜨거운 열정과 실행력을 가진 그가 르네에게 강의를 내준 방법이나, 갑작스레 비행기 표를 끊어 타지로 떠난다거나, 잠금장치를 장도리로 부셔서 무작정 들어가는 뭔가 무대포 같고 거침없는 결단력에서 중년의 섹시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자신의 학생이었던 르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배우려 하는 자세가 진짜 어른처럼 보여서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반대로 그에게 이겨먹으려던 르네가 어리고, 찌질하게 느껴지고, 철없어 보이기도 했던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감상이었다는 것...

책의 마지막에 그려진 인간의 미래 모습을 읽고 나서 느낀 허무함에 한동안 멍해졌었는데, 솔직히 뭐가 맞는지 누가 알 수 있을 것이며, 균형이 필요하다지만 올바른 균형의 기준을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소설을 다 읽은 후 마블의 캐릭터인 타노스가 떠오르면서, 영화 속 그가 오랜 숙원사업을 실행하며 얻어낸 절반의 인구감소로 정말 행복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찌 되었든 성실하게 글을 써서 매년 책을 내주는 작가님 덕분에 작년 여름은 고양이, 올여름은 꿀벌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고, 내 손에 예언서가 들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지식인 그룹에 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인간 중 한 명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만 하기보다는 미리 대비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은 [꿀벌의 예언] 임을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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