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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 시인이 관찰한 대자연의 경이로운 일상
니나 버튼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평점 :
[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
니나 버튼 지음 / 김희정 옮김
어제저녁 아빠와 산책을 나갔던 아들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와서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찾아댑니다
"엄마 나 너무 무서워서 얼른 들어왔어."라길래 왜냐고 물었더니 "그게 메뚜기를 봤는데, 그게 완전 펄쩍 뛰면서 나한테 왔어. 너무 무서워서 막 뛰어서 집에 들어온 거야."라고 하는 말이 너무 귀엽더라고요.
제가 어린 시절엔 메뚜기, 귀뚜라미, 사마귀, 벌, 나비, 땅강아지, 돈벌레, 청개구리 정도는 그냥 집 밖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잠자리나 나비도 흔하게 보기는 쉽지 않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보지 않으니 더욱 무섭게 느껴졌을 테고 아들 녀석도 메뚜기가 자기에게 엄청난 해를 끼칠 벌레처럼 느껴졌나 보더라고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환경이 개발되면서 어느 순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던 것들도 사라지고 있었음을 문득 느끼게 되는데요.
이 책은 그런 숨 쉬는 모든 것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에세이 형식의 책이에요.
작가 니나 버튼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작은 부분들, 예를 들어 나무, 꽃, 동물, 곤충 등을 관찰하며 교감하고 우리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평생 놓치고 살 수밖에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재발견하고 글로 적었습니다.
산책 중에 만난 작은 꽃이나 나무, 돌멩이 하나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는데요. 어찌 보면 인간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작고 하찮은 인간은 그것을 잊고 살아가잖아요. 그래서 그녀의 뛰어난 관찰력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저는 계속 놀라며 책을 읽었답니다.
벌과 꽃의 상호의존성이나, 산호초와 삼엽충의 이야기, 나무들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강인함, 회복력을 보여주고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연결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요.
인간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이야기하면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의 중요성도 강조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 자연의 치유력을 믿게 하는 힘이 있는듯했어요.
제가 살았던 어린 시절과 다름이 느껴지니 나이가 들면 자연과 환경에 더 관심이 생기고, 평생 쳐다보지도 않던 식물을 키우는 취미생활도 갖게 되는 걸까요? 어느 순간 책을 읽으면서 벌이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꽃과 나무, 숲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귀하고 또 귀합니다.
늘 생각을 하지만 행동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것들이 결국 우리 삶의 큰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되거든요.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가지게 되고 뭔가 제가 자연과 조금 더 친해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해줘요.
어떤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변화가 시작되는 일이라 생각해요.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되면 더없이 좋겠지요?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작은 부분들도 놓치지 않은 작가의 깊은 관찰과 성찰이 인상적인 책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안부를 묻다]는 제게 새로운 접근 방식의 위로를 주는 책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