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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날에는, 엄마
김선하 지음 / 다연 / 2023년 4월
평점 :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광주 토박이인 내가 울산까지 와서 살게 될 줄 어찌 알았을까?
결혼 후에도 직장 때문에 반년 정도 친정에서 지냈는데 모든 걸 정리하고 울산으로 오던 날 엄마와 헤어지며 그렇게 서럽게 울었더랬다.
남편이 납치범인 것처럼... 엉엉 말이다.
엄마가 없는 내 삶은 상상도 안 하고 살았는데,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예상한 이별이었지만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 내 눈에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된 날이 엄마와 헤어진 날이었다.
올해 2월 "네가 아들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로 늘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의외로 담담하게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던 엄마의 모습이 왜인지 눈앞에 선하다.
'그러게 딸한테 잘하지'라며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엄마에게 용돈이랑 금붙이를 쥐여주더라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하는 엄마의 얼굴엔 이제 세상에 부모가 남아있지 않은 자식의 허망함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아들밖에 없는 내게도 딸 하나 더 낳으라며 나중에는 엄마 챙기는 건 딸밖에 없다면서 아쉬워하던 엄마의 잔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터..
나도 엄마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 앞에 선 막내둥이로 어리광을 부리면서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지냈는데 이 책을 펼친 순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엄마가 죽었대'
라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엄마가 돌아가신 뒤의 슬픈 감정에 빠져있기보단 닥쳐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저자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슬픔에 빠져 엄마를 그리워할 틈이 없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지만 어느 날 문득, 외롭거나, 눈물이 나는 날에는 늘 그렇듯 엄마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는 저자의 글이 누구보다 공감되었던 건 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너무 와닿아서가 아니었을까?
많은 일에 치여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날도 퇴근 즈음에 엄마가 해주는 따스한 집밥과 온기가 떠오르는 건 엄마품이 그리운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막내둥이가 어른이 된 내 마음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자리 잡고 있어서일 것이다.
엄마랑 함께한 여행, 엄마랑 같이 먹었던 맛있는 음식, 엄마가 해주던 잔소리, 엄마가 속상해하던 모습, 엄마가 '꼭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라고 퍼붓던 악담까지 그리워지는 시간이 올 거라 그때는 알았을까?
구정에 다녀왔으니 고작 3개월 만인데도 무척 오랜만인듯한 기분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주말에 친정에 다녀왔다.
다 큰 딸 뭐가 걱정인지 비 내리는 늦은 밤 도착하는 나와 손주가 걱정된다며 터미널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온 엄마의 어깨가 무척 작아 보여 입이 썼다. 손주의 가방이 무겁다며 자신이 매려는 걸 오히려 말리는 손주의 등쌀에 힘없이 가방을 뺏기는 엄마가 안타깝기도 하고 듬직한 우리 아들의 행동이 고맙기도 하는 내 마음의 갈피를 잡기가 힘든 밤이었다.
엄마에게 필요한 거 없냐 물으며 커피믹스나 생필품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주는 것밖에 해줄 수 없는데도 마냥 고마워하시며 우리 딸 돈 많이 쓴다고 걱정하신다. 별 걱정을 다한다며 민망함에 괜히 짜증 한 번 더 내고야 마는 못된 딸이지만 돌아올 때도 매실이며, 반찬에 기름까지 잔뜩 싸주려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를 잃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늘 있을 때 잘하자 되뇌며 살면서도 맘 같지 않아 속상한데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글도 삽화도 너무 예쁘고 읽는 순간마다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을 훔쳐내며 읽어야 하는 책이라서, 가정의 달인 5월 꼭 한 번씩 읽어보며 가족을 돌아볼 수 있길 바라 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