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개정판
나태주 지음, 나민애 엮음, 윤문영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가 어린 시절 자녀에게 직접 동시를 지어 들려주고 사랑을 듬뿍 준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 같고, 사랑을 듬뿍 받는 기분이 들것 같고, 그만큼 내가 소중하게 여겨질 것 같고, 사랑이라는 무형의 감정이 뜨끈뜨끈 호빵처럼, 보드라운 강아지의 털을 쓰다듬는 것처럼 바로 느껴졌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나태주 시인님의 동시집입니다.

동시를 엮은 이는 시인의 딸인 나민애 교수고요, 중간중간 동시에서 '민애'라는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 민애가 바로 딸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딸인 나민애 교수는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마음이 큰 어른이 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어준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을 것 같아요.

동시를 읽어보면 다들 느끼시겠지만 뭔가 예뻐 보이고 싶은 말들로 꾸며지지 않은 글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담백하고, 담담하게 말하듯이 쓴 동시라서 더 가슴팍에 쑥~ 하고 꽂히기도 하고, 잔잔하게 스며들기도 하는 그런 동시였어요,

그래서인지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뭔가 제가 사랑받는 기분이 드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집이었답니다.




아이들에게는 보는 것, 경험하는 모든 것이 교육이라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 아름답게 보는 시선을 알려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교육이 될까요?

그래서인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교육자였던 나태주 시인님은 동시 속에서 길가의 제비꽃도, 봄에 나온 개구리도, 시장에 흔하게 파는 귤 한 바구니도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눈이 작은 아기의 미소도, 구시렁거리는 아내와의 대화도, 외할머니의 기다림도 너무나 소중하다고 말해줍니다. 누가 볼까 삐뚤삐뚤 귀여운 낙서도, 아이들과의 약속도 모두 즐겁고 말이죠.

저는 언제부터 순수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시인님은 여든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해 부럽기도 하고 배우고 싶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가끔 아들과 함께 동시를 써보는 활동을 해볼까 해요. 어렵게 생각하면 시작도 못할 듯하니 떠오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보이는 대로 아이와 끄적이듯 적어가며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걸 목표로 하면서 말이죠.

오늘도 아름다운 세상을 살았구나 생각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것만으로 목표를 이룬 것이 될 테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촉법소년, 살인해도 될까요? - 경계에 선 소년법 십대톡톡 1
김성호 지음, 고고핑크 그림, 허승 감수 / 천개의바람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봄 즈음에 한참 빠져보았던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의 이야기였는데 저는 그 드라마에 나오는 청소년들의 스토리에 많이 빠져들어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해서 공감도 가고, 마음이 무겁기도 했던 작품이었는데 그때부터 촉법소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뉴스에 청소년 문제가 보도되며 비행청소년들이 소년법을 역이용한다는 사실을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될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데요. 내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며 다른 이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다 똑같은 부모들의 마음이 아닐까요?

촉(觸) 법(法) 소(少) 년(年)

범행 당시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으로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자

책 속엔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있었습니다. 법의 역사와 소년법, 그들의 처벌에 관한 이야기와 처벌의 단계 그리고 왜 14세인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미성년자들을 처벌하고 법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었어요.

읽다가 울컥해서 '우리도 미국처럼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 거 아니야? 범죄에 나이가 어디 있어?'라고 생각했다가 '아니야 넬슨 만델라의 가르침처럼 복수는 어리석은 것이니 관용을 베풀어 용서해야 해'라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혼자 정신을 못 차렸어요.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난 후 더 생각이 많아지고 어려워졌는데, 이건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는 미궁 속에 빠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회복적 정의, 용서와 관대함, 따뜻한 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피해자의 입장을 무시하지도 못하겠더라고요.

피해자들의 두려움과 억울함에 잠 못 이루는 밤, 그들의 억장이 무너질 것만 같은 가슴속 먹먹하고 짓눌리는 듯한 무게감을 감히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을까요?

절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러 놓고도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가해자들의 태도와, 그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것도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요.

물론 그게 잘못인지도 모르고 저지른 어린아이들의 가벼운 죄는 어른들이 용서하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봐 주고 올바르게 지도해 주는 게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법을 악용하려는 영악한 친구들에게는 강한 가르침도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어른들이 지금보다 더더욱 많이 생겨나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삐뚤어지지 않게 잘 이끌어 준다면 비행청소년이나 범죄소년, 우범소년이라는 단어들을 쓸 일도 지금보다는 줄어들지 않을까요?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원 송치, 사회봉사 등의 보호 처분을 받게 되는 촉법소년의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피해자들의 고통도 늘고 있기 때문에 촉법소년에 대한 법률 개정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지요. 촉법소년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형사책임연령을 낮추거나, 촉법소년에게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고요.

이러한 사안들은 매우 복잡한 문제인데다가, 촉법소년의 범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촉법소년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촉법소년에 대한 개정 논의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어른들의 관심이 꾸준히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 숙제 왕! : 문화재편 - 이 문화재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 숙제 왕!
김지연 지음, 양송이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주 전쯤 아이의 사회 과목에서 우리 지역 문화재를 조사해오라는 과제를 함께 한 적이 있어요. 문화재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지역의 십이지상 사리탑을 인터넷으로 찾아 조사해서 과제물을 완성했는데요. 아이가 의외로 모르는 뜻을 가진 단어들도 많았고, 무엇인지 알 듯하지만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들도 많더라고요.

문화재의 의미, 종류 등에 대해서도 그렇고 보물과 기념물, 문화재의 차이에 대해서도 어리둥절해 하길래 처음부터 차근차근 함께 공부해야 했답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초등 숙제 왕! 이 문화재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 제목을 너무 잘 지은 듯해요.

제목만 보고서도 저와 아이에게 딱 필요한 책이다 싶었거든요. 나라별, 목적별, 시대별로 골고루 뽑아 문화재를 소개했다 하니 차근차근 아이와 읽어보기 시작했답니다.


시작은 우리나라의 문화재 10종이 소개되는데요.

궁, 탑, 성, 유적, 왕릉. 마을 등 다양하게 소개해 주는 데다 그 이후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세계의 다양한 문화재들에 대한 소개도 함께 있어 정말 많은 문화재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답니다.




아이와 함께한 경주 여행에서 보았던 왕릉과 경주 역사 유적지구, 그리고 석굴암과 불국사에 대한 내용이 책에 나오자 아들이 과 흥분상태가 되어 설명해 주는데 역시 경험을 이길 수는 없더라고요. 그리고 직접 보지 못한 세계의 많은 문화재들을 여행을 가서 직접 보아야겠다며 큰 포부를 다지는 아이의 모습에 괜히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타지마할과 마추픽추는 꼭 가봐야 한다면서 저금통 깨면 안 되냐 묻는데 한참을 더 모으라고 다독여줘야 했답니다.

한 종류의 문화재를 두 페이지에 사진과 설명을 넣다 보니 디테일한 내용들이 들어가 있지는 않아요. 많은 종류를 한 권으로 볼 수 있으니 정말 숙제를 하고자 할 때는 이 책에서 보고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할 듯합니다. 그렇지만 문화재에 대한 간단한 이해와 종류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가 가능하고, 흥미를 이끌어내기에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특히나 맨 뒷장에 부록으로 들어있는 문화재 카드는 너무 유용해요!!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드려요!!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6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에게선 모든 것이 시가 되었습니다.

시계, 꽃, 옷, 새, 사랑, 신, 바람, 슬픔, 고통, 기쁨, 조약돌, 별과 달, 수선화, 보닛, 시냇물....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었어요.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껴지는 것이라면 그녀의 언어로 바뀌어 시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그녀의 시를 보면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다고 느껴지는데 어떻게 사람을 만나지 않고,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1830년부터 1886년까지 살았던 미국 시인으로, 그녀는 평생을 한 지역에서만 머물며 비교적 은둔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 문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디킨슨의 문학적 능력은 그녀의 독특한 스타일, 구두점과 구문의 파격적인 사용, 그리고 죽음, 사랑, 자연, 그리고 인간 조건과 같은 주제에 대한 그녀의 심오한 탐구로 특징지어지고 간결한 언어로 도 유명합니다.

그녀는 종종 시 안에서 독특한 리듬과 강조점을 만들기 위해 파격적인 대문자를 사용했고, 그녀의 시는 인간의 정신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이야기하면서도, 내성적이고 매우 개인적인 성격으로 특징지어져 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읽고 있지만 그녀의 생각을 다 알 수 없는 시들도 많았답니다.

일생 동안, 디킨슨은 소수의 시들만 익명으로 출판했고, 그녀의 많은 다른 작품들은 거의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죽은 후 여동생이 그녀가 쓴 수백 편의 시를 발견하고 출판하게 되어 디킨슨의 특별한 재능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지요.





책 속에 실린 많은 시들은, 간결하고,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절들을 통해 복잡한 감정과 심오한 철학적 통찰력을 전달하는 디킨슨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의 시들은 서정적인 아름다움, 예리한 관찰, 그리고 인간의 경험에 대한 탐구로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을 계속해서 사로잡고 있는데요. 많은 삶의 경험을 하고, 복잡한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이들이 그녀의 시를 더 많이,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폭넓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시를 읽으며 다양한 의미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사랑과 죽음, 영원함, 자연과 인간, 그리고 '나'라는 주제들에 대한 그녀의 시각은, 그녀의 시를 다양한 의미를 가진 글로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그녀의 모든 시에서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녀의 작품 전체에서 발견될 수 있는 몇 가지 반복적인 주제와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정도는 조금씩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 삶의 덧없는 본성, 죽음 너머의 신비를 탐구하고, 자연 속 아름다움과 연약함, 생명력에 대하여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녀의 시들은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나 자신의 정체성, 인간의 고독과 종교적 믿음 등에 대한 주제도 종종 비치는데요.

제 스타일대로, 제 느낌대로 시를 해석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찾아가며 읽는 것도 즐거웠답니다.

읽는 이에 따라 해석과 감동이 다르다는 점이 바로 시를 읽는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해석으로 다가오는 디킨슨의 시는 그래서 더 신비롭고 독특함까지 더해져 그 매력이 배가 될 테니 꼭 한 번씩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나만 되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 읽으라는 책으로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추천해 준 글을 보았습니다. 책은 또 다른 책을 부르는 법이잖아요!

무슨 내용이길래 그런가 궁금하기도 했고 얼핏 본 줄거리가 흥미를 끌기도 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가 드디어 읽어보았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더군요. 이럴 때 괜히 뿌듯하고 행복하고 그런 거 아시죠??

그래서 오늘은 이 책 [다섯째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혼전 성관계나 마약은 끔찍하게 생각하는데다, 정상적이고 고전적인 결혼생활만을 꿈꾸는 남녀가 만나 이상적인 가정을 꾸려나가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 남녀가 바로 데이비드와 해리엇이었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에 핵가족은 있을 수 없기에 아이들도 많이 낳기로 합니다.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며, 어느덧 4명의 자녀를 두게 된답니다. 뭐 해리엇이 살짝 지쳐 보이긴 했지만 그만 낳으라는 친정엄마 도로시의 조언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지요. 그러다 해리엇은 또다시 다섯 번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요, 평소와 다른 뱃속의 아기에게 이질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태어난 아기에게 '벤'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주고 키우게 된답니다.

뭐랄까, 벤은 다른 아이들과는 매우 달랐는데요. 인간보다는 좀 더 동물적인 감각으로 배우고 생각한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그는 매우 폭력적이어서 가족들과 지인들은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부부가 꿈꾸고 지켜가고자 했던 이상적인 가정이 다섯째 아이인 '벤'이 태어나고 자람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 가기 시작한 거지요.

이 책은 1988년에 출판된 소설로 가족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강렬하고 도전적인 작품이라 여겨지는데요.

다섯째 아이인 벤을 작가는 매우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그는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사랑과 증오를 모두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때로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잔인하며, 이해할 수 있을듯 했다가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도리스 레싱은 또한 벤을 둘러싼 가족의 반응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했는데요. 가족들은 '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를 두려워하고 배척하게 됩니다.

읽는 내내 '벤'은 장애를 가진 아이일까? 정말 외계에서 온 아이일까? 아예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을까? 온갖 생각을 다하며 읽었답니다.





특히 그 누구보다 엄마인 해리엇의 사랑과 증오를 포함한 모든 감정들에 대한 묘사가 저는 무척 강력하게 와닿았어요.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어떤 캐릭터보다 어머니인 해리엇에게 빠져들어 읽게 되더라고요.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벤에 대한 인식과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해리엇에 공감되기도 했고요.

초기 다섯 째 임신으로 가족에게 새로운 기쁨과 완성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으며 흥분하는 그녀의 꿈꾸는듯한 기대감은 '벤'이 태어남과 동시에 그의 흉측한 외모를 보고 실망과 혐오감으로 바뀌고 그래도 엄마이기에 본능적으로 주변의 비판으로부터 벤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자랄수록 폭력적인 벤의 행동에 두려움과, 교육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되죠. 시간이 지나며 남편과의 관계도 멀어지게 되고요.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의 반응도 모두 제각각이겠겠지요?

작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답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죠. 가족이 어떻게 변하고,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그리고 부모가 어떻게 자녀에게 기대하고 키우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들고 말이죠.

어머니인 해리엇이 벤에게 느끼는 감정은 소설 내내 해결되지 않는 갈등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녀를 이해하는 것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겠지요.





저는 이제 도리스 레싱의 또 다른 책 [19호실로 가다]를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녀의 단편선인데요. 저도 몰랐는데 제 서가에 이 책이 있었더라고요. 신묘한 서재라 파헤칠수록 저도 모르는 책들이 자꾸 나온다는요~

책은 사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제 지론이 이럴 때는 찰떡같이 먹혀들어가는 듯합니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두께이기에 더욱 잘 읽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다섯째 아이]가 공포나 미스터리 소설처럼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유대감,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갈등 해결, 복잡한 감정들에 좀 더 기울여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