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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1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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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책이 선정 되었을 때 제목이 생소했고, 또 평소 잘 찾아읽지는 않는 희곡 작품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을 지니고 책을 읽어나갔다. 알고보니 희곡 자체보다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주연을 맡았던 ‘비비안 리‘가 주인공 ’블랑시‘역을 맡은 영화로 더 유명한 작품이었다.

’블랑시‘는 흔히 연극성 성격장애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연극성 성격장애‘의 DSM5 진단기준을 살펴보면다음과 같으며, 8개 항목 중 5개 이상이 나타날 때 진단 가능하다.

A. 과도한 감정성과 주의를 끄는 광범위한 형태로 이는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며, 다음 중 5가지(또는 그 이상)로 나타난다.
• 자신이 관심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상황을 불편해 함
• 다른 사람과의 관계 행동이 자주 외모나 행동에서 부적절한 성적, 유혹적 내지 자극적인 것으로 특징지어짐
• 감정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피상적으로 표현됨
•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모를 사용함
• 지나치게 인상적이고 세밀함이 결여된 형태의 언어 사용
• 자기극화, 연극성 그리고 과장된 감정의 표현을 보임
• 피암시적임. 즉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말임.
• 실제보다도 더 가까운 관계로 생각함

책을 완독한 후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블랑쉬를 연극성 성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은 책 속에 나타난 블랑쉬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외모와 사치스러운 생활(자기과시)로 피학적관계를 맺고 깊고 진정성있는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는 인물일지라도 블랑시가 밉지 않았다.
분명 현실에서 만난다면 그다지 잘 맞는 인물이라던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니었을텐데 그녀가 밉지 않았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리더스테이블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그 물음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블랑시’의 내면 더 깊은 곳에 보이는 한 개인으로서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여성들이 ‘외모’, ‘결혼’ 이외에도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학문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다양해졌지만 50년대의 여성들에게는 그것이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영어(문학)를 잠깐이나마 가르쳤던 캐릭터로 설정되기 했지만.. 그 시대의 여성들이 가장 개인/사회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었겠지…….
그 모든 것에 실패하고 ‘로렐’에 출입했던 블랑시. 미치와의 관계에서 그 가능성을 잠시나마 꿈꾸긴 했으나 ‘미치’와 결혼했어도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미치’는 좋은 사람이기는 했으나 ‘어머니’에게 헌신하는 인물이었고 결혼 또한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으니 결국 블랑시에 대한 사랑은 수단이었던 것이 아닐까.
블랑시가 진정으로 사랑받고 존중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녀가 굳이 가면을 쓸 필요는 없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말부의 장면이 참 비극적이고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전문상담교사로서… 현대의 ‘연극성 성격장애’에 철저히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분명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블랑쉬라는 한 개인의 서사를 바라본다면, 더욱이 50년대 다른 정신과적 질병을 다루는 방식을 고려한다면(김영하북클럽을 통해 일독했던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에서 자폐인들이 한 때 거의 감옥과 같은 병원에서 생활해야만 했다는 것을 파악한 바 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그녀의 삶이 결국 숨만 쉴 수 있을, 그녀의 욕망도, 이성도 그 무엇도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품속 83쪽(민음사 구판 기준)의 문장에서 문득 블랑쉬를 넘어 , 원치않는 결혼을 한 이후 남편에게 철저히 버림받고 소외되어 말년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시를 쓴 ‘허난설헌’의 모습과 ‘규원가’의 내용 일부가 떠올랐다.
블랑시도, 스텔라도, 난설헌도.. 그 모든 여성들이 가면을 쓰지 않고도 행복하기를 진실로 바란다.

블랑시 : 전혀 강하거나 자립적이지 못했어. 사람이 여리면, 여린 사람들은 희미한 빛을 발하거나 반짝거려야만 해. 나비 날개는 부드러운 색을 띄어야만 하고 불빛 위에 종이 갓을 씌워야만 해……. 여린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거든. 여리면서도 매력적이어야 해. 그리고 나는, 나는 이제 시들어 가고 있어! 얼마나 더 눈속임을 할 수 있을지 이제 모르겠다.
-테네시 윌리엄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민음사, 2009(1판 6쇄), 83쪽.

스텔라 : 그래. 옛날에도 그랬고. 당신은 소녀 시절의 블랑시를 몰라. 언니처럼 부드럽고 남을 잘 믿는 사람은 아무도, 아무도 없었어.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들이 언니를 학대하고 변하게 만든 거야.
-테네시 윌리엄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민음사, 2009(1판 6쇄), 124쪽.

[서사] 엊그제까지 젊었더니 어찌 벌써 다 늙어 버렸는가? / 어릴 적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구나. / 늙어서 서러운 사연을 말하자니 목이 멘다.

[본사 1] 부모님이 날 낳아 몹시 고생하여 이내 몸 길러 낼 때 / 높은 벼슬아치의 아내는 바라지 못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바랐는데, / 전생에 지은 원망스러운 업보이자 부부의 인연으로, / 장안의 호탕하게 놀기 좋아하는 경박한 사람을 꿈같이 만나, / 시집간 뒤 남편 시중들기를 살얼음 디디듯 조심하였다.

[본사 2] 열다섯, 열여섯 살을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저절로 나타나니, / 이 모습과 이 태도로 평생 동안 변함없기를 바랐더니, / 세월이 빨리 흐르고 조물주가 몹시 시기하여 / 봄바람 가을 물이 베틀의 올에 북이 지나가듯 빨리 지나 / 고운 머리채와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어디에 두고 보기 싫은 모습이 되었구나. / 내 얼굴을 내가 보니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할 것인가? /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본사 3] 삼삼오오 어울려 다니는 기생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 꽃 피고 날 저물 때 정처 없이 나가 있다가 / 좋은 말과 채찍으로 어디어디 머물며 노니는고? / 원근의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을 어찌 알 수 있으랴.
-허난설헌, <규원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별점 3.5 / 5점
가면을 써야만 했던 그녀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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