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이반지하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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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가도 먹먹해지고,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위로를 전해준다.
질척거리거나 오그라들지 않는 위로.
그렇 수도 있지.
사람 사는 것 다 그렇지.
그러니까 이제 그만 징징거려야겠다.

짤막한 글이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이반지하의 말‘은 모두 새겨놓고 싶다.
혼자 가라앉을라하면, 받아 쓰고 읽고 번뜩 정신차려야지.

나도 나 자신이 싫지.
그런데 나는 또 나잖아.
나를 견뎌야 되는 거지.
이 삶을 살아야 하잖아.
너는 니로 태어난 이상 너를 견뎌야 돼.
이런 너를 견디는 것이 너의 길이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어요.
관계의 다이내믹 속에서 누구나 당연히 잘못할 수 있죠.
다 다른 존재니까.
근데 나를 견뎌야 합니다.
항상 착한 일만 하지 않는 나 자신도 견뎌야 그것이 정말 ‘으른‘으로서 성숙해지는 것입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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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감은 되게 큰 트라우마 이후에 오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무기력감을 게으름, 나태함 같은 것과 많이 연결을 짓지만, 그럴 만해서 그런 거예요.

이럴 땐 제때 맞춰서 밥 먹고 머리 감고, 그런 것도 너무 큰 일입니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게 일인 거죠. 내가 그 수고를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잘 생각하고 달래주면 좋을 것 같아요. 산다는 것은 존나 많이 힘든 겁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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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나는 그렇게 새벽에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내 작업을 할 것이라는 포부가 있었다. 그 징글징글한 포부 말이다. 그렇게 신물나게 겪어놓고도 한국 노동시장이 내게 생계 이외의 에너지나 시간을 허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기대 아니면 절망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대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어쨌든 목숨값은 벌어야 뭐라도 하니까. - P83

저는 지금 이 사회에서는 패배주의를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 이상한 것 같아요. 경쟁에서 뽑히는 사람이 적을수록 떨어지는 사람은 그만큼 많은 거잖아요.
뭐, 그렇게 대단해서 패배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예요.
거절이란 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대단한 이유로 행해지는 게 아니라 되게 흔하고 평범한 경험이니, 그걸 너무 한계라고 견고하게 느끼지 않길 바라요. 그리고 그 거절과 패배를 겪어내는 과정에서 어떤 것이 결정타가 될지 모른다는 거?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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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해서 태어난 적 없는 우리가 이 삶을 산다는 것, 버텨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위로가 필요한 활동이라서, 주기적으로 "이야! 우리 여기까지 살아냈다!" 하면서 구심점을 잡아주고 축하하는 것이 나는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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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플 때 복희만큼 아파해주는 사람은 세상에또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가끔은 기적처럼 느껴진다. 혹은 한 명보다 많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다. 내 아픔이 누군가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건 아주 슬픈 일일 테니 말이다.
복희가 내 아픔을 알아주는 것만큼 나도 복희의 아픔을 알아주고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복희가 아프면 물론 나도 아프지만, 복희보다 더 아파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복희만큼 아파본 적도 없다.
나는 그저 영원한 짝사랑을 하고 있어.
라고 복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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