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한국 가톨릭의 역사 - 살림지식총서 554 살림지식총서 554
서정민 지음 / 살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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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 했던 근현대 우리나라 가톨릭에 대해 알게 되었다.
현대의 가톨릭 이미지는 그나마 민주화운동 이후 긍정적으로 형성된 것이었다니 놀라웠다.
물론 가톨릭도 쇄신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겠지만,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와 협력하고, 천주교 독립운동가들을 파문하거나, 3.1운동에 관여한 신도들을 탄압한 가톨릭의 모습은 많이 아쉬웠다.
맹목적인 추종자들을 등에 업은 종교가 정치 권력과 손잡을 때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식민지 침략과 그 지배를 받는 나라의 교회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설정하고 이행했다는 사실은 이율배반의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교회나 신앙공동체 차원에서는 현실적 국가권력, 정치적 힘에 순응하는 입장을 취하였고, 단지 개인적 차원의 일부 저항이 있었을 뿐이다.

가톨릭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교회조직, 당시의 한국교회 중심지도자 대부분이 서양인 신부들이었던 점, 조선총독부와의 협력 관계의 긴밀성 등으로 일제강점기 가톨릭교회의 태도는 극도로 순응적이었다.

1962년부터 1965년 사이에 있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영향은 교회 내 자각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이때 단지 교회의 에큐머니즘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태도도 전면적으로 수정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즉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 인권, 경제적 불평등, 차별, 전쟁, 환경과 생명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의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주목하는 것이 신앙인의 길이라는 것을 새롭개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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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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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순수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의 하얀 눈 같은 수필이라고 생각했다.
애써 포장하지 않은 글.
그 글들이 너무 아름답고 재미있고 또 한 편으로는 아린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이슬아 작가 본인이자, 친구이자, 가족이 된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혼자 큭큭대며 웃기도 하고, 별안간 찡해져 울기도 했다.

다만, 책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힘이 부치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매일 매일 글 한 편씩을 어떻게든 써내야하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을까?
그래도 담아두고 싶은 문장들도 많았고, 6개월이나 매일 글을 써낸 작가의 끈기와 집념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글쓰는 직업의 하얀 바탕을 마주한 고통, 마감의 초조함, 빠듯한 수입이 느껴졌다.

이슬아 작가의 글이 참 좋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고, 관찰하고, 질문하여 사소한 일상도 특별한 에피소드로 만들고, 한 편의 글로 담아내는 작가인 것 같다.

재롱잔치 때 내가 움직일 수 없었던 이유는 온 세상에게 내 실수를 들킨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자라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온 세상은 내게 딱히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내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과 동물과 장소 등은 사실 아주 적었다. 세상의 극히 일부여서 오히려 외로울 지경이었다. - P132

나의 글쓰기 스승들 중 한 분이 그랬어. ‘작가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 P151

통증을 참으며 그저 가만히 있다 보니 그런 것들이 기억나서, 소파에 누운 채로 요즘의 평안들을 나열한다. 별 탈 없던 나날들이 오늘처럼 별 탈 있는 날을 지탱하는 것 같다. - P308

아직 내가 되어보지 않은 나이를 먼저 살고 계신 선생님들 사이에 앉아 말과 글을 듣고 있다 보면 삶을 예습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꼭 지혜의 엑기스를 속성으로 전달받는 것 같았다. - P310

글쓰기는 가끔 잔인할 만큼 너무도 혼자의 일인 것 같다. 어떤 수를 써도 결국 혼자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작을 서로에게 기댈 수는 있단 걸 알겠다. 우리는 모두 게으르거나 쓸쓸하거나 나약하기도 하여서 뭔가를 혼자서는 시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P313

우리는 가족이어도 서로의 마음 속에 어떤 지옥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잘 지내는지, 아프거나 슬프지는 않은지 궁금해하면서도 다 물어보거나 다 말해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 긴 이야기를 하면 새삼 놀랄 뿐이었다. 그랬구나, 세상에, 그런 일이 너에게 있었구나, 하고 몇 발짝 늦게 알아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마음을 다해 듣는대도 대부분의 문제들은 철저히 각자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 P340

타인의 슬픔을 슬픔으로, 타인의 기쁨을 기쁨으로 느끼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면 그건 영혼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이랬다. 축하와 밥과 술을 듬뿍 나눈 오늘 나는 영혼에 대해 생각하며 혼자 밤을 보낸다. 충만함이 공포를 이긴 밤이다. - P341

나를 포함하지 않는 풍경. 나를 포함하지 않는 삶. 나를 포함하지 않는 국가와 지역. 나를 포함하지 않는 계층과 풍요. 나를 포함하지 않는 자유와 존중. 그것에 대한 분노와 슬픔. 혹은 그것조차 되지 못해서 쌓이는 우울. 제네바에서 산책해보지 않았다면 나는 그 우울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사람으로 남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 P380

쓰거나 고쳐서 완성해야 할 글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조금 달랐다. 글을 쓰는 건 고된 일이지만 자신의 쓸모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쓰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각자 고유한 사람들임을 잠깐 기억해냈다. - P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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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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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이 먹먹해지는 책을 만났다.
퇴근길에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그렁그렁해졌다.
현실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라 캐릭터 하나 하나에 모두 마음이 쓰였다.
책을 덮고 나니 작은 희망이 씨앗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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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1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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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을 잃었는가.
어렸을 때는 상상력이 마구 발동하면서, 내가 꿈 백화점 손님이 되었을텐데.. 좀 뻔한 이야기 같다고 생각하다니. 아쉽다.
그래도 2권도 있으니 출퇴근길에 오디오북과 함께 읽어볼까 싶다.

요즘은 너무너무 피곤해서 꿈도 안 꾸고 잔다.
나는 꿈 백화점에 못 간지 오래.

저는 연인과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그동안 괜찮았고 잘 참아왔는데, 오늘은 갑자기 머리도 지끈거리고 마음이 펄펄 끓어요. - P28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 P59

그 꿈을 이미 견뎌 낸 이상, 그건 더 이상 트라우마가 아니라 그의 업적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 P60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 P62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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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울, 그 원인을 에스트로겐으로 한정하는 설명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워버린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과연 맥락 없는 고통이 있는가? - P23

여성이 겪는 질병의 원인은 왜 자꾸만 여성의 몸, 그중에서도 성호르몬 등 생식기와 관련된 것으로 설명될까. 나는 남성을 표준으로 두고 의학 지식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분석할 때, 그들을 둘러싼 온갖 사회, 문화, 경제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생식기 위주로 사유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성 지식인은 여성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생식기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 P24

마야 뒤센베리 Maya Ducenbery는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2019, 한문화)에서 "여성과 사회적 빈곤층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더 많이 보인다면 이는 아마도 의학이 이들 계층의 증상을 탐색하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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