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기억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최경식.오소리.홍지혜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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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기억(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 중 어떤 책이 가장 읽어내기 힘들까. 나는 이 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서평단으로 신청했다. 솔직히 끔찍하고 괴로운 일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외면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외면이라는 비겁한 방식으로 ‘가해’의 편에 가깝게 서고 싶지 않아 용기내 보았다.

남영동 대공분실. 수많은 시민이 끌려가 고문당하고 무고한 죄를 뒤집어 쓰고 나오는 끔찍한 곳. 이 책은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건축물의 기억으로 풀어냈다. 그냥 볼 때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림책에 같이 들어있던 ‘깊이 읽기 자료’가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세 작가의 협업이 서로 다른 시선을 나타낸다는 점이 특별했다.

최경식 작가의 단단하면서도 서늘한 건물 그림,
오소리 작가의 불안하고 폭력적인 가해자의 정신 세계를 나타낸 그림,
깊이를 알 수 없는 피해자의 고통과 서글픔을 표현한 홍지혜 작가의 그림. 각 지면에서 그림들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독자로 하여금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은 부조리의 집합이다.

평범한 사람을 고문하는 평범한 사람들, 고문하는 사람들의 확신은 모두 거짓, 사실을 말하면 고문 당하고 거짓을 말하면 풀려나는 현실,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비인간적 행동, 끝나지 않고 멈추지 않는 고통, 무엇보다 이 말도 안되는 일이 실재했다는 것이 가장 부조리하다.

모든 기억을 오롯이 지니고 있는 이곳은 현재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명칭을 확정하고 올 하반기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많은 분들을 기억하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어떠한가? 당시의 부조리함은 사라졌는가, 아니면 여전한가?

*6학년 사회교과에서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차례로 배우며 민주화를 위해 애쓴 분들의 노력을 살펴본다. 그때 함께 읽으면 아이들도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등교사 북클럽 사각사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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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날 웅진 우리그림책 122
김규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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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날 (김규하 글 그림, 웅진주니어)

체험학습이 대신 할 수 없는 그 멋, 소풍
유부초밥이 대신할 수 없는 그 맛, 김밥

김밥 애호가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이 나왔다. ‘취사가 완료 되었습니다’ 음성 지원되는 밥솥의 멘트로 시작되어 김밥 재료들이 착착 나오는데, 장면 장면이 다 사랑스럽다. 특히 화려한 조명 아래 ‘돌돌 말아요’라고 밥알들이 부르는 합창은 떼창으로 화답하고 싶다. 꾹꾹 눌러 완성된 김밥은 저마다 다양한 맛과 모습! 김밥 하나에 여러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볶음밥이나 유부초밥 등 소풍 도시락 메뉴도 다양해졌다. (3년 전 체험학습 때는 양념치킨 한 마리, 제육 3인분도 있었..)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추석엔 송편, 설날엔 떡국, 소풍엔 김밥. 호불호를 떠나 이정도면 세시풍속인가보다. ㅎㅎ

김밥에 얽힌 나만의 추억을 떠올리며 따뜻하고 고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아이, 어른 모두에게 추천한다.

*웅진 (@woongjin_junior) 티테이블 교사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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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온천 웅진 우리그림책 126
김진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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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온천 (김진희 그림책, 웅진주니어)

어릴 때 평상에 드러누워 하늘 구경을 제법했다.
하늘 보며 놀기에는 구름이 그림같이 예쁜 날보다 요란한 날이 더 재미있다. 바람까지 불면 금상첨화. 변화무쌍한 모양에 이름 짓고 이야기 만들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흐르곤 했다.

한낱 미세한 물방울의 집합에 불과하지만, 높은 곳에 늘 모습을 바꾸면서 있다가도 사라지는 구름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환상적이다. 그래서 작가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걸까? 공항도 아니고 빵도 아니고 이번엔 온천. 구름온천이다.

원래 토끼였다고 말하는 귀여운 소녀. 마치 엄마에게 말하듯 이야기가 시작된다. 구름차를 타고 토끼와 친구들은 무서운 동물의 형태로 변신한 구름 사이를 씩씩하게 지나 구름온천에 도착한다. 노곤한 몸을 푹신한 구름의자에 누이자 마음 속에 쌓여있던 걱정들이 구름의 모습으로 쏟아져 나온다. 걱정은 어두운 먹구름을 몰고 오지만 개구쟁이 구름의 도움을 받아 빗줄기로 깨끗하게 씻어낸다. 빗방울이 되어 내려간 토끼와 친구들은 구름온천에서 신나게 놀고 해님의 포근한 품에 안긴다. 귀여운 소녀는 어느새 엄마품에 포근하게 안겨있다.

엄마와 함께 따뜻한 거품 목욕을 하면서 걱정거리 다 털어버리고 포근하게 쉬는 토끼같은 너. 정말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상상은 따뜻한 온기 속에서 피어나는구나!

아이와 나란히 누워서 이 책 같이 읽으면 뽀뽀를 백번쯤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유아들의 잠자리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웅진주니어 교사 서평단 티테이블(@woongjin_junior)에서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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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 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 창비 한국사상선 1
정도전 지음, 이익주 편저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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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상선1 정도전-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 (이익주 편저, 창비)

독서모임을 통해 한국사상전집을 알게 되었다.

한반도를 흔들어 깨운 ‘시대의 사상가’들을 만나다 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정도전부터 김대중까지 조선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인물들을 ‘사상가’로 만나게 된다는 것부터 참신했다.

일반적으로 정도전은 재상 또는 정치가, 세종과 정조는 왕이고, 이이와 이황은 학자, 안창호와 김대중은 독립운동가, 그리고 김대중은 대통령으로 불리운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세종대왕이면 애민정신을 생각하고, 민족개조론과 실력양성론하면 안창호를 떠올리지 않는가. 이 자체가 하나의 사상임을 명명하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 그리고 본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새로운 삶의 보편적 비전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유와 실천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7쪽) 여기 실린 사상가들의 사유에는 역사와 현실을 탐문하며 새로운 삶의 보편적 비전을 구현하려 한 강도 높은 실천성, 그리고 주어진 사회의 시스템을 변혁하는 일과 개개인의 마음을 닦는 일이 진리에 속하는 과업으로서 단일한 도정이라는 깨달음이 깊이 새겨져 있다. 이 점은 오늘날 한국사상의 구성과 전승이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어야 할지 일러준다.

인물, 시대, 발간 방식 등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선정된 1차분에서 과연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모임원 모두 만장일치로 ‘정도전’을 선택했다. 사상가로 손색없는 인물이라고 이미 여기고 있기도 했거니와 이왕이면 1권부터 보고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이다.

조선의 실질적 설계자인 정도전. 역성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이지만, 결국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니 그의 사상과 공이 제대로 조명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는 이제까지 단순히 언급되었던 정도전의 말과 생각, 행동을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된 점을 몇가지 언급해보고자 한다.

첫째, 혁명의 명분으로 삼았던 민심을 끝까지 강조하였다. 왕이 왕 노릇에만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며 모든 정치의 중심에 백성을 두었다. 밝은 임금은 좋은 재상을 임명해야 하고, 군신이 서로 믿으며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를 한다면 대대로 나라가 융성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 (26쪽) 민심의 이탈로부터 혁명의 정당성을 찾았던 만큼, 앞으로도 국왕이 민심을 잃으면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 (28쪽) 정도전은 국왕의 역할을 재상을 임명하는 것으로 한정하고자 했다.

둘째, 재상이 권력에 취하는 것을 경계하고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재상의 역할을 면밀히 제시하였다. 2장 경제문감에서 자신을 먼저 다스리고 임금을 바로잡으라고 되어있으며, 임금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보좌하라고 말한다. 이는 임금은 임금대로, 재상은 재상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실시하는 민본 위민 정치로 고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그의 확신을 보여준다.

셋째,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먼저 실천하였다. 공양왕에게 올리는 상소문을 보면 왕의 잘못과 부족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재상과 선비의 역할을 본인 스스로 해보이고 있는 것이다.

> (252쪽) 임금에게 잘못이 있으면 분명하게 간쟁하고 사람에게 죄가 있으면 그의 면전에서 꺾으며, 고고하게 세상과 부합하지 않고 씩씩하게 홀로 서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올바른 선비입니다.

정독과 발췌독을 이어가며 사상선 1권을 읽다보니 정도전의 사상이 현재의 문제 상황을 해석하는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 뜻을 끝까지 펼치지 못한 채 정도전이 죽자 ‘조선은 이제 성군의 우연한 출현을 기다려야 하는 평범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31쪽)’ 라고 언급한 부분을 본다. 오늘날에는 위대한 지도자의 출현을 ‘우연히’ 기대하지 않고, 투표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 과연 정도전이 말한 이상적인 임금과 신하가 만들어가는 나라가 현재 상황에 맞게 이뤄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할까.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인 것 같다.

#한국사상선 #창비 #한국사상 #한국철학 #책추천 #북스타그램 #정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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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웅진 세계그림책 270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훤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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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앤서니 브라운)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이라는 사실에 반갑게 신청한 서평단.

고릴라 그림은 마치 앤서니 브라운 작가 그 자체로 느껴질만큼 나에게 익숙했다. 그러다보니 고릴라를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했다. 표지를 가득채운 큰 고릴라와 작은 고릴라, 그리고 반대와 반대의 세계라는 부제를 보고 스토리 위주의 그림책이 아닐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을 확신으로 바꾼 이름 하나 더. 옮긴이 ‘이훤’. 앤서니브라운과 고릴라 그리고 시인의 번역이 더해지면 어떨까.

어땠을까? 좋았다.

반대와 반대의 세계가 마치 서로 등을 대고 서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내 안에서 마주보고 있는 한 세계임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우린 모두 한때 어렸지만 함께 늙고 있고, 슬플때도 있지만 행복할 때도 있다. 그 모든 것은 ‘나’이고 ‘우리’라는 것.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실제 힘든 순간이 닥치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반대의 반대는 닮은 것인지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머리를 긁적이는 고릴라가 더 정겨웠다.

나는 자그맣기도 하고 커다랗기도 한 존재라는 것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이렇게 존재하는 나를 알아차려서 좋다. 아이들과 읽어도 당연히 좋겠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너무 좋은 책인 것 같다.

*웅진주니어 교사 서평단 티테이블에서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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