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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 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 ㅣ 창비 한국사상선 1
정도전 지음, 이익주 편저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한국사상선1 정도전-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 (이익주 편저, 창비)
독서모임을 통해 한국사상전집을 알게 되었다.
한반도를 흔들어 깨운 ‘시대의 사상가’들을 만나다 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정도전부터 김대중까지 조선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인물들을 ‘사상가’로 만나게 된다는 것부터 참신했다.
일반적으로 정도전은 재상 또는 정치가, 세종과 정조는 왕이고, 이이와 이황은 학자, 안창호와 김대중은 독립운동가, 그리고 김대중은 대통령으로 불리운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세종대왕이면 애민정신을 생각하고, 민족개조론과 실력양성론하면 안창호를 떠올리지 않는가. 이 자체가 하나의 사상임을 명명하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 그리고 본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새로운 삶의 보편적 비전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유와 실천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7쪽) 여기 실린 사상가들의 사유에는 역사와 현실을 탐문하며 새로운 삶의 보편적 비전을 구현하려 한 강도 높은 실천성, 그리고 주어진 사회의 시스템을 변혁하는 일과 개개인의 마음을 닦는 일이 진리에 속하는 과업으로서 단일한 도정이라는 깨달음이 깊이 새겨져 있다. 이 점은 오늘날 한국사상의 구성과 전승이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어야 할지 일러준다.
인물, 시대, 발간 방식 등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선정된 1차분에서 과연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모임원 모두 만장일치로 ‘정도전’을 선택했다. 사상가로 손색없는 인물이라고 이미 여기고 있기도 했거니와 이왕이면 1권부터 보고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이다.
조선의 실질적 설계자인 정도전. 역성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이지만, 결국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니 그의 사상과 공이 제대로 조명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는 이제까지 단순히 언급되었던 정도전의 말과 생각, 행동을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된 점을 몇가지 언급해보고자 한다.
첫째, 혁명의 명분으로 삼았던 민심을 끝까지 강조하였다. 왕이 왕 노릇에만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며 모든 정치의 중심에 백성을 두었다. 밝은 임금은 좋은 재상을 임명해야 하고, 군신이 서로 믿으며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를 한다면 대대로 나라가 융성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 (26쪽) 민심의 이탈로부터 혁명의 정당성을 찾았던 만큼, 앞으로도 국왕이 민심을 잃으면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 (28쪽) 정도전은 국왕의 역할을 재상을 임명하는 것으로 한정하고자 했다.
둘째, 재상이 권력에 취하는 것을 경계하고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재상의 역할을 면밀히 제시하였다. 2장 경제문감에서 자신을 먼저 다스리고 임금을 바로잡으라고 되어있으며, 임금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보좌하라고 말한다. 이는 임금은 임금대로, 재상은 재상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실시하는 민본 위민 정치로 고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그의 확신을 보여준다.
셋째,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먼저 실천하였다. 공양왕에게 올리는 상소문을 보면 왕의 잘못과 부족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재상과 선비의 역할을 본인 스스로 해보이고 있는 것이다.
> (252쪽) 임금에게 잘못이 있으면 분명하게 간쟁하고 사람에게 죄가 있으면 그의 면전에서 꺾으며, 고고하게 세상과 부합하지 않고 씩씩하게 홀로 서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올바른 선비입니다.
정독과 발췌독을 이어가며 사상선 1권을 읽다보니 정도전의 사상이 현재의 문제 상황을 해석하는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 뜻을 끝까지 펼치지 못한 채 정도전이 죽자 ‘조선은 이제 성군의 우연한 출현을 기다려야 하는 평범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31쪽)’ 라고 언급한 부분을 본다. 오늘날에는 위대한 지도자의 출현을 ‘우연히’ 기대하지 않고, 투표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 과연 정도전이 말한 이상적인 임금과 신하가 만들어가는 나라가 현재 상황에 맞게 이뤄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할까.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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