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꿈꾸는돌 37
최상희 지음 / 돌베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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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혹은잃어버린잠을찾는방법
최상희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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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희가 그린 세계는 언제나 작지만 반짝이고 여리지만 단단한 힘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의 모든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은 몇편의 소설들에서는 그만이 구현할 수 있는 세계가 있었고 생생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 있었다. 이 책은 도서관을 공간으로 세명의 소녀들이 등장한다. 가벼운 농담을 전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관통하고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뭉클한 감동을 만드는 힘이 분명 존재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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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힘은 최상희 소설의 캐릭터에서 올 것이다. 세명의 소녀들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성격을 적절히 배분한다. 누군가 적극적이고, 차분하고, 조용하고...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 녹주, 차미, 오란은 셋다 개성이 엄청나게 강하다. 이들의 대화는 여학교 앞에서 운좋으면 들을만한 유쾌하고 생생함이 살아있는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 고양이, 곰 젤리, 그리고 추리 소설을 좋아하하지만 결국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도서관일 도서부원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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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이렇게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곳일까.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 조용하게 내려앉은 분위기, 책장 넘기는 소리만을 상상했다. 하지만 세 친구가 있는 도서관은 의외의 사건들로 흥미진진하고 내가 상상하던 범위를 가볍게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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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장 속으로 사라진 적 있어."
"진짜?"
대답 대신 차미는 묘한 웃음만 지었다. 그러고는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차미가 사라진 그곳에는 가로등이 희미하게 서 있고 희붐한 빛 속으로 차갑고 부드러운 것이 떨어졌다. 빛줄기를 타고 눈송이가 어린 새의 깃털처럼 떠다니다 천천히 낙하해 속눈썹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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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행동사전 - 당황하지 않고 새 시대를 사는 법
김병권 외 지음 / 산현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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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행동사전
김병권 남성현
우석영 이현석
전병옥
산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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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예상하는 시기를 넘어서 기후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 것인가. 기후문제는 하나의 영역에만 있지 않고 과학, 경제, 사회정의 등등 전 영억에 걸쳐있다. 복잡한 양상 앞에서 막연한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이미 우리의 안일함이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기후위기를 공부하고 삶에 적용해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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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논하지만 나의 삶과는 무관하다고 여겼고, 기후위기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사회, 경제, 과학 등 기후위기와 관련된 용어들은 전범위에 해당되고 기후위기의 산적한 문제들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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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행동사전을 만난 것은 환경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반성에 앞서 실천의 방향설정을 위해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이 책의 부제는 "당황하지 않고 새 시대를 사는 법"인데 이에 충실한 가이드가 되는 사전형식으로 때때로 찾아보기에 편리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전이 단순히 ㄱㄴㄷ 순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현재, 기후변화의 이유, 대응 방안, 기후시민으로의 삶 등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춰 가독성이 높고 기후 문제에 대한 주관을 가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사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치 교과서처럼 쉽게 항목별로 제시되어 있으면서 기후위기 시대의 행동 근거들이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는 책이다. 앞으로 기후위기에 대해서 고민할 때 주저없이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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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너스 2야 -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1
전앤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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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마이너스2야
전앤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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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2. 모자라고 부족한 상태겠지만,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어쨌든,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위로와 용기가 된다. 카드빚으로 빚을 지고 부모님 가게에서 양파를 까는 미주. 미주는 할머니와 동생들을 비롯해 대가족 들과 모여살펴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지만 사실상 학교에서는 원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만큼 은따로 살고 있다. 그나마 백일장 이야기를 하며 접근한 세아의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만다. 하지만 죽은 세아는 미주앞에 나타나고 미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아와 어울린다. 게다가 세아의 쌍둥이 세정은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지만 모두가 의식하고 거리를 두는 세정은 특별한 캐릭터다. 어쨌든 이 셋이 마이너스로 모여 사건들이 시작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유쾌한 분위기에서 생생하고 통통튀는 인물들의 케미는 새로운 청소년 소설을 예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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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야, 마이너스가 꼭 나쁜 거야?"
"어?"
"함께 있어서 외로움이나 슬픈 게 줄어들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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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 사전 서평단으로 받아 출간 책과는 다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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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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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날리면
박성제
창비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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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재는 공영방송수난사다. 공영방송인 mbc에서 기자로 또 사장으로 이름을 알렸던 저자 박성제의 시선은 생생하고 날렵하다. 동시에 언론을 생각하는 신중한 고민과 사명이 담겨있는 책이다. 제목은 지난 외교문제를 빚었던 바이든-날리면 사태와 관련이 있다. 한때 유능한 기자로 해직언론인으로 그리고 다시 mbc로 돌아와 보도국을 이끌고 사장이 되어 mbc의 진정한 저널리즘이 되기 위해 분투한 기록이 담겨있다. 사실상 기승전결에 있어서 여기까지가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는 mbc 밖에서 mbc를 그리고 공영방송과 언론을 걱정하며 응원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언론통제와 장악의 '기술자'였던 이동관이 방통위원장이 되었다. 허구의 문학작품이라면 그가 꿈꾸는 mbc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지만 사실상 mbc에는 과거의 탄압과 비교할 수 없는 수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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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보도의 뒷 이야기가 심도 있게 다뤄져 흥미진진함으로 가독성이 넘친다. 몰입해서 읽게 되지만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쓸쓸함을 느끼는 점이 분명하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예감하는 것,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도 우려스럽다. 사실상 현재 언론만이 아닌 요러 분야에서 시스템상의 문제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아닌가. (이또한 가짜뉴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막연한 걱정과 불신의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태도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공정성을 신념으로 살아온 언론인의 고민과 분투가 매우 생생하게 다뤄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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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1부는 해직언론인에서 다시 mbc로 복직한 저자가 보도국장으로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가 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기록이다.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그의 노력은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이때 사장이었던 최승호에 대한 기록도 더해지는데 그가 뉴스타파에서도 보여준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석희의 jtbc에 대한 그의 생각과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내용도 있다.

2부에서는 사장이 된 저자가 mbc의 재정 건전성과 보도의 신뢰성을 위한 시도들을 볼 수 있다. 미디어 지형이 변화한 상태에서 mbc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고민이 기록되어 있다.
3부에서는 언론탄압의 먹구름이 다시 몰려옴을 예상케하는 부분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알지 못했던 뒷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그가 정부로부터 받아야할 압박감도 솔직하게 다뤄진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장모에 대한 보도를 시작으로
정부 취임 후 ‘날리면’ 논란과 mbc기저 전용기 탑승 불허 등으로 이어진다. 김건희에 대한 논문표절 의혹 보도등도 다뤄져있다.

4부에서는 언론인 박성제가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을 지지하는 진심과 언론개혁의 방향성을 말한다.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로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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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대목들이 많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언론탄압에 대해 임원회의에서 소신을 밝힌다.
"언론인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범죄가 아닌 보도의 내용을 문제삼아 수사하는 것은 언론탄압입니다. ...만약 체포영장이 집행되어 기자들이 끌려가먼 전부 촬영해서 뉴스로 내보냅시다"
(26쪽)
그가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은 국민과의 신뢰였다. 그 마음으로 기자로서 보도했고 사장으로서 mbc를 이끌었다.
"몇십억 광고보다 국민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그게 mbc의 숙명입니다"(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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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임을 위해 페이스북에 게시한 출사표에서도 그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결국 연임하지 못했고 정권의 언론탄압이 예상되지만 그가 이 책에서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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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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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문병욱
이상교 글
한연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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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만난 반친구들. 가까워지기전에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어떤 친구인지,누구와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이 생길 것이다. 방법은 여러가지다. 가장 쉬운 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어떤 아이래, 쟤가 이랬대. 흘러오는 이야기는 가볍지만 마음에 남게 된다. 말도 잘 안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바보 문병욱.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그렇구나 수긍하고 병욱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예지는 '아닌데'라는 의문으로 다시 병욱이를 바라본다. 그 시도는 사소해보이겠지만 거기서부터 서로를 알아보는 진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지켜보는 시선은 단단한 의지가 된다. 병욱이가 그린 친구얼굴은 예지의 얼굴이고 예지는 병욱이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갖게된다. 같은 반 친구가 되어가는 작은 이야기에는 극적인 전개도 어린이들의 연애담도 아닌, 그저 가까워지는 마음이 조심스럽게 닿아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순도 100%의 우정은 아주 사소하고 시작되지만 친구가 되는 마음은 언제나 신중하고 따스한 것이라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집중시킨다.
우리반 문병욱. 어떤 교실이든 있을 법한 아이다. 우리는 병욱이에게 어떤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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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의 발문이 너무나 공감되서 옮긴다.
"시작점은 딱 한 걸음만 내디디면 그곳에 있다. 서로의 ‘딱 한 걸음’이 모인 그다음의 걸음부터는 얼마나 사뿐한지 내일을 향해 페달을 밟는 병욱이의 시원한 표정이 말해 주는 듯하다. “내일 또 보자!”는 하루의 끝인사는 ‘우리’가 만들어 갈 내일에 대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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