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의 모든 것 - 여자의 몸과 성에 관한 내밀한 질문들
실라 드 리즈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자이너의모든것 도서협찬
실라드리즈
은행나무
.
.
무언가를 사랑하기 위한 첫번째 시도는 잘 아는 것이다. 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아프거나 변화기 있어야만 증상을 검색하거나 병원에 갔다. 여자로서의 몸과 성에 대해서는 더욱 소극적이었다. 아주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묻는 것도 주저했으며 병원이나 전문가를 찾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전문적인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 과정은 어색하기만 했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일단 잘 알아야한다. 여성으로서의 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적극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여자로서, 여성의 몸으로서 살아왔을까. 적당히. 남들처럼. 눈치껏?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
.
제가 한발 앞서서 여성의 몸이 펼치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들어갈테니 당신은 따라 오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날 여성과 여성 청소년은 자신의 몸을 잘 아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 몸을 향유할 줄 알아야 합니다. (19쪽..들어가며)
.
.
마치 선언과도 같은 문구가 이 책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지금껏 내 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또 그럴 필요도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진정 부끄러워야할 것은 무지와 무관심이었던 것이다.
.
.
이 책은 여성의 몸이 느끼는 욕망과 건강한 신체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한다. 섹스와 오르가슴을 여성의 몸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읽을 수 있고 나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여성이라면 필독해야하는 부분이다. 또한 여성으로서 반드시 고민하게 되는 월경과 질건강에 대한 고민도 상당한 분량으로 상세하게 접근한 점이 유익했다. 여성의 몸을 심도있게 다루며 여성으로서 건강에 유의할 수 있는 구체적 조언들이 많았다. 독일 베스트셀러로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늘 몸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때마다 함께하고 싶은 책이며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과 꿈 트리플 16
양선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과꿈
양선형
자음과모음
트리플
.
.
현재를 묘사하는 문장에서 시공간의 층위를 포착한다. 섬세하고 정확한 문장들의 목적은 서사의 전달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꿈과 망상으로 이탈하고 제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의 문체는 자신만의 고유한 지점에서 빛이 난다. 하지만 독자는 문장에 몰입하다가도 서사에서 길을 잃는다. 스스로 불친절한 소설가라고 언급했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친절한 안내자는 분명 아니지만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은 충분하다.
.
.
그 순간, 그는 머릿속을 떠다니던 어슴푸레한 환영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조각되는 느낌을 받았다. 신비로운 일이었다. 그때부터 녀석의 이미지는 그의 기억 한가운데 새겨진 공백의 모양에 들어맞는 마지막 퍼즐 조각, 그가 망각으로부터 돌려받은 아주 각별한 퍼즐 조각이 되었다.<말과꿈>중에서
.
.
제목은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은 말을 찾는다. 꿈에서 만난 말 혹은 꿈에서 찾는 말. 그래서 제목이 말과 꿈이겠지만, 정작 내용은 명료한 서사를 거부한다.
.
.

“나는 달리는 말을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말의 잔등 위가 소설 자체의 영원한 목적지가 되는
바로 그런 소설을 쓰게 될 거야”
.
.
낯선 매혹에 사로잡힐 만큼 문장은 정제된 모호함을 자극하고 새로운 서사가 독서를 가로막더라도 꾸준히 책장이 넘어가는 힘이 있다
전작 감상소설, 클로이의 무지개를 인상적으로 읽었다.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일까, 이번작품만은 주저하게 되지만....오독은 재독을 부른다.

#필사하기좋은책
#선물하기좋은책
#어른을위한동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별의시간
클라리시리스펙토르
암실문고
을유문화사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문학


생각과 문장의 접점은 어디쯤에서 형성되는 것일까.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막연히라도 고민해봤을 것이다. 자유연상에 의거해 생각나는 대로 쓰는 문장일수도 있고 정제된 생각을 직조한 것처럼 구성된 문장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생각은 문장을 이끌고 동시에 문장은 생각을 포함한다. 생각과 문장의 관계가 밀접할수록 가독성이 높고 의미있는 서사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은 다소 충격적이다. 그의 언어는 해체되어 문장은 파편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서사를 향해 희미하게 전진한다.
.
.
온 세상이 '그래'로 시작되었다. 한 분자가 다른 분자에게 '그래'라고 말했고 생명이 탄생했다. 하지만 선사 이전에는 선사의 선사가 있었고 '아니'와 '그래'가 있었다. 늘 그랬다. 어쩌다 알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우주가 시작된 적이 없음을 안다. 정말이지, 나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단순함에 이를 수 있다.
.
.
별의 시간은 작가의 헌사로 시작한다. 그리고 작중 작가인 의해 한 여성이 설명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림으로 친다면 스케치에 해당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한 방식은 이미 채색까지 한 완성작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방법은 다르다. 스케치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엇나간 부분은 지우고 다시 선을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언어는 의미를 의도하지 않고 생성한다. 인물은 서사를 통해 구현되지 않는다. 어렵고도 새로운 방식이다.
.
.
작중 작가로 설정된 작가 호드리구와 그가 창조한 ‘가난한 여성’ 마카베아를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주로 마카베아의 비극적으로 처참한 배경과 가난하고 무지한 그녀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호드리구의 적극적인 설명이 주를 이룬다. 마카베아의 삶은 처절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은 비극성이 아니다. 그녀는 철저히 홀로 고립되어 괴로운 삶을 살고 교류했던 남자마저 그녀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이 처연하다.
.
.
그녀는 길을 건널 무렵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미래를 잉태한 사람. 그녀는 이제껏 느껴 본 그 어떤 절망보다 더 격렬한 희망에 차 있었다. 그녀가 이제 더 이상 그녀 자신이 아니게 된다면, 그건 이득이 되는 상실이었다. 그녀는 사형 선고를 받듯 점쟁이로부터 삶의 선고를 받았다. 갑자기 모든 게 너무너무 많고 커서 그녀는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죽어 가는 태양처럼 빛났다.(136쪽)
.
.
이렇듯 작중 작가와 인물 마카베아의 구도는 클라리시리스펙토르에게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일까. 작중 작가의 목소리는 인물로 향하는 듯하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는 모호한 상황이 이어진다. 이러한 설정에서 정작 클라리시리스펙토르는 어디에 있을까. 강렬한 문장은 쉼없이 이어지고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특별함이 농도 짙은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사 1 조선 천재 3부작 1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사
한승원
열림원
.
.
추사하면 우리는 명필을 떠올린다. 붓의 움직임은 힘있고 아름답게 글씨를 써내려갈 것이다. 추사체라고 불리는 그의 글씨가 예술적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추사에 대한 장편소설이 두권이나 되는 분량이라고 했을 때, 과연 무슨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것인가 궁금했다. 그의 글씨에는 그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단지 명필이라는 이름으로 담을 수 없는 천재적 경지와 역사의 격랑에 흔들리지 않았던 올곶은 성품, 그리고 학문에 대한 성찰과 사유의 깊이가 놀라웠다. 그의 일생을 소설가 한승원은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와 깊이있는 역사적 시선으로 그려낸다. 긴 분량에도 조선의 천재인 김정희와 이를 탁월하게 담아내는 소설가 한승원의 문장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영특하고 지혜로운 신동 원춘(김정희). 채제공에 따르면 아이는 '하늘과 땅을 놀라게할 시, 서, 화의 씨앗들이 무진장 들어있다'고 한다. 그의 짐작대로 추사 김정희는 예술과 학문에 있어서 천쟁 경지에서 조선의 역사에 기록된다.

, 그리고 필생의 작품을 위해 혼을 다하는 추사로 그의 삶의 모든 장면들이 생생하고 일관되게 그려진다. 이처럼 시간의 연속적 순서를 따르지 않고 추사의 유년, 청년, 장년, 노년이 엇갈려 등장하지만 인물의 묘사가 생생하고 소설 속 장면이 마치 아름다운 동양화처럼 그려져 어떤 대목에서든 빠져들게 된다.
또한 조선후기의 역사적 풍랑에 휩쓸리고 또 살아남는 모습에서 소설적 재미와 인물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어진다.
.
.
어쩌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인전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굉장히 매혹적이다. 추사가 쓴 현판에서 빛이 나는 대목이나 선재소년이 물로 붓글씨를 쓰는 장면은 마치 영화처럼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글씨를 쓸 때나, 그의.일상에서나 작가에 의해 탄생되는 그의 모습은 미문을 통해 빛난다. 한국소설의 정수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짝없는여자와 도시
.
.
짝 없는 여자가 도시를 걷는다. 명랑하고 쾌활하게 걸음을 이어간다. 시선은 군중 혹은 도시의 정물들을 향하고 있다. 장면을 포획하여 날렵한 비유로 대상을 꿰뚫어보고 지적인 사유의 문장이 리드미컬하게 따라붙는다. 걷기의 동행자는 때로 있거나 없거나. 이미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작가에게 그것 중요치 않다. 걷기의 리듬은 작가의 기억을 복기한다. 도시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작가는 떠오른 이야기로부터 머무른다. 그의 묘사는 유쾌하고 또한 날카롭다. 그의 소개는 농담처럼 시작하지만 그가 깊게 이해하는 만큼, 그런 시도를 하는 만큼 깊어지고 또 따뜻해진다. 작가의 지인들을 마음으로 가깝게 느끼게 되는 이유다.
.
.
현자들은 산책을 통해 사유의 목적지로 향했다. 장자의 소요유나 고대 그리스의 소요학파를 떠올려본다. 하지만 걷는 동작의 리듬을 만드는 것은 배경인 듯하다. 자연을 천천히 거닐며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깊은 생각에 당도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걷는 그곳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도시 뉴욕이다. 도시산책자라는 생각에 맥락없이 보들레르가 떠올랐지만 나의 짐작처럼 산보객이라는 이름으로 보들레르가 등장한다. 그는 미래의 작가로 변신할 가능성을 산보객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작가 비비언고닉은 보들레르가 말한 산보객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는 짝 없는 상태는 외로움과 홀가분함을 동반하며 거리의 군중을 무심한 시선으로 관찰한다. 군중안에 있기에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심정적 거리는 멀거나 가깝게, 마치 배율을 조절하는 망원경같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보편과 특수를 아우른다. 공감하며 밑줄 긋다가도 나의 생각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감탄하게 된다.
.
.
이 책의 부제를 달 수 있다면 "우정"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다. 물론 레너드를 생각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이 책은 짝 없는 여자가 도시를 거닐며 거리의 사람들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솔직함의 순도로 투명한 느낌을 준다. 그 관찰의 끝은 깊은 이해로 이어지고 그러한 시도의 결과는 우정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