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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는 어렵다. 나에게 시를 읽는 것은 도전과도 같았다. 상징은 암호처럼 느껴졌다. 생략된 시어들의 그림자는 어둠 그 자체였다. 시의 의미를 일대일대응으로 찾으려는 논리적 시도는 언제나 예정된 실패였다. 시를 읽고 해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 ‘시는 난해하다’고 둘러대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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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를 해설하지만 그 방향을 반대로 한다. 삶에서 의미를 찾고 이를 시로 만나도록 해준다. 누구나 경험하는 인생의 고민 그리고 일상의 단면을 포착하여 가장 선명하고 정확한 언어를 통해 느낄 수 있게 한다.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떠올리며 시의 순간으로 인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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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교수는 돌봄, 동행, 배움, 사랑, 관계, 건강, 마음, 교육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해 시와 함께 진심어린 강의를 이어간다. 마치 그의 수업은 시가 아닌 인생수업이다. 그가 소개한 시를 마음속으로 읽어보면 그 울림의 여운이 오래간다. 마치 시의 마지막 행을 읽고 나서의 짧은 침묵이 어떤 통찰이 대한 마침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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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내 몸에는 너무 많은 관성이 들어 있습니다.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몸구석구석에 살뜰히도 배어 있습니다. 그것과 싸워 이겨내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호락호락한 사람들입니다. 싸울 게 따로 있지왜 자신과 싸운답니까.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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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한 삶에 대한 통찰. 이 책을 만나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것들 중 하나였다. 또 그것들 중 하나는 빛나는 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