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
리타 샤론 외 지음, 김준혁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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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타이어에 따르면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즉 서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특징인 것이다. 이야기에 매료되고 또한 이야기를 시도함으로써 삶과 관계를 구축해나간다. 그러나 서사가 의학과 어떤 연관성을 갖게 될 것이며 그러한 시도가 의학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서사가 무엇인지, 의학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서사의학은 낯선 말이다. 제목처럼 이 책의 표지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환자로서 병원을 방문하면 대부분은 정확성과 신속성을 평가한다. 그러한 기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서사의학의 개념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서사의학에는 서사학연구와 임상진료의 결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에 따르면 "돌보는 자와 돌봄받는 자 모두 안전한, 목적을 지닌, 통찰력을 주는 공터에서 화합하여 환자의 이익을 위해 조건없이 헌신하는"것을 이상과 목표로 한다. 따라서 '현대의학이 나가야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와닿는다. 의료서비스를 두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닌, 치유와 돌봄이라는 행위에 연대의 마음으로 동참하는 이들로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분량과 낯선 분야의 책이기도 하지만 서사의 정서적 효용과 독서로부터 성장의 의미에 공감하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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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부에서는 낯선 개념인 서사의학에 대해 작품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이야기를 두껍게하고 작품을 통해서 독자로서 상호작용하는 방식들에 대해 말한다. 도스토옙스키와 바흐친, <펀홈><나를 보내지마>가 주요작품으로 등장한다.
다음으로 2부에서는 정신/신체의 이원론개념에 반론을 펼친다. 아마도 서사와 의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유도 오랫동안 서양철학에서 플라톤과 데카르트에 의한 이원론적 사고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이 반드시 이분법적으로만 세상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통해 대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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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서 가장 집중하며 읽은 부분은 서사윤리에 대한 2부의 5장이었다. 서사의학의 충실한 기반으로 의학에서의 서사윤리를 설명한다. 문학에서의 서사윤리와 다르게 환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 서사가능성을 준다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이는 환자의 삶과 주체성을 존중하는 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과 의학의 서사윤리에서 연결지점도 찾는다. 서사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확실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어서 7,8장은 자세히 읽기와 9,10장은 창의성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며 서사의학의 구체적 측면에 대해서도 말한다. 11장부터 13장은 임상사례에 대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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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학은 낯선 개념이고 의료분야와 무관한 나에게는 어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 서사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며 특히 인간에게 서사를 읽어내는 시도는 그 정체성을 존중하는 것이기에 의학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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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평정심 공부 - 마음을 다스리는 다산의 6가지 철학
진규동 지음 / 베가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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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어쩌면 식상하게 들릴만큼 누구나 의지를 다질 때, 위기 앞에서 응원할 때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체감상 위기는 위기일뿐, 기회로 만드는 지혜 이전에 지나치게 좌절하거나 절망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도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18년의 유배생활과 고난속에서 마음을 단단히 하며 수많은 저작과 철학을 남긴 다산을 생각한다면 그 식상한 말이 절실하 와닿는다. 왕의 총애를 받으며 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가 한순간 목숨을 간신히 부지하여 유배지로 기약없이 떠나는 운명 앞에서도 그는 평정심을 갖고 삶의 의미를 최대한 확장시켰다. 그가 유배전 조정에서 정조를 보좌한 엘리트로 이름을 떨쳤다면 유배 후에는 훌륭한 저작과 철학, 사회개혁적 이론인 실학 등 많은 학문 분야에서 업적을 이뤘기 때문이다. 범접할 수 없는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 지식인이기도 하지만 그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평정심이다. 비운의 상황에서도 긍정의 마음으로 정신과 학문을 수양하고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데는 평정심의 자세가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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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연구를 비롯해 유튜브 다산tv 운영하는 자칭 다산 등불지기인 저자는 다산의 정신을 전파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며 이 책 또한 그 결실이 된다. 그는 다산의 철학에서 6가지의 원칙을 전달한다.
첫째, 긍정으로 지켜내라
둘째, 자신을 개발하라
셋째, 나눔을 실천하라
넷째, 가족과 함께하라
다섯째, 이것을 즐겨라
여섯째, 책임을 다하라
이 여섯가지의 원칙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어떤 위치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더라도 귀감이 될만한 말이다. 저자의 설명 뿐만아니라 다산의 저서가 적극적으로 인용되어 다산의 책을 압축하여 읽는 효과도 있다. 누구나 알만한 목민심서부터 다산시문집의 내용이 들어가는데, 고전을 읽고 고전에서 머물렀던 시야를 저자의 설명으로 이어져 좀더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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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폭력 - 고대 그리스부터 n번방까지 타락한 감각의 역사
유서연 지음 / 동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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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행위에는 주체와 대상이 설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주체는 대상에 대해 주관적인 감상과 평가를 할 수 있다. 본다는 것과 보여지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무언가 보고있으며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다. 이 시선의 촘촘한 감옥은 단순히 상징을 넘어서고 있다. 첨단 디지털기기의 보편적 사용으로 타자화된 시선은 간단한 방식으로 폭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관음증과 딥페이크, n번방 사건, 리벤지 포르노 등등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이는 일부의 문제일까. 단순하 첨단기술에 접근이 용이한 이유일까. 그러나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철학적 접근을 통해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이 책의 시도이다. 가장 고귀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각이 권력을 남용하는 지점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남성들이 대상을 타자화하는 원인과 결과에는 시각이 중심이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의도는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대상을 억압하는 시선의 역사를 주목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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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선이 가장 낯익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제로 고대 그리스의 관조부터 관음증, 카메라, 렌즈 등의 맥락을 잡아나가는 중요한 시도를 보여준다. 플라톤이 시각을 정신의 눈으로 보고 다른 감각에 우선하는 경향과 서양 철학이 빛의 은유로 물들어 있음을 설명한다. "철학사 전체가 광학"이라는 데리다의 비판적 성찰에서 알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본다는 감각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점검하며 그 안의 권력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2부는 보는 폭력의 범죄를 단순히 범죄자들의 가학적 성향을 탓하고 또 비판하는데 넘어서 인간욕망의 본질과 철학적 전통에서 근거를 찾는 굉장히 깊이있는 시도였다. 이러한 이론적 기반에서 카메라 혹은 렌즈 등 보는 폭력의 도구가 될 수 있는 대상들과 또 이를 다루는 인간의 욕망이 맥락안에서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관음증, 딥페이크, n번방 등의 사건응 개인의 일탈과 범죄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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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사회과학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이유는 현재의 맥락에서 사유와 통찰을 통해 좀다 나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문제상황에 대한 현명한 시선을 키웠다면 보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제안 역시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각의 폭력>은 사회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로 폭력의 근본적 종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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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 -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EBS CLASS ⓔ
유영만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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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
유영만
EBS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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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성적으로 움직이려는 진부함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라도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결행을 즐기는 사람은 모두가 아이러니트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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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잘 아는 것과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앎과 삶에 대한 지혜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안다는 확신 뒤에는 언제나 회의와 의심이 뒤따르고 행동에는 후회와 걱정이 이어진다. 대체 왜 나의 삶의 가장 강렬한 주체임에도 곁눈질하고 머뭇거리는 걸까. <아이러니스트>는 가장 확실한 대답이 된다.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라는 문구가 나온다. 내가 그중 하나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 그러한 해방감과 자유를 위해서 살고자 하면서도 자극과 방법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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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바로 철학과 삶의 접점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1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를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의 고유 능력에서 찾아봄으로써 이를 현대의 삶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과 현재의 지디털 시대의 간극은 이론적을 기반으로 명확하게 전달된다. 질문, 공감, 상상, 실천으로 정리되는 오늘날의 실천적 지혜를 삶에서 잊지 않고 실천하고 싶다. 또한 듀이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단순히 지식의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인 유영만교수님이 직접 마라톤에 참가한 경험이 나온다. 사유를 삶으로 체화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책을 읽으며 실천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만들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니체, 비트겐슈타인, 들뢰즈, 푸코 등의 다소 어려운 서양철학에서 우리의 삶을 일깨워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깊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고 삶의 에너지를 주는 문장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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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러니스트'에 동참하기를 제안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렁적으로 움직이려는 진부함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할지라도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결행을 즐기는 사람은 모두가 아이러니스트입니다."(14쪽)
일상의 철학자, 아이러니스트가 되려는 시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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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은 봄밤 - 교유서가 소설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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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아직은봄밤
황시운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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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장치로, 은유와 상징에만 감탄하며 이 소설을 읽어내는 것은 진실하지 못하다. 처절한 묘사는 소설을 초과하는 지점으로 독자를 몰고 가고 문장의 메아리는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치명적인 통증 혹은 병증으로 삶과 사투를 벌이거나 세상의 혹은 운명의 배신으로 낙담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까운 불행한 지점에서 낙관도 비관도 없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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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기억하고, 자책하며, 하지만 아주 질기게, 아마도 난 그렇게 살아가겠죠. 그래요. 그렇게라도 난 살아갈 거예요. 살고 싶었으니까.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으니까."
(86쪽) <어떤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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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의 강렬한 의지에는 힘이 넘치고 희망을 모색하게 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치열하고 처절한 극복의지이며 존재증명을 위한 강렬한 싸움인 것이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소설가 한지혜의 글을 통해 작가가 겪은 불운한 사고를 감히 짐작해볼 수 있다. 2007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2011년에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작가가 2021년에야 첫소설집을 냈다. 일년에 단편 하나씩이 수록되었고 9편을 묶어 단편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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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수록된 모든 소설의 밀도가 대단히 높게 느껴진다. 갈등하거나 좌절하는 인간은 허구로 구상된 것이겠지만 작가가 충분히 이입되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어떤 부분은 그 강도가 마치 실제의 기록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삶의 피상적 인식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삶의 진실을 치열하게 관통하는 힘은 연약함과 강함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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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단편이 모두 나름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첫작품인 <매듭>이다. 결혼 3개월만에 빙벽등반 추락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남편을 부양하는 여자의 절망적인 삶을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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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 함께 지속되는 삶과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죽음 중 낙지는 어느 쪽을 원했을까. 어느 쪽을 원했든 결과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삶도 죽음도 당사자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흘러가게 마련이었다."<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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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일어났던 시점으로 돌아갈 수도, 사고에 관한 기억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었다. 죽어라고 견뎌내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형은 그저 우연한 사고였을 뿐이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 끔찍한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_<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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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에 대한 묘사와 상징이 인상적인 동시에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작가의 소설이라면 감탄에 머무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통증은 삶의 증거인 동시에 죽음의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강렬한 통증으로 인한 좌절감으로 죽음을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각각의 소설로서도 치밀한 밀도와 서사로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지만 그 이상으로, 작가 스스로 삶과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한 흔적이 문장마다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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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제목은 <그래도 아직은 봄밤>이다. '그래도'의 긍정은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또한 봄밤이라는 시기는 반짝이는 여름의 아침을 연상시킨다. 아직은 봄밤이니까, 그러니까 희망을 꿈꾸는 것, 그 진심의 무게가 느껴지는 소설들이다. 같은 이유로 다음 소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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