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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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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날리면
박성제
창비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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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재는 공영방송수난사다. 공영방송인 mbc에서 기자로 또 사장으로 이름을 알렸던 저자 박성제의 시선은 생생하고 날렵하다. 동시에 언론을 생각하는 신중한 고민과 사명이 담겨있는 책이다. 제목은 지난 외교문제를 빚었던 바이든-날리면 사태와 관련이 있다. 한때 유능한 기자로 해직언론인으로 그리고 다시 mbc로 돌아와 보도국을 이끌고 사장이 되어 mbc의 진정한 저널리즘이 되기 위해 분투한 기록이 담겨있다. 사실상 기승전결에 있어서 여기까지가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는 mbc 밖에서 mbc를 그리고 공영방송과 언론을 걱정하며 응원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언론통제와 장악의 '기술자'였던 이동관이 방통위원장이 되었다. 허구의 문학작품이라면 그가 꿈꾸는 mbc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지만 사실상 mbc에는 과거의 탄압과 비교할 수 없는 수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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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보도의 뒷 이야기가 심도 있게 다뤄져 흥미진진함으로 가독성이 넘친다. 몰입해서 읽게 되지만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쓸쓸함을 느끼는 점이 분명하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예감하는 것,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도 우려스럽다. 사실상 현재 언론만이 아닌 요러 분야에서 시스템상의 문제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아닌가. (이또한 가짜뉴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막연한 걱정과 불신의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태도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공정성을 신념으로 살아온 언론인의 고민과 분투가 매우 생생하게 다뤄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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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1부는 해직언론인에서 다시 mbc로 복직한 저자가 보도국장으로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가 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기록이다.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그의 노력은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이때 사장이었던 최승호에 대한 기록도 더해지는데 그가 뉴스타파에서도 보여준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석희의 jtbc에 대한 그의 생각과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내용도 있다.

2부에서는 사장이 된 저자가 mbc의 재정 건전성과 보도의 신뢰성을 위한 시도들을 볼 수 있다. 미디어 지형이 변화한 상태에서 mbc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고민이 기록되어 있다.
3부에서는 언론탄압의 먹구름이 다시 몰려옴을 예상케하는 부분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알지 못했던 뒷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그가 정부로부터 받아야할 압박감도 솔직하게 다뤄진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장모에 대한 보도를 시작으로
정부 취임 후 ‘날리면’ 논란과 mbc기저 전용기 탑승 불허 등으로 이어진다. 김건희에 대한 논문표절 의혹 보도등도 다뤄져있다.

4부에서는 언론인 박성제가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을 지지하는 진심과 언론개혁의 방향성을 말한다.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로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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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대목들이 많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언론탄압에 대해 임원회의에서 소신을 밝힌다.
"언론인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범죄가 아닌 보도의 내용을 문제삼아 수사하는 것은 언론탄압입니다. ...만약 체포영장이 집행되어 기자들이 끌려가먼 전부 촬영해서 뉴스로 내보냅시다"
(26쪽)
그가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은 국민과의 신뢰였다. 그 마음으로 기자로서 보도했고 사장으로서 mbc를 이끌었다.
"몇십억 광고보다 국민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그게 mbc의 숙명입니다"(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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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임을 위해 페이스북에 게시한 출사표에서도 그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결국 연임하지 못했고 정권의 언론탄압이 예상되지만 그가 이 책에서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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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6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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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에밀리디킨슨시선집
에밀리디킨슨
을유문화사
여성작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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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파편들이 쏟아진다.
생각의 물결에 일렁인다.
순간 소멸한다.
디킨슨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마음의 메아리를 듣는 것과 같다.

보편의 대상, 인간의 마음 그리고 자연과 세계에서 출발하여, 그 안의 내밀한 지점을 포착하여 대상에 말걸기를 시도하는 에밀리 디킨슨의 언어는 진실한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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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과 흘러가는 것들은 막을 수 없지만 우리의 눈으로 포착해 마음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언어가 알려준다. 멈춤은 시공간에서의 해방임과 동시에 우리의 생각이 물리적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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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탁월한 제네바 장인도
이제 막 멈춘 -
시계추를 살릴 수 없다 -
그 시계가 갑자기 공포에 사로잡혔다!
숫자들은 괴로워하며 몸을 구부리더니 -
십진법에서 빠져나와 몸을 떨다가 -
정오에 멈춰 버린다 -61쪽


디킨슨의 시에는 고립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으나 그것이 침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상의 정황을 발견하게 된다. 독백이지만 그의 세계에서는 대화가 만들어진다. 독자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또한 고이게 하는 시도들이 언어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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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 허수경이 사랑한 시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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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책의 제목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애잔하다. 김수영의 '사랑'의 구절이 연상되면서 동시에 마치지 않은 문장에서 여운을 느낀다. 배웠는데, 그 다음에 이어질 말을 전할 수야 없지만 누구든 마음 속에서 말줄임표를 붙이며 짐작해보게 한다. 아마도 너는 사랑을 가르쳐주고 떠났을까. 아니면 너에게 배운 사랑을 나는 전하지 못했을까. 나는 후회를 하거나 포기를 할때 그러했는데, 라는 표현을 썼기에 이 제목은 마음에 정착하지 못한 채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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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놓치는 행간 속에서 맥락이 아닌 영감속에서 시는 숨쉬고 있는지 모른다. 나에게 시는 언어로 만든 견고한 벽처럼 느껴졌다. 구절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면서도 작품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을 때 낙담했다. 타자화된 감상 속에서 시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삶속에서 '번개처럼 금이간 얼굴'을 마주할 때 맥락없이 시의 구절들이 떠올랐다. 이 책에 실린 김수영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너의 얼굴은 불안하다. 내가 너로부터 배운 사랑을 너는 지키지 않는다. 너에게서 배운 사랑은 너의 변함으로 인해서 나를 배신한다. 나는 사랑이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너의 얼굴은 "번개처럼 금이 가 있다. 그건 사랑 때문일까. 아니,너와 나 때문이다." 105쪽

나는 오래전부터 시에 관해서 특히 한국 현대시에 관해서 논문도, 비평도 아닌 글, 양쪽 모두이면서 어느쪽도 아닌 글, 내가 읽은 시들이 저절로 말하는 것 같은 그래서, 말이 말을 이어가는 것 같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시 한편에 실린 고 허수경 시인의 해설은 시 안으로 깊이 들어가게 해준다. 그 안을 돌아보고 일상의 한 지점으로 이끌기도 한다. 시 안에서 헤매이던 마음이 이제야 길을 따라간다. 구절들은 전과 다른 무게와 깊이로, 그리고 마음에 새롭게 적힌다. 전해진 진심을 느끼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전해겠다고 다짐한다. 

수없이 멈추고 인덱스를 표시하고 따라 쓴 구절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는 현대 시인 뿐아니라 문학교과서에서 만난 20세기 초반의 시인들을 그리고   타국의 낯선 시인들의 시도 담겨있다. 역자가 없는 경우는 고 허수경 시인이 직접 번역했다고 한다. 

우리 곁을 떠났지만 시를 읽고 쓴 애정깊은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책을 만나 기쁘다. <시로 여는 아침> 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연재된 짧은 글들이 '허수경이 사랑한 시'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이다. 시를 나는 허수경 시인으로 배웠다. 그때 만난 많은 시인들의 이름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오늘 가장 밝게 빛나는 별, 그리고 별을 따라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고맙고 소중한 별이 이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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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사면 누가 해설을 썼는지를 꼭 확인한 이유는 바로 고 황현산 평론가님 때문이었다. 예전에 시를 다 읽고 해설을 통해 부족한 이해를 채워야했었으나 황현산 평론가님의 해설을 만나고 나서는 일단 뒤부터 뒤적였다. 그 시작은 '완전소중 시코쿠'였다. 나는 해설을 통해 이해나 감상이 아닌 지점에서 시를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떤 감정이었다고 해야할까. 소중한 마음. 귀한 마음. 나는 결국에는 불가능하겠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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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시에 관해서 특히 한국 현대시에 관해서 논문도, 비평도 아닌 글, 양쪽 모두이면서 어느쪽도 아닌 글, 내가 읽은 시들이 저절로 말하는 것 같은 그래서, 말이 말을 이어가는 것 같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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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황현산 선생님의 글을 좋아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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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선생님에게 프랑스 시의 독자로서  누구나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까다롭고 난해한 프랑스 현대시의 가장 탁월한 주해자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시론수업을 통해 말라르메와 초현실주의의 시들을 만났을 때 의 속수무책을 기억한다. 다행히 황현산 선생님의 해설은 부족한 이해를 이끌 뿐만아니라 이 시를 어떻게 읽고 또한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현실주의선언의 서문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내가 초현실주의에 대해 아는 전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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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그 가운데서도 시 번역의 특수성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공시적으로뿐만 아니라 통시적으로도 다의성을 지닌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다는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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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속에 마법으로 묶여 있는 저 순수언어를 자기 언어를 통해 풀어내고 작품 속에 갇혀있는 저 순수언어를 작품의 재창조를 통해 해방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번역가의 과제"  자주 인용하는 벤야민의 말이라고 책에 실려있다. 시를 번역하는  고민과 의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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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교과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육사, 김수영, 김종삼, 백석의 시의 해설이 있다. 그동안 박제된 교과서적 해설을 넘어서 감상자로서의 주체를 만날 수 있었다. 이토록 빛나는 시들을 감상할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신 느낌이다.
또한 누구나 아는 정현종의 섬 이나 전국민의 애송시 미라보다리의 해설과 번역 또한 깊이 읽게 되었다. 접하지 못했던 전봉건과 최하림의 시
그리고 박서원 시인이 대한 글도 마음을 울렸다.마지막으로 젊은 평론가들을 위한 조언도 실려있다. 분위기에 연재하신 글들을 엮은 것이지만 평소 선생님이 연재하신 현대시에 대한 주관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위하여, 위한 잡다한 조언.에 대해서 생각한다.
위하다, 라는 말의 무게는 얼마나 진실한가. 글로 뵈었을 뿐이지만 위함의 진정성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분이다. 내가 시집을 사면 해설을 뒤적이고 평론가의 이름을 반가워했던 이유는 아마도 '위함'에 있지 않을까. 시의 해설은 시를, 시인을 그리고 시를 읽는 독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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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서포터즈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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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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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아도 생각은 되고 만다
되는 것들에 굳이 관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고
또 생각하면서
썼던 문장을 지운다 지운 문장을 다시 쓰고 고친다
―「암묵」 

흔들리는 중의 물결을 어찌할 수 없다
높아지는 중의 건물을 어찌할 수 없다
당겨지는 중의 방아쇠를 어찌할 수 없다
결심 중의 결심 중의 결심 중의 결심을 어찌할 수 없다
견디지 않는 중의 상태를 견디는 중의 상태를 어찌할 수 없다
―「상태」

어찌할 수 없이 결국 되고 마는 것들 앞에서
시인은 응시할 뿐이다. 치열하게.
불능의 상태는 시인에게 무력감을 주지 않는다.
본질을 매개하는 언어를 의심하고
그 긴장을 시적 발화로 이끌어낸다.

신형철 평론가가 데카르트의 명제를 인용해
"나는 언어를 의심한다. 고로 시인이다."라고 했던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시인의 의심이란 존재에 대한 사유와 반성을
내포한다.
데카르트가 방법적 회의라면
이영재 시인은 시적 탐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쉽지 않은 시도에
독자로 때때로 시 안에서 방황한다.
하지만 언어의 한계 앞에서 탐색하는 그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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