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초월 1
우다영 외 지음 / 허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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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세계의사랑
#우다영 #조예은 #문보영 #심너울 #박서련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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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셰익스피어 이후의 이야기들은 새로울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야기들은 반복과 변주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sf를 읽고 있다면 (분명 내가 모르는 지점의 변주가 있겠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끝이 없는 듯하다. 어느 지점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의 세계를 '초월'한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초월하는세계의사랑 은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소설 앤솔로지임과 동시에 사랑 혹은 관계에 대한 낯설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전부터 큰 관심을 가져온 작가부터 요즘 주목받고 있지만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작품들이 있었고 책의 디자인과 편집 역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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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세계의 출발점은 불안이고 불안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배운다"

새로운 세계 앞에서 우리가 sf를 읽는 것 역시 그 출발점의 불안을 즐기기 위한 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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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억칩을 내장한 로봇들의 모임이라는 설정은 기억의 공유가 문제될 수 있는 지점을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보여주었다. <슬프지 않은 기억법>의 설정은 새롭고도 충격적이지만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우주투어를 상상하는 방식이 일상적이고 코믹해서 새롭게 다가왔다. 물론 이 소설이 중점을 두고 다루는 것은 지구이며 그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가면서도 메시지의 무게가 있었다.
그외의 단편들<긴예지><돌아오는호수에서><커뮤니케이션의이해>도 늘 신간을 기대하게 하는 작가들이었기에 재미있게 읽었다. sf앤솔로지의 시도가 상당히 많지만 사랑과 관계를 통해 모인 작품들이라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동시에 앞으로 만나게될 초월시리즈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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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
최민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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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봐
#최민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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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 내가 너를 보고 있어"
진정한 친구에게 외치는 사랑스러운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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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 이 다정한 요청을 마음에 담아 본다. 나를 봐!라고 하는 사람은 이미 상대방을 보고 있다. 얼굴에는 사랑과 믿음이 있을 것이다. 나를 봐!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이제 그를 본다. 서로를 보게 되는 것이다. 마치 눈동자 안에 작고 선명한 거울을 담은 채로...! 이 사랑스러운 부탁으로 우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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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기 위한 시작은 서로를 보는 것이다. 관찰은 단순한 보능 행위는 넘어선다. 우연히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넘어 의도적으로 지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부버의 '나와 너'의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 나는 너를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 나는 너에게 어떻게 보일까. 서로를 본다는 단순한 사건이 마음의 진심을 전하는 아름다운 만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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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드는 것을 시작하고 또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아이들에게는 다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여섯살인 아이는 처음으로 유치원에 갔고 친구가 생겼다.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자신이 친구에 대해서 본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떠올렸다. 누구는 종이접기를 참 잘해. 누구는 밥을 빨리 먹어. 모두 관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 전에 아이의 마음에는 친구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가 되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누구'는'이 아니라 누구'랑'이 되는 것이다. 오늘 누구랑 종이비행기 접었어. 누구랑 나만 매운 반찬 안먹었어(?) 그리고 책의 내용처럼 친구가 안오는 날은 왜 안왔는지 궁금해하거나 선생님에게 물어본다. 이 책의 다정다감한 한페이지 한페이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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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 책을 보고 나의 얼굴을 똑바로보며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내 눈에 엄마있네!" 이 책의 다정한 주문이 너무 반갑다. "나를 봐"

이달의 그림책 리뷰대회 응모합니다.
직접 구입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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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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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비트윈
#토스카리
#허블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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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위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어느쪽도 소속되지 못하는 이유는 어느하나 안전하기 않기 때문이다. 이책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며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주인공 윈터로스는 어린시절부터 신천국이라는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살아왔다가 추방당한다. 그러나 이는 해방감보다는 팬데믹 상황에 대한 공포를 준다.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를 박탈한 사이비 종교단체와 알래스카 동토층으로부터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위협적 상황을 마주한 윈터. 하지만 윈터의 결단과 용기가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은 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는 어떤 희망을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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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영원의 거리는 고작 한 걸음에 불과했다.
지옥에 떨어진 것을 환영하노라.(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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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놀라운 지점을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사이비 종교단체와 팬데믹을 설정한 것이 놀랍다. 물론 읜터리는 인물이 헤처나가는 힘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 설정에 집중하여 읽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가독성의 차원에서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읽히는 속도가 엄청나다. 소설의 문제 상황은 빠르게 전달되며 주인공에 그대로 이입된다. 그만큼 인물의 행동이 대단히 빠르고 또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내면 묘사가 긴박하게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영화화를 당연히 생각하게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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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심해야 해. 마스크 절대 벗지 말고. 아예 방호복을 입고 살면 좋겠지만.”(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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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라운 지점은 이 책위 설정에서 팬데믹 상황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단독적으로 나오기 보다는 우리의 상황처럼 사이비종교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예상보다 길게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종교문제로 곤혹을 치루었다. 물론 그것이 쉽게 마무리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이 책은 "이것은 소설이다, 아직까지는" 소개가 등장한다. 팬데믹 상황전에 저술되었으며 소설적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며 불안과 문제의식을 동반하여 읽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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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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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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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일
#이현
#창비
#블라인드가제본
#가제본서평단
#청춘소설
#청춘 #첫사랑 #성장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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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호수처럼 단단하지만 투명함을 어찌할 수 없는 일. 마음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설렘과 동시에 기대를 주지만 마치 양팔저울처럼 실망이나 불안의 무게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 제목인 호수의 일을 떠올며 들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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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호수에 잠긴 것 같았다. 물결 하나 없이 잔잔한, 고요한. 햇살을 가득 받아 따뜻한, 그리고 환한.
손끝만 움직여도 공기가 물결이 되어 은기에게 전해질 것 같았다.
여기, 호정이가 있어,라고."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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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을 깊이 숨긴 채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호정과 몇번의 마주침으로 따스한 온기를 전하고 간 은기의 이야기가 마음을 관통하며 큰 울림을 남겼다. 생생한 감정선에 몰입하다가도 마치 호정이처럼 얼어붙은 마음의 호수를 가진 나의 지난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호정이에게 이입되면서 우울의 굴레를 헤쳐나가는 솔직한 목소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호정이가 겪은 가족의 상황과 은기에게 있었던 사건들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환기하게 했기에 단순히 청춘소설 혹은 청소년의 성장을 넘어섰다고 본다. 청소년 소설을 읽는 성인은 추억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에서 혹은 현재의 청소년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책장을 넘기겠으나 결국 독서를 끝내면 자신의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청소년이라는 구획은 사실상 없다. 우리는 청소년기를 거쳐왔다고 믿지만 삶의 순간마다 그 시기를 소환하고 그 시기로 돌아간다. 호수의 일에서 호정도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호정이의 마음, 겨울 호수와도 같았던 마음이 투명하고 따스한 빛을 받아 녹아서 일렁이는 물의 기운을 전하는 이 이야기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다. 나의 결빙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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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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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가제본 서평단으로 참여해 읽었지만, 역시 이번에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이현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었음에도....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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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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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다정한우주로부터
#이경희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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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탈주하고 싶은 마음에 낯선 상상력이 추동되면 sf를 읽으려는 시도에 맞닿는 듯하다. 하지만 도약의 임계속도를 체감하면서도 강력한 중력에 이끌릴 때, 마치 도약과 하강의 힘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곳으로 인도한다면 어떨까. 먼 미래이며 낯선 공간이더라도 결국에는 가장 익숙한 곳에서의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파업, 민영화, 젠더갈등, 혐오의 문제 심지어 꼰대 문화까지. 신문의 사회면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 사회의 당면 문제들을 sf소설로 만났을 때 그 유쾌한 변주와 기발한 상상력에 놀랄 수밖에 없다. sf소설을 보면 작가가 구축한 세계의 설정에 대해 깜짝 놀라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화두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한다. 동시에 장르에 있어서도 아주 코믹한 분위기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준다면 심도있는 고민으로 sf라는 장르에 대한 헌신과 애정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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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우주는 다정할까. 지구에서 우주로 개척하더라도 그 범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더라도 거기엔 인간이 있고 또 문제에 좌절하거나 극복할 것이다. 혹은 배신하고나 연대할 것이다. 그러한 보편의 이야기들이 새롭고 특별한 공간에서 종횡무진한다. 내가 이 책으로 받은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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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에서 잊을 수없는 소설은 <우리가 멈추면>이다. 우주 파업의 사태가 현실과 묘하게 닮아있고 또한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실감나면서도 감동적이다. 특히 세경이라는 캐릭터에는 무한한 믿음을 갖고 지지하게 된다. "우리가 멈추면 우주도 멈춘다."이 강렬한 외침이 먹먹하게 남아있다. 작가는 현실의 문제를 sf의 설정으로 풀어나가는 동시에 굉장한 재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 소설집의 첫 작품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방>이 그렇다. 명랑한 좀비활극은 꼰대와 좀비를 연결시키며 유쾌한 상상으로 도발한다. sf라는 것이 범접할 수 없는 상상에 근거해, 마치 중력을 이탈한 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기발한 상상으로 예상치못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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