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이야기장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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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동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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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생각이 닿지 못했던 부분을 가장 따뜻하게 만져준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거리만이 아닌 마음까지도 멀어진 지금 나를 그리고 나의 가족과 친구, 우리의 배경이 되는 일상의 공간들까지 다루며 섬세한 시선과 따스한 마음으로 담아내고 있다. 짧은 글들이지만 울림이 있고 또 나의 마음 어딘가 머물기만 했던 생각들이 드러나게 한다.
개인적인 고백들도 있지만 사회적공분을 산 사건들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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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같은 경험을 나눴음에 공감하고 또한 내 사유와 느낌이 깊이 다다르지 못한 곳까지 닿아있기 때문에 이 책을 애정하며 아껴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미투 사건이나...사회적 공분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더라도 시간이 지난 지금 나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일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일들에 대한 지금의 나의 태도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소소한 느낌들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삶에 대한 나의 주관을 고민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관계에 대한 치유를 시도하는 대목들이 뭉클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거나 거리를 좁히지 못할 때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결국 부드러운 마음의 손길을 나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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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도 친절하자. 내가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을 나 자신을 위하여.(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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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들을 너에게,즉 독자에게 주는 마음은 선심처럼 베푸는 응원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도 소중한 것들을 모으는 길을 나름의 고민 속에서 헤쳐왔고 그 길에 만난 사람들을 위하며 함께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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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배 - 지구 끝의 남극 탐험 걸작 논픽션 24
줄리언 생크턴 지음, 최지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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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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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탐사를 떠나기 전, 사령관 아드리앵 드 제를라슈의 담대한 마음과 시선에 이입한다. 도전정신과 모험심 그리고 항해에 대한 책임감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만큼 탁월한 묘사가 마치 영화보다 더욱 섬세하게 그려진다. 대단한 흡입력으로 책에 빠져들게 한다. 남극탐사라는 도전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만을 기대했으나 이 책은 독자의 예상을 넘어선다.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목표를 이룰 것이다. 이런 단단한 믿음은 쉽게 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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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다. 불과 3주 전 원정대가 남극 대륙에 상륙한 이래로 밤은 몇 시간 정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없어졌다. 곧 큰 추위가 올 것이고, 뚫고 나가기 힘든 해빙 덩어리로 수면을 얼어붙게 만들어, 경로에 있는 모든 걸 막고 모든 배가 충분히 갇힐 만큼 불행해질 것이다."(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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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에 없는 길에 들어서거나 혹은 꼼작하지 않은 배로 난감해하는 일들은 예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 책이 스릴러라고 불릴만큼 생생했고 또 섬뜩하기도 했다.
파도가 거세게 몰아칠 때는 물리적 위험을 걱정하지먼 물결이 잔잔할 때는 그들의 심리적 단조로움으로 영혼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공간의 감각들이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일까. 남극의 밤을 묘사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창백한 새벽이 태양을 낳아줄 수 없으리라는 걸 느꼈다" 태양은 아침으로, 하루의 시작으로 사람들을 자각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은 세상'속에서 존재도, 영혼도 부유하게 된다. 벨지카호는 암울한 항해를 이어간다. 질병과 고뇌 그리고 적대감에 사로잡힌 이들은 점점 지쳐간다. 그러한 모습을 통해 극단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어디까지 부서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동시에 논픽션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생생한 묘사와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나 역시 벨지카호에 승선한 느낌으로 읽어나갔지만 결국 그들과 같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호기심보다 더욱 강렬하게 남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위기에 내몰린 인간 존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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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환경을 지배하는 외부 힘이 아니라, 그런 환경을 그로 하여금 정복하게 만든 야망, 경쟁심, 인내, 그리고 거의 마조히즘에 가까운 끈질긴 투쟁과 같은 내부 힘의 흉포함이 일으킨 광기였다. 이러한 열정은 지리적 목표를 정복했다고 해서 없어지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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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벨기에 원정대의 실화를 담은 이 책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재구성을 통해 모험 스토리 그 이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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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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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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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닫으면 골목도 사라졌다. 아무도 그곳에서 우리의 창문을 노크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면서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 오직 고양이 두 마리와 여자와 남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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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일까. 소실이지,그런데 의구심이 들었다. 허구의 공간, 일상에서 경험할 수없는 낯선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소설에서 기대하는 것일 텐데. 이 소설에서는 여타의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다. 소설의 공간은 반지하와 골목. 안쓰러운 사연은 있지만 주인공은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연민하는 것도 아니다. 어딘가 미뤄둔 채 하루를 살아간다. 혼자 살아가는 젊고 외로운 여자, 직업이 있지만 일에 대한 애착이나 희망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특별한 관찰자다. 어디서든 주목받지 못할 평범함이 있기에 그녀는 방해나 간섭없이 바라보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소설에서 볼 수 없는 낯선 목소리를 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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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익숙한 공간에서 낯산 감각으로 풀어내는 작품의 흡입력은 매우컸다. 그리고 무용하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이 그 안을 특별하게 채우고 있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골목에는 누가 있을까. 생각에 사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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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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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끌려!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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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학교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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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라는 판단에 일단 부인부터 할 것이다. 그리고 인정하고 나서야 "처음부터 이런 결말을 원한 건 아니었어." 토로한다. 지금까지 일상에서 너무나 자주 스스로에게 한 변명인 것 같다. 바람직하지 않은 무언가에 빠져들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면서도 중독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매커니즘이 되었다. 몰입하는 것은 인간이 누리는 지극한 즐거움이며 이어서 성취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어떤 대상에 몰입하느냐에 따라서 아주 다른 결말을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을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뭐든 정도의 차이로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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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중독은 어떨까. 나는 그 시기에 무엇에 빠져있었을까. 요즘의 청소년들은 게임이나 스마트폰 혹은 연예인 등일 것이다. 중독의 대상을 끊어내고 싶은 결심에 번번히 실패하며 굴복하면서도 겪에 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갈수밖에 없었다. 중독에 대한 나의 흑역사를 책 읽은 후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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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죽었다 는 중독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예상했기에 낯설고도 한편으로 감동이 느껴졌다. 수재였던 형의 죽음 앞에서 슬픔을 극복하고 형을 애도하려는 시간들은 주인공을 단단하게 한다. 공부에 중독되는 것 혹은 주변 사람들의 인정에 중독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진정한 내가 됨으로써 성장한 주인공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주인공의 깨달음처럼 중독에는 나 자신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주체적인 반성없이 무의미한 반복만이 계속되는 듯하다. 주인공이 '나'로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 단단한 믿음을 주었고 동시에 나는 나로 살아가고 있는지 잠시 생각을 머무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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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찌면낫는병 은 제목으로 다이어트 중독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단순하지만 솔직한 제목은 예상가능하지만 읽어보면 또 다른 재미가있다. 바로 생생함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을 너머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다양한 미디어의 자극은 어쩌면 예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주인공은 위태롭다. 건강과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몸무게에서 찾는 집착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이 청소년 주인공을 다루면서 성장의 가능성을 예감하며 끝나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생생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라 청소년들이 공감하는 부분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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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어쩌면 청소년기의 여러 화두를 하나로 모아주는 것이 아닐까. 공부도, 외모도, 사랑도 모두 위태로운 중독 상태에서 건강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성장이기 때문이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과 나 자신 사이의 적정한 거리를 찾기 위한 고민" 일기장에 그리고 마음속에 적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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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한은화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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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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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집과 너 다운 집. 어떻게 해야 우리 다운 집이 되는 걸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불가능하게 들린다. 집을 짓고 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주어진 평형과 입지를 고려해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집을 찾으며 규격화된 조건들에 나의 생활을 맞춘다. 몇평인지, 역세권인지, 주변 시설은 어떤지 따져보고 내가 선택하겠지만 사실 선택하는 것은 무수히 늘어선 아파트들이 아닐까.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이 "건물들 만드는 것은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과 인생은 하나의 은유로 전해질만큼 가까운데 우리에게는 낯선 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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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일 것만 같던 우리의 집 짓기 여정은 어느 순간부터 아파트 시대의 이상한 주거 르포르타주가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가 당신의 집과 당신의 인생에 조그마한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아파트 단지 밖 삶터에도 볕 드는 계기가 된다면 행복하겠다.
이제 아파트 담장 밖으로, 집을 지으러 출발해 보자."(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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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대로 아파트에서 도망친 도시생활자로 서울 중심부에 한옥을 짓고 살아가는 건축기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옥을 짓고 살아갈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단순히 낭만이나 고요를 생각한 것은 아니다. 건축전문기자인 만큼 한국의 건축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날렵한 문제의식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를 문제제기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한옥을 짓고 생활하는 과정을 실천한다. 이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이 책은 한옥건축의 기록이기도 하고, 또 한옥과 건축, 도시공학 전반에 대한 저자의 식견이 담긴 에세이와도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어떤 이야기든지 굉장히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난개척의 서사와도 같은 집짓기 스토리에는 유머가 넘치고 부부의 시선으로 새롭게 탄생된 공간에는 따스함이 가득하다. 사실 집 사진만 보면 어딘가 너무 부럽기만 할 듯한데, 솔직한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런 시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결국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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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기는 결국 마음 짓기인 것 같아.”
집 짓는 과정에서 무수히 허물어지는 마음을 다시 지어 올리고, 그렇게 애써도 안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그러면서도 꿈을 꾸고 희망하며 살아가는 삶. 우리는 어쩌다 오래된 동네에서 한옥을 짓게 됐고 마음을 짓게 됐으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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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사람은 세상과 싸워야 자신의 공간을 얻을 수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싸움을 포기하고 적당한 공간을 찾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유쾌하고 진정성 넘치는 "싸움"을 한다. 그리고 결국 승리한다. 너무나 값진 결과가 아닌가. 서촌을 산책하며 한옥을 보고 '이런집에서 한번 살아볼까?'라는 생각은 이제 쉽게 하지 않는다. 집의 사연이 궁금하면서 무한히 응원하고 싶고 또 존경하는 마음이 들뿐이다. 이 생생함을 재치와 유머로 전한 한권이 책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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