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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평점 :
#협찬 오랜만에 잔잔한 영화 한 편을 보는듯한 책.
아시아와 마누는 젊은 커플로, 다른 나라에 정착해 집을 구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들. 레나나 라비 같은 다른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고 가족들을 집에 초대하기도 하면서 일상을 보낸다.
집을 찾는 과정 중,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계속해서 약간의 낯섦을 느끼고,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데 집을 찾는 것 보다 어디에 속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게 우리도 한 번씩 느끼는 감정이 아닌가 싶었다.
아시아와 마누는 현지 조사에 나선 인류학자처럼, 집을 보며 그 안에 담긴 타인의 삶을 조용히 관찰하는데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 '내 자리'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이방인으로 살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고 그들을 응원하게 됐다.
‘청춘의 디아스포라’라고 불리던데 디아스포라는 자국이나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 살아가는 집단을 뜻하고 소속감의 갈등, 정체성의 혼합 등 이주자들이 겪는 심리적인 불안정함을 다루는 말이라고 한다.
#아이세귤사바쉬 저자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긴 소설로 튀르키예 출신으로 영국과 덴마크에서 유년을 보내고 미국에서 인류학과 사회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평생을 디아스포라 속에서 살고 있을 저자의 마음을 ‘아시아’라는 여자 주인공이 주변을 인류학자 시점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풀어냈다.
📖
촬영하는 몇 달 내내 나는 살아가는 방식도, 공원을 즐기는 방식도 참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다양한 삶의 형태, 낯설고도 독특한 방식을 가능한 한 많이 알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에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고, 장면 간의 연결을 매끄럽게 다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처럼 편집하면서 차츰 깨닫게 되었다. 겉보기엔 다양해 보여도 결국 살아가는 방식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덧없이 흐르는 하루의 시간을 뚫고 나아가는 방법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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