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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아이가 유아 때부터 시작한 책읽기.
책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해,
다독열풍이 불면서 하루 10권, 20권씩 밤 늦도록 읽힐 때도 있었어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보다보니 글밥도 많고 하루에 한 권을 읽기도 시간이 빠듯합니다.
최근 들어 다시금 고개를 드는 정독에 대한 관심들. 저 또한 정독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깊이 읽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는데요.
고전 읽기를 슬슬 시작하는지라 한 권을 들고 몇일에 나눠 읽기를 하면서 단어의 의미도 알려주지만
이야기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이야기 흐름이 끊기면 흥미를 잃고 끝까지 읽기를 포기하지 않을까 염려도 한 몫 했지요.
이 책은 일본의 중학교에서 고전 '은수저'를 국어 교재로 삼아 3년 동안 수업을 진행한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과
은수저 수업을 받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의 제자들을 취재한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은수저 4기 학생인 구로이와 유지가 <은사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은수저 수업을 다루고 이어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었고,
이를 쇼가쿠칸 출판사가 1년 동안 은수저 아이들을 취재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의 일대기도 소개하면서 어떻게 이 수업을 이끌어왔는지를,
은수저 1기부터 5기까지 제자들이 이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으며 평생 가르침을 주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어요.
자유로운 교육방식을 지향하는 나다 중학교로 첫 교사로 부임한 선생님은 특별한 수업을 기획하게 되요.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흥미를 느껴 빠져들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의 내용과 작품 속의 단어에서 파생되는 것들까지,
학생에게 진정한 국어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줄 교재는 없을까"
그 결과물로 국어 수업에 고전 '은수저'를 택하고 매번 수업에 필요한 인쇄물을 손수 제작, 프린트해와서 나눠주고 수업을 이끌지요.
이 인쇄물은 선생님의 열정과 노고가 그대로 녹아든 자료로 은수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단어의 뜻, 유래, 시대적인 배경,
다른 학문과의 융합교육까지 아울러 하는 통합교육을 하는 자료들이에요.
선생님이 '은수저' 수업을 통해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낀 것에서 마음이 동하여 스스로 깊이 파내려 가길 바랍니다.
스스로 찾아낸 것은 여러분의 평생 재산이 됩니다."
책 속의 막대과자를 직접 맛보게 하기 위해 어렵게 주문해서 수업시간에 선물로 나눠주는 선생님.
그 막대과자를 입 안에 느끼며 은수저의 표현을 맛으로 기억하는 수업이라니,
어찌 평생 기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책으로 읽고 끝내는 수업이 아닌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산 교육을
교실 안에서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게 신기했습니다.
이것이 한 교사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또한 놀랍기만 했습니다.
은수저에서 '네즈미안' 이라는 단어 하나를 가지고 뜻풀이를 하면서 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를 계산하도록 하고 있어요.
선생님의 수업은 어떻게 하면 옆길로 재미나게 빠질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국어에서 시작해서 수학으로, 전통문학으로, 다른 교과로 더 깊이 있게 파고들고 훑어주고 있어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교과를 아우르는 우리나라의 현 융합교육과도 통함을 알 수 있었어요.
천천히 깊게 읽는 수업 방식을 통해 길러진 국어력은 타 교과와의 융합교육으로 빛을 발했고,
나아가 풍부한 사고력과 판단력을 길러 당장 눈앞의 성적 향상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까지 배우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이 수업이 주목을 받은 것은 도쿄대 합격자를 많이 내면서이지만,
실제 이 수업이 한 교사의 노력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살펴보면서는
대입의 성공이 아닌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법을 가려쳐 준 혜안을 가진 교사의 노력의 결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제가 이런 수업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혹은 지금 내 아이가 이와 같은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면 저는 흔쾌히 응할 수 있을까도 자문해 보기도 했습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경쟁 사이에서 느리게 하는 수업을 믿고 따를만큼 믿음이 있어야 하겠지요.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다는 믿음, 아이가 그 교육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성장을 잘 하리라는 믿음이요.
뭐든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 교육과는 어쩌면 많이 어긋날 수 있지만,
은수저 수업을 통해 그들이 얻은 것은 단순히 대입을 위한 공부가 아닌,
평생 필요한 삶을 사는 지혜였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요즈음 우리나라 대안교육에서도 초등학교 6년을 오롯이 한 교사가 전담하는 것을 보았기에
우리에게도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희망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공교육을 다니는 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가져보았습니다.
책을 읽어라가 아닌,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때이라는 것을요.
아이의 책이 글밥이 많아지면서 혼자 읽기만으로는 다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같이 읽어주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저 또한 속도에 급급하여 빠르게 읽는데만 치중했음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면 아이 기준에 맞춰 풀이를 해 주긴 했지만,
그 말의 어원이나 더 깊이 있는 이야기까지는 확장하지 못하고
이야기 흐름을 놓칠새라 다시 책으로 돌아오곤 했지요.
저부터 아이 책을 읽음에 있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책에 대한 예습이 필요하겠구나,
그래야 진정한 책읽기를 가르칠 수 있겠구나 느꼈습니다.
아이 책이라고 그냥 읽으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때임을,
아이에게 더 깊게 생각하고 천천히 읽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여유와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 책을 읽음에 있어 다독이 아닌 정독을,
천천히 읽음으로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깊이 있게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지녀야겠습니다.
이 책 또한 한 번만 읽고 서평을 쓰기에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으면서 되새기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와 같이 책 읽기를 즐기는 부모라면,
내 아이가 책을 통해 배움을 얻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앞으로는 "천천히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자"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입니다.
[본 포스팅을 작성함에 있어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