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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셈도사 수리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1
이향안 지음, 최미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백 년 쯤 전에 여섯 살 된 수리는 할머니랑 살고 있는 아이로 시장통에서 자라면서 셈을 잘하는 아이로 인정을 받았어요.
누구든 어려운 흥정이라도 할라치면 수리를 불러 셈을 척척 했지요. 그래서 별명도 셈도사라 불렸어요.
수리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고을의 큰 부자인 박 영감의 부름을 받고 가 보니,
자신의 아들 범이에게 셈법을 가르쳐주라는 거에요.
단, 시간은 엿새뿐으로 그 후에 셈 시험을 치룰 것이며 그것을 도와주면 된다는 것이지요.
대가로 할미 집 삯과 노점 삯, 상금도 넉넉히 챙겨준다는 말에 수리는 수락하지요.
하지만 수리보다 두 살이나 많은 범이는 셈도 느리고 영 실력이 늘질 않아요.
아버지가 낸 문제로 끙끙대는 걸 수리가 단숨에 푸는 것을 보고는 수리의 실력을 믿지요.
수리는 범이네 하인인 마당쇠의 딸 보리가 비오는 날 처마 밑에서 우는 걸 보고 범이가 심술맞게 바깥 담장 낙숫물 개수를 세어오라고 했다는 것을 알아맞히지요. 또한 답도 단숨에 알려준답니다. 담장이 반듯한 네모인지라 한쪽 담장의 낙숫물 개수를 세어 네 곱을 하면 된다는 간단한 셈을 내 놓자 보리는 깜짝 놀라지요. 그리고 수리에게 보채어 셈 하는 법을 배운답니다.
수리와 보리의 곱셈구구 노래가 정겹기만 하군요.
요즘 곱셈구구와는 다른 가락이 느껴집니다.
"일일여일, 일이여이, 일삼여삼... 렁렁렁."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자가 성과가 있는 법, 단연 범이보다 보리의 셈이 향상될 수밖에요.
범이는 이틀 밤낮으로 가르쳐도 못 외우는 곱셈구구를 보리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외웠지요.
나흘 째 되는 날 박 영감은 수리를 불러 올해 땅 삯을 곱셈구구로 받아 낼 거라고 해요.
그것도 작년과 달리 자기 땅에서 두 번씩 농사를 지었으니 두 곱으로 받겠다구요.
하지만, 올여름은 엄청난 폭우로 농작물이 비에 잠겼고 다시 곡물이나 채소를 심었지만 가뭄이 들어 그마저도 시들어버려 제대로 수확이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박 영감은 수확물에 상관없이 곱을 해서 받겠다니 큰일이지 뭐에요.
그리고는 범이에게 이단 곱셈구구만 외우라고 시켜요. 그렇게만 성공하면 큰 상을 내릴 거라구요.
할머니를 위해 두 눈 꼭 감고 박 영감이 시키는대로 할까도 싶지만,
할머니는 도둑놈 심보라고 하지요.
그저 세상일도 셈법처럼 정확했으면 좋겠다구요.
닷새째날 나물을 파는 할머니에게 가 보니 아낙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어요.
알고보니 아낙이 신던 버선을 들고 나와 할머니가 나물죽이라도 푹 쑤어서 다섯 아이랑 먹으라고 나물을 몽땅 다 준거에요.
할머니의 말이 참 가슴으로 와 닿아요.
"셈은 숫자로만 하는 것이 아니여.
마음으로 하는 셈이란 게 있구먼."
드디어 여섯 째 날이 밝고 박 영감은 아들 범이를 대동하고 저잣거리로 나오지요.
곱셈구구 실력이 대단한 수리가 범이를 가르쳤으니 범이의 계산이 정확할 거라면서 운을 떼지요.
작년에 한 번만 농사를 지어 쌀 다섯 섬을 땅 삯으로 냈으니, 올해는 두 번 농사를 지었으니 다섯 섬의 곱절이니까 열 섬이라는 답을 범이가 내 놓지요.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눈빛과 할머니의 고갯질을 보고 수리는 마음을 고쳐 먹어요.
그리고 셈도사답게 다시 차근차근 셈을 풀어 놓지요.
올해 수확량은 작년과 다르니 올해 수확량으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구요.
오히려 범이에게 수리는 다시 문제를 내지요. 폭우로 수확량이 하나도 없구, 가뭄으로 수확량이 없으니 어떻게 계산해야 하느냐구요.
그러자 자신만만하게 범이는, "수확량이 없다는 건 영이라 영끼리 더해 봐야 영이고, 곱을 해도 영이지."
옆에 있던 보리가 거들어서 "세 곱, 다섯 곱, 암만 해도 영!" 이라는 답을 내 놓지요.
보리도 푸는 셈이니 박 영감은 뭐라 반박할 수도 없지요.
사람들은 이참에 삯 계산하는 방법을 제대로 정하자고 박 영감에게 요구하고 수리를 셈도사로 치켜세웠으니 틀리다고 할 수도 없고 제 꾀에 스스로 넘어간 꼴이 되었지요.
어른들은 올바른 셈을 위해 머리를 모으고,
아이들은 강강술래는 하며 보리의 선창에맞춰 곱셈구구를 흥얼거려요.
"구일여구! 구이여십팔! 구삼여이십칠......렁렁렁."
저자는 어느 겨울에 <한국 수학사>라는 책을 보고 재미를 붙여 옛 수학에 관한 책을 연이어 읽다가 그 당시에도 일일여일, 일이여이,이이여사......곱셈구구, 구구단을 한 것을 발견하게 되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아이가 수리였고 곱셈구구와 관련한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랍니다.
단 수리가 살던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숫자 0도 사용하지 않았대요.
그래서 표기를 할 때 자리를 비워 두거나 빈자리를 나타내는 ○가 사용되었대요. 하지만 동화에서는 이야기 전개상 '영'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어요.
아라비아 숫자가 없던 당시에도 곱셈구구로 셈을 했다니 대단할 따름이에요.
지금도 사용하는 셈을 그때는 어찌 발견하고 적용했을까 신기하기만 합니다.
셈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고 곱셈구구를 외운다면 정말 재미없는 시간일거에요.
하지만 왜 곱셈구구가 필요한지를 먼저 알고 배운다면 필요성에 의해 자연스레 즐겁게 익힐 수 있는 곱셈구구랍니다.
작년 2학년 2학기 때 곱셈구구를 익히느라 애를 먹는 딸아이에게 개념을 이해시키니 굳이 외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덧셈으로 풀이를 하면서 익히다보니 어느새 외우게 되더군요.
우리 부모세대처럼 주산학원이나 곱셈구구 노래로 무작정 외우던 시대는 더 이상 아니라는 거지요.
주입식이 아닌 개념을 이해시키는 수학이 셈에서도 적용되어야 함을 알 수 있어요.
수리의 이야기를 통해 곱셈구구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모두 행복할 수 있음을 통해서도 수학이, 셈이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꼭 배워야 하고 익혀야 하는 것임을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 시공주니어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