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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ㅣ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초등학교2학년 딸아이랑 같이 읽기를 한 <잊지 마, 넌 호랑이야>입니다.
표지와 제목을 보면서 이미 어떤 내용일지 가늠이 되는데요.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한 책이었어요.
1> 못생긴 호랑이, 천둥이
<민재가 뿔났다>를 읽은 주현이는 같은 작가 이미지선생님이 쓴 이야기라며 관심을 더 갖더군요.
아는 그림, 아는 책이 나오면 그때 인상깊었던 내용을 떠올리며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눈과 귀를 집중합니다.
천둥이는 시베리아에서 잡혀온 엄마 호랑이로부터 동물원에서 태어났어요. 한번도 밖을 본 적이 없는 천둥이는 시베리아 태생의 호랑이들에게 멸시와 따돌림을 당하지요. 그렇게 다른 동물원으로 팔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사육사의 말을 듣고 천둥이는 시베리아를 꿈꾸지요.
하지만 눈을 뜨니 그곳은 태어난 이전 동물원이었던거에요.
동물원 밖의 세계를 모르는 천둥이에게는 그리워할 고향이 없다는 것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이야기였어요.
천둥이가 동물원으로 돌아가서 안타까웠지만 다시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천둥이에겐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돌아간 것이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어요. 야생에 길들여지지 않은 천둥이에게 어머니의 고향 시베리아는 편하지만은 않을테지요.
천둥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위로해봅니다.
2>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중국 자룽 습지에서 살다가 갑돌이와 짝짓기를 하고 한국 사육장으로 온 갑순이는 고향이 그립기만 해요.
사육장에서 나고 자란 갑돌이는 그 자유를 알 수 없지만 갑순이와 함께 언젠가는 그곳으로 꼭 가기로 약속하지요.
하지만 인공적인 환경으로 만들어 놓은 딱딱한 시멘트 바닥 때문에 갑순이는 발에 물집이 생기고 염증이 심해져 치료를 받으러 나가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었어요.
식음을 전폐하던 갑돌이는 갑순이의 바람대로 자신이 고향을 찾아 힘차게 날아오르는 꿈을 갖고 다시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호수 공원 관리인의 아들 재운이는 갑돌이의 날갯짓을 보며 깜깜한 그믐밤에 문을 열어주지요. 갑돌이는 힘차게 날아올라요. 재운이까지 태우고 말이지요. 순간 이건 꿈이 아닐까 싶은 대목이었어요.
내년 봄을 기약하며 되돌아온 갑돌이와 재운이. 깃털이 흠뻑 젖어 있어 의아해하는 재운이 아빠의 말을 들으니 정말 날아올랐구나 싶었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잊지 못하는 갑순이를 보며 참으로 안타까웠어요.
자유롭게 살던 생명이 갇혀 지내는 고통은 살고자 하는 희망을 내려놓는 것과 같은 무게임을요.
동물원에 가면 촛점 없는 시선으로 의욕없이 늘어져 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어른거리면서 안타까움이 커졌습니다.
3> 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
아프리카코끼리 산이는 서커스단이 고향이에요. 그곳에서 동물원으로 옮겨와 넉넉한 먹이가 고맙고 사람을 주인이라고 생각하지요.
꽁이는 아프리카에서 사냥꾼들에게 무리가 죽임을 당하고 동물원에 잡혀왔어요. 좁은 사육장이 답답하기만 하여 스트레스로 벽을 차 발이 상처투성이가 되지요.
꽁이의 소문을 듣고 취재를 나오고 서명운동이 일어나자 꽁이와 산이는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옮겨오게 된답니다.
방이 아니고 울타리도 없는 한없이 펼쳐진 풀숲에서 산이도 자유를 느끼게 되는군요.
이렇게 책은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천둥이, 갑돌이, 꽁이와 산이를 통해 그들의 아픔을 듣는 내내 미안한 마음이 커지더군요.
아이가 어렸을 때 부모들이 제일 먼저 데리고 가는 곳은 동물원일 거에요.
책으로만 만나던 동물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흥분하고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유익한 공간이지요.
하지만 현실을 알고 보면 어느 순간에는 미안한 마음에 발걸음이 뜸해지는 곳이기도 하지요.
동물원이 꼭 필요한 곳일까요?,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들에게서 자유를 빼앗은 것이 정당할까요?
아이가 이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도 싶고,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동물원에 대해서도 어른인 저도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었어요.
동물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겠구나,
더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동물과 사람이 같이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수도 있겠구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어요.
[ 샘터 물방울서평단을 통해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