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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몇 년 동안 읽어 온 책들과는 사뭇 다른 책을 만나보았어요.
회사 생활 할 때에는 자기계발서와 명상집을 주로 보아왔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그림책을 시작으로 수많은 육아서를 읽어왔지요.
아이가 성정함에 따라 어린이 동화책과 전업맘으로 도움을 받고자 건강서와 요리책들로 자연스레 관심사도 이동을 했어요.
좀 더 나를 위한 책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요즘인데요.
<향기>는 그런 제게 낯선 문장들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 그닥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라 아이 학원 동행시 기다리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어 몇 일을 가방에 넣고 다녔지요.
하지만, 이상하게 읽고 또 다시 반복 읽기를 해야지만 책 속의 단어들이 문장들이 이해가 되더군요.
왜 그럴까? 다시금 집에서 집중해서 읽어보니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은 제목 <향기>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이야기마다 각각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는 것을요.
저자의 유년시절,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성장 후 즐겨 다녔던 장소들까지. 저자가 글로 표현하는 것을 그대로 연상하면서 음미해야지만 그 향기 속에 자리하고 있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요.
저자의 소개도 꼼꼼하게 다시금 읽어보고 넘어갔습니다.
사르트르와 카뮈, 파트릭 모디아노를 잇는 프랑스 현대문학의 진수, 필립 클로델!
소설 <회색영혼> <브로덱의 보고서>의 작가,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차가운 장미>의 감독 필립 클로델의 냄새와 추억에 대한 공감각적 산문집.
2014년 장자크 루소 상 수상작!
처음부터 다시 펼쳐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아이가 잠든 늦은 밤에 주로 읽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술술 읽히지는 않아요. 저자의 삶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이야기 시점도 과거, 현재, 과거를 오가기도 하고, 표현법이 일상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과는 전혀 색다르기 때문에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야 상황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내려갈수록 저자가 사물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식들이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몰입할수록 읽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이렇게 주변을 관찰하고 기록함으로 추억 속의 향기만으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그때를 얼마전의 일처럼 기억할 수 있겠구나.
이런 표현법을 좀 배우고 싶구나 싶은 마음이 강해지더군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보니 아이의 시각도 이런 식으로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삶 자체를 향기에 맞춰 풀어낸 이야기는 그렇게 끝으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하였고 저자가 살아온 흔적을 조금이나마 그만의 향기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향기라고 하면 땀냄새, 샤워 후 상쾌한 향, 밥 짓는 냄새와 같은 후각에만 집중해서 떠올리게 되는데요.
저자는 어린 시절 첫키스 순간의 허브향, 아버지에게 젊음을 선사했던 애프터셰도우 후의 매낭 스킨, 사랑하는 삼촌이 남긴 스웨터, 아버지의 죽음 후 마주한 집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유년시절, 잠든 아이의 살냄새까지... 상황별로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기억 속의 향기를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살면서 마주하는 사건들은 사는 곳이 다르고 상황이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사람이 살면서 겪는 일련의 삶의 유형은 비슷할 수 있구나,
그동안 마주했던 과거의 시간들 속에서 같은 상황들을 떠올리며 나는 어떤 향기로 그들을 기억하는지도 되새기는 행복한 시간을 갖을 수 있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를 붙들고,
과거의 어딘가로 언제든지
우리를 떠나보낼 수 있는 향기의 마법.
신이 선사한 가장 원초적인 이 감각은 결코 시곗바늘에 찔리지 않는다."
이 책을 마지막 한 글자까지 집중해서 읽은 후 저자의 향기 예찬론을 읽으니
앞으로 살면서 그 속에 깃들어 있는 향기의 마법 속에 빠지고 싶어집니다.
<향기> 책을 통해 저자의 특별한 재능 덕분에 우리는 그의 향기의 마법을 전수받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어른이 된다고 글을 알고 말을 한다고 모두 풍부한 감성으로 표현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요.
말하기도 글쓰기도 부단한 연습을 통해 향상되듯이 향기를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도 배우고 연습하면 나만의 향기를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내 주위의 향기 속에 매 순간의 행복을 담아두고자 합니다.
[ 샘터 물방울서평단을 통해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