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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가 뿔났다!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47
이미지 지음, 이경석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2월
평점 :
독감에 걸려 지난주는 체력이 딸리는지 안자던 낮잠도 매일 자고 저녁에도 졸립다고 일찍 눕더군요.
힘없을 때 제일 많이 보는 건 역시나 책이에요.
엄마 옆에 누워서 읽어주는 걸 듣는 게 제일 편한 놀이인가봐요.
새로운 책 <민재가 뿔났다>가 오자마자 책 표지부터 꼼꼼히 그림읽기를 해 주었어요.
"애가 민재구나.
'뿔났다' 글자봐. 진짜 화난 것처럼 보여. ㅋㅋ
문구점 이름이 양재수래. 재수? ㅎㅎ
민재가 들고 있는 것 좀 봐. 새총에 벌에..."
아파도 입은 살아 있는지라 조잘조잘 그림을 말로 풀어냅니다.
다른 때 같으면 낮에 먼저 읽기를 하는데 아파서 힘이 없는지 그림읽기만 하고 저녁에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하네요.
엄마도 표지만 봐도 흥미진진한 <민재가 뿔났다> 내용이 궁금한지라 같이 빠져들었어요.
민재는 속의 말을 하지 못하고 끙끙대는 소심한 아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아무리 결심을 해도 막상 자기보다 강한 어른 앞에서는 말이 쏙 들어가고 말지요.
보기만 해도 우락부락한 양재수문구점 주인이 게임기 구경한다고 물을 뿌려 쫓아내면서 민재 운동화가 흠뻑 젖어도 말 한마디 못하지요. 이런 양재수 문구점 아저씨를 아이들은 '왕재수'라고 부르지요.
어느 날 문구점 앞에서 오토바이를 피하다가 옆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스티커 진열대를 쓰러뜨렸다고 덤탱이를 쓰고 꿀밤을 맞아 커다란 혹까지 얻게 되지요. 너무나 억울한 상황이지만 왕재수 아저씨는 도통 민재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준비물로 사 간 고무동력기가 불량품이라 수업 시간에 제대로 만들지 못해 속상했던 민재는 용기내어 바꿔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민재가 고장낸거라며 절대 못 바꿔준다고 강하게 나오는 아저씨 앞에서 또 돌아서지요. 억울한 마음에 가슴속에서부터 뭉쳐 있는 덩어리가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걸 느끼면서 혹이 점점 커지는 것만 같지요.
집에 돌아와서 보니 뿔은 앞머리를 뚫고 쑥쑥 자라 있었어요. 민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왕재수를 만나 결판을 내러 달려가지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주먹을 쥐자 알수 없는 힘이 불끈 솟으면서 자란 뿔을 뽑아 창처럼 휘두릅니다. 어느새 민재는 게임기 속 외팔이 무사로 왕재수 아저씨는 레슬러로 변해 있었어요.
민재는 그동안 억울한 일을 당한 걸 쏟아내며 공격하지요. 겁에 덜덜 떠는 레슬러의 모습이 통쾌하기만 하군요.
하지만...
순간 잠에서 깨어난 민재에요.
민재는 비록 꿈이었지만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었다는게 놀랍기만 해요. 꿈속에서였지만 가슴도 후련해집니다.
주현이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도 외팔이 무사로 변신했을 때에는 "정말이야? 어떻게 이렇게 변신했지?"하며 이야기에 빠지더군요. 아직은 민재처럼 상상과 현실을 오고가나 봅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이래서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혼자만 끙끙 앓고 해결하지 못하는 일도 상상 속이라면 뭐든 척척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또 다른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겠지요.
친구 상우는 옆에서 민재의 억울함을 당당하게 말하는데요. 그런 상우가 부럽기만 합니다.
둘은 왕재수 아저씨를 혼내줄 방법을 연구하지요. 초능력 연습에 열심히인 엉뚱한 상우를 따라 민재도 장풍연습을 해요.
주현이도 따라서 열심히 연습했답니다. 자기도 상우처럼 연습하면 할 수 있다구요. ㅎㅎ
민재는 상우와 함께 왕재수 아저씨를 골탕 먹일 작전을 치밀하게 짭니다.
수첩에 작전을 꼼꼼하게 메모도 해 두구요.
그림읽기를 열심히 한 주현이는 이 장면에서 표지를 다시 들춰 보며, 수첩과 바나나, 새총, 벌, 간장 콜라...를 왜 그렸는지 알겠다며 번호순대로 나열하는군요.
작전만으로도 이미 민재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보입니다.
상가 체육대회 마지막에 왕재수 아저씨랑 민재는 닭싸움으로 맞붙게 되어요. 민재는 외다리 무사로 변신하여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내며 레슬러로 변신한 왕재수 아저씨에게 도전장을 내밀지요.
외팔이 무사가 레슬러를 물리쳤듯 왕재수의 무릎 밑으로 파고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왕재수 아저씨를 쓰러뜨리는 이변이 일어납니다.
곧이어 작전대로 골탕먹이려고 간장콜라를 놔둔걸 왕재수 아저씨가 마시고 데굴데굴 구르지요.
둘의 작전은 완전 성공!!
용기를 얻은 민재는 며칠 뒤 고무동력기를 다시 챙겨들고 양재수 아저씨에게 가지요.
상우가 같이 가준다고 하자 "나 혼자 할 수 있어." 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한손에는 아저씨에게 줄 닭싸움에서 이기고 받은 꼬꼬치킨 쿠폰을 들고서요. 간장 콜라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아저씨에게 건넬 거랍니다.
당당하게 고무동력기를 바꿔달라고 말하고 꼬꼬치킨 쿠폰을 건넬 민재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이제 양재수 아저씨도 상우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조금은 달라져 있겠지요.
소심하지만 생각이 깊은 민재. 당당하고 싶지만 마음 같지 않은 현실 앞에 나타난 강한 상대 양재수 아저씨.
현실 속에서 가까이는 권위적인 부모부터 선생님, 주위 어른들, 나보다 강한 친구 앞에서 소심해지는 아이의 모습을 민재가 대변하고 있어요. 항상 당당하게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지만, 소심한 주현이와 같은 아이에게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하지만 대신 누가 해 줄 수 없는 일이기에 항상 집에서 아이 마음을 다독여주고 말하는 연습도 꾸준히 시키다보니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더군요.
내면의 힘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민재를 보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민재를 통해 억울한 일은 억울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볼 수 있겠지요. 처음은 어렵더라도 한번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어디서든지 당당히 나설 수 있을 거에요.
또한 민재와 같은 아이들에게 부모부터 아이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여유가 필요하겠어요. 무조건 부모 말부터 하다보면 아이는 움츠러들어서 말할 엄두조차 못 내고 밖에서도 그렇게 될 테니까요.
소심한 아이도 얼마든지 당당한 아이로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민재가 뿔났다!>를 통해 아이의 내면의 힘을 끄집어 낼 수 있겠어요.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도덕성과도 연관이 있을 거에요.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의사를 떳떳이 펼칠 수 있는 정의로운 아이들의 모습도 그려보는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