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이제야 알게 된 것들 - 살면 살수록 뼛속까지 사무치는 인생의 우선순위들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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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언급하고 싶은 책인데, '왜 김경집이란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다. 나는 이제부터 김경집 작가의 책들을 모두 읽어볼 생각이다. 읽는 즐거움을
잔뜩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추천하고 또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1권만 읽
었어도 꼭 이 분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나 자신에게도 강추이다.

 

 서른여덟번째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 챕터 중에 '멈춘시계'라는 표현이 있다.
집이 이사를 오고 묵혀두었던 여러 짐들을 정리하면서 가지고 있던 시계들을 모아서
한 곳에 두었다. 알람시계부터 벽시계까지 대략 대여섯개나 되었는데 그 중 몇개는
아직 시계바늘이 움직이고 있고 모두 무음시계는 아닌지라 벽시계 1개만 제외해두곤
모두 건전지를 빼두었다. 큰 벽시계 하나, 그리고 멈춰있는 알람시계 여러개..

 

사실 항상 나의 학창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에도 나를 주로 확실하게 관리시켜주었던
시계는 조그만 알람시계였다. 지금은 핸드폰 알람시계의 노예가 되어 아날로그의 알람
음의 추억은 못들은지가 오래 되었지만, 알람시계는 소위 밥만 확실하게 주어두면 언제
고 나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아침마다 그렇게 나를 전쟁터에 내모는 나팔
이 되었어도 결국 다시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또다른 아침을 그에게 의지하곤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방정리를 하며 멈춰있는 알람시계들. 확인해보니 많이들 고장나
있기도 한 그 시계들..

 

이 멈춰있는 시계들도 수명이 낡디낡지는 않았고 대략 그들도 중반에 들어선 것 같다.
조금만 손보면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꼭 손 봐서 다시 쓰고싶지도 않은
것 같은 구식이고, 옛 디자인들이다.

 

마흔. 요즘은 젊다고도 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중반은 중반이다. 20대들의 파릇한 청춘
들로부터 서서히 외면되는 아저씨, 아줌마의 나이들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그들끼리만 어울려야 말이 통하는 세대가 중반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멈춘시계가 되어
인생을 어쩔 수 없이라도 다시 또 다시 생각해보는 세대가 아닐까.

 

나 스스로 약을 주려하지 않고 누군가 끌어주었음 하고, 누군가 알아주었음 하는 나이가
되어가기에 멈춘시계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아직 마흔
은 아니지만, 점차 바라보고 있는 나이가 되어 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별히 이 책의 면면에 흐르는 삶의 인문학적 관점에 따른 여러 체험적 사고들은 내게 깊
은 인상을 줄 수 밖에 없었고, 조용한 가을날 어느 잔디밭 벤치에 앉아 이 책을 친구로 삼
고 하루를 함께 보내며 뿌듯하고 감사하며, 또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
게 하고픈 책으로 이 책을 삼고 싶다.

 

때론, 이 책을 나와 같이 감명깊게 읽은 이와 함께 여러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대해 함께 그려보고싶다. 예전 어릴적, 문학소년과 문학소녀가 만나 황순
원의 소나기와 같은 꿈을 가지고 함께 미래를 그려보았던 것처럼... 디지털화된 이 시대에
더욱 아날로그적 모티브를 가지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이가 그립다.
그러한 이와, 혹은 그러한 이들과 함께 다음날 여행을 준비하는 설레임도 이 밤에 맛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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