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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 2024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에린 보우 지음, 천미나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8월
평점 :
《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ㆍ에린 보우 / 밝은 미래
표지와 제목만 보고는 마냥 유쾌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주인공이 유쾌한 아이이긴 하지만 왜 그럴수밖에 없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책이었다. 볼륨이 꽤 되는 책이지만 사이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아픔을 이 아이가 어떻게 이겨낼지 마음 졸이며 읽어나갔다.
아빠는 성당 전례 담당자, 엄마는 장례지도사이다. 엄마의 직업상 심심치 않게 시신에 관한 이야기, 가끔은 시신과 함께 있기도 하지만 주인공 사이먼은 꽤 시니컬하다. 사이먼 가족은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작은 시골, 커다란 전파 망원경에 둘러 싸인 '그린 앤 베어잇'으로 이사를 온다. 누구든 나를 좀 내버려뒀으면 하는 사이먼 곁으로 우주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고 더불어 외계인과 교신하고 싶어하는 '아게이트'가 다가오고, 이후 '케빈'과도 친해진다. 임보 강아지 '헤라클래스'도 가족이 되고.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고 아무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사이먼은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고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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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8
..내가 평생 걸리지 않고 살기를 원했던 그 레이더는 나를 자동으로 추적하게 될 것이다.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처럼. 세상의 종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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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하고 은둔형 인간이 되는 사춘기 순간이 모두에게 있듯 사이먼도 그런 아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이먼에게는 그럴만한 사건이 있다. 나중에 그 사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사람들의 사소한 관심이 사이먼에게는 어떤 파장이 되는지 생생하게 느껴져 마음이 아플수밖에 없다. 동정을 가장한 관심과 호기심이 어쩌면 상처가 될 수 있으리라는 걸 감히 상상해본 적도 없으니 사이먼과 같은 아픔을 겪었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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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3
지금도 케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긴 했다. 케빈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그럴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으니까. 때로는 세상이 거지 같아서 나쁜 일이 생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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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일을 겪고 나면 그냥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것도 들추고 싶지 않고 잠자코 있고 싶은 마음. 작은 거 하나라도 시작되면 겉잡을 수 없이 슬픔과 우울이 커지니까.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아무도 내게 그 일과 관련해서 몰랐으면, 그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던 적이.
그런 면에서 어린 사이먼에게, 더 큰 일을 겪은 사이먼에게, 도리어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먼과 같은 트라우마와 나름의 우울 속에서 지금은 없을 것 같은 이들에게.
사이먼 가라사대, "지금부터 지금의 너가 될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