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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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작인 ‘불량육아’를 큰 아이 돌이 좀 지나서 읽었던 것 같아요. 책 읽어주는 것 말고는 놀아줄 줄 모르는 엄마여서 미안했는데 그 책을 읽고 그래, 역시 책이야!라면서 온갖 잡다한 집안일은 다 큰 아이가 잠든 후로 미루고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은 아이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어요. 날이 좋지 않아 집에 있는 시간에는 밥 먹이면서도 보여주고 읽어 달라는 책을 들고 오면 거부 없이 아침부터 자기 직전까지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해서 한글도 스스로 익히는 경지에 오르고, 유치원생 때부터 책 읽는 것이 쉬는 거라면서 엄마가 동생과 힘겹게 시간을 보낼 때도 스스로 책을 읽으면서 지내기도 해서 정말 어릴 때 몇 년간 제가 제일 잘한 것은 책 좋아하게 만든 거다 스스로 뿌듯했지만..

둘째에게 활동성이 생긴 이후로는 하은맘의 조언은 다 잊고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둘째가 들고 오는 책은 나중에~를 외치며 집안일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집안일하면서 애 둘 보면 육아서 읽을 기력도 없다고 펼쳐보지도 않으면서 시간이 흐르고, 좋은 엄마와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간다고 자책하는 날들. 둘째의 성향도 다르겠지만 제가 읽어 준 독서량의 차이가 크기에 당시의 첫째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매번 둘째에겐 미안해요. 

 큰 애가 학교에 들어가고 책만 잘 읽어도 성공이라는데 우리 아이는 책 좋아하니까, 잘 읽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선행을 많이 하고 온 아이들을 보며 얇은 귀 팔랑거리면서 책보다는 다른 공부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또 한 번 초심을 잃었었네요. 어느 날 문득 이게 과연 아이를 위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시 육아책과 육아 강연, 교육 카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저와 아이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스스로를 제어하게 되었어요. 아이마다 속도가 다른 것이 당연한데 그것을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들. 그 사이 힘들었을 내 아이. 내 아이에 대한 믿음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하는 요즈음 ‘십팔년 책육아’ 발간 소식에 읽어보게 되었어요.. 더불어 ‘불량 육아’도 다시 훑어보았습니다..

 

 

 사교육에 휘둘리지 말자는 내용의 1장에서 지난날의 제 모습이 생각나더군요. 메타인지를 키우기보다는 눈앞의 결과에만 집착했던 지난 시간. 아이의 행동을 막지 말아야 몰입 훈련이 된다는데 저 역시 집 더러워진다고, 치우기 힘들다는 사소한 이유로 막았던 엄마였기에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딱 두 권만이야. 이거만 읽고 어서 자!” 하는 엄마,

“쫌만 기다려.” “전화 끊고 해줄게.” “이것만 마저 하고.” 하면서 책 들고 오는 아이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엄마,

“학원 숙제부터 하고 놀아.”라는 말로 책보다는 눈에 보이는

학습, 수업, 테스트, 레벨 올리기에 열 올리는 엄마.

엄마로부터 계속 거절 당해온 그 아이의 무너지는 자존감과

난 해도 안된다는 무기력함은 어쩔 건데?

맘껏 놀리고, 울리고, 읽히고, 깽판 치고, 어지르게 냅둬.

지금, 오늘,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홉 살도, 열한 살도 어려.

P. 50

우리 집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글. 정말 아홉 살도, 열한 살도 어린아이들인데....

 

 

 

 

  2장에선 인풋에 대한 내용이에요.

  엄마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를 귀로 듣고 눈으로 그림을 보는 책육아에 대해 강조해요. 영유아기에 끊임없이 말 걸고 반응해 주고 노래를 불러주면서 아이의 두뇌와 감성을 발달시켜주고, 꾸준하게 우리말, 영어 가리지 않고 읽어주면 읽기 독립이 되고, 책육아의 꽃인 초등 기간에 진정한 읽기 독립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다독과 정독이 가능해지고 그렇게 영어와 수학까지 성공했던 경험담, 하은이가 책을 고르는 방법, 추천 도서와 자연과 함께하는 바깥놀이의 중요성 등 저자가 지성, 감성, 인성까지 다 가진 아이로 키우기 위해 해왔던 머리 독서와 몸 독서에 대한 내용 있어요.

 

 

 

 

3장은 아웃풋 이야기에요.

그.냥. 냅.둔.다.

요 다섯 글자 안엔 사실 엄청나게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채 티 나지 않게 관찰하며 못 본 척한다.’

‘무언가에 빠져있는 아이의 몰입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서 촉을 바짝 세우고 내 할 일을 한다.’

결국 방임이나 방치가 아닌 ‘따뜻한 무관심'이다.

p. 163

 

엄마는 그저 내 자식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티 나지 않게 지켜봐 주면 돼.

그거면 된다구.

P. 168

  중학교 1학년 말에 학교 밖으로 벗어났다가 대학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시작한 공부. 본인이 세운 목표를 위해 공부에 몰입하고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스스로 풀어내는 즐거움을 알고, 영어책으로 쌓아 올린 수준급 영어 실력까지… 따뜻한 무관심으로 결국 스스로의 의지로 만 16세에 대학에 합격할 만큼 성장시켰음을 이야기해요.

아이를 물가로 데려가 물을 먹여줄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물가로 가게 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

근데 그 이전에 애가 스스로 목이 마르게 하는 게 진짜 교육 아니겠니?

애가 목이 말라야 물가가 어딘지 찾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니냐고.

P. 203

 분명 아이를 임신하고 느꼈던 축복의 순간, 태어나서 하는 모든 행동이 예쁘고 감동적이었던 시절에는 스스로 물가를 찾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는데 어느새 잊었던 다짐들. 그 다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글들. 저자의 툭툭 내뱉는 거친 말들이 많은 책이지만 마음에 훅~! 들어오는, 엄마라면 가슴에 꼭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할 말들도 많은 책이에요.

 

 

 

 

특히 4장은 엄마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울컥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부분들이 있어요. 남 눈치 보지 말고 내 아이의 행복만을 보자는 부분은 주변의 시선과 평가를 항상 신경 쓰는 저에게는 꼭 필요한 말이었죠.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를 키워준다는 말 역시 가슴에 크게 와닿았네요. 힘들다 힘들다 이야기하고 좋은 엄마 노릇을 못하고는 있지만, 아이를 낳기 전보다 낳고 나서 세상을 좀 더 깊이 있게 보는구나 스스로 느끼고는 있었거든요. 엄마도 끊임없이 책을 읽고 엄마에 대해, 나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역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게 되었고요.

아이들의 한계 없는 자유로움과 실패에 굴하지 않는 무한 재도전,

온갖 쿠사리에도 아랑곳 않는 두꺼운 낯짝,

그 위대한 기질과 내면의 힘을 단련하는 건

오로지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대상인 엄마의 품에서만 가능하다고.

올바르게 함께 있어 줘. 아이 옆에.

노력하지 않고 대충 끼고 있는 건 절대 제대로 된 육아가 아니야.

내 부족함을 내가 알잖아. 아는 만큼 죽어라 노력해.

나에게 원 없이 웃어주고 앵겨주고 매달려준 고마운 애,

정신차릴 때쯤 아이는 이미 엄마 품을 떠나려 해.

너무 강하고 의젓해져서 미안함을 지나 조심스러워지지.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처럼.

진즉 이리 귀하게 대해줄 걸 땅 치고 후회하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죽을 힘 다해 아이 키워.

어느 순간 내가 키워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p. 232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내 아이를 올바르게 독립시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초등학생이 되면서 벌써 조금씩 분리되고 있는 아이.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하기 전에 아이와의 교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했어요. 

 

  책육아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전작에 더 많이 자세히 나와있어요. 이 책은 책육아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한 하은이를 통해 다시 한번 책육아를 강조하면서 엄마의 성장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아이들이 하은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성장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면서도 불안함에 따라가고 있는 고가의 사교육 안 하고 대입에서 좋은 결과까지 낼 수 있었다는 예시를 보여준 책. 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지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있는 부모라면 한 번씩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도치맘 카페를 통해 RHK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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