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칼이 될때]의 지적처럼 정체성을 드러내지 말고 살라는 요구 자체가 차별이다.
그 여자가 레즈비언이거든. 혼자만 알고 있었으면 좀 좋아. 남들 모르게 하면야 뭘 하든누가 신경 쓴다고.
하지만 어떤 존재를 향해 그 정체성을 드러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관용이 아니다. 드러내지 말고 살라는 요구 자체가 차별이다. 게다가 어떤 소수자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보장 받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있지 못하다. 혐오표현에 관한 범국가적 차원의 조치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나 사회 유력 인사들이 혐오표현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남성이나 기독교도와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소수자들처럼 차별받아온 ‘과거‘와 차별받고 있는 ‘현재‘와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래‘라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