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유서 움직씨 퀴어 문학선 2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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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어 노트를 절절하게 읽었기에, 또 텀블벅 소개글만 읽었을 뿐인데 숨이 턱 하고 막혀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비가 내린 뒤라 흙은 무르고 부드러웠다.' 36쪽

몽마르트르 유서 배달을 기다리다가 지쳐 있었다. 그땐 책을 쉼 없이 한 번에 읽어야 하는 데에 신물이 났던 시기와 곧잘 읽고 보던 책과 영화에 질린 시기가 맞물렸던 때였다. 그래서 막 도착한 책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날짜에 맞춰서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말고도 할 일은 많았으니 금방 허물어질 생각이었다. 근데 해냈다. 조에가 생일 자정에 편지를 쓴 날에는 기다렸다가 열두시 땡치자마자 마음 깊이 축하하며 읽었다. 리뷰 제목처럼 손 맞춰 읽으며 라는 말이 정말 맞았다.

'가시적 폭력에 의한 죽음이 많을까, 사회적 편견과 무지로 인한 죽음이 많을까?' 285쪽

내 독서 규칙은 간단했다. 앞서 말한 날짜에 맞춰서, 그리고 소리내어 읽기 였다. 입으로 읽는 책 내용은 전혀 다르게 읽혔다. 많은 사람의 입과 몸짓을 빌려 읽으려고 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어서 한 번을 제하곤 조용히 내 목소리로만 읽었다. 사적인 편지를 소리내어 읽는 건 너무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조에의 편지는 정말이지 세상 사람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었다. 제발, 봐 달라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는 것을.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등질 때도 집에 돌아가면 우릴 맞이할 따뜻한 두 팔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자. 알았지?' 261쪽.

그리고 솜. 조에의 솜, 솜의 조에. 솜을 생각하면 조에처럼 생각하다가도 너무 깊이 빠져들까 봐 잠시 나로 돌아온다. 사랑해 마지 않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조에는 중간에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유서.' 라는 말을 언급한다. 몽마르트르 유서 그 자체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조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문장이 있는데 꼭 찾아내길 바란다. 사실 이 책 한 권이 조에가 하고 싶은 말의 압축본이다.

앞으로 최소 3번 읽으려 한다. 편지 순서대로, 랜덤으로 그리고 스물 여섯 살을 맞이해 읽을 생각이다. 필사를 하다가 너무 벅차서 쓰지 못한 부분들도 스물 여섯 살이 되면 옮길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모르겠다. 4월 27일부터 6월 17일까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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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유서 움직씨 퀴어 문학선 2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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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똑같이 이름이 없습니다.
당신이 행복하고 건강하길 빕니다.˝
4월 27일부터 6월 17일까지 날짜에 맞춰서 읽으며 하루하루 조에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날이 없다. 조에의 말처럼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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