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팅 하이 getting high - 영원을 노래하는 밴드, 오아시스
파올로 휴이트 지음, 백지선 옮김 / 컴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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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이 삶이 영원히 지속되면 좋겠지만,

사람들 앞이 아니더라도 나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할 수 있으면 돼. 그거면 충분해.

난 기분이 나쁘면 방에 틀어박혀 노래하며 털어버려.

노래할 수 있는 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야.

화가 난다고 죄 없는 사람들을 쏴 죽이는 사람도 있잖아.

난 아니야. 기타를 치며 'Dirty Old Town'과 같은 노래를 부리기만 하면 돼."

1996년 5월 25일, 노엘 갤러거

"사람들이 미치지 않는 한, 지금의 삶은 계속될 거야.

같이 앨범을 여섯 장만 내자는 게 처음에 한 약속이었어.

그때까지 못 갈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여섯 장까지 내고 나면 난 바로 관둘 거야."

1996년 8월 12일, 리암 갤러거

90~00년대를 살아온 나에게 오아시스는, 그냥 오아시스 그 자체이다.

검은색 네모 박스 안에 OASIS 텍스트 하나만 있어도 존재감이 엄청난 시그니처 마크 뿐 아니라

노엘 형제의 목소리, 그리고 앤디 벨, 겜 아처의 베이스와 기타까지 더하면 브릿팝 밴드의 자유분방함이 나에게까지 전해져온다.

오아시스 밴드는 인터뷰할 때마다 워낙 명언이 많아서 오아시스 특유의 진짜 재밌고 특이하고 자유분함이 포인트인데

이번 <게팅 하이>를 통해서 진짜 오아시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그동안 이 책을 읽고 싶어도 번역서 없어서 못 읽고 있었는데 드디어 <게팅 하이>가 출판되었다니!

알고 보니 저자 파올로 휴이트는 2016년에 개봉한 오아시스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소닉>에 인터뷰이였다.

<게팅 하이>는 1994년 1집 앨범 [Definitely Maybe] 데뷔부터 (데뷔하기 전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포함된다!)

1996년 레전드 오브 레전드 넵워스 공연 등 아티스트 오아시스의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담고있다.

책을 펴면 시작하는 갤러거 형제의 한마디로 펀치라인을 날리고, 오아시스 대표 사진작가 '질 푸르마노프스키'의 멋진 미공개 사진까지 볼 수 있어서 오아시스 팬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다음은 내 친구 조니에게 바치는 곡 <WonderWall>." 아까 라디오 방송을 마친 후, 노엘은 더스미스의 전 기타리스트이자 자신에게 큰 영감을 준 조니 마를 만났었다.

노엘이 독특한 첫 코드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노엘보다 관객들이 먼저 부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너에게 되돌려주는 날이 될 거야/ 지금쯤 너는 네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어야 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나만큼 너를/ 이해할 수 없어"

모든 관객이 마지막 두 소절을 마치 노엘과 오아시스에게 바치듯 불렀다. 가사와 사운드가 어우러져 듣는 이의 미묘한 감정을 건드리고 자극하는, 그래서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진정한 공동체 음악이다.

-지금 이 순간, 노엘은 냉정하고 쌀쌀맞은 록 스타가 아니라 맨체스터의 치유자이다. 맨 체스터에서 노엘의 목소리는 진가를 발휘했다. 강하고 구슬프고 감동적인 목소리다.

노래를 끝내며 노엘이 말했다. "올해 우리 곁을 끝까지 지켜줘서 고마워." 관객들도 고맙다고 화답하자 노엘은 작곡가들을 위한 애가, <Cast No Shadow>를 불렀다.

이번에도 관중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노엘의 부담을 덜어줬다. 관중의 반응에 들뜬 듯 노엘이 마지막 부분의 가사를 바꿨다.

"우리의 영혼은 뺏어갈 수 있지만/ 자존심은 뺏어갈 수 없어."

오아시스의 노래 중 좋아하는 곡 어느 한 곡을 뽑기는 어렵지만 수많은 곡 중 좋아하는 곡 하나 이상은 말할 수 있다.

그 중 <WonderWall>은 내 플레이리스트에 몇년 째 빠지지 않는 곡이다.

둥둥둥, 전주 기타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쿵 뛰는데 verse 구간으로 갈 땐 마이크를 위로 단 채 건들건들 노래를 부르는 오아시스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장면이 하나 있다.

배우이자 감독인 자비에 놀란의 영화 <Mommy>에서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지고 보호소에서 나온 주인공 '스티브'가 엄마와 행복하고 평범한 한 때를 보내며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양 팔을 쭉 펴는데, 그 때 오아시스의 <WonderWall>가 처음 시작부터 흘러나온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영화 속 화면배율 변경 씬까지...!

이 노래를 들으면 정말 오아시스가 누구도 아닌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고 노래로 치유받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고마워요, 오아시스! 음악을 해줘서.

 

 

 

-본 헤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나 이해가 안 될거예요. 당시 우리는 오아시스의 미래에 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확신만으로는 부족했어요. 확신이 현실이 되도록 죽어라 노력해야 했죠. 다른 일을 하면서 일요일 오후에 두 시간씩 연습하는 걸로는 부족했어요. 밴드를 만들었으면 전력을 다할지, 취미로 할지 결정해야 해요. 우리는 전력을 다하기로 했어요."

-"맥캐롤은 우리 앞에서 드럼 세트를 닦거나 헤드 가죽을 교체한 적이 한번도 없었어. 어떤 드러머가 멋있다거나 훌륭하다는 말을 한 적도 없고. 악보를 갖고 다니길래 내가 그랬지. '악보는 필요 없어. 실력을 쌓으려면 매일 연습을 해야지 악보만 봐서 뭐 해.'

나는 매일 노래해. 형도 늘 기타를 치고, 귁시도 늘 베이스기타를 만지작거리고. 본헤드도 마찬가지야. 악보만 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훌륭한 드러머가 되려면 직접 쳐봐야 하는데 맥캐롤은 그럴 수가 없었어. 음반이 하나도 없었거든. 더 후나 스톤 라지스, 비틀스의 음반을 자꾸 들어봐야 하는데 말이야. 악보를 볼 게 아니라 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복스>에는 진지한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노엘의 답변이 실렸다.

"나는 오아시스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고 오아시스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돈은 영원하지 않으니 우리도 언젠가 돈이 떨어질 겁니다. 우리 같은 밴드는 항상 그러니까요. 하지만 10년쯤 지나면 오아시스의 앨범 몇 장이 가판대에 진열될 테고 내 이름은 곡명 옆에 나란히 찍힐 겁니다. 그건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건 그게 다예요.

나는 이런저런 잡지의 표지에 실리거나 섹스 심벌이 되거나 우리 세대의 목소리가 되는 것에는 전혀 관심없어요. 내가 바라는 건 레이 데이비스나 모리세이, 조니, 재거, 리처즈, 레논, 맥카트니, 피트 타운센드, 폴 웰러, 버트 바카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음악가로 기억되는 것뿐이에요."

-리암은 다른 방에서 혼자 머무르면서 명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명성은 늘 내 뒤를 따라오게 해야 돼. 나를 앞지르게 두면 명성이 시야를 가려서 목표가 잘 안 보이게 되거든. 내가 밴드를 하는 건 우리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야. 그게 다야. 다른 건 신경도 안 써. 중요한 건 음악이야. 간단해. 그런데 사람들은 신문 기사만 보고 나를 다 안다고 생각해. 하나도 모르면서. 알리가 없지. 나랑 이야기 한 번 안 해봤잖아. 신문을 본 게 다잖아."

<게팅 하이>에서는 노엘 형제들의 불우했던 가정환경부터 학창시절 싸움꾼이었던 모습, 그리고 우연히 아버지가 가져온 기타를 시작으로 음악과 작곡을 하고 리암 갤러거의 밴드에 노엘이 합류하면서 진정한 오아시스로 거듭나는 모습 등 오아시스의 시초부터 현재의 오아시스까지 모든 걸 담고 있다.

<게팅 하이>를 통해 느낀 건 역시 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은 결코 그냥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적도 없었지만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오아시스의 1집 앨범이 대박이 나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빌보드 탑에 오르며 앨범 몇 십만장을 팔아 치우는 괴물같은 모습까지 그 성공의 이면에는

우리가 인터뷰나 기사를 통해 마약, 술, 싸움꾼으로만 보이던 오아시스가 아닌 진짜 음악가, 노력, 삶의 애환이 담겨 있었다.

무대 위든 아래에서든, 항상 자신감 넘치는 그 삐딱함이 참 좋았는데

그건 유명세나 돈,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과 팬들을 위해 달려온 오아시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같다.

오아시스의 많은 팬들은 오아시스 밴드를 완전체로 볼 수 없는 것이 많이 안타깝지만 <게팅 하이>를 통해 다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지금 오아시스 개개인 각자의 위치에서 또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을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오아시스, 게팅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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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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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 프랑스어 단어를 처음 만난 게 어디에서였을까?

... 프랑스어 동사 flaner에서 파생되었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플라뇌르라는 단어는 19세기 초반 유리와 강철로 덮인 파리의 파사주에서 탄생했다.

-플라뇌즈, 명사, 프랑스어에서 온 말, 보통 도시에서 발견되는 한량, 빈둥거리는 구경꾼을 가리키는 플라뇌르의 여성형.

이건 가상의 정의다. 플라뇌즈라는 단어가 등재된 프랑스어 사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1905년에 나온 <리트레> 사전에는 "산보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생생한 프랑스어 사전>에 따르면, 믿기지 않게도 플라뇌즈는 "안락의자의 일종"이라고 한다.

일종의 농담 같은 건가? 여자가 빈둥거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드러눕는 것뿐이라는 말인가?

-도시를 돌아다니는 기쁨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다를바 없다. 플라뇌르의 여성 버전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해버리면, 여자들이 도시와 상호작용해온 방식을 남성의 방식 안에 가두게 되고 만다. 사회적 관습이나 제약에 대해 말할 수는 있으나 여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지워서는 안 된다. 대신 도시를 걷는다는 게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 여성을 남성적 개념에 맞추려 하는 대신 개념을 다시 정의한다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걷기를 좋아한다.

일단 아무생각없이 걸어도 좋고 이것저것 사색하면서 걸어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걷다보면 생각이 없어지기도, 더 생기기도해서 좋다.

자연스럽게 걷기와 관련된 책들은 꼭 읽어 보고 있는데

(걷기의 인문학, 걷기예찬, 걷기 명상,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등... 달리기도 살짝 끼얹어본다)

역시 이번 <도시를 걷는 여자들>도 정말 좋다.

아마 리베카 솔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도 분명히 잘 맞을거다.

<도시를 걷는 여자들> 책은 걷는 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시작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남성형/여성형 단어나 문체가 따로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플라뇌르 (산보자)'라는 뜻의 남성형 단어가 있다.

하지만 걷는 여자를 지칭하는 단어는?

간단하게 말하면 없다. 있어도 마음에 안든다. (안락의자의 일종이라니?)

그래서 저자는 '플라뇌즈'라는 말을 새롭게 만들어서 '플라뇌르'를 여성형 명사로 바꿔버렸다!

'걷는다'는 것에는 참 많은 의미가 있는데 <도시를 걷는 여자들>로 인해 내 안의 걷기는 자유로 탈바꿈했다.

더군다나 19세기 거리를 자유롭게 걸을 수 조차 없는 여성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싶지만 하지만 이건 21세기에도 존재한다.

왜 여자에게만 엄격한 통금시간을 정하는가? 그리고 짧게 옷을 입건말건 그건 자기 마음인데 함부로 판단하고 빌미를 준다고 하는가?

마치 어린아이나 동물을 보듯 지나가는 여성을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는 행위는?

시선간강을 당하면 얼마나 기분이 엿같은지 아시는 분?

이건 위험하다거나 아무 생각없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이해받아서도 안 된다.

우선 남녀평등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데 걷는 행위 역시 남녀평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 로런 엘킨은 그런 우리에게 걷기의 의미를 다시 되살려주고 (특히 여성의 걷기) 재해석하고 수 당당하게 도시를 걸었던 수 많은 여성들과 함께 그 도시를 걸으며 변화할 수 있는 꺼리를 마구 제공해주는데 그 시작은 아주 간단하다.

"여성은 도시의 심장에 몸을 던지고 걸어선 안 되는 곳을 걷는다. 다른 사람(남성)은 아무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걷는 그 한복판을 걷는다. 위반의 행위다. 여자라면 고어텍스를 입고 쭈그려 앉지 않아도 전복적일 수 있다. 그냥 문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된다."

그래, 그냥 문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된다.

 

 

 

 

"런던, 블룸즈버리"

-이곳 그리고 이웃에 20세기 초반 동안 블룸즈버리 그룹 멤버들 여럿이 살았다. 버지니아 울프, 클라이브 벨, 스트레이치 부부 등

-여기에 로저 프라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 E. M. 포스터 등이 들어가는 블룸즈버리 그룹은 격식 없는 모임이었고, 울프가 발견하는 데에 이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몇 해 뒤에 메무아 클럽에서 버지니아는 이렇게 물었다. "블룸즈버리가 어디까지죠? 블룸즈버리가 뭘 가리키죠?" 울프에게 블룸즈버리는 지리적인 장소일 뿐 아니라 추상적인 존재였다. 창의성과 보헤미안의 삶과 자유에 대한 생각 그 자체였다.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블룸즈버리인가? 이렇게 많은 자유로 무얼 할 것인가? 그저 천으로 된 냅킨을 쓰지 않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인가?

1905년 겨울, 블룸즈버리의 지리적 경계를 따라 걸으면서 비지니아는 자유에 행태를 부여했다.

-"요즘 나는 종종 런던에 압도된다. 이 도시에서 걸었던 죽은 사람들도 생각한다. ...... 헝거퍼드 브리지에서 바라본 회백색 첨탑의 풍경이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뭔지 아직 말할 수가 없다."

형태가 바뀌고 의미가 바뀌는 아직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도시 산보자를 감싸고 안으로 스며들고 이해할 수 없는 계약으로 묶어놓는다. 울프에게는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늘 알 수 없는 느낌에 알맞은 형태를 찾아내는 것이 평생의 과업이 될 것이었다.

"파리, 혁명의 아이들"

-상드의 자서전에서는 걷기가 반복되는 주제다. 심지어 자서전의 마지막 단어가 marcher(걷다)다. 자서전은 "모든 사람을 위한 자비"의 길을 향해 걷는다는 말이 난다. 혼자서, 자기 기상에 걸맞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상드에게는 독립 선언의 기본 요건이었다. 상드가 사랑했던 할머니는 장례식 날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밖에서 걸어 다니는 일이 없었다고 상드는 회상한다 "얘야, 너는 농사꾼처럼 걷는구나."라고 할머니가 상드에게 말한 적이 있다. 새 장수의 딸인 상드의 어머니를 저격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상드는 귀부인처럼 걷는 법을 배웠다. 그러고 난 다음에는 남자처럼 걷는 법을 배웠다.

-상드의 인물들은 남자처럼 옷을 입음으로써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되고 성별 간의 불평등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상드가 종종 그렇게 했듯이 남자의 관점에서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크로스드레싱이다. 그렇게 하면서 상드는 다른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도시를 걷는 여자들>에서는 뉴욕, 파리, 런던, 베네치아, 도쿄 등 수많은 거리와 국가를 속속들이 함께 걷게 해주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특히 거리라는 공간 뿐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와 조르주 상드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시대를 앞서간 여류작가라는 타이틀 외에도 <도시를 걷는 여자들>에 언급된 사람들은 마치 처음 걸어보는 것처럼 '걷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고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소중한 것이 느끼게 해준다.

걸을 수 없는 길(이건 물리적인 공간과 함께 심리적, 사회적 공간을 의미한다)을 걷는 사람들의 외로움과 투쟁이 있었고 그 길 위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역사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블룸즈버리 그룹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걸을 수 없는 길, 입을 수 없는 옷 (크로스드레싱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니?), 봐서는 안될 책이라는 규범 속에 또 다시 걷기의 자유로움을 느낀다.

할 수 없는 제약과 불편함, 이상함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피곤하지만 나는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 진 리스, 소피칼, 아녜스 바르다 등 여기 나온 여성들과 함께 그 길을 걷고 싶다.

남녀의 젠더문제가 아니라 삶과 인생의 문제를 화두로 걷는 행위를 하고 싶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걷고 싶다.

걸을 수 없는 거리를 걷고 싶고 또는 걸어야하는 거리를 내 의지로 걷지 않고 싶다.

마지막으로 로런 엘킨의 말과 함께 <도시를 걷는 여자들>을 처음부터 다시 걷는다.

-공간은 중립적이지 않다. 공간은 페미니즘의 이슈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차지하는 공간, 여기 도시의 공간은 끝없이 다시 만들어지고 해체되고 구성되고 경탄의 대상이 된다. "공간은 의심이다."라고 조르주 펟렉이 말했다. "나는 끝없이 공간을 표시하고 표기해야 한다. 공간은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고 나에게 주어지지도 않고 내가 정복해야만 한다."

-"도시 안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인식해야만 그것에 도전할 수 있다. 여성의 플라네리, 즉 플라뇌세리는 우리가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고 공간의 조직에도 개입한다.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공간의 평화를 흩뜨리고 공간을 관찰하고(혹은 관찰하지 않고) 차지하고(혹은 차지하지 않고) 조직할(혹은 조직을 와해할) 권리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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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메이트북스 클래식 10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현우.이현준 편역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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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이 마치 천 년이나 남아 있는 것처럼 살지 마라.

죽음은 늘 당신의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러므로 생명의 힘이 남아 있을 때 선한 일을 하는 데 힘써라."

나는 <명상록> 과 같은 책을 볼 때 고전의 진짜 힘이 느껴진다.

로마제국을 20년 넘게 다스린 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전의 본질을 더해주었고

몇 천년이 지나고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이 지닌 고찰과 고민들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만약 고전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 이라고 말한다면 이 얇지만 강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손에 꼬옥 쥐어주고 싶다!

황제의 자리에서 그것도 어마무시한 인간대사와 중상모략을 겪으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는게 어떤 기분일까.

삶과 죽음이 멀지 않으면서도 너무 일상적이라 의식하고 살기 힘든 것 같다.

죽음을 기억하라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영원히 살 것처럼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기 어려우니...!

우리 곁엔 <명상록> 같은 책이 더 많이, 더 자주 곁에 필요하다.

 

이 세상에 정지해 있는 사물은 아무것도 없다

-항상 뒤따르는 일들은 선행된 일들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을 뿐, 각각 고립된 채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물은 단순한 결과의 법칙보다는 합리적 연속성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듯이, 앞으로 생성될 모든 것 또한 유기적 연관성 속에서 경이롭게 나타나는 것이다.

-"흙이 썩어 물이 되고, 물이 증발해 공기가 되고, 공기로 인해 불이 타오르듯이, 사물은 순환을 계속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격언을 항상 명심하라. 시간은 강물과 같아서 모든 피조물들을 끊임없이 흘러가게 한다. 하나의 사물이 나타나는가 하면 이내 곧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뒤이어 또 다른 사물이 생겨날지라도 그 역시 쉬이 스쳐 지나가 버리고 만다.

만물의 유한성과 삶의 연대성을 느끼는 대목.

헤라클레이토스의 유명한 격언,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흙이 썩어 물이 되고, 물이 증발해 공기가 되고, 공기로 인해 불이 타오르듯이, 사물은 순환을 계속한다"는 말도 참 좋았다.

만물은 계속 생성되고 사라지고 그리고 또 유기적으로 지속된다.

이 넓은 우주에 이 작은 창백한 푸른 점 속에 살고 있다는 경이로움과 함께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만나는, 곁에 있는 사람 모두가 엄청난 인연으로 느껴진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순간을 더 충실하고 오롯이 살아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더 선한 영향력을 나눠주고 싶다.

 

죽음 그 자체가 더이상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러한 것들이 과연 두려운 것이었나?' 별로 두렵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인생 그 자체의 정지, 중단, 변화 또한 두려워할 것이 못 되는 것이다. 손에 무엇을 쥐고 있든지 매번 잠깐 멈춰 서서 이렇게 자문해보라.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것을 잃게 된다는 생각 때문은 아닌가?'

-그때그때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유일한 선으로 받아들이고, 올바른 이성에 따르기만 한다면 성취한 일들이 많든 적든 상관없다. 세상에 머문 시간이 길든 짧든 문제를 삼지 않는 사람에게는 죽음 그 자체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나에겐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힘이 있다

-견딜 수 없는 일들이 사람에게 일어나는 법은 결코 없다. 마찬가지로 소나 포도나무나 돌들에게도 각각 그 자신의 본성에 걸맞는 일들만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물은 자신에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들만 경험하게 되는데, 어찌하여 당신은 불평하는가? 우주의 본성은 결코 당신이 견딜 수 없는 일들을 일으키지 않는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당신이 이겨낼 수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그럴 수 없는 것이든지 둘 중 하나이다. 만약 당신이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일이라면 불평하지 말고 당신의 이성이 그것을 감당해 나가도록 참아라. 그러나 혹 당신이 이겨낼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에 반감을 나타내지는 마라. 비록 그 일이 당신을 정복했다 할지라도 그것 역시 언젠가는 소멸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당신이 참고 견딜 만한 일들은 무엇이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나에게 유익할 뿐만 아니라 내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에 참고 이겨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는 판단 그 자체이다.

-어떤 일이 성취하기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단정짓지는 마라. 오히려 쉽게 감당할 수 있고, 적절한 일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당신 능력의 범주 안에 있다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라. 당신은 절대 미래의 일로 인해 번민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반드시 부딪쳐야 할 일이라면, 당신은 오늘의 문제에 맞서기 위해 무장한 이성이라는 동일한 무기를 가지고 내일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할 지혜의 격언.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죽기도 전에 두 번 죽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우리는 죽음 그 자체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삶을 두려워해야 할 것 같다. 죽음이 아직 와닿지 않은 나에게는 이 <명상록>이 더 소중하다.

사실 죽음이 두렵다기보다 오히려 노년의 후회 또는 이루지 못한 것들 그리고 인간다움을 잃게될까봐 두려운 게 크다.

하지만 그 해답도 멀리있지 않았던 게 '그러한 것들이 과연 두려운 것이었나?' 아우렐리우스의 물음을 되뇌이다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어려움에 대한 조언은 내가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꼭꼭 읽어보고 되새기고 싶다.

견딜 수 없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 문장 하나로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거지?' 하며 왜라는 물음을 비관하거나 남과 비교하고 싶어질 때마다 견디기 힘든 일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리미트리스! 한계를 정하지 않고 그 범위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 마인드셋까지 가진다면 <명상록>을 읽기 전과 후의 나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삶 그리고 죽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전적인 물음을 아우렐리우스의 입으로 들려주는 <명상록>은

불완전한 삶을 더욱 불완전하게 또는 더 완전하고 치열하게 살게 해주는 통찰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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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티튜트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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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실종 학대 아동 방지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80만 명의 어린이들이 해마다 실종 보고된다.

대다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수천 명은 그렇지 않다.

한밤중, 미니애나폴리스의 교외에 위치한 열두 살 루크의 집에 괴한들이 침입해 부모님을 살해하고 루크를 납치한다. 루크는 원래 자신의 것과 거의 똑같은 모양으로 꾸며져 있는 방에서 깨어난다. 그곳은 TP(텔레파시)와 TK(염력)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혹한 훈련과 실험을 통해 그들의 능력을 키워 테러에 사용하는 '시설'이었다.

올 여름은 생각보다 덥지 않지만 코로나, 장마로 기억될 것 같다.

좋지 않은 이슈들로 2020년을 보내는 와중에 만난 <인스티튜트>!

여름의 스티븐 킹은 큰 위로가 된다. 말해 무엇하나 싶을 정도로 믿고 보는 스티븐 킹.

공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도 (또는 나처럼 무서워서 잘 보지 못하는 사람도)

킹 중의 킹! 스티븐 킹의 책이나 원작소설로 만든 영화라면 꼭 보게 되는 신기한 매력이 있다.

일단 나오기만하면 베스트샐러를 찍으니 촘촘한 플롯이나 반전의 반전은 당연하고 영화로 나오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하면서 머리속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 (알고 보니 이미 미드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제작팀에서 드라마 제작을 진행 중이다!)

이번 <인스티튜트1>은 인스티튜트, 즉 '시설'에서 시작된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그 시설 사람들, 그것보다 더 큰 연구와 음모에 관한 이야기다.

시설에 잡혀가는 아이들은 크게 2가지 유형이 있다. TP(텔레파시)를 쓰거나 TK(염력)을 쓰거나.

그 안에서도 수도 없이 많은 검사와 테스트를 거치며 TP/TK 안에서도 능력치를 통해 분홍색 낙인을 찍지 않나, 두 가지 능력을 다 기를 수 있는지 실험을 시작하는 등 차마 눈 뜨고는 못볼 아동학대가 이어진다.

우선 아이들은 평범하게 산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너무나 뛰어나고 명석한 두뇌와 함께 텔레파시 or 염력의 소유자.

그걸 알아차린 '시설'에서는 한밤중에 한 명, 한 명씩 납치해서 잡아들이고 가족들은 살해한다.

세상에. 누구나 똑똑하고 비상하고 천재이길 원하지만 <인스티튜트>를 읽는 동안에는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다시금 깨닫는다.

국가적 차원에서 아이들을 시설에 가두고 있으며, 그 아이들은 테러에 가담한다. 자신들이 무슨 검사와 실험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알려주지도 않고 폭행까지 당하면서 어느날 갑자기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도 시설의 어른들은 거짓말뿐이다.

(심지어 텔레파시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아이에게조차 거짓말을 한다! 신기한 장면이다. 그 아이는 능력으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더이상 따져물을 수 없는 폭력적인 상황조차 아이러니하다.)

벌써 늦은 오후였기 때문에 팀은 모텔을 찾아서 하룻밤 쉬었다 가는 게 좋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분명 또다시 싸구려 숙소겠지만, 밖에서 자다가 모기 떼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거나 어느 농가의 헛간 신세를 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때문에 그는 듀프레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엄청난 사건들도 경첩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로 방향이 바뀔 때가 있다.

야경꾼, p.26

 

 

'시설'에 갇힌 열 두 살 소년 주인공 '루크'의 이야기와 함께 비밀을 품고 있는 전직 경찰관 '팀 제이미슨'이 이야기도 펼쳐진다.

그는 발길 닿는 곳으로 떠돌다가 어느 한 마을인 듀프레이의 야경꾼으로 취직한다.

"야경꾼은 소도시의 순찰 경찰관으로 밤에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치안을 유지하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등의 일을 한다" 고 <인스티튜트1> 책을 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과연 루크와 시설에 갇힌 아이들은 언제까지 고통받으며 지내야하는지, 그리고 테러의 위험과 결과는 어떻게 될지, 중간중간 사라지는 아이들과 더해지는 아이들의 운명을 어떨지, 그리고 또 한명의 주인공 야경꾼 팀은 무슨 역할을 하게 되는건지

<인스티튜트> 인물들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다가 욕하다가 기뻐하다가 화내다가 끝까지 읽어본다.

 

-칼리샤가 말했다.

"저들이 나나 조지 같은 아이를 부를 때 양성이라고 해. 그러니까 기술자나 관리인이나 의사들이. 우리는 원래 그런 걸 알면 안 되지만....."

아이리스가 말문을 이었다.

"그래도 알고 있어. 그런 걸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하지. TK와 TP 양성은 마음만 먹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적어도 가끔은. 그 나머지는 그러지 못하고. 내 경우에는 열 받거나 엄청 기분이 좋거나 깜짝 놀랐을 때만 물건들이 움직이거든. 재체기처럼 내 뜻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현상이야. 그러니까 나는 그냥 평범한 케이스지. 평범한 TK하고 TP는 분홍색이라고 불려."

-아이리스가 말했다.

"분홍색들이 검사도 많이 받고 주사도 더 자주 맞아. 나는 수조까지 다녀왔어. 구리긴 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어."

-조지는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막강한 TK 양성이 들어왔으면 좋겠어. 우리를 이 엿 같은 곳에서 밖으로 순간 이동시켜 줄 수 있는 아이 말이야."

...

-"저들이 우리를 납치한 거냐고? 맞아. 우리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냐고? 맞아. 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찾았느냐고? 그건 몰라. 하지만 엄청난 작전일 거야. 여기가 이렇게 엄청난 걸 보면. 씨발, 수용소잖아. 의사도 있고 기술자도 있고 자칭 관리인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숲속에 박혀 있는 소규모 병원이나 다름없어."

...

-급이 낮은 TP와 TK, 그러니까 분홍색들만 추가로 검사를 받았다. 이유가 뭘까? 그들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일까? 일이 잘못되면 더 쉽게 폐기처분할 수 있기 때문일까?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루크가 보기에는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 하지만 칼리샤나 조지처럼 강력한 TP와 TK들도 같은 검사를 받은 것을 보면 불빛 테스트에는 분홍색의 재능을 키우는 것 이상의 목표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표가 무엇일까?

텔레파시와 염력을 자유자재로 쓰는 엄청난 능력의 아이들이지만 그 마음 속 깊이 들여다보면 아이는 아이다.

부모님을 그리워해서 야뇨증을 겪는 아이도 있고 문득 가족들이 보고 싶어져서 울거나 몇가지 질문을 좀 했다고 해서 관리자들에게 공포의 싸다귀를 맞고 피를 흘리며 상처받은 영혼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 시대에 이런 곳이 있다니? 하지만 전혀 말도 안되는 것도 아니다. 실상은 이것보다 더 참혹하기도 하니까. TP/TK만 없다뿐이지 아직도 너무나 많은 곳에서는 여전히 소년병과 아동 납치는 존재한다.

<인스티튜트>의 작가 스티븐 킹은 이 책을 쓰면서 “존엄성과 인간성이 박탈당한 환경에 놓인다면, 어떻게 사람답게 있을 수 있을까? 를 고민하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 책에서도 홀러코스트를 겪은 나치 수용소의 사람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모멸감", "인간의 정신적 자유"는 죽음 그 자체보다 더 심오하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말하는 바로 그 자유, 인간다움을 찾기 위해 '루크'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꾀한다.

삶의 의미와 목적도 가르쳐주지 않고 아이들을 개개인의 사람이 아닌 능력을 가진 도구와 소모품으로만 바라보는 시설 사람들의 시선에 도전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 끝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의 루크는 특별함 속의 특별함을 지녔으니..!

더 자세한 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말할 수 없지만 루크가 TP/TK 능력을 발휘해서 꼭 시설을 탈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들은 아픈 주사를 맞고 있어. 주사 맞고 점을 보고 점을 보고 주사 맞고. 샤는 뒤 건물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대. 형은 어쩌면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모른대. 왜냐하면......"

그는 말문을 맺지 않았고 말문을 맺을 필요가 없었다. 루크는 잠깐이지만 눈이 부시도록 선명한 이미지를 보았다. 칼리샤 벤슨이 에이버리 딕슨을 통해서 보낸,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였다. 문이 열렸고 카나리아가 밖으로 날아올랐다.

"왜냐하면 그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 형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들이 거기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 그것이었다. 가장 좋은 걸 빼앗기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여기서 무기로 개조되고 거기로 가서 남는 게 없을 때까지 쓰임을 당했다. 그런 다음 뒤 건물의 뒤편으로 넘어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는 대열에 합류하는데..... 그것의 정체는 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시설 같은 것도 특히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너도 나도 떠들어대는 비밀이라고는 지켜지지 않는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면 말이 새어나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 이렇게 있었다. 그들은 여기 이렇게 있었다.

<인스티튜트>를 읽다보면 되게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실상은 '아무렇'다.

능력이 좀 낮은 TK와 TP들은 종종 사라질 때가 있는데 시설 관리자들은 "분홍색이잖아" 라는 말로 누가 죽든 말든 사람이 아닌 실험체1 으로 대한다. 이 아이들은 원해서 온 것도 아니고 원해서 왔다고 하더라도 이런 쓰레기같은 취급을 받을 권리나 이유는 전혀 없다.

국가를 위해 더 큰 목적이 있다는 변명도 말도 안되고 그 이유가 (책을 끝까지 읽어야겠지만) 테러라는 또 다른 폭력을 낳는 것이라면

마치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전국가적 행위같이 이것 또한 막아야할 것이다.

<인스티튜트> 시설에는 나쁜 사람만 나오는 건 아니다.

'모린'이라는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도 나온다. 루크를 '아들'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는 사람.

시설에 새로운 아이가 와서 인사를 하면 '친구'라고는 부르지 말아달라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왜냐하면 억지로 주사를 맞히고 지시하고 애들을 때리면서 그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친구'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친구만큼 다정한 말이 없는데 누가 어떤 입으로 말하냐에 따라 친구의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이 세상에서 시설 사람들의 '친구'만큼 못된 말도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모린' 아주머니가 좋은 사람일 것인가? 나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인스티튜트를 읽다보면 나치 수용소가 정말 많이 떠오르는데 모린 같은 인물도 사실 인스티튜트 시스템에서 악을 행하는 직원1일 뿐이다.

이 시설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어떤 학대와 죽음을 당하는지도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돈을 위해, 친자식을 위해 시설 일을 한다.

아이를 괴롭히진 않되 그 악에 동조하는 사람을 과연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있고 인생의 이야기가 있다면?

그리고 만약 '나'라는 사람이 시설 속으로 빠진다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인스티튜트>는 TP(텔레파시)와 TK(염력)을 가진 아이들을 납치하는 '시설'이 배경이지만 아이들 뿐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통해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그 피폐함을 파헤친다.

다시 한 번, 주인공 '루크'가 탈출에 성공하길 바라며 쫄깃한 마음으로 <인스티튜트 2>까지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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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대작전 - 두 여자 크리에이터의 존재감 있게 일하는 법
박선미.오카무라 마사코 지음, 백승희 옮김 / 북스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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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힘든 일 없다지만 그중에도 워라벨, 업무강도, 야근, 스트레스, 퇴사율 극강인 곳 하나가 바로 광고판.

또 그중에서도 광고대행사라면 정말 치를 떨고 떠난 사람을 여럿봤다.

또 그그중에서도 크리에이티브의 끝판왕 메이저 종합광고대행사라면?

(워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아직 난 잘 안된다.

광고주 - 클라이언트 / 대행사 - 에이전시.

언어에는 사상이 담겨있다는데 갈길이 멀다)

그리고 참 신기한건 여자가 많은 직종이라도 윗선은 다 남자라는 사실. (사실 1도 안신기하다.)

바로 그 곳에서 박선미, 오카무라 마사코 두 저자분의 책이 나왔다, <커리어 대작전>!

두 분 모두 카피라이터로 시작해서 한 회사를 책임지는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그 내공이 어마어마하다.

누구는 말한다.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그리고 누구는 또 그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싫어질테니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 또는 안정적인 일을 찾으라고.

이 문제는 너무나 철학적이라서 핏대 높여서 주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나 확실한 건 좋아하든 잘하든 뭐든간에 광고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야 카피든, ae든, 디렉터든, 기획자든 할 수 있다는거다.

<커리어 대작전> 제목은 유쾌하지만 그 안에 얽히고 섥힌 테피스트리 같은 스토리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을 두 광고인의 삶이 잔뜩 있다.

서로 닮았지만 다른 박선미, 오카무라 마사코 둘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로 시작한 질문에서

'어덯게 하면 일을 할 수 있을까?'로 점철된 고마운 책.

광고인이든, 아니든 일과 커리어, 그리고 내 삶의 목표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커리어 대작전> 을 같이 펴서 읽어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광고인이 쓴 경제/경영이나 에세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는데 역시 <커리어 대작전>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를 찍었다.

이 작은 책에 실린 내용은 강하다.

 

"꺼리를 찾는 전문가"

-그때 저는 몰랐지만, 이 과정에서 저는 어느덧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빨간 동그라미를 받은 카피의 일부가 팀장님이 완성하는 최종 카피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빨간 동그라미는 천천히 늘어갔고, 이것이 채택되고 카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카피라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새로운 워딩 wording, 즉 낱말을 찾는 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카피라이팅은 1차적으로 '낯선 단어의 발견과 조합'입니다. 전략적 컨셉을 찾은 다음에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은 세상에 없는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단어를 탐색하여 프레임을 짜고 말맛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깨달은 후부터 저는 재료를 발견하는 역할에 더 열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스스로 초보 크리에이터를 '꺼리를 찾아주는 전문가'라고 정의하고, 이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하루 한 번씩 자신에게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 개념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의 '꺼리'를 찾고, 카피가 될 만한 말의 '꺼리'를 찾는 전문가 말입니다.

"어쩌다 크리에이터"

-기본적으로 저는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신중한 자세로 좋은 사례를 보고 그 프레임을 배우려고 합니다. 요령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따라 하기보다는 세부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분석하는 것이 제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재미있는 광고를 보고 단순히 '재미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왜 재미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때 고생한 덕분에 모든 현상을 바라보는 제 기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떤 부분에 OOO했는가'라는 문장이 있다면 '공감했는가, 재미있어했는가, 슬퍼했는가' 등을 대입해봅니다. 말하자면 저는 일이 없던 그 시절 일종의 두뇌 트레이닝을 했던 것입니다.

-자, 여기까지는 인풋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웃풋해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부족한지 체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야 하고요.

우리 쪼금 솔직해지자. 솔직히 재밌는 광고는 재밌다.

이제는 숏폼이 유행이라 30초 이상 넘어가는 광고는 견디질 못하지만 라떼는 말이야 tvcf 광고는 1분 30초가 디폴트였다.

CF 한 번 대박나면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워낙 컨텐츠도 많고 모바일이 TV 광고를 이길 정도라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잘 된 광고는 재밌고 생각할 꺼리를 주고 특히 칸 광고제 수상작들은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해줄 정도로 어마무시하다.

광고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일상 중 하나는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거다.

'성공한 캠페인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성공하지만 망한 광고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항간에는 레퍼런스 없애기 운동도 있다지만, 그래도 고전 오브 고전 광고나 히어로 컨텐츠를 보고 공부하고 복기하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광고 뿐 아니라 책을 읽거나 영화를 감상하거나 전시회를 보거나 맛집에 가서 밥을 먹거나 우연히 길을 걷다가도

내 취향을 저격한다면 그건 모든 크리에이티브의 순간이다.

내가 왜 좋아하고 설렜는지 또는 싫거나 슬펐는지를 들여다보는건 정신건강에도 좋다!

바로 이 두 저자분들도 낯설게 보기, 새롭게 보기, 들여다보기 등을 통해서 인풋을 질 좋은 아웃풋으로 가공하는 그 수련의 길을 보여준다.

'광고업계에서 전문적인 훈련이나 태생적인 재능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쓰는 소비자 입장에서 도출해낸 인사이트, '이 표현(사진)으로 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겠다'는 의지, 좋은 표현을 써내고 싶다는 끈기가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종이와 펜 그리고 상상력만 있다면 카피는 쓸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도 물론 낼 수 있고요.'

아직 나는 배움과 경험이 짧아서 확인해가는 중인데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생각의 기쁨>, <우리 회의나 할까>,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중인 고전 중의 고전 클로드 홉킨스의 <못 파는 광고는 쓰레기다>의 책애서 한결같이 나오는 건 결국 크리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존버는 승리하는지 개인적으로 데이터를 쌓고 있는데 두고 볼 일이다.

 

"자기검열을 거쳐 도약한다"

-자기검열을 저는 '인사이드 아웃 inside-out'과 '아웃사이드 인 outside-in' 과정이라 표현합니다. 오랜 시간 크리에이터로 일하면서 실무에서 필요하다 생각해 나름대로 만들어본 이론입니다.

-숙고해서 써낸 나의 카피는 주관적입니다. 카피뿐 아니라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안의 생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죠. 인사이드 아웃이란, 이 주관적인 생각과 감성으로 완성시킨 카피나 아이디어를 바깥에 펼쳐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다음이 중요한데요, 그렇게 꺼내놓은 카피나 아이디어를 나 스스로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아웃사이드 인입니다. 즉 내가 낳은 자식들을 나의 바깥에서 냉철히 바라보는 겁니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죠. 생각의 산고를 겪어가며 낳은 자식들이라 너무 예쁘니 다 키워야겠다고 고집부리거나, 어쩌자고 이런 못난이들을 낳았는지 다 내다버리고 싶거나. 보통 크리에이터들은 전자입니다. 객관화가 덜 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카피라이팅은 곧 '내가 쓴 것을 하나씩 버리는 일'입니다. 카피라이터로서 연차가 제법 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입니다. 머리로 이해한 만큼 잘 실천하지는 못했지만요.

-좋은 아이디어는 '남들이 다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크리에이터 스스로가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공감하지 않는 아이디어라면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충분한 자기검열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남의 눈으로 자기 카피를 과감히 걸러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는 우선은 무조건 다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카피를 많이 써보고, 조금은 시간을 두어 냉철하게 바라보고, 스스로 버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아이디어 발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함치는 카피, 속삭이는 카피"

-학생들에게 약물 중독에 빠지지 말라고 호소하는 광고에서는 '하면 안 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약물은 친구의 모습으로 당신에게 다가갑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 즉 공포를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속삭이듯 부드럽게 전하도록 한 것입니다. 소리치는 카피, 속삭이는 카피. 카피에도 볼륨이 있으니까요.

자기 의견을 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보통 주장이 세다.

그만큼 자기 일에 열정과 자부심이 있다는 뜻인데 나쁘게 말하면 남의 얘기를 안듣고 고집이 있다는 말씀.

내가 가져간 아이디어를 잘 파는 것도 중요하고 남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자기객관화가 점점 없어지고 게슈탈트붕괴를 넘어 아이디어붕괴가 오기 시작하는데...

그러다보면 도를 넘어서고 이게 좋은 건지 안좋은 건지 별로인지 대박인지 조차 가물가물해질때가 온다.

이 때 중요한 건 팀웍인 것 같다.

솔직히 기분 나쁠 때도 있고 자존심 상할 때도 있지만

이 일의 본질은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검열과 열린 마음으로 의견들을 수용하고 여러명의 아이디어를 짬뽕시켜서 그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베스트.

그래도 사람이 사람인지라 내가 가져간게 채택되지 않을 땐 마음이 좀 쓰리지만

그 생각과 고민들은 어디 무가 되서 없어지는게 아니라 내 안에, 그 결과물 안에 어딘가에 남아서 다음에 더 좋은 아웃풋으로 나타날 거라 믿는다.

그리고 '카피에도 볼륨이 있다'는 말도 정말 좋았다.

하드셀링, 소프트셀링만 배웠는데 하드 보이스와 소프트 보이스도 있다니..!

어딘가에 적어놓고 써먹어야겠다고 느낀다. 후후

이 <커리어 대작전> 책은 크게 5 파트로 나뉜다.

탐색기 → 성장기 → 사춘기 → 성숙기 → 전환기

마치 제품생명주기곡선을 떠올리게 하는 이 구간들이 차이가 있다면

크고 작은 등락폭은 있을지언정 위로, 위로, 위로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 더 좋은 영향력을 끼칠 박선미, 오카무라 마사코 두 저자님을 응원하며

얼른 사회적 이슈들이 안정화되서 강연이 열린다면 꼭 꼭 가보고 싶다!

그 외에도 <커리어 대작전> 책에 밑줄 긋도 싶은 구절들과 함께 대작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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