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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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이미 모턴"은 말한다. 우리의 인생을 집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누구냐고? 운명과 우연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그 틈새에서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이자 동기라고 해도 좋겠고, 아님 구체적으로 사람을 지칭한다면 필시 "찰스 제이컵스""제이미"의 인생에 등장해서 맡은 역할을 판단해보건 대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가 되고 말았다는.

 

 

"제이미"도 유년시절의 일부만 뜯어보자면 형제 많은 중산층 가정의 막내로 태어나 또래 아이들처럼 다사다난하면서도 평범한, 추억 많은 나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41녀라는 조건에서 보자면 그렇겠다. 장난감 군인들로 2차 대전을 치루는 모습은 나 역시 그랬기에 그 시절들이 무척 그리워지고. 어느 날 평소처럼 혼자 미국 대 독일군 간 전투 시뮬레이션을 실습하던 중에 불쑥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타나 신묘한 전략전술을 알려주었던 젊은 목사 "찰스 제이컵스" 목사와의 첫 만남은 훈훈.

 

 

"찰스" 목사는 소년 "제이미"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신망 두터운 사람이었는데 친절하고 자상한 이 사람은 특이하게도 전기에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 흔히 과학기술은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 하여 종교와 때때로 불협화음을 빚는 경우가 상당한데 "찰스" 목사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전기를 이용하여 만든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시켜 주는 마법사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자동차사고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이 사고만 아니었다면 모두의 인생은 정말 소박하면서 평범하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와 인연을 맺은 수많은 사람들에 한해서는. 그러나 우리네 인생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오늘 살아 있음을 감사히 여겼어야 할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만다.

 

 

보통은 이런 경우에는 주변사람들이 어쭙잖게 위로랍시고 한마디씩 힘내시라는 말을 건넨다. 하지만 당사자에겐 죽은 아내와 아들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맘처럼 쉽게 그 고통과 상처를 씻어낼 수가 없었기에 마을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섭고 독한 설교를 작심하고 쏟아내어 버렸다. 하느님을 부정하고 원망하는. 모두가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고 결국 그는 마을에서 추방당한다. "제이미" 만큼은 그를 마지막까지 믿고 지켜주려 했지만 신성모독의 죄는 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제이미"도 어느덧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니 밴드에서 기타를 치기도 했고 약물에 빠지기도, 사랑에 빠져 뜨거운 섹스도 즐겼다가 그녀와 이별하기도 했으며, 가족들 중에는 병사도 있었고 불행한 사고로 죽은 사람도 있었다. 점점 피폐해지던 "제이미"를 구한 사람은 뜻밖에도 "찰스"였다. 목사가 마을에서 쫓겨나던 날, 마지막으로 그를 배웅해준 유일한 사람 "제이미"를 구해준 사람이 "찰스"였으니 이 얼마나 기묘한 인연이던가.

 

 

, 그러고 보니 "제이미"를 구한 방식이 예전 콘 형을 치료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찰스"가 절대적으로 숭배하는 전지전능한 아버지 전기였다는 사실에서 벌써 빛과 어둠의 양 갈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지나친 반응인 것인가, 예민한 반응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다시 만난 그 남자는 전기 쇼를 이용한 사기극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잡범처럼 생각해도 무방.

 

 

그런데, "찰스"가 무엇인가 꾸미기 시작하는 것 같다. 대단히 위험하고 두려운데다 해서는 안 될 금기의 영역에 도전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제이미"는 내심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자신과 함께 하자고 손길을 내미는 그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지금이라도 거절하고 무조건 말려야만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이미 늦었다. 가족을 끔찍한 사고로 잃은 전직 목사가 신앙심마저 잃고 광기에 휩싸여 벌였던 일의 대가는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웠으니.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 없듯이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열어버려 눈앞에 펼쳐진 그 너머는 보지도 말고 알지도 말았어야 했고 누구에게도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어떤 현상이자 세계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닿고자 했던 "찰스"의 집념은 처절했고 맘 아프기까지 했다. 무섭고도 슬픈데다 중반부의 루즈한 분위기를 일순 뒤집어 버리는 폭풍 같은 후반부에 강렬히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 초자연적인 호러의 마력은 상징적 느낌들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명징화하여 맴돌고 또 맴돈다. 쉽게 지워버리기 힘든. "스티븐 킹"의 이야기 풀어내는 솜씨에 이번에도 당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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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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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은 낮과 밤이 바뀌는 동안에도 늘 평온해 보인다. 종일 격무에 시달리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반기는 가족들이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리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말없이 TV를 시청하기도 하고 시간이 되면 굿나잇을 속삭인 후 한 침대에서 잠이 들기도 하는... 무료한 듯 보이지만 닭장 같은 아파트 불빛들을 잠시 보노라면 가내 평안하신지 문득 쓸데없이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 집에서 동거하는 가족이니까 서로에 대한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일까? 알고 있다면 듣고만 말았는지 적극적으로 고민상담도 해주고 속 시원히 해결까지 해주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우린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숨겨진 비밀까지 미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라면 사정은 좀 다를 거라 희망 섞인 전망도 해보지만 사람 마음, 그 깊은 심연을 온전히 들여다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레이스 로슨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다정한 남편까지 특별하진 않아도 단란한 가정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다만 한 가지 아쉽다면 과거 록 콘서트 현장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혼란에 빠진 관객들에 떠밀려 부상당한 몸이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정신적 트라우마도 극복해냈고 일상생활에 불편은 있어도 이만하면 그럭저럭 지낼 수 있다.


 

 

그런데, 잔잔한 일상에 파문이 인다. 가족들과 과수원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을 사진관에서 찾았는데 그중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좀 옛날 사진 같았는데 다섯 남녀가 서 있고 어떤 여성에게는 엑스 표시가 있는가 하면 남편 잭으로 보이는 남자도 포함되었었다. 남편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더니 모른다 해놓고선 어딘가 통화를 하더니 갑자기 차를 몰고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동안 돌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다.

 

  

이렇게 놀라운 일이. 애타는 맘으로 그레이스는 경찰에 실종신고도 해보지만 경찰에서는 일시적인 가출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 하고 수소문 끝에 남편의 누나도 만나 보지만 모른다며 무엇인가 숨기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라는 한국인 남자가 돌아다니면서 누군가를 납치하거나 때론 살인도 서슴지 않는데 정체와 동기가 영 수상쩍은 이 남자와 주변의 피해자들 그리고 그레이스의 사연들은 나란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각자의 시선과 각자의 사정을 담는다.

 

 

그렇게 별개의 줄기처럼 보이던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도가 어느 순간에 하나의 그림으로 합쳐지는데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레이스가 사라진 남편을 찾기 위해 벌이는 탐문과정과 추리적 사고는 정말 불굴의 집념과 의지에 가깝다. 양파 껍질 벗기는 것처럼 까도 까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연속이었으니까. 그 진실의 실체에 도달하기 위해서라도 쉼 없이 페이지를 넘겨야만 한다.

 

 

남편인 은 아내에게 배신이었을 만큼 추악한 범법행위를 저질렀던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마침내 드러난 진실 앞에서 우리는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비밀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용서하며 때론 눈감아 줄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해법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솔직히 "그레이스"였으니까 가능했을 전개이다. 현실에서도 많이 존재한다면 다수가 해피엔딩이겠지만. 그러나 현기증을 느끼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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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제주는 즐거워 - 심야 편의점에서 보고 쓰다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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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네 편의점은 참 조용하고 한가로울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나보다. "차작가님"이 알바로 뛰고 있는 애월읍에 대해 아는 게 전무하다 보니 그런 착각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일단 관광특구 제주도에 속해 있다면 국내관광객은 물론이요,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득실할거라는 사실조차 간과해서 "차작가님"한테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다.

 

 

그래서 우연히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적성에 맞는 일임을 알게 되면서 계속 하고 싶은 일이 되었지만 우선 최소한의 벌이가 있어야 꿈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법, 그런 마음가짐에 꽃길만 걸으시라고 응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사무실 근처 편의점을 자주 들르는 편이며, 조용히 먹거리만 구입해서 돌아가는데 그때마다 항상 그곳은 편안하고 무탈해 보인다.

 

 

그러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게 세상일수도 있으니 멀쩡한 사람들도 낮밤이 바뀌면 정신 줄 놓은 채, 취객이라는 망나니로 돌변하여 애꿎은 알바들을 대상으로 진상 짓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술을 샀으니 굳이 편의점에 죽치고 앉아 마시고 가겠다고 바락바락 우기기부터 시작해서 뭐 그리도 궁금한 게 많은지 남의 신상 캐기, 동업요청 등 주저리주저리 말도 참 많다.

 

 

그중에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갑질 횡포 부리는 진상이 특히 꼴 뵈기 싫더라. 손님은 왕이다.”를 악용하는 진상 앞에서 아무리 신사적으로 달래보아도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진정 모른다. 게다가 물건에 손까지 댄다. 매일 같이 시재와 재고 맞추는 일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모자란 부분은 알바 스스로 채워놓거나 영업 손실로 고스란히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라 하잖나.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느 진상 손님이 몰래 편의점 물건들을 옷 구석구석 숨겨 빼돌리려다 "차작가님"한테 들켜 파출소로 연행 되고도 적반하장 격으로 날뛰었던 건이다. 어찌나 꼼꼼히 짱박았던지 옷을 뒤질 때 마다 마치 밀수품처럼 끝임 없이 나오던 물건들. 이제 더는 뒤져 나올 게 없겠다 싶던 찰나에 그 남자 손님의 바지 앞섶 부분에 불룩 삐져나온 소시지가 또 발견되었다는. 헉스.

 

 

거길 잡고 어서 내놓으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경찰들 눈에는 "차작가님"이 남자 손님의 똘똘이를 잡아당기는 모습으로 오해 살 뻔 했었던 명장면이다. 아무리 화나도 거길 잡으면 안 된다고 뜯어 말리는 경찰들과 "이것은 소시지입니다."라고 항변하는 "차작가님", 도둑 손님 간의 해프닝은 포복절도 그 자체. 그러게 제발 정직하게 좀 삽시다. 민폐 끼치지 말고.

 

 

그리고 앞서 시골 편의점이지만 중국 단체관광객들 때문에 홍역을 치른다고 말한 적 있다.말도 안 통하는 그들로 인해 상시 유체이탈 할 정도로 혼이 들락날락 했다는데 어느 중국 여자손님이 술에 취해 "차작가님"한테 자꾸 추근대어 진땀깨나 흘린 뒤로는 중국 여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았다는 불쾌한 경험도 있는가 하면, 어느 한국 아가씨 손님은 "차작가님" 이상형에 가까운데다 오히려 그녀가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며 다가왔다는 일화가 꽤나 심쿵하게 만든다.

 

 

그녀와 다시 연락했는지 알 길은 없으나 평소 노안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그에게 이성으로서 어필되는 면이 보이는 것 같아 실제로 보면 은근한 매력이 넘치는 청년인 듯하다. 그렇게 이런 저런 에피소들의 재미에 푹 빠지다보면 일면식도 없는 "김사장님", "띠동갑 누님"도 살갑게 느껴지기도 하니 인간미 풍풍 풍키는 조력자들이었다.

 

 

그리하여 "차작가님"은 수년에 걸친 편의점 알바 기간 동안 건강도 좀 해치고 알바식 말투와 꿈자리까지 구석구석 점령당한 편의점 알바 라이프에 때론 지치기도, 때론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삶은 조각조각 파편처럼 흩어졌다 다시 결합하기고 한다. 제주 애월읍에 갈 일이 있다면 지금도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을 성실 알바 "차작가님"에게 이 책을 내밀며 수줍게 싸인을 받고 싶은 꿈을 언제쯤이면 이루게 될까? “작가님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과연 소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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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5 - 두 명의 왕비 조선왕조실톡 5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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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기 전에 먼저 뿌듯했던 점이 있다면

표지를 열면 무적핑크님의 시원스런 사인이

한가득 눈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원래 사인본이라면 사죽 못 쓰기도 하거니와 날짜가

작년 1225일 성탄절이었단 사실도 괜시리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 소중히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이번 5권은 현숙경 패밀리 시대를

다루고 있는데 첨으로 이 시리즈를 접하게 되다 보니 역시 톡으로

진행되는 인물들 간의 사담 방식이 독특하고 신선해서 좋다.

옛날 옛적 우리 선조님들은 폰이니 전화니 인터넷이니 하는

첨단 통신문명들이 없을 때엔 멀리 있는 사람들과 사담을

나누고자 한다면 무척 애로사항이 많았겠지.

 

 

직접 글로 쓴 서신을 아랫사람을 시켜 도보나 말을 타고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했으니 실시간 대화는 불가능했을 터인데

당시에 오늘날 같은 통신문명들이 구비되어 있었다면

실톡처럼 왕과 신하들 간에 저런 식으로 말이

오갈 수 있었을 거라 상상하니 일견 흥미롭거니와

역사에 큰 변혁을 불러와 크나큰 후폭풍을 남겼을 듯싶다.

 

 

특히나 이웃인 세롱이가 성 여사님과 톡 나는 방식이랑 완전 똑같이

책에서 전개되고 있어 계속 생각났고 신기했으며 웃음도 났다.

세롱이에겐 아마도 익숙했으면 했지, 낯설지는 않을 터.

그렇게 보자면 무적핑크님의 톡과 이한님의 해설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역사에 흥미 없을 독자에게도 접근하기 쉬운 재미와 깊이가 있다.

 

 

가령, 장희빈의 엄마가 궁궐에 특급 가마 타고 입장하려다

포졸들한테 단속에 걸려 수모당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불법주차하다

걸린 요즘의 세태를 연상시키기도 해서 이해하기가 용이했다는

사례를 들 수 있겠다. 신분사회였던 중인에게 용납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 즉 조선왕족실록에 수록된 실화를 딱딱하게

설명하는 대신 이런 재치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맘껏 발산했다.

 

 

또 하나, 이번 5권에서 인상 깊었던 역사적 사실은 예송논쟁이다.

적장자나 그렇지 않은 왕자 또는 왕이 사망했을 때 부모, 자녀가

입어할 상복종류와 입는 기간에 대한 그 논쟁은 역사교과서에서는

심도 있게 다뤄본 적 없어 그런 적 있다고만 알고 있었지만

세세히 몰랐던 내게 이처럼 구체적인 배경과 진행과정,

 

 

그렇게까지 해가며 소모적이면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해설 잘 해줘서

덕분에 얕은 지식을 넓고 깊게 확장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었다.

오늘 날에도 민생은 안 돌보고 밥그릇 싸움과

불필요한 소모전을 일삼는 정치권과 다를 바 없어서

역사는 역시 수레바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야동동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실제로 톡톡히 해내고 있어서 줄여 실톡이 아닐까라는

감상과 함께 남은 후반기 조선의 왕들을 다룬 차기작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정조 이후가 특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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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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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가와이 간지의 추리소설을 다시 읽게 될 줄은 미처 예상 못했다. <데드맨>을 읽고 난 소감이 무참할 정도로 형편없었기 때문인데 상황전개들은 충분히 흥미를 이끌어냈지만 추리에 있어서 구멍 난 팬티 같은, 허점과 비약들이 난무했다는 나만의 판단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 했지만 역시 입소문들에 귀가 살살 간지럽더니 결국엔 못 참고 이유를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재회하여 다소 반가운 마음이 먼저 앞선 "가부라기" 특수반원들. 그들이 출동한 현장에는 불에 탄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잔인하게도 시체는 목에서 배까지 갈라져 식도와 내장이 제거된 상태였고 특이하게도 양손은 입관 시 자세와 똑같은데다 잠자리 모양의 은 목걸이가 근처에 놓여 있었다. 누가 이런 소행을 저질렀을까, 이 정도로 사체를 훼손한 경우라면 깊은 원한을 지녔음에 틀림없다. 그런 점도 미스터리하지만 서두에서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한 남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와 똑같은 형태로 지어져있는 동네를 발견하고 경악하게 되는 장면부터가 시선을 확 끈다. 이만하면 무엇이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내내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이 소설의 진가를 초반부터 잘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가부라기" 특수반원들의 수사와 별개로 또 한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듯 등장하고 있으니 군마 현 히류무라 마을 출신인 자란 맹인 여성 "이즈미"이다. 그녀는 잠자리 연구가 "유스케", 건축가 ""과 단짝으로 함께 이 마을에서 자랐고 지금은 서로 각자의 길을 걸으며 떨어져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고향 히류무라 마을에 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될 상황에 처해 있고 이들이 어렸을 때 산과 들로 구경 다니며 구경했던 무수한 잠자리들의 서식지가 파괴될 안타까운 상황이다. 게다가 마을 촌장인 "야스오"는 이런 기회를 노려 건설회사와 내통해 수몰 보상금을 가로채는 파렴치한이라는. 그런데 탐문수사 끝에 확인된 사체는 바로 "유스케"였는데.  

 

 

"가부라기" 특수반원들의 개성은 전작에서 부각되는 면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할 정도로 이번 소설에서는 눈에 잘 들어온다. "가부라기"의 추론은 어떤 전문용어로 설명되지만 아마도 전작의 논리가 탐탁지 않았던 결정적 이유는 과학적인 물증이 아니라 직감이라고도 대체할 수 있는 그 방식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그 점의 불확실성을 보완해주는 이가 냉철한 프로 파일러 "사와다"이고, 정말 "사와다"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인지 방대한 잡식들을 줄줄이 훓어대는 통에 정신 줄 놓을 지경이지만 확실히 갈피 못 잡고 우왕좌왕 하는 순간에는 조용하면서도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다. 능력자란 이런 인물. 사실상 "가부라기"와 함께 사건수사의 핵이라고 하겠다. 감성과 이성의 양립.

 

 

"마사키""히메노"의 경우는 좀 다른데 "마사키"의 경우 성격적인 면에서도 불같고 호탕한 면이 있으며 실속은 있어 보이진 않지만 기동성 있게 행동으로 수사에 힘을 보탠다. 때론 오빠 달려 하면서 과속질주를 신나게 명하는 "마사키"가 전한 웃음은 시원시원하다. "히메노"는 얼굴로 수사하는 얼굴담당이라고 부르면 본인은 화내려나? 얼굴로 밀어붙여 여성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하며 성과도 얻고 데이트 약속까지 잡아내는 그 놀라운 능력, 끄응 부럽다. 솔직히. 데이트 비용도 경비 청구 되느냐며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마사키"가 바보 같은 소리라며 묵살하는 장면에선 엄청나게 웃어댔다. 확실히 개성만점인 이 4인조가 진행하는 사건수사는 유머러스해서 맘에 든다. 무조건 긴장감만으로 몰아대는 게 아니어서 더 좋다는 말이다. 딱 내 취향의 유머 스타일임.

 

 

그렇게 수사가 갈피를 못 잡을 때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은 역시 리더인 "가부라기"만의 그 추론이었다. 그리고 그 추론이야말로 범인이 누구냐에 초점을 맞추는 게 힘들다기보다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즈미"가 겪어야했던 고통들이 아프게 다가왔고 연민이 생겼으며,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주려 했던 두 남자의 진심에 목구멍까지 뜨거웠다.그래서 사람에게 누구나 행복했던 시절이 있는데 후회는 늘 뒤늦게 도착하며 미련과 분노를 덤으로 안겨준다고 했을 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랬다면 세 남녀 모두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안타까웠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뭇 어른들의 행태에 분노가 불꽃처럼 피어올랐다가도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다. 더 이상 나빠질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다시 행복한 삶을 살 기회가 남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래서 뭉클했고 기뻤다. "이즈미, 유스케, " 세 사람이 어려서 함께 보았다는 잠자리처럼. 다만 "가부라기"가 범인에게서 직접 진실을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면 분명 만점을 주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이제 이 시리즈에 믿음을 주게 되었으니 차기작을 기다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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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7-01-0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유마 2017-04-30 17: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