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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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에게 낯선 여자가 찾아와 이복 아니 이부동생 야가미 아키토가 행방불명되었다며 도움을 요청하질 않나, 돌아가신 친부가 임종 직전까지 그렸다는 그림에 대한 미스터리는 또 무엇이고, 갑자기 사망한 어머니 데이코 사건까지 3개의 미스터리가 얽혀 있지만 정작 그런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유마가 등장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심드렁...

 

 

대신 마성의 여인들에 둘러싸인 하쿠로의 미래가 궁금해지면서 그 부분에만 몰입해 버렸다. 갑자기 찾아와 아주버님이라고 부르는 가에데 양은 내가 울 제수씨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 낯설음을 바로 떠올리게 한다. 결혼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관계. 가에데 양은 어딘가 모르게 4차원적인 정신세계와 베이글녀 타입,

 

 

동물병원 조수인 가게야마 모토미 양 또한 만만치 않은 베이글녀라 두 여인이 상대에 대한 몸매견제에 들어가면 하쿠로의 입장에선 잘못된 해석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인을 흘낏 거리거나 몰래 감춰둔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르고 허둥대다가 혹시나 아낌없이 뺏는 사랑의 남주처럼 호구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어쨌든 결말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익히 보던,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형적이었다. 육체파 그녀들만 기억 남는다. 멜로도 에로도 아닌 것이. 다소 므훗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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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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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행동과 몸짓만으로도 거짓을 탐지할 수 있는 행동분석 전문가 캐트린 댄스가 세 번째 시리즈로 돌아 왔다. 첫 번째 시리즈 <잠자는 인형>과 달리 두 번째 시리즈 <도로변 십자가>에서는 그녀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두드러지지 않아 다소의 아쉬움을 남겼다면 이번엔 잠깐의 부진을 만회하기로 작정한 것 마냥 제대로 맹활약 해준다. 댄스가 탐구해야할 주제와 목적물이 스토킹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킹이 향하는 지점엔 대중음악이 있다.

 

 

대중음악계는 늘 스타를 갈구하고 스타 뮤지션에게 대중들의 애정과 관심 표현은 식물이 꽃을 피울 수 있게 도와주는 자양분이 된다. , 상식적인 기준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컨트리 뮤지션 케일리 타운의 경우는 상식을 넘어선 재앙과 맞닥뜨렸다는 것이 문제다. 케일리가 고향에서 대대적인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스태프가 추락한 조명에 깔려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그녀의 지인들이 차례차례 살해당하기 시작하는데 이 모든 사건들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인 범행으로 추측된다.

 

 

댄스가 연이은 살인사건들은 케일리의 신곡인 유어 섀도의 가사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밝혀내면서 오랫동안 케일리를 스토킹 해오던 에드윈 샤프가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걸어 다니는 인간 거짓말탐지기인 댄스도 이번만큼은 난관에 부딪힌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행동분석 패턴으로는 타인의 감정을 왜곡해 받아들이는 에드윈의 심리 상태를 거짓으로 분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드윈은 오히려 경찰이 자신에게 불법을 자행한다며 역공으로 태세 전환하여 수사는 낭패에 빠져버렸다.

 

 

마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곱씹어 보는 것 같다. 꽃잎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마지막 남은 꽃잎으로 결론 내리는 유추방식을 대입하여 과연 이 남자가 단순한 스토커에 지나지 않는지 진짜 살인까지 저질렀는지 알아보려는 절반의 확률을 가진 게임처럼 보이기에. 정작 그렇게 끝나버리면 디버의 명성에 먹칠하는 게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들 때 즈음에 다른 변수들이 개입하면서 사건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확대일로를 걷게 되면서 애정과 악의는 항상 종이 한 장 차이란 건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비틀기로 독자들의 방심에 허를 찌르는 게 역시 반전의 대가라는 감탄이 들었다. 디버의 소설을 읽을 때는 우리의 감각이 앞만 보고 나아가는 동안에 모든 범죄의 이면에 따로 숨어 있는 어떤 진의를 발견해 내는 촉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멋진 스릴러물이다. 게다가 댄스의 순정은 어디로 튈지 사랑의 작대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해.

 

 

물론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주인공의 대결 스토리와 댄스의 사랑게임이 이 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세월의 흐름 속에 잊고 흘려보냈던 대중음악의 순기능과 더불어 음악을 제공하는 뮤지션과 감상하는 대중들의 소비행태가 산업화 과정에서 맞이한 변화를 간과하지 말자는 것이다. 막을 수 없는 변화 속에 과거로의 회귀 시도는 어려우나 음악을 듣는 순간만은 모든 걸 내려놓고 열정적으로 임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결말에는 그동안 쌓여진 오해와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의 장으로 문을 연 뜨겁고 감동적인 피날레가 기다린다. 그래서 뭉클하고 훈훈했다. 더불어 이 소설에서 언급된 케일리의 노래들이 실제로 만들어져 제공되고 있으니 보너스 차원에서 직접 감상해 보는 게 어떨까? 눈과 귀가 동시에 호강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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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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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영은 이미 이 방을 떠나 어딘가로,

내가 모르는 어떤 영역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엄마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엄마, 가지 마.

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 벌써 가면 어떡해.

할 얘기가 많은데 엄마 조금만 더 있다가.

아무리 울어도 엄마는 반응이 없었다 . <선택 중에서 -93페이지->


우리 모두는 인생에 있어서 다들 각자만의 꿈이랄까,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때론 그것을 실현 못하고 실패와 좌절에 빠질 때 또 다른 돌파구를 통해 재기하거나 도약하기를 갈망하게 될 수도 있다. 그 돌파구를 모국에서 찾기 힘들면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하는데 작가는 유학을 위해 미국에 잠시 눌러 앉으리라 예상했으나 그대로 상주하게 된, 말 그대로 이민자가 되어버렸다.

 

 

미국에 거주하는 만큼 이민사회가 내재한 어려움, 가령 언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질적인 난관에 막혀 말로 표현 못 할 고통을 겪게 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들과 자신에게서 어쩌면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품어야 할 것은 품고 가리라는 대전제를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풀어낸다.

 

 

<드림랜드>는 시카고에서 범죄율이 높아 다들 인수를 꺼려하는 곳에서 도넛가게를 운영 중인 한국 여자의 이야기이다이 가게에는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손님으로 찾는 곳으로 다른 한국인들은 이 지역을 떠나고 없지만 지금까지 겪었던 불운을 생각하면 다시없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엄마가 남편과의 결혼을 반대했던 이유도 당연하다 싶다. 불운했던 아버지와 남편의 불운은 평행선을 달리 듯 그대로 이어졌고 성실해보였던 남편도 도통 풀리지 않는 세상사에 사람이 삐뚤어 진 듯하다. 딸에 대한 상습적인 폭력도 모자라 말리는 아내를 자신 대신에 자녀 폭행범이 되어 감옥에 들어가 줄 것을 청할 정도다.

 

 

기 막힐 노릇하다. 비겁한 변명을 들자면 영주권을 얻으려면 희생양이 필요하고 딸 학비도 벌어야하니까. 나중에 이 부부의 파행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던가. 드림랜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다는 사실이, 아니 서슴지 않는 방식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가 영혼을 내놓으라면 그렇게 할 뻔 했다는 자책과 후회 또는 반성으로도 들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제정신이 돌아오기라도 한 것인지 안도와 함께 여전히 가슴이 아려온다.

 

 

아마도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이었던 <선택>에는 오빠만 감싸고돌면서 지나칠 정도로 딸 혜진에게는 차가웠던 엄마가 있다. 명석한 딸과 달리 학업, 건강도 시원찮은데다 성격까지 나약한 진성이 오빠의 앞길을 동생 혜진이 막고 있다며 노골적인 차별대우를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혜진은 아예 등 돌리고 살아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나간 선 보는 자리에서 그녀는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 중인 남자와 결국 결혼해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흔히 노처녀들이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독립한다며 결혼했다는 이유처럼 엄마의 곁을 떠나버린 혜진은 오빠의 결혼식에도 참석 않고 미국생활에 젖는다. 그동안 제대로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은 처사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도 자신의 뜻을 존중해주는 남편이 고마웠기 때문이라도. 오직 드림랜드를 꿈꾸며 참 치열하게 살아갔던 이 부부. 이민자들은 아무도 발 들이지 않으려는 분야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부자나라에서 호강하지 않느냐는 타인의 무지한 편견과 점차 인간다움을 포기한 채,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들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렇게 혜진 모녀는 악연으로 끝내고 마는 가 싶었는데 엄마의 속마음은 실상 그러지 않았나 보다. 진작 알았더라면. 모진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가슴 아팠지만 가진 걸 차마 내려놓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의 설득에 그래야 했던 혜진이 편안했으면 했다. 그래도 가지지 못한 자가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위안에 난 지금도 공감했는지 장담 못하겠다. 다만 가끔씩 눈물이 난다. 엄마가 진성이 오빠와 혜진이를 그토록 각각 차별 대우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사연에. 평생 한이 되신 어머니.

 

 

그렇게 드림랜드라는 미국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싶어서 때론 한국이 싫어서 많은 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건너갔고 지금도 건너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태어나고 자랐던 성장환경과는 많이 상반되고 낯설어 고생을 많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도 척박한 땅에 거름을 주어 비옥한 토양을 만들 듯이 개인의 꿈과 가족의 부양을 위해 불철주야 살아가는 이민자여러분들에게 한줄기 빛이 찾아오기를, 그 빛이 행복이라는 열매를 수확하는 도구와 수단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바가 그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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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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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싹둑 잘려나간 기분이 드는 첫 페이지, 범상치 않다. 다짜고짜 자신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으려는 테드 매케이도 그렇지만 하필이면 그 순간에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는 이는 또 누구란 말인가? 너무나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는 터라, 급격하게 심장이 요동친다. 어쩌면 무시하고 그냥 자살을 이행할 수도 있었는데, 자신이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 방문객이 있다면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잡상인이라 간주하고 돌려보내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문을 열어보니 낯선 청년이 서 있다. 청년은 자신의 자살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고 자살 말라, 대신 누군가를 죽여 달라는 이 황당한 제안에 어리둥절 하는 동안 자자신과 메케이가 속해 있던 조직까지 언급한다. 그리고 살인청부의 대상은 자신의 여친을 살해하고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방면을 받은 천하의 몹쓸 인간이라고 했다.

 

 

악당을 죽인다, 그것도 뭐 나쁘지 않겠다. 제안을 수락한 매케이는 청년이 알려준 대로 악당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마침내 미션을 완수했고, 다음 타자로 대기 중인 또 다른 남자를 찾아가 대신 죽여주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막상 만나면 담담한 반응을 보일거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 남자는 뭔가 당황한 눈치다. 그래도 눈 질끈 감고 해치우고 나니 저 멀리 이 저택으로 달려오는 여인과 소녀들... 그런데 그들의 정체가...

 

 

"문을 열어.

그게 네 유일한 탈출구야."

 

 

앞서 만났던 저스틴 린치라는 청년을 다시 만났을 때 급 늙어버린 듯한 그의 모습도 낯설거니와 매케이가 자필로 자신에게 남긴 듯한 저 쪽지의 문구가 암시하는 바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는 내내 이 소설의 시공간과 기억은 전반적으로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결국 독자들을 모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마침내 몰아넣는데 성공한다. 마치 영화 <메멘토><인셉션>이 결합해 영상의 활자화가 실현된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 또는 망상인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을 통해 우린 주인공인 매케이의 정신세계와 과거 행적을 의심케 하고,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제3자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낙인찍힐지도 모를 순간이 임박해온다. 체스와 말편자, 주머니쥐가 던지는 상징성 내지 환영 등은 이 구성에 흠뻑 취해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들지만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마땅한 표현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기억들을 계속 휘젓고 또 휘저으면서 재구성을 통해 진실의 파편을 짜 맞추었을 때, 마침내 드러난 한 폭의 퍼즐은 우리가 염려했던 방향에서 급선회하였음을 알려준다. 그마저도 아름답다 할 수는 없겠지만 수렁에서 건진 최선이자 이 불행한 남자에게 선물할 수 있는 안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미로 속을 헤매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을 절묘한 서스펜스로 풀어낸 이 수작은 올해를 되돌아본다면 반드시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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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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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 데보레는 23년 간 제지업체인 할시온 밀스에서 중합체 용지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관리해 오다가 캐나다의 계열사로 작업라인이 흡수되는 바람에 정리해고 당한다.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한 버크는 동종업계에 재취업을 시도하나, 비슷한 경력을 보유한 다른 실직자들에 취업의 기회를 빼앗기자 그는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

 

 

그것은 자신을 제지회사의 인사담당자로 위장, 동종업계에서의 경력을 가진 실직자들에 대한 채용공고를 하여 그들로부터 이력서를 받은 뒤, 자신과 비슷하거나 우위의 능력을 가진 상위 클래스의 지원자들을 후보로 추리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들을 직접 찾아가 순서대로 제거함으로서 재취업의 경쟁에서 무혈입성하기를 꿈꾸는데, 버크는 완전범죄로 위장한 채 취업에 결국 성공할 것인가?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제목은 <엑스(x)>로 착각한데다가 표지는 선글라스를 쓴 무표정한 중년남자가 떡하니 강렬한 포스로 무게 잡고 있기에 스파이 소설쯤 되는 줄 알았었다. 이번에 나온 개정판은 박찬욱 감독이 직접 골라주었다고 하는데 <아가씨> 이후 유력한 차기작 후보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판이 엎어졌다고. 만약 영화로 나왔으면 즉시 영화관으로 달려갈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었는데... 안타깝네.

 

 

각설하고, 실직자가 취업경쟁자들을 직접 죽여 결국 자신만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발한 발상의 스릴러라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슷비슷한 소재의 스릴러들에 좀 식상해 있을 때 만난 이 스릴러는 한 집안의 가장이 실직이 되면 가족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절절하게 보여준다.

 

 

가족부양의 책임과 의무를 지고 취업을 위해 발버둥치는 가장의 고뇌, 남편의 실직 후 인내심을 보이려 노력하지만 대화부족에 따른 불만과 오해에 지쳐버린 아내, 사고를 치고 후회 속에 눈물을 흘리지만 언제 다시 사고칠지 모르는 아들 등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 무관심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녹아있다나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죄 없는 다른 경쟁자들을 죽여가면서 까지 다시 취업을 시도해야할까?

 

 

버크의 살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독자들은 그를 비난하기는커녕, 심정적인 지지를 자신도 모르게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했듯이 당사자의 입장이 되지 않고서는 누가 떳떳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경쟁자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계획에도 없던 그 가족을 함께 죽이기도 하며 끊임없이 죄책감에 몸부림치지만 결코 가족부양이라는 당면과제를 외면할 수 없는 버크의 심정에서 나 그리고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보인다.

 

 

솔직히 평소 직장에 불만이 많아 사직서를 과감히 내던지는 모습을 수시로 상상해보지만 실제 행동으로 실천할 용기와 미래가 없다는 점에서 나 자신의 무기력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버크 같은 나락 신세가 안 되려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버둥거려야지.....



그렇다면 피눈물 흘리며 정리해고라는 아픔 속에 일터를 떠나야했던 세상 모든 실직자 여러분들! 주인공 버크처럼(비록 비윤리적인 방법이었지만...) 내일은 답이 없습니다.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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