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인 “Feniks”와 “Phoenix”는 같은 말일 거라 생각하는데 전혀 다른 말이라고 완강히 주장하는 의견들이 있어 당혹스러웠던 게 이 책의 첫 인상이었다. 스스로를 불태우고 다시 태어난다는 불시조라는 이미지를 발음에 따라 시시각각 왜곡된 상상을 했던 것도 사실인데 “악마의 산”에 나왔던 맷 주버트 총경이 주인공으로, 그리고 베니 그리설도 출연하신다. 맷이 경감이었던 시절, 연민을 가지고 읽어야 할 정도로 소설에서의 그는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아내인 라라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힘든데다 건강관리에 부실해서 내부적으로 적신호가 켜져 있다. 어떻게 보면 될대로 되라지로 퍼질 수도 있겠지만 새로 부임한 상사는 그런 꼴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계속 현장에서 근무하려면 별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서라도 기준점에 들려고 아등바등 하는 모습이 참 힘겨워 보인다. 저래갖고 어떻게 버티려는지... 그런데도 은근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점도 불가사의하다. 곰 같이 덩치 큰 모습이 푸근하게 다가오는지 매력을 느끼는 여자들이 있어 나름 복 받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그놈의 다이어트와 심리치료만 제대로 성공한다면 재기해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을 텐데...
베니 또한 알콜중독 좀 어떻게 좀 했으면. 둘 다 지금 상태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읽는 내내 무기력해지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쓸쓸했다. 곁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은 평온하지가 않더라. 향수냄새에 민감한 강도가 여기저기 은행 털고 다니는가 하면 사업가, 보석 디자이너, 다리 저는 실업자, 어부, 미용업계의 큰손, 목사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살해당한다. 아무리 들쑤시고 다녀 봐도 이 살인들을 줄줄이 엮을 만한 그 어떤 연관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 단지 개인적인 원한인가, 아니면 치밀하게 계획된 복수인가... 그 진실의 이면에는 늘 남아공의 참혹한 현실이 녹아 있다.
처음 탐문수사를 할 때에도 정치적 동기를 언급한 것부터가 이 나라의 범죄는 다르다. 아니 어쩌면 닮아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모 작가의 신작과도 상황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부당한 권력과 취약한 뒷골목의 그림자는 쏠쏠한 반전을 내포하고 있어서 후반으로 갈수록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고 본다. 디온 메이어는 늘 그랬던 작가였나 보다. 문득 맷의 친구 딸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