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The Summer K-픽션 18
최은영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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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쇼코의 미소>로 가장 핫한 작가였던 최은영 작가의 소설을 만나보고 싶어 동분서주하다 그 소설은 물론이요, 이 소설도 동시 득템에 성공했다. 분량이 적은 관계로 부담 없이 먼저 선택한 <그 여름>, 

 

열여덟 살의 두 소녀 이경수이는 우정이 아닌 사랑을 선택한 만큼 이들은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감히 공개하지 못한 관계를 가진다. 밤마다 서로의 육신을 탐하며 조금씩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자들의 무리 속에 뒤섞였다.

하지만 상반된 성격처럼 각자는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함께 하는 시간들이 무뎌진 게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자꾸 외부로 눈 돌리게 하며 흔들리던 사랑이라는 감정은 점차 생로병사의 사이클을 거친다. 감정의 균열과 변화가 섬세했고 그 결말이 끝내 슬퍼서 왈칵했고 먹먹해졌다. 이제 <쇼코의 미소>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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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먼트 - 복수를 집행하는 심판자들, 제33회 소설추리 신인상 수상작
고바야시 유카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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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복수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이 소설처럼 법이 사적복수를 허용한다는 발상은 지금까지 없었는데 마지막 단편 저지먼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 소년이 여동생을 방임 학대하여 죽게 만든 친모와 그 애인을 똑같이 굶겨 죽이려 한다는 줄거리



서서히 죽어 가고 있는 두 남녀와 소년 사이에 오고 가는 가시 돋친 말들은 한참 부모한테서 어리광을 피워도 될 나이에 감당해야할 상황들로 인해 다른 단편들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도리타니' 집행관이 00였구나. 성별에 대한 암시가 있었지만 내가 눈치 못 챈 것인지는 몰라도 응당 의심 않다가 나중에는 뒤통수 맞은 것처럼 여기질 정도로 나름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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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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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호지스와 사이코 연쇄살인마 브래드 하츠필드는 이미 대결을 펼쳐 승자와 패자의 우열을 남긴 전적이 있다. 그러나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악의 심연은 막을 내리지 않았다. 꼬리를 말아 감춘 척만 했을 뿐이라는 걸. 미스터 메르세데스라는 우아한 닉넴을 가진 브래드는 무수한 인명을 살상하고도 피가 모자랐던지 콘서트 현장에서 다시 한 번 꽝 하고 터뜨리려다 빌 호지스와 그 일당들에게 저지당했을 뿐 아니라 홀리에게 가격당해 정신병동에 신세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악당 브래드가 간호나 받고 평생을 누워 지내다 생을 마감하리라고 생각한 독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라고 등장하신 게 아니란 말씀. 어떤 식으로든 조짐 같은 게 불안한 느낌이 스물 스물 뒷덜미를 스치고 지나가니까. 간호사들은 브래드가 어찌하지 못할 거라 착각하며 맘 놓고 희롱하지만 나 아직 살아 있다며 무력시위 하 듯 브래드가 시전 하는 초능력들. 이제 머지않았구나. 악마의 부활이. 우리는 그렇게 점차 직감한다.

 

 

분명 뇌를 다쳐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제어 당했을 거라는 주변인과 달리 자꾸 누군가 연이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지 빌 호지스는 브래드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게 된다. 희생자들은 자살할 이유도 없이 누군가에 조종당했음이 드러난다. 휴대용 게임기 재핏을 접속하는 순간, 어떤 변화가 있었던가? 타인의 정신세계를 조종하는 악마의 부활은 분명 치명적인 악의를 생산해 내었던 것이다.

 

 

어찌 막을 것인가? 이제 70대 할아버지인데다 시한부생명인 빌 호지스가 이 악마를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본격추리물이기에 앞서 정신분석학적 영역이 판타지 스릴러화 되었다고 해야 할지 이 비밀을 캐고 들어가는 빌 호지스 일당들의 접근법이 신선해서 마지막 대결에 다다르기 까지가 궁금했고 그 상황이 압권이 아니었다 싶다.

 

 

이런 비정상적인 악당을 만나 말년을 편하게 보내지 못한 빌은 참 고생만 하는구나. 게임중독과 개인의 자살이란 사회적 병폐를 자살 설계자 브래드 하츠필드의 의식을 통해서 놀라운 체험으로 전환되어 재밌었다. 당사자들에겐 물론 극심한 고통이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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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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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Feniks”“Phoenix”는 같은 말일 거라 생각하는데 전혀 다른 말이라고 완강히 주장하는 의견들이 있어 당혹스러웠던 게 이 책의 첫 인상이었다. 스스로를 불태우고 다시 태어난다는 불시조라는 이미지를 발음에 따라 시시각각 왜곡된 상상을 했던 것도 사실인데 악마의 산에 나왔던 맷 주버트 총경이 주인공으로, 그리고 베니 그리설도 출연하신다. 맷이 경감이었던 시절, 연민을 가지고 읽어야 할 정도로 소설에서의 그는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아내인 라라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힘든데다 건강관리에 부실해서 내부적으로 적신호가 켜져 있다. 어떻게 보면 될대로 되라지로 퍼질 수도 있겠지만 새로 부임한 상사는 그런 꼴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계속 현장에서 근무하려면 별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서라도 기준점에 들려고 아등바등 하는 모습이 참 힘겨워 보인다. 저래갖고 어떻게 버티려는지... 그런데도 은근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점도 불가사의하다. 곰 같이 덩치 큰 모습이 푸근하게 다가오는지 매력을 느끼는 여자들이 있어 나름 복 받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그놈의 다이어트와 심리치료만 제대로 성공한다면 재기해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을 텐데...

베니 또한 알콜중독 좀 어떻게 좀 했으면. 둘 다 지금 상태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읽는 내내 무기력해지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쓸쓸했다. 곁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은 평온하지가 않더라. 향수냄새에 민감한 강도가 여기저기 은행 털고 다니는가 하면 사업가, 보석 디자이너, 다리 저는 실업자, 어부, 미용업계의 큰손, 목사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살해당한다. 아무리 들쑤시고 다녀 봐도 이 살인들을 줄줄이 엮을 만한 그 어떤 연관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 단지 개인적인 원한인가, 아니면 치밀하게 계획된 복수인가... 그 진실의 이면에는 늘 남아공의 참혹한 현실이 녹아 있다.

처음 탐문수사를 할 때에도 정치적 동기를 언급한 것부터가 이 나라의 범죄는 다르다. 아니 어쩌면 닮아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모 작가의 신작과도 상황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부당한 권력과 취약한 뒷골목의 그림자는 쏠쏠한 반전을 내포하고 있어서 후반으로 갈수록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고 본다. 디온 메이어는 늘 그랬던 작가였나 보다. 문득 맷의 친구 딸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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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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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점에 들를 때 마다 살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낳게 해준 작가인데 그만큼 다른 작가들과는 색다른 그 무엇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라면 많은 분들이 언급하시는 모녀관계라는 끈끈한 설정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는 점이다. 치매에 걸린 노모와 그런 엄마를 부양해야 할 딸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애틋했다. 여운도 남고.

 

 

들어간다고 들어간 몸이 치매 노인이라서 정작 혼은 정신 말짱한 상태라는 것도 인상적이고. 대신에 아쉽다면 한 몸에 동거를 하던지 빼앗아 살던지 간에 소재는 그리 독창적이진 않은데 과정에 있어서 그 사연들이 지지부진한데다 선악구도도 넘 안일하다는 거다,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았는데 초반의 그 얽히고 얽혔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고 나면 더 이상 뒷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게 된다.

 

 

후반의 몰아넣고 일타삼피이던가 하는 처리방식도 맘에 안 들고. 작가님이 미국 사시는 걸로 아는데 장르소설의 왕국에서 좀 더 견문을 넓혀 소설의 세계관을 확장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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