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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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와 같은 육아 카툰 에세이는 각자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일일이 체크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웃프다가 끝내 코끝 찡한 감동에 울먹하다 논물 콧물 질질 짜던 게 나의 모습이다. 자신을 단장할 시간에 아이 단장에 여념이 없는 야마다 모모코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역시 육아는 힘든 거야란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그만큼의 힘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엄마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거지.

 

 

남편 히데와 이제 만 한 살이 된 아들 류, 똥꼬발랑한 수컷 고양이 치코랑 살고 있는 초보엄마 모모코의 육아 분투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가슴 아프게도 여자 퇴화론을 앞세운 자학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달걀형 얼굴이 되고 싶었는데 달걀형몸매가 되었으며.... 그 전에 이 언니에 온몸이 아마존 밀림이셨나 보다. 출산 당시 시급히 벌초해야만 했던 난리법석 후에 아이가 태어난 후 몸무게가 플러스 되면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렸다는구나.

 

 

이중턱에 궁극의 못생김, 도쿄 뚱뚱녀라고 자기비하가 마치 웃기려 드는 것처럼 보였어도 덩달아 웃을 수가 없다. 임신 직후부터 출산, 그 이후 육아까지 아이를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한시도 자신에게 투자 관리할 여유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당연하다 받아들여야 할테고. 괜찮아 보통 엄마들은 대체로 그래 라고 달래준다고 자괴감이나 우울증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안다. 어른보다 더 탄력 있는 엉덩이에 발 냄새. 입 냄새마저 사랑스러운 아들 류만 곁에 있으면 행복하다는 걸.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내가 낳았다고? 잠시만 떨어져도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에게서 나 또한 저런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란 추억 되새김은 엄마란 존재가 가져다주는 안신과 평온함이 얼마나 깊고 헌신적인지 감히 짐작조차 못할 거다.

 

 

이 같은 경험을 거친 분들에겐 맞아 맞아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 라는 이쁜 공감과 함께 가족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표시하는 모모코 아줌마의 가정에 행복한 나날들만 계속 되기를 바란다, 또한 아빠들 보다는 아직 미혼인 여성들이 더 많이 보고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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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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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서>란 곳이 처음에는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가상의 지명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까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더라는. 145km(90마일)에 걸친 해안선에 거대한 삼나무 숲과 안개가 어우러져 잊혀 지지 않을 만큼 멋진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대표적인 해안가가 2017년 겨울 폭풍 산사태와 낙석으로 인해 토사 유출로 뒤 덥혀 임시적으로 폐쇄 중이라는데 사진 상으로 너무나 아름다워 잠시 넋 놓고 쳐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데뷔작이란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아니다. 첫 출간작이 맞겠네.<미국의 송어낚시>를 진작 먼저 쓰고도 출간은 이 책 뒤에, 인기는 <미국의 송어낚시>가 더 높지만. 그럼 이 책의 초반을 장식하는 남북전쟁은 알다시피 북군의 승리로 끝났다는 건 주지의 사실인데 남군의 시각에서 그려지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해설편을 읽었을 때에는 분명 히 남군이 승리하였다면 라는 전제는 말 그대로 전제일 뿐, 책에서까지 확대되지는 않은 것 같다.

 

 

우선 리 멜론이라는 청년이 나온다. 리 멜론은 부유한 동성애자한테서 돈을 갈취한 후 술값으로 탕진했고 친구인 제시를 만나서도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구걸하다 차에서 기름을 몰래 훔치려던 풋내기들을 족쳐 또 갈취하는 일이 반복되니까. 변변한 직업 없이 어슬렁거리는, 마래가 담보되지 않는 청춘. 어느 날엔 가출했다가 돈이 떨어지자 리 멜론과 동거하게 된 열여섯의 수전이란 아가씨를 제시가 만나게 된다.

 

 

여자의 아버지는 리 멜론을 찾아와 20달러를 줄 테니 헤어져 달라고 했고 리 멜론은 그러겠다고 한다. 사라진 리 멜론이 어디 있냐고 제시에게 거듭 묻는 수전에게 그때마다 모른다고 시침 뚝 떼는 제시. 나중에는 옆에 있는데도 일부러 물어보는 이 여자가 안쓰럽고 우스꽝스러운 한 편의 블랙 코미디였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러한 느낌으로 쭉 흘러가는 것이다.

 

 

리 멜론에게 유일한 자랑거리라고 해야 하나, 남부군 장군 출신인 증조할아버지 오거스터스 멜론이 있어서 늘 으쓱하지만 정말 장군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긴 한다. 그러나 상상과 허구, 진실이 뒤범벅인 가운데 미국의 전원적이자 목가적안 삶에서 우리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집요하게 꿰뚫는 위대한 의식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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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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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을 읽었다. 마흔여덟 살 다다시의 인생이 리셋 되고 난 이후의 일상들... 잔잔하고 조용하다. 화려한 싱글이라는 노래제목 대로 독신이 날라다준 자유가 궁상맞기 보단 참 찬란해 보였다. 다만 십오 년씩이나 넘게 살던 아파트를 나오게 되었으니 아쉽고 미련이 남을 만도 하다. 처음 이사 온 날을 회상하고 있으니. 나 또한 외지근무 하면서 짧게는 8개월 길게는 3년 정도 머물렀던 숙소가 아직도 추억으로 맴돌고 있다.

 

 

눕던 자리가 하루아침에 바뀌었으나 빠른 적응도 시간문제겠다. 솔직히 다다시의 아내는 피곤할 정도로 남편에 대한 간섭이 심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사 온 집에서는 그가 왕이라서 더 이상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취향대로, 자유를 맘껏 누리면 될 터. 집주인 할머니 소노다씨가 미국에 간 뒤로 서신 왕래하는 사이에 새록새록 사람이 정도 따스하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적이라.

 

 

업자를 불러서 소박한 리모델링 견적을 받아보는 일도 차 한 잔의 여유처럼 기쁨이자 즐거움처럼 다가오는데 기왕이면 이사 온 집이 영영 다다시의 손길을 받으면서 영원히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 뭔가 애잔하다. 고양이 후미도 어느새 다다시와 정이 들어 버렸다. 그렇게 이 집은 여러모로 손때가 많이 묻은 지라 잔정이 많이 갔는지도 모르겠네. 세탁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부엌은 어두침침하면서도 맛있는 냄새가 은연중에 묻어나오고 양철을 두른 삼단짜리 붙박이 선반의 경우 책꽂이로 쓰면 어떨까 싶은 멋이 풍기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옛사랑 가나와 재회하게 된다. 꺼졌던 불씨가 다시 타오르 듯 그녀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걸 느끼는 다다시는 근처에 사는 가나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도 하면서 관계회복을 통해 한 집에 같이 살기를 열망한다. 그러나 그녀에겐 치매 걸린 아버지가 있었고, 부양의 책임감과 다다시에 대한 미안함, 부담감 등이 한꺼번에 겹쳐 다다시의 소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데... 마음이 허무하기도 짠하기도 했다.

 

 

새로운 행복이 느긋하게 찾아올 것만 같았는데 완벽하게 결핍을 채워나가기 힘든 것이 그 나이대의 아픔인 것처럼 느껴진다. 원하는 바를 다 손에 넣을 수가 없는 법, 그래도 다다시의 인생은 지금 살고 있는 집처럼 관록과 기품이 하나의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리라.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켜보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 속이 꽉 찬 남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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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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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문난 맛집 <고양이 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말 그대로 고양이가 셰프이자 직원이며 손님인 이 곳은 그동안 미식가들을 매혹시킨 명소라고 한다. 독창적이며 파격적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데 그 명성이 헛되지 않는지 궁금할 따름인데 단체로 온 개냥이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수다는 정말 맛있으니까 절로 나오는 행복함의 또 다른 표시가 아닐까 싶다.

 

 

고양이 식당의 식재료들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고급재료들로 생선과 치즈의 신선함이 특히 일품인 것 같으며 고양이 웨이터의 품격 있는 서비스도 결코 빼놓아선 안 된다. 고마움을 표시하려면 약간의 팁을 건네는 것도 화기애애한 식욕에 부채질 하는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잊지 말자. 게다가 주방은 깔끔깔끔! 번쩍번쩍! 위생과 청결도 타 식당에 비해 독보적이구나.

 

 

! 드디어 인간대표로 어느 음식평론가가 직접 납시었다. 마침 잘 되었다. 정말 궁금했다고. 어서 먹어보고 맛을 평가해주셔. 캣닙이라는 제목의 음식들이 많네. 그건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분명 비주얼은 끝내주겠는데 혀를 자극하기엔 뭔가 심심한데. 이상해서 새로 주문해 먹어보지만 이건 아냐. 미각기준이 인간이랑 고양이님은 근본적으로 일치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 평론가님이 미간을 찌푸리던 중에 대형 사고를 치셨다. 금인구역으로 선포된 이유가 바로 이날의 이 사태 때문이라니. 용서할 수가 없구나. 전쟁을 치러 피를 반드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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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고양이의 비밀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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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식빵 공장>을 견학해 보는 건 어때. 여기도 <고양이 식당> 못지않은 명소 중의 명소란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에, 별이 초롱초롱... 너무 일찍 출근하는 거 아닌지. 그래도 표정은 늘 웃는 얼굴상이다. 인간들이랑 확실히 달라. 알고 보니 여긴 탄력근무제라는군. 그리고 식빵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있는데 무심코 버스를 뜯어 먹는 일은 없어야겠다. 잘못하면 다칠지 몰라.

 

 

본격적으로 공장 시스템을 둘러본다. 지금은 최첨단 기계가 돌아가지만 옛날엔 직접 앞발로 꾹꾹 눌러주었다고. 그 시절의 그 맛이 오히려 더 끌리는 건 향수때문일지. 고양이 모양의 식빵이 더욱 그런 취향을 자극하는데 때로는 진짜 고양이와 식빵이 구별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세심한 관리와 주의를 요한다.

 

 

자칫 진짜 고양이를 먹어버리기도 한다면 큰일 나겠어.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빵을 차를 마시며 담소 나누는 순간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필요 없는 최대치의 행복이 된다. 나도 사고 싶다. 먹고 싶다. 대신 비밀은 지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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