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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평점 :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이라는 제목부터 스노우볼을 연상시키는 책표지까지... 첫인상은 무척 서정적일 것 같다 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 마다 세상에 혼자 남은 우진의 비애가 넘 슬퍼서 가슴을 차게 적시기 시작했다. 불과 열여섯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참혹하게 살해당한 수정의 사연만으로도 버티기기 힘들었을 텐데 아내마저 옥상에서 투신자살 하고 말았으니 이 남자는 온전히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나던 현실 속의 다른 딸과는 달리 수정이는 아빠랑 생전에 대화도 많이 나누고 살갑게 지냈던 아이였다. 밤하늘의 별들에 무한한 애정과 식견을 바탕으로 온가족이 함께 별을 보는 날을 어쩌면 꿈꾸었을지도 모를 이 아이, 딸 바보가 되어 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지만 차디찬 주검이 되어 영원한 작별을 고한 참담한 현실 앞에서 진정 별이 사라졌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했으리라.
특히 수정이가 우진의 꿈에 나타난 대목은 감정의 파장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아빠에게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수정이의 모습이 어찌나 슬프던지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아내의 자살원인이 밝혀졌을 때는 마음이 더욱 무겁게 짓눌려 버렸다. 자신에게 진실을 감추었던 남편에 대한 야속한 원망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사정까지, 살아남은 가족들 모두가 짊어져야 했을 잔인함의 무게가 안타까웠다.
그래서 작가가 이 소설에서 의도했던 바는 결국 가족을 잃어버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 빈자리가 남기고 간 막막함과 상실감으로 인하여 끝없이 감정이라는 구덩이 속에서 잠식당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익숙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방식이라는 점은 이 소설의 강점이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감성은 있되, 추리는 사리지고 만 밤이란 점이 약점이 된다.
우연이 당연하게도 필연으로 반복되면서 추리라는 기능은 어느새 뒷전으로 물러나버렸다. 사건의 진실이 주는 충격도 반전이라고 하기엔 뻔해 보이는 데다 그 과정은 길을 잃지 않도록 중간 중간 이정표가 친절히 안내하는 통에 마땅히 서스펜스라고 할 만한 건덕지가 없어 보인다. 논리의 비약도 발견되고 후반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서 계속 갸우뚱거리며 읽게 되기도 했다.
분명히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는데도 사과의 진정성이 아니라 사과 자체가 없다고 해석하는 대목에서는 내가 이해를 잘못한 것인가 싶어 다시 앞 페이지를 반복해서 읽었던 것이다. 하긴 원래 불행이라는 씨앗의 잉태가 소통 말고 불통이 되어 자신이 듣고 싶은 쪽으로만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런 빗나간 자의식을 표현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일수도 있겠다.
그래도 한국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완성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처음부터 추리라는 기능을 일부러 배제하고 감성에 더 비중을 두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신격화 시키는 것 같은 작가 소개란을 포함(진심 오글오글)해서 절반의 수긍과 절반의 부정을 남긴 이번 소설은 말이다. 후한 평가를 내리기에 애매한 면이 없잖아 있다.
대신 교훈을 얻었다면 현재에 충실하라, 그래도 오점과 후회를 남기고 마는 게 우리들이라는 점. 불완전하더라도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다. 우진의 회한은 잘못이 아니라서 이해해줘야지. 문득 고등학교 때 반 친구가 연탄가스 마시고 동생이랑 함께 사망했던 일이 떠오른다. 친구 부모님의 얼굴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들 둘씩이나 먼저 보낸 참담한 심정만큼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