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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상의 아리스 - S큐브
마사토 마키 지음, 후카히레 그림, 문기업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이것은 내가 그녀를 얻고 그녀를 잃은 이야기.
열일곱 살 소년 유즈리하 로우는 불의의 사고로 가장 소중한 두 사람과 이별해야 했다. 원래부터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로우에게 케이라는 뜻밖의 친구가 생겼을 때, 그리고 케이가 학교 선배인 후미와 본격적으로 교제하게 되었을 때, 청춘의 봄날이자 싱그러운 풋사과를 한입 베어 먹는 것 같은 기분에 정말 좋았다. 우정과 사랑이 이대로만 영원히 지속되었더라면.
케이는 진심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는데... 중학생이었던 세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은 안타깝게도 입시였다. 후미 선배가 먼저 명문고에 합격하였으니, 1년 후에 케이도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정작 같은 학교로 진학하게 된 사람은 로우 한 사람뿐이다. 낙방의 쓴잔을 마신 케이는 그날부터 로우와 후미 선배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마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러 만남과 연락을 회피하며 케이는 후미 선배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며 겉돌고, 그런 케이로 인해 슬퍼하는 후미 선배와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일이 괴로운 착한 소년 케이. 어느 날,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가자는 케이의 연락이 정말 오랜만에 당도해서 기쁜 마음으로 케이와 후미 선배가 약속장소에 갔더니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던 케이는 계속 두 사람에게 심통 부렸다.
괴로움을 어쩌지 못한 채, 케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던 후미 선배, 우연히 듣게 된 케이의 일그러진 모습... 결국 비극은 사고로 이어져 다시는 후미 선배와 케이는 로우와 만날 수 없었다.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하던 로우는 결국 등교거부를 하고 엄마는 로우의 친부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더니 생면부지의 관계였던 친부는 로우더러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란다.
로우가 도착한 곳은 어느 시골 어촌 마을, 막상 친부는 부재중이었고 나나미라는 동갑내기 소녀를 만나 친구가 되어 생활에 도움을 제공받게 된다. 그런데 우연히 비오는 날에 폐선 위를 걷던 아리스라는 수상쩍은 소녀를 만났는데, 다음 날 나나미에게서 폐선 위의 유령 소녀에 대한 소문을 들으면서 아리스의 진짜 정체가 과연 유령일까 라는 의문을 품는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서는 폐선이 폐 선박인 줄 알았는데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선을 말하는 거였다. 그래야 좀 말이 되겠구나 싶었다. 선로 위를 맨발로 걷는 아리스라는 그림이 상상되니까. 가만히 보니 표지에도 폐선이 이미 나와 있네. 난 바보 ㅠ ㅋㅋㅋㅋㅋ 자신을 더 이상 알려들지 말라며 거리를 두던 신비소녀 아리스에 대해서 혹시 라는 상상은 이 소설의 분위기를 살짝 호러 쪽으로 몰고 가나 싶었는데 실상은 로맨스에 가깝다.
마을의 나나미도 참 성격이 밝고 이뻐서 여사친 말고 여친으로 관계가 발전했으면 하는 3자 대리만족 심리가 은근 발동하기도 한데다 여동생 마이도 어린애 같이 투정 부려도 오빠를 걱정하고 의지하고 싶어 하는 여린 모습이 보여 보호본능이 추가 발동하는 상황들이 내내 이어진다. 게다가 아리스와의 관계는 또 어쩌고. 점차 아리스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로우.
할 수 있다면 아리스와 나나미 양측 모두에게 양다릴 걸쳐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소년 소녀들의 만남이 풋풋하고 아름다웠다. 입가에 미소 짓게 되며 설레이기도 한다. 아리스에 대한 비밀을 푸는 열쇠만이 이 소설의 성격과 결말을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였기에 나름대로 반전을 대비하였으나 예상을 살짝 빗나가더라. 그래서 로우의 결단은 진정한 용기이자 패착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던지라 가슴이 뭉클하고 짠했다.
이럴 때 만큼은 아프니까 청춘이 맞는 듯하다. 청춘 미스터리이자 로맨스와 호러가 살짝 가미된, 아니 호러는 무시해도 되겠지만 로우를 자신의 고동이라고 부르던 아리스와 그런 아리스에게 심장이 되어주고 싶다던 로우, 정말 벅찬 감동이 환희처럼 번져나는 멋진 소설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