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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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의외이긴 했다. 올 상반기 장르소설 중에서는 스티브 캐버나의 <열세 번째 배심원>과 사와무라 이치의 이 소설 <보기왕이 온다>가 가장 재밌다고 해서 둘 다 도전했으나 스티브의 소설은 나랑 맞지 않아 초반 몇 페이지만 읽고 바로 포기했고 이 소설은 일단 끝까지 읽었다. 예상하기로는 다하라 히데키와 가나 부부가 딸 치사를 보기왕으로 부터 지키기 위해 영매사 마코토와 힘을 합쳐 혈투를 벌인다는 식인 줄 알았거든. , 그런데... 중도 퇴장하시는 그 분, 어쩐지 께름칙하더라. 중간 중간 잘 해 줘라... 는 그 말에 어폐가 있었구나.

 

 

원래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사고하고 자신이 옳고 공명정대하다.. 자기는 잘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히데키의 시점에선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빠로서 남들보다 낫다고 봤는데 역시 평가는 상대가 하는 게 맞다. 그럼 다음 장에선 엄마 가나가 강한 모성애를 발휘하여보기왕과 혈투를? 근데 그게 아니네. 아니라면 뒤늦게 등장하신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가? 결국 주인공은 노자키였구나. 영화에서도 츠마부키 사토시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히데키 역이니 알만 하고 노자키 역의 오카다 준이치가 중심을 잘 잡았으려나? 영화는 피갑칠이 CG 느낌 나긴 하지만 비교적 괜찮은가 보다.

 

 

우야동동 가화만사성이라고 모든 문제는 가정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원래 호러물에서는 잠깐 겁주려다 점차 감당 못 할 수준으로 확대된다는 특유의 그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된 것 같은데 영상으로 직접 감상해야 무서운지 실감하겠다. 글로 만나는 호러는 이미 미쓰다 신조로 인해 익숙해서 크게 소름 끼친다 같은 감상은 솔직히 없었다. 오히려 고유정의 사진을 볼 때 마다 더 낌짝 깜짝 놀라게 되는 것 같다. 보기왕 보다 더 무서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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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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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삶은 중요하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또 예측하기 어려운 게 우리네 일생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어도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니까 지금에 충실하라는 까르페디엠이 아니더라도 당장은 걱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의 두 남자가 처한 현실이 내게 막상 적용된다면 소름끼치고 세상은 잿빛으로 뒤덮일 것만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젊은 신이치는 주식에 손을 대 많은 돈을 벌어 일하지 않고도 평생을 즐기다 살면 되는 남자이다. , 부럽다. 이 인간아... 질투나려다가도 과거 사고로 인해 청각을 상실하여 지금은 보청기를 끼고 다닌다는 약점에 신은 모든 걸 다 베풀지 않는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여자 스미노가 있다. 어려서부터 친구였다가 대학에서 봉사동아리 회원으로 가입해 만나서 사귀는 사이였는데 사랑을 나누다 처음으로 살의를 느끼게 되면서 헤어졌었다.

 

 

누구나 부러워할만 한 재력과 잘생긴 외모에 여자들이 접근하지만 말 못할 살의 충동이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고 급기야 실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다시 재회한 스미노와 관계를 회복하려 했으니...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돌싱이 된 스미노는 신이치에 대한 어떤 죄책감으로 그와 마지막을 함께 하려 하는데 이때 신이치는 죽을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었다. 한편으로 역시 암에 걸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형사 아오이라는 중년남자가 있다.

 

 

일에 빠져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이 남자는 아내가 병에 걸려 죽어가던 순간에도 곁을 지키지 못했으니 아이들에게 외면 받고, 고집 센 성격 탓에 경찰조직에서도 소외당하던 사람이다. 신이치가 억제할 수 없는 살인충동으로 여자들을 성관계 시도 중에 교살하고 나자 범인을 죽기 전에라도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도 무리하는 바람에 몸이 더욱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두 사람의 광기어린 파국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가 있었다. 신이치가 어떤 계기로 그런 마수에 발 담그게 되었는지 후반에서야 알게 된 그의 어린 시절, 다소 충격적이랄 수도 있는 그런 상황들이 막장에다 분명히 삐뚤어 질 수밖에 없는 토대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나에게도 신이치 같은 극단적인 집착과 광기는 아니지만 병적인 어떤 구석이 있어서... 그리고 아오이를 보더라도 누군가의 행복과 안전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과 포기가 있어야만 성립될 수 있음이 참 아프게 느껴진다. 살면서 다함께 평등할 수 없고 다 함께 손을 잡을 수가 없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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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
루 버니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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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대 추리/범죄 문학상을 석권한 화제작이란 화려한 배경에 혹해 읽기는 했다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를 읽었을 때와 유사한 감상이랄까, 1986년과 2012년의 시간차를 두고 각각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 2가지에 관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인데... 우선, 영화관에 침입한 무장 강도단이 소년 와이엇만 살려두고 모두 죽였다거나 박람회에 갔던 어린 자매 중 언니가 실종되었던 과거.

 


그리고 세월이 흘러 소년은 사립 탐정이 되었고 자매 중 동생인 줄리애나는 언니 제네비에브의 행방을 뒤쫓는데 두 사건과 두 사람의 연관성을 예상해 보았는데 뜻밖이었다.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소설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킬 수 있겠지만 의외로 뜬금없는 너털웃음만 남는다. 언제부터인가 영미권 미스터리 소설에서 신경 거슬리게 된 웃기지도 않는 농담 또는 특별할 것도 상황에서 느닷없이 웃으면서 이야기의 맥을 지루하게 끊는 시도에 왕짜증 나게 되었다. 게다가 1986년에 벌어진 두 사건의 진실과 결말이 어떻게 밝혀질지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면 전적으로 나의 독서취향과 선택적 전략이 한참 잘못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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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계가 끝날 무렵 - W-novel
아야사카 미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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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추락 사고를 목격했다는 트라우마 때문에(누군가는 떨어진 사람이 너였어야 했다고) 운둔형 외톨이가 된 열네 살 소년 와타루가 있다. 일본말로는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지. 와타루는 그날 이후로 학교도 안가고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로 시간을 때우게 된다. 결혼한 형이 형수와 조카를 데리고 집에 놀러 와도 억하심정에 가족끼리의 화기애애한 대화에도 못 끼고 있어서 참 안쓰럽더라는.

 

 

형은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뛰어나서 친화력도 만점이라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형제가 이리 다르니 얼마나 속 터질까. 부모님의 울컥하는 심정과 고통. 자신들이 낳은 자식이니 마음대로 절연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어떻게든 안고 가야하지만 형이 찾아올 때 말고는 웃음실종인 이 상황들을 마냥 지켜보아야 하는 걸까? 그래도 이런 와타루를 위로하는 형이나 형 친구인 마이코 누나(이 누나는 뽀얀 속살에 미녀인 듯, 와타루가 예전에 잠깐 좋아한 적 있다지)와 와타루의 학교친구인 다이고군과 가나양이 있어 그나마 든든하다.

 

 

어느 날, 무심코 인터넷에 회원가입해서 추리소설을 심심풀이로 써 올리자, 무섭고도 놀라운 반응들이 실시간 댓글로 넘쳐나더니 조회 수 폭등하여 인기를 얻게 된다. 역시 덕후의 덕질 놀이가 빛을 발한 순간이랄까,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소설에서의 살인 사건과 흡사한 살인이 실제로 발생하고 무해한 소설이라는 악평과 잼나다는 호평이 엇갈리면서 어떻게 알아냈는지 실제로 협박전화가 걸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와타루를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

 

 

현실과 소설이 교차하는 전개. 누가 범인이고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정체는 막연하지만 늘 그랬듯이 찍었더니 맞더라. 그렇게 운둔형 외톨이가 자신만의 방식과 용기를 내어 세상과 다시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지와 변화만으로도 작은 희망과 감동을 발견할 수 있다. 대단한 음모가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성장소설이라고 하겠다. 결국 밖으로 나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본인의 결단이 제일 중요하고 주변인들은 약간의 도움을 제공할 뿐이다라는 자명한 사실에 무릎을 탁 치면서 창작의 힘은 위대하구나.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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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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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호불호가 쏟아진다고 했다. 그럼 내겐 어떨까? 진심 궁금했다. 그래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어느 별장에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들이 일단 모였을 때, 오호 여기서 TV 추리 쇼 미스터리 아레나방송이 촬영되는 건가? 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더니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액자소설식 구성이었던 것. 일단은 다리가 폭우에 침수되어 외부로부터의 출입이 차단된 미스터리가 먹음직스럽게 차려졌으니 출연자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1등 상금을 독식하려고 혈안이 된다.

 

 

그렇게 방송을 위해 동원된 별장 살인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가설을 쏟아낼 때 과연 덕후들은 다르구나 라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지문들 하나하나에 그런 깊고 오묘한 의미가 숨어 있다니... 정답인가 싶으면 사회자는 교묘하게 예스와 노우를 피해서 가설을 제시한 각 출연자들을 차례차례 방으로 모실 뿐이다. 정말 고수들의 머리에서는 끊임없이 남다른 발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구나 싶다. 들을 때 마다 다들 그럴 싸.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성별 오인 트릭을 비롯해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추리용어들이 나열되는데 아무래도 그건 상관없는 듯 하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제자리 뛰기 같이 겉돌기만 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어떤 정답이 맞을까란 기대감을 무색케 할 그 어떤 함정 같은 게,독자에 따라 갈라지는 호불호가 여기서 기인하는구나 싶다. 꼭 나도 맞추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온데 간데 없고 내가 즐긴 것은 결국 유머였다.

 

 

꼭 진지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냥 별장 살인사건만 다루었다면 난 즉시 흥미를 잃어버렸을 것만 같다. 음흉한 변태 사회자와 지 잘났다고 뽐내는 출연자들의 허세와 우쭐, 그리고 마지막의 쏠쏠한 반전까지 내내 키득거리며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가로수란 이름을 두고 벌어진 논쟁... 진심 빵 터졌다. 누울 자리를 보고 뻗으라고 처음부터 순순히 진실에 당도할 마음도 의지도 없이 흉악했던 이 추리 쇼가 정겹다. 웃기면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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