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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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기시 유스케의 호러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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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그래닛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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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릴러를 읽다보면 드는 생각은 책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국가별, 도시별, 지역별 문화적 특성이나 지형적 특성을 간접 체험해 볼수 있다는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 일본은 기본이요, 유럽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독일, 스웨덴같은 유럽의 대표적 스릴러 강국을 위시하여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같은 국가에까지 실로 저변이 다양해서 점점 더 많은 국가의 작품들을 만나고픈 욕구가 강해진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중에서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디리다손의 "저주받은 피"같은 경우는 인구 30만의 작은 섬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 같은 장르소설을 만났다는 게 그때는 정말 진기한 경험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번에 만난 스릴러는 스코틀랜드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의 데뷔작인 "콜드 그래닛"이다.

 

스튜어트 맥브라이드는 그동안 알게모르게 관심을 가져왔던 작가 중 한 명인데 그에 대한 기억의 단상이 존재한다. 예전에 인터넷으로 본 기사인데 영국작가 알제이 엘로리가 온라인에 익명으로 자신의 작품을 극찬하고 동료작가들의 작품을 혹평했다가 들통나 망신을 당했다는 내용을 기억한다. 그때 혹평했던 동료작가들중에 스튜어트 맥브라이드가 있었는데 그의 작품들은 아주 흔해빠진 경찰소설이라는 평가절하였다. 라이벌 의식을 느껴 질투를 불러일으킬 만큼 맥브라이드의 입지가 모국에서는 탄탄했었기에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겠는가 싶은데 그런 만큼 읽어보지 못한 그의 작품에 호기심이 증폭되었던 계기였던 것 같다. 또한 스코틀랜드의 마이클 코넬리, 스코틀랜드의 해리 보슈 시리즈로 비유되는 맥브라이드와 로건 맥레이 시리즈는 이 같은 표현들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미지의 작가 중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은 작가의 최우선에 그가 있었고 그 점은 순전히 마이클 코넬리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의 연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만나게 된 "콜드 그래닛"은 제목에서 처음에 약간의 오해랄까 착각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 작품의 배경을 그래닛이라는 가상의 도시로 잘못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래닛은 화강암을 의미하고 있고 스코틀랜드의 에버딘이 "화강암의 도시"로도 불리고 있다고 하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소설의 배경은 그렇다치고 주인공은 로건 맥레이라는 경사다. 에버딘의 그램피언 경찰서 소속이다. 그는 1년전 열다섯명의 여성을 강간 살해한 앵거슨 로버트슨을 검거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검거와중에 범인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어 생사를 헤맨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후 현장에 복귀한 전력이 있다. 다들 그를 성경 속에서 죽었다가 부활한 "라자루스"라는 별명을 붙여 유명인사로 만들지만 그 점을 탐탁치않아 하는 남자이다. 몸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 부상 부위에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라 피해자의 가족에게 배를 맞는 식의 봉변을 가끔씩 당하면 빌빌대기도 해서 불안정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에버딘에는 아이들이 연쇄살인되는 엽기적인 사태가 벌어지면서 세상이 떠들석해진다. 그것만이 아니라 무릎이 도려진 시체까지 발견되면서 정말 사건은 한없이 터져나가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아동 살인사건이 한 건 일어나서 탐문수사로 수사망을 좁혀 유력한 인물을 검거하고 나면 이제 마무리되려나 싶다가도 또 다른 사건이 연이어 터진다. 범인이라고 단정했던 인물들은 알고 보면 헛다리 짚은 걸로 결말이 나서 로건 맥레이만이 아닌 모두를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연속되기에 잡았다가 풀어주고 또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잡고 풀어주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정말 믿을 사람하나없이 모두가 용의자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무고한 것으로 해명된 사람들에게도 갖가지 사연들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 모든 것은 어른들의 추악한 이기심에 비롯된 점이라는 걸 알기에 어디 항변도 저항도 못하고 속수무책 희생당하기만 하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은 회색빛으로 젖어있는 에버딘의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우울하다.

 

이 같은 천인공노할 사건들이 벌어지는 혼돈을 악용하여 기생하는 일단의 무리들 또한 존재하니 정의수호는 허울좋은 입버릇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발생한 아동 성범죄자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법정에 대한 분노와 함께 억울한 희생자를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공명심에 들떠 진실을 호도하는 악질적인 변호사 또한 가해와 피해의 경계점에서 얼어붙은 양심이 쓰레기더미 속에 내팽겨쳐 진다는 현실때문에 정말 치를 떨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수사정보를 찌라시 언론에 흘려 수사에 막대한 혼선을 빚고있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존은 외부의 적을 처단하기 전 내부의 적으로부터의 차단 또한 얼마나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인지 알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익을 취하려는 불순세력 앞에서 정의와 진실은 혼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카리스마대신 소심한 성격에 실수도 잦고 상관인 인치 경위에게 휘둘리기도 하는 로건 맥레이 경사는 영웅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어 상당한 친근감을 느끼게하는 인물이다. 까칠까칠한 상사 안치와 부하직원인 여경 왓슨까지 모두가 비범한 재능보다는 지극히 깊고 진술한 통찰력으로 끈기를 가진 추진력으로 끝에 도달하기에 이들의 모습에서 정말 우직한 스릴러를 제대로 만난 것 같다. 진중하면서도 우직한 이러한 스타일에서 마이클 코넬리에 빗대는 건 아닐까싶다. 데뷔작으로서는 더없이 훌륭한 완성도를 보인 로건 맥레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면서 미스터리한 여운을 남긴 이번 작품의 결말까지 스튜어트 맥브라이라는 작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하반기에 출간예정인 시리즈의 2탄을 통해 더욱 성숙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리즈의 장수를 빌어본다.

스코틀랜드 스릴러의 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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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7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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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연인이자 파트너이며 또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스승이기도 했던 남자 맥스와 함께 최후의 한탕을 위해 라스베가스의 호텔 카지노로 잡입했다가 불의에 의해 맥스는 사망하고 캐시 블랙은 공모죄와 더불어 그를 죽게했다는 과실치상죄로 5년간의 수감생활을 하고 가석방된다. 10개월 동안 자동차영업소에서 딜러로 근무하며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혈관을 뜨겁게 관통하는 본능적 본능 "범법자의 주스"라는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지 못해 지금이 아니면 마지막 기회라는 일념으로 다시 한탕을 준비한다.

 

그것도 6년전에 아픔을 겪어야했던 비운의 장소인 라스베가스 클레오파트라 호텔에서 목표물인 50만달러를 몰래 탈취해야 하는 것. 그 곳에 대한 잊고싶은 기억때문에 처음엔 망설였던 캐시 블랙은 결국 현금탈취에 성공하지만 돈을 도둑맞은 남자는 다음날 시체로 발견된다. 그러자 호텔 카지노 부사장 그리말디는 냉혈한 사립탐정 잭 카치를 불러들여 그녀를 쫓아 돈을 되찾으려 하는데 그녀가 50만 정도달러로 알고 훔친 돈은 실제 그 이상의 거금이자 마피아가 개입되어 있는 검은 돈이라는 실체가 드러나면서 돈을 갖고 튀는 여자와 그녀를 쫓는 남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실시간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해답을 모르는 질문은 절대로 증인한테 던지지 않는 소송 변호사처럼 전문 도둑들 역시 훔친 결과를 모르는 것은 절대 무턱대고 훔치지 않는다.

법적인 결과는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한 종류의 결과가 걱정인 것이다. - 261 P - 

 

정말 기대도 않고 있다가 뜬금없이 기습출간된 이 소설 "보이드 문"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들자면 제목 자체인 "보이드 문(VOID MOON)""동시성"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달이 한 별자리에서 다른 별자리로 옮겨갈 때, 어떤 별자리에도 속하지 않는 때를 일컫는 단어 "보이드 문"은 점성학적 용어로 6년 전 맥스가 죽었던 시간대이면서 6년 후 캐시 블랙이 돈을 훔치는데엔 성공하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 의해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갇혔있었던 시간대로 다시 맞물렸던 우연의 연속같은 순간이기도 하다.

 

캐시 블랙은 이것을 그 장소가 액운을 가지고 있는 징크스 정도로 여겨왔지만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다."는 점성학의 기본전제대로 단순히 움직이는 별들의 힘은 불행이 약속된 운명인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같은 현상처럼 보인다. 살면서 드러나는 반복적 패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기도 전에 다시 "동시성"으로 귀결된다. "겉으로는 별개로 보이지만 서로 관련된 일들이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다.""동시성"이라는 과거의 불행을 이용하려는 잭 카치와 이것을 역이용하려는 캐시 블랙.

 

"사막이 바다가 되는 곳" 그리고 "타히티"

 

한치의 오차도 용납않는 정밀하고 디테일한 두 사람의 대결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전자공학적 스릴 속에서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보여주는데 정말이지 한시라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속도감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시간을 지배하는 것은 운명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 동안 자신으로 인해 희생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감수해야했던 죄책감을 극복하고 사막이 바다가 되는 라스베가스 대신 연인 맥스와 사랑스러운 딸과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 속의 낙원 "타히티"를 염원했던 캐시 블랙의 정신력이 "잭 오브 스페이드"로 불리던 저승자사 잭 카치의 광기를 잠재웠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점을 두가지를 얘길한다면 일반적인 선악 설정의 패턴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을 것 같다. 사립탐정과 절도범이 등장한다면 전자가 선, 후자가 악, 이런 설정이 당연할 듯 싶은데 마이클 코넬리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짚어 반대로 설정하여 탐정도 탐정 나름이라는 식의, 탐정이 악의 편에 서는 최초의 경험을 선사한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이러한 구도는 본 적이 없다고 확신하기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확실히 신선한 발상이다.

 

또한 실제 등장하지는 않은 과거의 인물인 라스베가스의 마피아 지부장인 조이 마크스를 언급한 대목도 해리 보슈 5편 "트렁크뮤직"을 살짝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조이 마크스어찌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스스로가 의문 그 자체였지만 타 작품 속 사건이나 등장인물에 대한 기억을 가끔씩 되살려주는 마이클 코넬리의 시도는 언제나 개인적으로 환영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마이클 코넬리에 대한 애정이 깊다보니 사소한 티끌조차도 놓치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픈 팬심은 식지 않으며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재능이 독보적인 것은 당연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건 예정된 축복이나 다를 바 없지.

 

이번에도 과연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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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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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유럽스릴러를 대표하는, 아니 전 유럽스릴러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해리 홀레를 가장 먼저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설령 영미권 스릴러를 선호하지 않는 일미 팬들이라도 최소한의 호기심이랄까, 아니면 시류에 편승한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한번쯤 읽어보겠노라고 다짐하는 반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국가 선호도와 관계없이 이 시리즈는 핫한 트렌드로 연착륙하는데 성공했다고 봐야한다.

 

정말 해리 홀레가 보여주는 지독히 어둡고 자기파괴적인 음울한 감성들은 대중들을 열광시키고 그가 망가질수록 더욱 깊은 연민에 빠져들게 한다. 단순히 살인범을 쫓는 형사물로서의 추리적 쾌감이 아니라 영화 "트루먼 쇼"처럼 당사자만 모를 뿐이지만 우리 모두는 관객이 되어 해리의 일상 속의 개인사를 훔쳐보며 무한대의 즐거움을 얻고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작년 두 작품으로 해리 홀레 시리즈의 정점을 처음 접했으니 이번에는 해리의 본격적인 영욕이 교차하는 창세기적인 출발을 만나게 된다. 1편과 2편은 호주와 태국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스탠드얼론이라고 한다면 모국에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본류시리즈로도 해석이 가능할 듯 싶은데 노르웨이라는 국가적 특성을 감안하여 그들의 뼈아픈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것이 "레드브레스트"이다.  

 

시대적 배경으로 중요한 소재가 되고있는 건 2차 대전이다. 전쟁이 발발하자 독일은 노르웨이를 점령해버렸다. 당시 인접국인 스웨덴은 노르웨이를 침공하는 독일군의 자국영토 통과를 묵인하여 침략을 면하였고 형제국인 노르웨이를 지원하지 않아서 독일군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셈이 되었다. 그때문에 노르웨인인들은 스웨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독일의 점령기중에 노르웨인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언제나 그렇듯 순응과 저항으로 나뉜다. 노르웨이의 파시스트 비드쿤 크비슬링의 괴뢰정부를 승인한 독일은 노르웨이에 대한 억압적 통치를 실시하여 많은 노르웨이인들을 군에 징집하거나 징용으로 끌고 갔으며 노르웨이 전역을 요새화하였다.

 

 

비드쿤 크비슬링요셉 테보르펜같은 매국노도 있었지만 또 다른 노르웨이인들은 산악지형을 이용한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독일에 저항하는가 하면 국왕은 영국으로 피신해 망명정부를 세우고 해군과 공군을 만들고 선박으로 석유수송을 돕는 등 맹렬한 반 나치투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결국 독일의 패망으로 전쟁이 끝나자 노르웨이는 본격적으로 나치 협력자들을 색출하여 처형하기 시작하였는데 부역행위로 구속된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633명 정도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르웨이는 사형제도가 없지만 소급입법까지 만들어 기소를 하고 보복처형을 계속했다고 하니 반민족 행위에 대한 그들의 단호한 처벌방식은 역사는 승자가 정의이자 진리임을 입증한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우토야섬에서의 무차별 테러를 저지른 범인처럼 인종적 차별과 파시즘의 망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2차대전 중 깊숙이 뿌리내렸던 나치의 잔재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한 갈등과 불편함을 시대적 아픔과 고민으로 되새겨보고자 한 스릴러적 시도가 진중한 사색을 남기고 있어 적절한 울림을 주기는 하지만 그 파장이 크지 않다는 분명 아쉬운 점이다. 오히려 또 다른 살인사건에 관심과 시선은 몽땅 그곳으로 쏠려버린다. 하나의 작품 속에 두개의 사건은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시킬 수 있느냐는 관점의 차이로 갈리는데 확실히 엘렌 살인사건에 더 집중된다.

 

 

이전 출간작인 "레오파드"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지만 모두로 부터 존경과 신망을 얻던 누군가를 해리가 처단해야만했던 사건은 분명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프린스"를 두고하는 이야기 같은데 흔히 경찰들은 동료가 살해된 사건에는 시효도 정하지 않고 범인을 검거할 때까지 끈질기게 수사를 한다고 하니 해리가 엘렌의 죽음에 얽힌 배후를 나중에 알게되었때 그가 보였을 반응은 어떠할지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내부의 적이라면 말이다.

 

그러고보니 "레오파드"에서는 살인범이 "백마 탄 왕자님"이었고 여기서는 살인범이 "프린스"로 불리고 있으니 우연의 일치치고는 절묘하다 못해 센스만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마디로 왕자와 거지 간의 계속되는 대결이 되는 걸까? "네메시스"의 우리 제목이 "천벌"이니 이번에 해결못한 미제사건에 대한 단죄를 그 작품에서 다루고 있을 것 같은데 맞는지...

 

그리고 엘렌에 대한 기억의 편린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데 해리가 그녀의 집 자동응답 전화기에 남겨놓은 메시지들에는 빈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남자의 비애와 고통이 눈물없이도 절절함이 담겨져있어 깨달으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란 말이 와닿는다. 어차피 이러한 일도 앞으로 해리가 겪어야 할 가시밭길의 시초일뿐이겠지만.. 또한 라켈과의 사랑의 시작도 차후에 어찌 정리되는지 결말을 미리 알고 있기에 다가올 미래도 모른 채 지금 해맑은 해리의 모습은 어딘가 낯설다. 흡사 동굴속의 어둠에 웅크리고 있다가 밝은 세상으로 나왔을 때 눈부심에 적응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악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이 인생의 목표라고 요 네스뵈는 말했던가? 그렇다면 선과 악이라는 이중가면을 쓴 진짜 악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과 리켈과의 로맨스의 시작과 갈등, 파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이 해리 홀레라는 이 남자의 인생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알고싶어 그 여정을 따라가는 일도 독자들의 사명이자 의무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짐 빔에 중독되어있는 이 남자에게 중독되어 있는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되나보다.

 

해리 홀레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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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2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2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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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 그리고 또 다른 사랑....

 

전작 <트와일라잇>에서 10대의 청춘과 방황을 뱀파이어라는 상상력으로 그려내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낸 스테파니 메이어가 이번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SF 로맨스 <호스트>를 내놓았다. 신작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주제의식은 여전히 재기발랄한 판타지 속에서 깊고 묵직하게 전달되면서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고 현지에서 베스트셀러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만듦으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고 보여진다. 이제 뱀파이어가 아닌 또 다른 영혼의 이야기가 시작되려한다.

 

특정 시점을 추정할 수없는 어느 가까운 미래, 살아있는 생명체의 뇌에 침투해서 정신을 우선 잠식하고 점차 육신까지 장악해버리는 외계종족 "소울(SOUL)"에 의해 지구의 인간들은 그들에게 정복당한다. 얼마남지 않은 최후의 인간 저항군들을 색출하기 위하여 정보가 필요하게 되고 붙잡혀 온 인간 멜라니의 뇌 속에 종족 중 가장 노련하면서 강인한 정신력을 소유하고 있는 "완다(방랑자)"를 삽입한다. 성공적인 미션으로 비춰졌던 이 수술은 뜻밖에도 멜라니의 영혼이 육체에 남아 완다와 동거하게 되는 기이한 결과를 낳는다. 소멸되었어야할 멜라니의 영혼은 자신의 육체 속에 감금당하고 그녀의 영혼은 완다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연인이 있는 곳으로 이끈다. 완다는 난생 처음으로 인간의 감정을 겪으면서 혼란에 빠져버려 괴로워하면서도 멜라니의 옛 연인과 피할 수없는, 치명적인 로맨스에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또 다른 로맨스가 끼어들면서 사각관계로 진행되는데....

 

완다 같은 소울들은 단 한 번뿐인 삶이 아니라 여러번의 삶을 살 수 있고 자신들이 기생하게 되는 숙주인 "호스트"를 떠나 다른 호스트로 옮겨갈때마다 죽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또 다른 호스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다가 그 곳에서 정착하여 죽게되면 그 순간에는 영원불멸과 작별을 고하게 되는 기구하면서도 신비한 여정을 걷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계속 옮겨 다닐 수 있다하여 끝없는 욕심만 추구해서는 안되기에 죽음의 순간은 말로 표현못할 만큼의 절절한 소망을 무쇠 녹이듯 강하다는 것을 완다는 안다. 이 가슴아픈 사랑이 멜라니를 위해서만 살아남을 것이고 완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거라는 우울함 앞에서 운명은 그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에 마음은 쓸쓸하다. 순간 눈물이 난다.

 

그렇다면 한 종족의 몸에서 다른 종족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완다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비록 멜라니의 육체를 통해 자신을 해하려한 인간에 대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물리적인 저항을 행한 것에 두려움과 후회를 느끼는 완다의 불안한 심정은 이 모든 것이 우리네 인간들의 어두운 이기심의 발로라는 불편한 현실이 있다. 인간의 몸을 지녔지만 인간취급을 못받고 신체적인 접촉에 대한 반응도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이라는 불합리한 정당성에 반해 정말 바보 같고 쉽게 감정에 치우치는 보잘 것 없는 생명일 뿐인 인간이야말로 타인을 기만하고 불리하면 뒤에 숨어버리는 비겁할 존재일뿐이라는 반론을 되새겨 보면 가엾은 완다도 인간과 동등한 대접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의 육체라는 감옥에 갇혀 지구라는 행성에 던져져 자신의 종족과도 동떨어져 살고 있지만 인간의 사랑에 동화되는 완다의 심리적 변화와 순응은 인간이 사랑이 변덕스럽고 미묘해서 가슴이 찢어질 듯 만큼 아프기도 하고 이룰 수 없기도 하다. 그러한 완다의 투쟁과 인간으로 체험하여 느끼는 감정 즉, 희생과 사랑은 숭고하기에 이기적인 인간들마저 끝내 감화시키고마는 동화같은 마력이 살아 숨쉰다. 그러는 동안 맘은 점점 온도가 올라간다. 그런데도 미국 애리조나 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지하동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단순히 로맨스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군상의 갈등과 대립이 화합으로 봉합되는 과정들로 실감나면서도 재밌지만 영화 예고편과 비교해서는 외계종족 소울이 보낸 수색자가 벌이는 액션신같은 시각적인 쾌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점에서는 다소 지루한 면이 없잖아 있을 듯 싶다. 그렇다면 원작이 영화(비록 관람도 않고 추측컨대)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강점이라면 섬세하면서 애틋한 심리묘사의 감성적 파장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영상으로 옮겨담지 못할 아날로그적이면서 순수하고 깊은 울림을 대신할 그 무엇은 없지만 한 편으로는 살짝 아쉬운 면이 있다.

 

로맨스와 SF액션의 갈림길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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