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다이닝의 첫걸음 - 초보 미식가를 위한 레스토랑 사용법, 개정판
콜린 러시 지음, 김은조.이인선 옮김 / BR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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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 다이닝이란 고급 식당을 의미한다. 고급 식당이란 단순히 가격이 비싼 곳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 자체의 맛은 물론이거니와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 등의 조화가 셰프의 음식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며, 그 조화를 한자리에서 최상의 상태로 즐기기 위해 가격이 올라가게 된 것이니 ‘고급’이란 수식어는 높은 가격대에서 기인한 것 아니라 이러한 조화의 결과값일 것이다. 

 콜린 러시의 ‘파인다이닝의 첫걸음’은 이러한 고급 식당 중에서도 특히 파인 다이닝이란 개념의 출발이 되었던 프렌치 레스토랑을 베이스로 구성된 책이다.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님에도 파인 다이닝을 이용하면서 주지해 두어야 할 필수적인 용어와 에티켓, 팁 등을 군데 군데 표와 곁들여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후미에 첨부되어 있는 FAQ 또한 파인 다이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을 개괄적으로 간추려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곡물 문화권인 우리와 달리 서양 식문화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서양 레스토랑 식문화에 훨씬 더 익숙할 것이다. 그러므로 포크와 나이프를 잡는 방법부터 다루는 방법까지 모든 것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지는 않으며 일부 다른 레스토랑 문화도 있지만, 이 책의 소기의 목적처럼 ‘파인 다이닝’을 방문하여 그 앙상블을 즐기고자 하는 이라면 서양 식문화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은 경험한 바 있는 이들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타겟층인 초보 미식가들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은 그러한 용어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파인 다이닝의 원초이자 궁극의 목적, 그러니까 해당 메뉴를 가장 최상의 조합으로 행복하게 즐기기 위한 방법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여 준다는데 있다. 파인 다이닝의 원 목적은 식음자 본인이 맛있는 음식을 가장 최상의 상태에서 즐기며 그 행위를 통해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데 있다. 용어나 방식, 에티켓 등은 그러한 행복감을 가장 최선의 상태로 느끼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다. 단순히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 설명으로 끝난다면 이 책은 음식을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론적 교습서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애정이 담긴 설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정말 파인 다이닝을 마음으로부터 즐긴다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한다는 점이 여실히 느껴진다. 저자는 음식을 통해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라는 가장 최초의, 최고의 목표에 집중하는 것을 잊지 않고 주지시켜 준다. 

 물론 이 책이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지는 않다. 번역의 어색함이 일부 있으며, 글씨의 크기가 매우 작고 그림으로 된 설명 자료가 많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은 애정이 느껴지는 저자의 메시지와 풍부한 정보로 인해 상쇄되고도 남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덕분에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지 않아 평상시에 쉽게 안내서처럼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고 익힐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 중요한 사적, 공적 미팅 자리에서 파인 다이닝을 찾는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업무차 중요한 바이어와 동석하여 파인 다이닝을 찾을 일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식문화로 인해 늘 진땀을 빼고는 했다. 이런 나에게 ‘파인다이닝의 첫걸음’은 정리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미 2009년 출판되었던 책이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개정되어 재판된 것은 우리 나라에  최근 들어 늘어나기 시작한 욜로족들의 니즈와도 부합되지 않아서일까 싶다. 자신의 현재 행복을 위해 아낌 없이 투자하는 YOLO들에게 미식이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취미 생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번 뿐인 인생, 최고의 음식을 최상의 상태로 즐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도 드물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줄 아는 시작하는 미식가들에게 ‘파인다이닝의 첫걸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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