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 반짝임과 덧없음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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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비에 관한 단상이라고 해야하나?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이다.

부제, 반짝임과 덧없음에 대하여

나비에 매료된 헤세의 글모음이다.

헤세는 나비를 통해 자신을 보았다.

그는 나비에게서 느끼는 자유로움, 고독, 찰나의 모습을 자신과 동일시 했던거 같다.


'나비는 이전에는 잠자는 번데기였고 그전에는 식욕 왕성한 애벌레였던 한 동물의 빛나는 절정기인 동시에 새로운 탄생을 품고 죽음을 준비해가는 한 형태이다. 나비는 먹고 나이 들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오직 사랑하고 새끼를 낳을려고 살아간다.'(p13)


나비를 동물이라 표현하며 이야기한  나비의 사진집에 실린 나비에 관해라는 헤세의 추천사에서 나비의 생을 자신의 모습과 빗대는 그를 본다.

짧다면 짧은 나비의 생의 그림자에서 인간의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도 엄마의 뱃속에서 잠자는 번데기였고 어릴때는 식욕이 왕성한 애벌레였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자랐고 어쩜 지금은 인생의 절정기인 동시에 죽음을 준비해가는 시간이다.

그저 나이 들어가고 매일의 일상을 시간에 쫓기듯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 왜 내가 살아 가고 있는지 성찰해 보아야 하는  때이다.

사랑하고 이해하고 또한 마음을 성장 시키고 자식을 낳거나 세상을 조금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가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해본다.

 

새롭게 알게 된 나비에 대한 어원에 대해 살펴보며 재미있어 했다.

예를 들어 독일어로 나비를 뜻하는 슈메틸링 - 크림을 훔쳐먹는 도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우유도둑, 유청도둑 하다가 영어로 버터플라이(버터를 훔치는 파리)가 되었다는 이야기와 스위스의 피팔터, 츄비슈팔터 그리고 이탈리아어의 파르팔라, 말레이부족의 쿠푸쿠푸 또는 라파라파에 이르면 지구상에 인간들만큼이나 다양한 나비에 이미 매료되어온 역사를 보는 것 같아 즐거웠다.

특히 쿠푸쿠푸 라파라파의 대칭은 나비의 두 날개짓 같아서 의미보다 즉물적으로 보고 느낀 말레이부족의 재미난 표현에 미소를 짓게 된다.


 

헤세의 또 다른 자아 나비는 자유로움, 고독 , 찰나의 모습으로 그의 시와 에세이 소설에서 변신을 한다.

자유로움을 늘 동경했고 조용하고 고요한 삶을 좋아했던 헤세는 구름처럼 떠 도는 자유로운 삶을 바랬고 또 한편 그리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고독을 한편 사랑했던 그는 홀로서는 용기를 위해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했고 배움도 취미도 조용했으나 슬픈 고독이 아닌 관조하고 내면에 이르는 길로 향한 고독이었다.

인생의 한 순간 반짝이는 저 별빛처럼 한 순간 존재하는 그 시간의 유한성을 나비에게서 더 강렬히 느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과 행복도 다 찰나라는 것을 나비를 통해 배웠다는 생각이든다.

 

청년시절 나비 수집가에서 중년을 넘어 나비 관조자의 자세로 돌아서기 까지 나비와 낚시 정원일 등 헤세의 일상은 고요하고 깊은 자신을 바라보는 삶에 영향을 미친다.

책 사이 사이 야코프 휘프너의 동판화작업 나비도 황홀했다.

우리나라의 나비 이름을 명명했떤 나비 박사 석주영이 살아서 헤세의 시절과 조우했다면 언어를 넘어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공작나비, 모시나비, 큰 오색나비, 왕여우나비, 풀표범나비, 검은테 주홍 부전나비, 신선나비 등 이책에 그림을 들여다 보는 짧은 순간 명명된 이름이 딱 맞춤으로 느껴져 새삼스레 그 분이 떠올랐다.

참 우리나라 나비 이름이 이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1편의 시와 에세이 소설에서 헤세의 나비는 그의 경험이 우러나와 글 속에서 재구성되고 있었다.

글은 작가의 순수 창작보다 자신이 산 시간 속 경험이 나오기 마련이고 글을 쓰며 아픔도 치유하고 괴로움도 달래며 또 희망을 꿈꾸고 사랑에 애달파하며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뜨거운 가마에 넣고 아름답게 재생산 해내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차분하고 고요한 헤세의 글은 고요한 시간에 은은한 향기를 품어 낸다.


책을 덮으니 나비가 나폴거리고 날던 유년시절의 어느 눈부신 언덕 아래가 떠오른다.

이쁜 호랑나비 범나비 잡아서 곤충 채집통에 넣어주고 뛰어가던 오빠 생각이 난다.

잘 지키고 있으면 나비 한 마리 준다는 말에 스스스 바람 소리 들으며 앉아 있던 그 고요한 시간이 마흔이 넘은 이 시간에 불려와 나를 추억속에 잠기게 한다.

나의 어린 시절엔 나비도 많고 장수하늘소니 하며 신기한 곤충도 참 많았다. 시골에서 살지 않았어도 산이 꽤 가까이 있었고 여름 잠자리채 하나면 긴 방학 하루종일 즐거웠던......놀이도 숙제도 한꺼번에 해결하면서도 마음가득 바람아래 자연과 벗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나비는 날개를 다치지 않게 사뿐히 손으로 잡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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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1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우사 출판사의 《나비》라는 책과 동일한 내용의 번역본인 것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