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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 백인 중산층에서 잘 자란, 교양 있는 백인 사위의 글이 이렇게 웃길 줄은 몰랐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 어메리칸 드림을 갖고 미국에 간 한국이민자들의 척박한 삶이 나를 슬프게 했다. 다들 잘살던, 교육 잘 받은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억세진, 그 삶이 나를 슬프게 했다.

이런 억센 한국인 가족에 보수적이고 우아한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잘자란 백인 사위가 들어온다. 이 사위의 시선은 흡사 인류학자의 참여적 관찰이다. 나는 이 책에서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묘사하는 독창적인 표현들을 발견하곤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한국음식에 대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를 거부하기 위해 극강의 냄새를 갖춘 음식"

한국인 장인 캐릭터에 대해 존재감 제로의 "유령"

집안에 들어온 한국 며느리에 대해 "입주하녀"

자신의 한국부인과 장모에 대해 "울트라 슈퍼우먼" 

그리고 저자의 직업, <파리리뷰>라는 문예지 편집자라는 일이 가져다주는 깨알같은 묘사를 만나는 건 또다른 재미다. 날마다 쌓여가는 원고뭉치들을 보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들이 모두 TV나 드라마에 빠져 사는 줄 알았는데, 이 원고뭉치들을 보면 모두들 TV를 끄고 단편소설을 쓰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이런 류의 책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다른 이의 삶을 내밀하게 체험할 수 있고, 살아보게 하니까. 흥미진진하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의외로 많은 교양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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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전사
댄 밀맨 지음, 고주미 옮김 / 갤리온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삶에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나는 지금 탈진하여 멍한, 서른후반대를 살고 있다. 이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스무살적 영화로 한참 도망친 때나, 어딘가 훌쩍 배낭메고 사라졌다 와도 되었던 서른 초반도 지났다. 직장에선 막중한 책임 속에 치이고, 집에선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속에서 미래에 대한 우울함을 읽게 될 정도로 나는 지쳐있다. 느낀다.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삶이라는 전쟁터에서말이다. 생각만 수억겁으로 많아져, 실행력은 떨어지고, 치이는 생각들 속에 간단한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스트레스는 현재를 거부할 때 생기지."

오만하고 잘난체하던 주인공이 힘들어하는 순간에, 이 책의 스승은 말한다. 그리곤 일침한다.

"마음은 장애물이야. 인류진화상 가장 큰 실수지. 네 마음이 너라고 착각하지 마."

주인공이 소크라테스라고 부르는 스승이 찌르는 말들이, 어찌도 그렇게 내 급소를 폭폭 찌르는지. 나 원 참.

'평화로운 전사'라는 제목이 이상하게 나를 잡아끌었다. 아무래도 지금의 내 상태가 상태인지라, 그랬던 것 같은데, 밑줄 긋은 말들이 수도 없이 속출해서, 책을 덮은 지금에는 상황 상황마다, 스승의 말들이 그때그때마다 상황에 맞추어 턱턱 튀어오르는 이상한 책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과 대화할 때 이상하게 기싸움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침묵은 전사의 예술이지, 명상은 전사의 검이라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초조하고, 불안할 때,

"네가 서 있는 현재 그 자리에 머물라. 그 곳이 안전하다."

한참 바닥을 치는 상황에 힘들어 헥헥거릴 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행복은 길 모퉁이를 돌면 나타나. 그런데 아무도 그 모퉁이를 돌지 않지"

실제로는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을 너무 의식하고 있을 때,

"자네는 깨달음을 원하고 있지 않군, 자아상을 원할 뿐"

궁극적으로 삶의 목적이란 삶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해준 책. 이 책의 잔상이 아주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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