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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평점 :

전부터 계속 읽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명상록>.
이제서야 만나봅니다. ㅎㅎㅎ
하긴 읽고 싶은 책이 이 책 뿐이겠습니까만은 ..... 
처음부터 이 제목은 아니었다고 하죠.
"그 자신에게" 라는 제목 이후에 17세기가 되서야 명상록이 되었다고.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인간에게 깨달음을 주는 가치들이 너무나 방대하고도 깊죠.
신기하게도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들과 많이 닿아있어서
그냥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물론 읽기에는 녹록치 않기도 합니다.
가독성? 그런건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명상록> 이 책은 그냥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귀들이 너무나 많아서요.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워서 필사를 부르는 책이랄까요!!!
로마제국의 16대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12세 때부터
철학에 깊은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 책에도 그가 철학에 입문하면서 깊은 감명을 받은
에픽테토스의 <담화록> 을 모티브로 삼아 전쟁중에 쓴 철학일기랍니다.
자기자신에게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최선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충고를 하고 있어요.
자신과 내면과의 대화를 옮긴 듯한 5권 부분은 특히 더 인상깊었습니다.
지금 제가 필사한 이 내용들도 우리가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어서
유심히 보게 되었어요. 보는 걸로는 부족해서 적어봤습니다.
나중에 이 필사노트를 펼쳤을 때는 또 어떤 마음으로 읽게 될런지.....^^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건 망각이라고.....
우리를 호위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는 것은 바로 철학이라고.....
남들이 무슨 짓을 해도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게 해주고.....
그리고 죽음은......
죽음에 대한 마르쿠스의 생각은 비단 여기 뿐만 아니라
책 전반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어요.
영원불멸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한 인간은
죽음을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존재.
그런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스토아철학에 기반한 마르쿠스의 말들은
죽음에 대한 현명한 태도 하나를 알려주는 듯 합니다.
하버드대, 옥스포드대, 시카고대 필독 고전이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년에 두 번은 꼭 읽는 책이라고도 하지요.
그리스어 원전을 완역한 <명상록> 이 책이
2천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읽혀지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생각하는 것처럼
이 지구상에 인간 공동체만을 생각하지 않죠.
스토아철학과 에픽테토스의 <담화록>를 기반으로 하는
마크루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머리속에는
신과 우주, 그리고 그 속에 아주 티끌같은 인간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너무나 절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 수많은 고통들과
소멸로 이르게 되는 죽음까지도 이렇게 의연하게 대할 수 있나 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사람으로서 겸허한 자세는 기본이구요.
황제라는 그의 지위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흔적들도 없지 않아요.
나의 주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황제에게도 예외가 될수는 없겠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와 똑같은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 끝내는 이뤄내기 힘든 목표일지라도
자기충고를 멈추지 않는 탁월한 인간의 모습까지 담겨 있어서
성숙한 인간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에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고 전진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철학이라는 믿음.... <명상록> 을 통해 한번 더 새기게 되네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사상을 알려면
스토아철학의 핵심개념들을 미리 알고 보시면 더 이해가 잘 됩니다.
아~~ 이래서 이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구나.....!!
스토아철학이 완벽하고 무조건 좋다는 판단을 하기엔
시대상황과 문화, 환경들을 고려해하고 내게 적용해 볼 때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오류도 분명히 있을테구요.
하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랐던 스토아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나란히 생각하고 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마음속 대화들은 충분히 세상 사람들에게 울림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필사노트에 적은 것처럼 이렇듯 스토아 철학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이성, 본성을 중심으로 공동체와 국가에 헌신하는 것이
미덕을 따라 사는 삶이라 여기고
행복한 삶이라고 보는 윤리학과
자연이나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신의 목적이나 섭리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내재된 목적 또는 의미가 있다고 보는 자연학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를 밑받침해 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때로는 행복에 대한 기준에 있어서 스토아철학에서 말하는 것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른 지점이 분명 있을수도 있어요.
그것은 취사선택하면서 철학의 힘을 믿고 연마해가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우리 모두가 공통의 법 아래에서 동일한 시민들로,
동일한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간다면
우주는 일종의 국가가 되는 것이고
인류 전체는 그 국가의 구성원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믿고 돕는 사회가 될테죠.
현실의 그라운드에서 보면 다소 이상적으로 보여질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이런 세상도 꿈꿔보고 싶습니다.
어떤 세상일지 상상을 하는 것도 제법 즐거울 것도 같구요.
<명상록> 을 읽으면서 이런 세상이 현실 가능할지 사실 의구심은 듭니다.
자본과 힘의 논리에 쩔어있고 지배당하는,
자신의 이익만 볼 줄 아는 힘없는 인간 군상들이 수두룩하니까요.
이런 세상이 올거라는 걸 마르쿠스 황제가 짐작했을지는 모르겠으나
혼돈의 세상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철학의 힘은 끊임없이 명저들을 통해 각성시켜주고 있으니
책이 주는 가치가 새삼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좋은 글귀들은 다시 말하면 불변의 진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죠.
현재 우리가 티끌같은 고민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산과 같이 느껴지는 법.
이런 마음가짐으로 내 마음의 동요를 잘 다스려보고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할 수 있도록
멘토가 되어 말해주는 듯한 글귀들 많이 만났습니다.
스토아철학의 자연학을 기본으로 하여
탄생은 원소가 결합된 것이며,
반대로 죽은 원소가 해체한 것일뿐,
너의 잘못이 아니고 슬퍼할 일도 아니며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이라고 말하죠.
그 훌륭하고 유명한 인물들도 찬란한 인생을 살았겠지만
영원할 수 없다는 예를 들어주는데 실질적으로 공감이 가더라구요.
우리가 현재 마주하는 이 사회문제, 나라를 걱정하는 일들 속에서
세상 영원한줄 알고 살았던 사람들은
이런 깨달음을 얻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뒤에 세우며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원소는 해체될 지언정
이렇게 책을 통해 영원히 남게 될테니
무엇이 더 가치있는 삶인지는 스스로 각자가 판단할 일이죠.
마르쿠스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판단"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예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인상깊게 봤고
이 책 <명상록> 에도 지대한 영향을 줬던
에픽테토스의 명언집이 부록으로 들어 있습니다.^^
그보다 가장 마지막 페이지는
이 책의 전체를 정리해주는 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르쿠스의 생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공감가는 글귀들이 많아서 잘 보이는 곳에 적어두고
늘 각성하며 살아가고 싶게 합니다.^^
30여년 간 신학과 인문학 도서를 번역해온 저자는
특히 <명상록> 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요.
덕분에 좋은 책 한권 소장하게 되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4세기,
스토아학파와 그 반대의 개념을 주장하는 에피쿠로스 학파는 기원전 3세기부터 1세기,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121-180) 보다 먼저 스토아철학의 영향을 받았던
세네카가 있는데요.
세네카의 사상도 예전부터 인상깊게 알았던지라
<행복론> 이라는 책을 오랜만에 펼쳐봤어요.
보고 싶었던 책 <명상록> 을 읽고 난 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세네카의 <행복론> 중 한 구절로
이 모든 책들의 힘에 대해 찬양하는 마음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누구도 그대에게 세월을 되찾아주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그대를 다시 한 번 그대에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처음 시작한 그대로 흘러갈 것이고,
진로를 바꾸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소란도 피우지 않고, 자기 속도를 상기시키지도 않은 채
소리 없이 흘러갈 것이오.
인생은 왕의 명령에 의해서도 백성의 호의에 의해서도
더 길어지지 않는다오.
첫날 출발한 그대로 인생은 계속해서 달릴 것이며,
어디에서도 방향을 틀거나 머물지 않는다오.
하지만 그대는 분주하고 인생은 달려가고 있어요.
그사이 죽음이 다가오면 그대는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죽음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할 거예요."
이런 글 한번 읽고 나면 세상 아등바등 살 일이 뭐 있나 싶어요.^^
지금까지 책의 힘을 통해서 제가 제 삶의 중심이 되고자 했듯이
마르쿠스가 "그 자신에게" 썼던 철학일기 <명상록>처럼
철학이 있는 삶을 지향해 나가고 싶을 뿐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