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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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나 끌렸습니다!!!


<인간 없는 세상>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시국이 어쩌면


인간이 자멸을 앞당기고 있는건 하는 저자의 관점에 저도 동의하기 때문에


최재천 박사님의 감수에 더 신뢰를 하며 관심있게 읽어나갔습니다.


지구상에 생명체는 수도 없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인류는 유아독존이라는 인식으로 살아가고 있죠.


자연이나 동물과의 공존이 더 절실해지고 있는 이 때에 


마치 전 인류를 내려다보고 있는 어떤 존재가 경각심을 주는듯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여러 차례 다른 모습으로 자연은 끊임없이 인간에게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지만


인간은 그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고, 때로는 외면하기까지 했지요.


2007년에 쓰여진 책인데도 불구하고 13년이 지나 개정판이 나온 지금까지도


이 책의 내용만큼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문제는 여전하고,


 바이러스의 공격에 무력하고도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은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인간의 끊임없이 탐하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을 무참하게 훼손하고 있고


그것이 지나쳐서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인간 사회를 위협하고 있어요.


<인간 없는 세상> 을 읽고 나면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뿐인 삶에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인간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공간을


살아가는 동안 맘껏 소비해 버리고 먼지가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일까.....

지구가 없어지는 걱정을 하는 인류를 향해 코웃음을 치는 최재천 박사의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없더라도 보란듯이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세상이 멸망할 일은 없다.....인류가 서서히 사라질 뿐.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애리조나대학 국제 저널리즘 교수인 앨런 와이즈먼은


<인간 없는 세상> 의 뿌리가 되는 에세이 "인간 없는 지구" 에서부터


현재 지구의 상황과 환경문제에 천착하며 과학 논픽션을 써온 저자입니다.


 체르노빌, 아프리카, 키프로스섬, 한국 비무장 지대 등등 직접 보고 겪은 지구의 상황에 대하여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의 지식을 버무려 인간이 사라진 미래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상상력과 창의력, 통찰력을 발휘합니다.


플라스틱 남용은 전 지구상에서 걸쳐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식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려는 움직임도 소소하지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2007년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쓴 이 내용이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플라스틱들은 해류를 따라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고


바람과 조수에 의해 크기 별로 분류되면서 여기저기에 가라앉아 있어요.


해양생물들은 그 미세해진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잘먹었다 생각했겠지만


곧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ㅠㅠ


큰 플라스틱 조각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입자로 분해됨에 따라


작은 생물들이 삼키는 일은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고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오롯이 자기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일 뿐이죠.


플라스틱 입자가 내장으로 들어가면 소화와 배설을 막아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거든요.


모든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막지 못하는,


아니 막으려는 노력이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플라스틱의 성분 중 폴리에틸렌이 생물분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균이 살아 있는 배양기에 샘플을 넣어두는 실험을 보고 충격이었어요!!!


1년이 지나도록 1퍼센트도 분해되지 않았다는 것.


인간 있는 세상에 플라스틱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생물들이 그것을 처리할 효소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고


아직 플라스틱을 소화하는 미생물도 없다는 것이 팩트입니다.


50년 세월은 진화가 필요한 생화학 능력을 발전시키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인 것이죠.

 

지난 여름에는 갑자기 닥친 전염병에 물난리까지 자연의 역습을 받은 지구를 바라보면서


전쟁이 남긴 상징적인 공간, 한국의 비무장지대가 이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1953년 9월 6일부터 사실상 인간 없는 세상이 된 폭 4km의 무인지대,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현재 멸종위기의 야생동물들에게는 세상 안전하고 훌륭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고


이는 인간이 없어지고 나면 혜택을 볼 생명체들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해서 한편 씁쓸하기도 하죠.


동물과 인간은 종속적이거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이 지구, 이 자연을 공유하고 있는 파트너임을 한번 더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쓰레기, 무기, 유리가 없는 세상이 온다면 개체 수가 다시 균형을 찾게 될 거라는


새들의 이야기도 인상깊게 남아요.


유리창을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던 새들에게


인간 없는 세상은 아마도 또 다른 생을 안겨주겠지요.

 
여전히 인류에게는 과제로 남아있는 훼손된 자연을 직시하면서


"인간 없는 세상" 을 상상해 보고 경각심을 가져봐야 해결해볼 의지를 다지려나요....ㅠㅠ

객관화가 어렵고 오만한 인류에게 자성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인문고전이라는 타이틀도 어울리겠지만

분명 <인간 없는 세상> 은 고생물학자, 해양생태학자, 박물관 큐레이터, 지질학자, 다이아몬드 광산업자,

한국의 비무장지대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에게서 얻은 지식들에다가

저자의 통찰력을 버무려서 탄탄한 읽을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생명과학을 포함한 과학 논픽션으로 충분히 읽을만한 책이었어요.

과학 분야의 지식에 약한 저로서는 잘 안 읽히는 내용들이 수두룩했어요.

그 정도로 전 세계 구석구석 광범위한 환경 문제들을 끄집어내어  ​

인간 없는 세상에 대한 경각심을 저로서는 시종일관 갖게 되더라구요.

 
야생동물들이 인간보다 야간 시력이 탁월한 건 사실이지만


야행을 즐기는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는


인간이 생명체들 중에 가장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예의주시하는 야생동물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소름이었어요.


저자는 인간 없는 세상이 언제 닥칠지에 대해 짚어주거나 예언하지 않아요.


그저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온갖 환경 파괴의 현장을 통해서


스스로 자멸하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남긴 모습들을 드러내 보일 뿐입니다.


인간이 사라지면 공기와 물이 다시 맑아질 것이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서서히 지구는 훨씬 살기 좋은 곳으로 되돌아갈 거예요.


인간 없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고 통찰하여 보여주고 있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있는 세상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자연과 대결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인간의 우월성을 끝없이 뽐내는한 자연의 복수도 이어질 것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자연은 천연 자원을 보관할 줄 알지만 과연 탐욕적인 인간은 그럴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인류가 한걸로 봐서는 낙관할 수도 없는 현실이죠.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일단 벗어나야 해요, 우리는.


인간의 욕망이 이끄는대로 별다른 생각없이 앞으로도 문제의식 없이 살아간다면

미안하지만 지구는 끄떡 없습니다, 우리 인류만 사라질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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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플랫폼 - 빅데이터의 가치가 현실이 되는 순간
이재영 외 지음, 김길래 감수 / 와이즈베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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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덕후이지만 편독은 하지 않으려고,


그리고 내가 모르는 세상은 어떨지 그건 또 궁금하기도 하여 붙잡고 있는 와이즈베리 책들.


근데 이번 책은 정말 안 읽히네요....ㅠㅠ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네트워크 기술..... 참 친해지기 어려운 키워드들...


책마다 독자가 감당하고 수용할 수 있는 지분은 다를테지만


이번에 만난 <인사이트 플랫폼> 에서 확실히 얻게 된 한 가지는


코로나 19 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


인공지능, 빅데이터, 네트워크 기술 들로 말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중심이 되어


앞으로는 더더욱 연결 속에서 가치를 찾는 일이 중요해지는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고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를 인식하여 그에 맞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여기저기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무슨무슨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게 뭐였더라???


과학기술, 창의적 사고, 인문학적 상상력!!!

그런데 이것들이 따로따로 행해지는 건 의미가 없어요.


독립된 데이터도, 또 이러한 능력들도 융합되었을 때

 

미래를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

디지털 플랫폼이 지금의 세계 경제, 비즈니스, 정치, 교육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변화시키고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기술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을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들 앞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인류에게는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는 알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큰 변화인 메가트렌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행동규범과 관습들 등

다양한 변화가 아주 빠르게 이루어지는 지금이야말로 위기가 아니라

변화 속에 기회가 많다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인사이트 플랫폼> 은 제목처럼 플랫폼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과거의 소유패턴이 공유경제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기존의 흐름을 역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비대면 언택트 기술을 통한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존재가 줄어들고


지역중심으로 가야한다는 학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로 인해서 플랫폼 기업들이 중심을 이루는 경제가

이 사회에서 더욱더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활성화되고 있구요.

인공지능을 통해서 인간의 개입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율주행 기술까지.

 

디지털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체제로 흘러가는 지금을 과도기라고 보는 시각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구요.

과학기술의 변화와 발전에 둔감한 저로서는 책을 통해 그 내용들을 접하고 나서야

제 주변 일상들의 과학기술적 변화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체감하는 것이 느린 저야말로 이런 책을 많이 봐야 알 수 있을텐데

참 안 읽혀지니 괴롭네요 ㅋㅋㅋ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화되어 있는 비즈니스 모델들로


이미 우리 생활속에 침투해있는 구글,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


모두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들이고


서로 연결이 되어 관계로 발전하게 되면서 편리하면서도

 

변화된 세상을 만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에는 기존 생각의 원천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에서

 

혁신이 출발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구요.


현재 우리는 인간중심이 아닌 기술중심인 미래로 나아가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새로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통찰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인사이트 플랫폼> 은 공저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저자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어요.


지금의 인공지능을 인간의 나이로 측정한다면 3세에서 5세 정도의 수준.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전할텐데

 

인간이 기계와 잘 경쟁할 수 있을까요..... (좀 겁나기도.....;;;)


충격적으로 다가올 인공지능의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 이럴 때 우리는


인공지능이 흉내낼 수 없는 가장 높은 단계로 발전하려는 노력과 의지, 그리고 자세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게 들립니다.

​상상력 + 존중 + 배려 + 소통 + 개선 + 학습연구

구글과 같은 혁신 기업들은 소통하고 배려하는 인재

 

선호한다는 것을 한번 더 상기시켜주고 있구요.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 부분을 더 새겨야 할 것도 같구요.^^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로 자리잡은 빅데이터들은 일정한 패턴을 만들고 있고


모든 비즈니스는 그러한 패턴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세상입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경험을 축적하여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빅데이터 전략도 중요하겠지만


기존의 한 가지 데이터만으로는 통찰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목이었어요.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융합, 발전하는 이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새로운 시각 (발상의 전환)"

인문적 사상과 창의적 사상을 융합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빅데이터 시대에

우리가 무엇에 주목해야할지 좋은 지침서가 될 만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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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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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에 스타벅스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친구도 오랜만에 만날겸 갔다가


친구 보내고 꺼낸 책이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이었어요.


책을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세상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자체적으로 시작했던 "탐서가의 책방투어" 가 코로나로 인해 잠시 정체기에 있는 요즘,


언택트 시대에 직접 가보진 못하더라도 이렇게 책으로나마


새로운 책방투어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물론.....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동네마다 있는 책방마다의 그 분위기와 책냄새를 포함한


전반적인 그 공간만의 소리와 향기가 다 다르기에


책으로 그 감각적인 것들을 온전히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책방 사장 양상규 저자의 책방 운영자로서의 마인드와


책을 담은 어서어서 서점의 숨결, 그리고 경주를 사랑하는 애향심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8년 1월부터 지금까지 매년 겨울이면 안식일처럼 다녀오는 <나혼자 제주도 여행>.


이 여행의 주된 컨셉은 제주도의 책방투어 였어요.


제주 서부에 있는 "유람위드북스" 로 시작해서

 

이제는 그 책방투어가 제주도와 육지 할 것 없이 이어져


어느새 34번째 책방투어까지 왔지요.

사실 이미 다녀온 책방도 몇 군데 있지만 기계적으로 숙제처럼 남기고 싶지는 않아

여유로운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책방투어, 그리고 책방이라는 공간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어서


어서어서 서점의 양상규 사장님 생각처럼


책과 책방에 대한 예의,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뎠던 저의 추억들이기도 합니다.

책방 사장님마다 독서 취향이나 공간을 꾸며온 정성과 감각들이 ​각자 다르기에


동네마다 있는 작은 책방들을 투어하는 일은 저에게는 설레이는 여행이기도 했어요.


책방투어를 통해 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기쁨은


세상에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저의 세계관을 확장해줄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었습니다.

책방 사장님들 저마다 책에 대한 애정과 내공이 있는 만큼,

만족스러운 책을 알게 되고 또 제 손 안에 넣는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저자의 말대로 대형 서점에서 산더미 같은 책 속에 묻혀

미처 드러나지 못했던 책을 제 고유한 시선으로 찾아내 손님들에게 내보이는 작은 책방의 모습.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책방투어를 통해

숨어 있는 보석을 발견하는 기분으로 책 한권을 반갑게 맞이하는 장면을 늘 꿈꿉니다.

나만의 책방을 언젠가는 꾸려보고 싶은 한 사람으로써

나의 서점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해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어요.

책과 책방을 생각함에 있어서 결이 겹치는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더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필사하면서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나서 완독하고 보니 12페이지나 되더라구요.^^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안에는

 

경주 황리단길 동네 작은 책방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나이 들어 책방을 운영하면 좋겠다' 는 막연한 생각과


전역하고 나서 25살쯤 책에 빠지게 된 순간들까지 저자의 인생 여정도 담겨 있습니다.


하루를 꾸준히 살아간 책방 사장의 일상,


어서어서 동네 책방이 어떻게 경주에서 자리잡았으며


서점 최초로 책 완판 신화를 만들었는지,


동네 책방의 현재 상황이나 어서어서 서점 운영에 있어서

 

사소하고도 내밀한 이야기들이 모두 있어요.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황리단길의 부흥기와 함께 성장한 어서어서 서점의 책방 사장이자


경주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경주 사람으로서  


경주사람들에 대한 빚이 남아 있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책방 운영에 있어서 나의 능력이 좋아서 이런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도


제가 읽은 어서어서 책방 사장님은 솔직하면서 동시에 겸허함을 갖춘 사람이었어요.


우리는 욕망하는 인간인지라 책방 운영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이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때로는 변질되어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매사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힘도 있죠.


책에는 그런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책방이 많아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에는 책방이 많아지면 수익을 나누어 가진다는 생각이 아니라


독서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되리라는 믿음에서도 개인적인 욕심을 넘어서


인간 세상에 책이 전하는 가치에 대한 믿음도 느껴졌어요.


제가 책방투어를 하면서 책방 사장님들에게

 

마음 속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이 안에 있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어서어서 책방 사장님이 뭉클했다고 하는 그 이야기, "오래 있어 주세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동네 책방투어를 할 때마다 왠만하면 꼭 책 한권은 사옵니다.


그 책방을 추억하는 저만의 방식이자 동네 책방 사장님들을 응원하는 마음이죠.

어서어서 서점의 인테리어부터 구석구석 저자의 손길이 닿아 있는 작은 책방의 역사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하는 것은 없지요.


저자를 매료시켰던 사진과 시가 인생까지도 영향을 미쳤고


웨딩숍 사진기사, 새마을금고 직원,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은하수식당에 이어


드디어 경주의 오래된 시간을 담은 소담하고 아늑한 책방 사장이 된 역사를 보면서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흘러가지는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사람은 자신이 쌓아온 하루하루와 기회가 잘 들어맞을 때


생각했던 바를 이루게 되는가봐요.


중고책으로 시작해서 별스타그램 홍보 활동도 하면서 어느새


작지만 짱짱한 동네 책방이 되어가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더라구요.^^


보이지 않는 노력과 어려움이 물론 있었을테고 그것을 묵묵히 극복해낸 결과이겠지요.

 

 

 

 

어서어서 서점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중에도


시각적으로 자극하는 서점 입구의 주황색 버스 정류장 의자.


아날로그 감성과 잘 맞는 저자의 캐릭터와 잘 어울립니다.^^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인증샷을 부르는 장식들을 좀 아는 책방 사장님이예요.


요즘 공간을 소비하는 트렌드가 많은데 그저 책만 좋아할 뿐,

공간 디자인에는 소질이 없는 나는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문득 들지만......


내가 꾸민 책방 분위기와 큐레이션에 같은 결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아직 책방에 대한 로망을 놓지는 않겠어요.^^ 

 

 

 

 

책을 받게 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주는 ​읽는 약 책 봉투,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어서어서만의 책갈피,

비닐봉지 대신 많은 책을 담아주고픈 마음으로 제작한 어서어서만의 에코백.


Anywhere, Nowhere, Bookstore


이런 동네 책방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가고 싶어져요!!!

​어서어서 책방 사장님이 생각하는 서점의 본질이 책을 파는 것이니만큼

그만의 큐레이션이 어떤 책을 만나게 해줄까 라는 기대감은 기본이구요.

거기에 그 동네 책방을 가야지만 경험할 수 있는 굿즈 역시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거든요.

혹여 호기심에 책방을 들러 보는 분들중 책이 아닌 굿즈가 방문의 본질이 된다면,

때로는 공허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인증샷 남기고 ♥ 좋아요 하나 받고 싶은 인정 욕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테니까요.

올해 겨울에도 나혼자 제주도여행은 어김없이 이어질테지만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을 읽고 난 지금은

어서어서 서점도 언젠가는 꼭 한번 가봐야 하는 책방이 되었습니다. 

독자로서 책에 저자 사인도 받아오는 미션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까요 ㅋㅋ​


​요즘 경주 여행 가고 싶다는 남편과 잘 얘기해서

제주도 가기 전에 경주로 향하는 여정, 함 만들어봐야겠어요.

 

 

 

그저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어느 동네 책방 사장님의 개인적인 책에서


우리 모두가 의미있게 생각해볼 내용을 하나 발견한 것으로


이 책에 저 나름 가치를 부여해 봅니다.


"책을 지키는 것은 나의 임무" 라는 문장을 보면서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의 말과 행동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떤 삶으로 향하고 있는가?


동네 책방 운영자의 내밀한 속마음까지 손님의 입장에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각자 지키고자 하는 개개인의 소신은 다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될 때


서로에게 무해하지 않은 존재를 넘어서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너, 우리는 그렇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다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진심이 통한다는 것은 참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어디에나 있었던 책이었지만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던 책을 발견하는 행복을 고대하며


저는 또 다시 어느 동네 책방에 들를테지요.


어서어서 서점에 들르는 날이 지금으로부터 너무 오래 지나지 않기를.


어서어서 서점에 가면 책방 사장님과 앉아서 저자와의 만남도 갖고 싶은데


쑥스러워서 말도 못 꺼내고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용기를 내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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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입문 니체 아카이브
베르너 슈텍마이어 지음, 홍사현 옮김 / 책세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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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니체가 즐겨 들었다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을 들으며


비장한 각오로(?) 책리뷰를 씁니다.


이 곡이 편하게 즐겨 들을만한 곡인가 저로선 의아해 하면서요....^^;


혹시나 저처럼 니체가 궁금해서 알고 싶어 들어오신 분들이라면 영화 스포 예고하듯 말씀드립니다.


평소 저의 책리뷰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책에 대한 이해와


책 내용중 일부 인상깊었던 부분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이번 책리뷰는 오롯이 제가 <니체 입문> 을 읽고 느끼게 된 감정과


니체에 대해 알게 된 새로운 부분을 짚어볼 따름임을 말씀드립니다.


니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있긴 해도 책 제목이 <니체 입문> 이니까


좀 읽어볼만 하겠다는 기대감에 책세상의 신간을 만났는데요.


알고 보니 니체 전집을 출간했던 출판사에서 새롭게 기획한 니체 아카이브 그 첫권이었고


제게는 <니체 입문> 이라고 쓰고 니체 견뎌내기 입문서 라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니체라는 철학자이자 작가를 알고 싶어서 그 동안 관련 책을 만나보려고 나름 노력해왔습니다.


니체 연구자가 이해한 니체의 사상을 현실적인 이야기와 버무려서


가볍게 조언해주는 형식으로 어렵지 않게 읽혀졌던 에세이를 만났던 경험이 있어서


이 책도 어려울거라는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었는데.....


책세상의 니체 아카이브 1권 <니체 입문> 은 기존에 제가 만난 책과는 결이 다른,


니체가 살아돌아온 듯 생전에 했던 수많은 발언들을 굉장히 상세하게 접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인상깊게 남아 있습니다.


국제적인 니체 학술지 공동발행인이 소개하는 책세상 <니체 입문> 은


니체 연구의 동향이나 그의 저서를 소개, 요약하는 구성은 과감히 뺐어요.


<니체 입문> 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철학자 니체의 가르침을 설명하는 것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니체의 사상을 알고 싶은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많은 책들과 다르게


<니체 입문> 은 생전에 니체가 했던 말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가 철학하는 방식과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총 12개의 장 가운데 1장 니체의 삶과 경험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니체 입문> 이라는 제목의 책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니체의 삶과 경험이 모두 그의 사상으로 연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니체의 철학함이나 그가 사유하는 태도를 이해하는데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던 1장이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고 해서 그가 철학하는 방식까지 곧바로 제게 전이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요.^^;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마다 약해지는 내 모습..... )


​평범한 저로서는 헤아리기 어려운 비범한 니체, 이참에 제대로 임자 만났습니다.

니체는 수백년, 수천년동안 믿어왔던 철학의 모든 영역을

 뒤집고 파헤친 장본인이자 가장 논쟁적인 현대 철학자이지요.

 앎의 희열을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나름 용기를 내어 그 어렵다는 니체를 견뎌보겠다는 의지로 시작했고

니체의 생애를 소개한 1장은 어렵지 않으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1장의 느낌이 끝까지 가지는 않더라구요.^^;

힘겨운 여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 만족스럽게 극복했다고 자신할 수도 없어요.

완독은 했으나 당혹감과 무력감으로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은 정말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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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읽은 수많은 책들과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과연 진짜이긴 한건가...... ​혼란스러움에 저 자신에게 고해성사를 하게 만드는 니체.

하지만 이 책이 절대로 끝은 아니라.....

오히려 니체를 견뎌내보겠다는 용기를 다지는 시작이라고 저 자신에게 약속합니다!


주저함 없고 가차 없고 솔직하며 냉혹한 태도로


기존의 철학을 지배하던 전통적, 관념적 가치들을 인간의 현실적인 삶과 마주하게 한 니체.


관점의 다양성을 제시했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필요성과 욕구를 갖게 했던 니체.


철학을 인간의 철저한 자기 비판의 도구로 받아들였던 니체임을 접하고 그의 생애를 만나보니


삶의 순간순간마다 사유하는 태도가 바로 그의 삶 자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1844~1900) 는 목사집안에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내면적으로 고독했고 그것을 또한 사랑했던,


바꿔 말하면 현실적이지는 못했던 성격인 것으로 보입니다.


거대해 보이는 니체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나약한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질병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심한 두통에 시달리며 이후 정신착란에 이르기까지 질병은 니체를 지배해왔고


더불어 대학생 때 우연히 헌책방에서 접하게 된 강렬하고도 음울한 천재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를 읽은 후 완전히 지배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경멸하고 고문하고 심지어 육체적인 고통까지 경험한 니체.


영혼까지 지배당하는 경험이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자신을 위해 쓴 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니체에게 이식되었고


그 경험이 이후로 니체에게는 다채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니체에게 임팩트있는 영향을 미쳤던 쇼펜하우어를 비롯하여 칸트, 랑게,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


도스토옙스키 등등 동시대를 살면서 니체를 스쳐간 사람들로 인해 영향을 받았고


그들과의 관계나 질병으로 인해 위기 상태를 경험하면서


니체로 하여금 철학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믿음에 구속되지 않고 인식의 속박에서 해방되고자 자유로운 정신을 얻는 과정에


아이러니하게도 니체의 질병이 기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전에 읽었던 니체 전공 교수님의 에세이를 통해 제가 기억하고 있는 니체의 철학이 생각납니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면서 고통과 위기를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져 가는 거라고.


고통은 그야말로 인간의 조건이기에 고통스럽다고 힘들어 할 것이 아니라


대담하게 받아들이는 지혜가 인간을 덜 힘들게 하는 거라고.


전에 읽었던 니체에 관한 에세이와 <니체 입문>의 겹치는 지점을 발견한듯 하네요.


이해해가는 징검다리를 만난 기분입니다....

 

 

 

 

 

니체가 모범적인 설교자인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전달했던


위버멘쉬,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같은 개념들은


사실 이 책의 10장에서 나름 자세하게 언급해주고 있지만


머리속이 하얘지게 만든 주범이 바로 이 10장이었다는.....ㅠㅠ


더 절망적인건 이 서사적이고 서정적인 철학시라 말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 소개된


몇가지 개념들이 니체의 철학을 충분히 설명할 수도 없을만큼


 니체가 사유한 철학적 주제들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니체를 알면 알수록 블랙홀에 빠져드는 듯한 이 기분,


왜 니체가 어렵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아요 이제서야....


너무나 어렵지만 니체의 철학함(사유하는 태도와 방식) 을 그래도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니체만큼 깊이 사유하고 인간 삶을 통찰하지는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저는 조금씩 현명해지고 성숙해질거라 믿고 싶어서요.^^


현명함에 대한 니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인상깊었는데요.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한 삶의 경험들로부터 이 삶을 안정되고 느긋하게 만드는


어떤 앎을 획득했다는 것을 니체는 현명함이라고 보았다는 거죠.


니체 자신이 이렇게 현명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니체에게 삶의 전체 문제중 일부였던 병고를 경험하는 일이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게 만들었고 그럼으로써 결국 현명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병으로 인한 고통이 니체로 하여금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삶을 힘들게 했고


 정신적으로 극도의 우울을 야기했던 것이 그의 철학함에 의미 있고 유익하게 작용했던 것이죠.


니체 개인의 경험으로 인간 삶의 보편적인 통찰을 이끌어 내고


또한 독자나 일반 사람들에게 계속된 자기극복을 강조하면서


직접적으로 어떤 가르침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자신의 책이 가진 의미를


발견하기를 격려했던 사람이었어요.


영원한 독자로 남고자 하는 한사람으로서 니체가 독자에게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니체는 자신의 책을 서둘러 읽는 사람은 절망에 빠질 것이라며


시간에 쫓기지 않게, 섬세하고 신중하며 느긋하게 읽는 법을 배우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그런 독자들만이 자신의 책들을 견뎌낼 거라고.


완벽한 독자를 원했던 니체,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를 내라는 독려는


독자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으로 기억해 두려구요.^^


책을 읽을 때 자신이 필요한 몇 가지를 떼어내고 나머지를 더럽히고 전체를 비방하는


독자를 니체는 가장 나쁜 독자라고 했는데


책 전체에서 이해가 안 되면 머리를 싸매고 있기 보다는


그냥 흘려 보내고 제가 이해되는 부분을 취하는 방식으로 읽어왔는데


맘에 들지 않는다고 전체를 비방하지는 않으니 그래도 나쁜 독자는 아니다 자평해 봅니다. 


다만 니체가 마한 것처럼 자신의 방식대로 전체를 일반화하고 확정, 해석하는 오류는


여전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다시금 해보았어요.





<니체 입문> 을 만나면서 니체 개인의 가족사와 정신적, 육체적 고통들,


그가 감당해야했던 고독이 고스란히 그가 남긴 말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내밀하면서도 사소한 니체의 삶들까지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니체의 사상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그가 사유하는 방식과 태도,


그가 세상과 인간의 삶을 꿰뚫고 강조했던 개념들은


아직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을만큼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철학자 니체.


 니체의 책에 대한 경외감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니체가 말한 것처럼


정신적 자극을 주는 책들이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기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영원한 독자로 남고자 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유념하고자 합니다.


이쯤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용기내어 읽을 적기인거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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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 내 삶에 돌이키고 싶은 순간마다 필요했던 철학 솔루션
이관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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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삶에 돌이키고 싶은 순간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중대한 결정까지 수도 없는데

그럴 때마다 가능하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저자가 꼽은 30인의 동서양의 철학자가

 

우리의 실제 삶에서 하는 문제들에 대해 같이 고민해 주는듯도 합니다.

지금 이 시대까지 살아남은 철학자와 그의 사상들은

결국 인간의 본질과 조건, 관계, 일, 자아를 탐색하고 파고들어 이론으로 정립함으로써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유들이기 때문일 테니까요.

​카프카가 남긴 말은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에서 정말 인상깊게 읽었던 구절인데


여기에서도 만납니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 있는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삶의 ​관성에 젖어 정체되어 있거나 사유하지 않는 삶으로부터

 

 

 

 

저를 구원해주는 것은 바로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문장은 저에게 잠언과도 같습니다.


기억해서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참 많은 책이었어요.


"니체처럼 철 없는 자신을 긍정하고 윤동주처럼 부끄러운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

"삶을 고친다는 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


기존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어떤 개인이 바꾸게 된다는 건


세상이 바뀌는 것과도 같은 엄청난 일이죠.


하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위대한 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사유하고 사색하지 않아서 그 포인트를 짚어내지 못할 뿐.


철학을 만나게 되면 그 포인트가 눈에 들어오고 귀로 들리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거라고 믿어요.


 알면 보인다고 하잖아요.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은 단순하게 철학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결코 아닙니다.


요즘 그렇게 나오는 철학책은 절대로 현대인의 주목을 받지 못해요.


워낙 사는 것이 어렵고 고단한 현대인들에게는 치유, 힐링, 그리고 삶의 변화를 가져올


그 무언가가 필요한데 이 책은 사람들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삶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를 건드려 줍니다.


30인의 철학자들을 통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고민하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삶에 적용해서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게끔 해줘요.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이 있고 설명 그것이 나의 고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경험도 매우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콜로 마키아벨리, 한비자, 유발 하라리, 니체, 질 들뢰즈, 미셸 푸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칸트, 존 롤스, 칼 포퍼, 스피노자, 존 스튜어트 밀, 윌리엄 제임스,


공자, 바가바드 기타, 사르트르, 키르케고르, 데카르트, 베르그송, 플라톤, 카를 구스타프 융,


장자, 그리고 헤르만 헤세!!!


개인적으로 헤르만 헤세를 마지막에 넣어

 

앞선 모든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내용과 구성을 보면서


저자가 10대 시절에 읽었던 '데미안'으로부터의 경험이


정말 결정적인 순간이었구나.....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헤르만 헤세를 가리켜 소설가 이전에 '구도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내면의 영혼을 응시하는 구도자!


저에게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가 그런 작품이었거든요.


그 유명한 '데미안' 보다 '수레바퀴 아래서' 를 먼저 만나게 된 것도 다 운명이라고 여겨질 만큼.^^


저에게도 헤르만 헤세는 최애 작가여서 이 책을 덮게 되는 시점에도 여운이 남아서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깊은 시야를 갖게 하고 현상의 배후에 숨어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저자 이관호는 말합니다.


인문학이 체화되도록 하려면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 것인데 자기계발도 그렇다는 거예요.


아리스토텔레스 편에서는 어원이 같은 미덕습관처럼


미덕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복된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미덕은 본래 갖고 있던 게 아니어서 인간에게는 후천적인 실천이 필요한 것.


올바른 행동을 하면 올바른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행동을 하면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행동을 하면 용감한 사람이 된다.


의로운 일은 해본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또 자신도 모르게


의로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인터뷰 내용이 생각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야 그만한 행동을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서 놀라웠어요.


어떤 행동에서 그 마음이 생겨난다.


어떤 마음가짐이 되느냐 하는 것은 행동의 성격에 좌우된다.


즉 우리의 마음가짐은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기본적으로 나약하고 ​악하게 보았던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삶의 철학도

지금 이 시대에 적용해 볼 여지가 있었고

인간성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법과 제도를 강조했던 한비자의 철학도

그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에 접근해볼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만한 전략들을 제시했던 마키아벨리와 한비자가 있었고,

또 다른 입장과 상황에 적용해보면 좋을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수두룩하죠.

여기 다 풀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근거를 찾아 이야기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는

디지털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자유와 평등은 타격을 입게 되고

인류의 의사결정의 자유도 낮아질것이라 경고하기도 하죠.

신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권위가 이동한다는 말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면,

지금 이 쉽게 읽는 철학서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을 통해서

 

조금은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호기심과 직관을 따라 우연을 경험하고 이성과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철학에서도 전에 발견하지 못한 중요한 포인트를 알 수 있었어요. 

 

철학에 관심이 있고 더 들어가면 니체에 대해서 점점 알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사실 조만간 읽어보려고 <니체 입문> 을 곁에 두고 읽을 때를 엿보고 있죠.^^


저의 삶을 바꿔놓을 만큼 멋진 책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 의 작가 카잔자키스와 니체를 연결지어 소개하는 챕터도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신혼여행으로 10일간 지중해 여행을 갔던 저자의 실제 경험과 함께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묘에 적힌 글귀를 또 한번 만나요.


이 세 줄이 이 소설을 만나고 가장 결정적이었거든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보다 멋진 말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니체는 조르바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생명력을 강조했어요.

'이성의 힘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를 발산하는 생의 의지.' 

이성의 영역과 직관&예술적 감각의 영역을

 

나와 조르바로 대비시킨 <그리스인 조르바> 도 만날 수 있고

니체와 카잔자키스의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도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져서

벅찬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어나갔습니다.

현실을 긍정하고 싶어서 '신은 죽었다' 고 말했던 니체는

직관과 영감에 의존했던 디오니소스, 순수한 어린아이, 조르바처럼

자유 속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삶으로의 전환, 발상의 전환을

여전히 니체식으로 강력하게 그 에너지를 전파하는 듯 합니다.^^


​마이크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를 보면

의무론을 말했던 칸트와 유용성을 강조한 공리주의를

'트롤리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대립적인 양상을 설명했었죠.

5명이 아니라 백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해도 무고한 한 사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칸트와


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의 희생은 의미있는 것이라고 실용적 결과를 추구했던 공리주의자들.


공리주의자 입장에서 칸트는 융통성이 없는 인물이었어요.


선의의 거짓말은 괜찮다는 공리주의자들과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칸트.


보통 유치원에서 아이들한테 가르치는 것들이라고

 

칸트의 정언명령을 설명하는 데 이해가 쏙쏙 되는거죠. ㅋㅋㅋ


선택적 허용이나 조건, 또는 가정을 싫어했던 칸트의 철학을 현실에서 지키기란??


녹록치 않아 보이지만 사유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입니다. 


칸트의 정언명령, 도덕률, 선의지..... 칸트에 관한 이 어려운 철학 용어들을 쉽게 설명해 줘서


이번 기회에 드디어 제대로 알고 넘어갑니다.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알게 되서 너무 다행이예요.^^


​힘과 권력의 흐름은 쌍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그물망이라고 말하는 미셸 푸코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대중이라는 주인이 이런 그물망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감시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감시와 통제>를 통해 밝히기도 했죠.

원형 감옥 중앙에 있는 감시탑에서는 독방을 볼 수 있지만

독방에서는 감시탑 안의 간수를 볼 수 없는 파놉티콘.

독재자가 없다고 이 파놉티콘의 감시와 통제를 피할 수 없음을 경고한 미셸 푸코의 철학도

이번에 좀 더 자세히 배웠습니다.

파놉티콘에 대한 경계로 주민등록번호를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에 충분히 수긍이 갑니다.

1984년에 사망한 푸코의 시대에는 없던 인터넷과 모바일이

지금은 디지털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굉장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즘,

​오히려 대중이 거대권력을 감시하는 역파놉티콘 현상이 일어남을 얘기할 때도 흥미롭더라구요.


​녹취와 촬영이 가능한 모바일 기기의 발달이 불러온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을 본다면

미셸 푸코는 과연 어떤 진단을 내릴까요??


지적질이 되지 않도록​ 비판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예의를 갖춰 비판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하게 했고,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에 대한 고민과

시시포스가 처한 부조리한 현실이 비단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남과의 관계를 고려하기 전에 개인으로부터 실존은 출발한다는 키르케고르의 철학까지.


한계와 모순, 욕망 덩어리 인간이 막연한 미래를 살아가면서 그래도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철학이라는 삶의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게 해주는 쉽게 읽는 철학서가 참 반가웠습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할 때도 있고 절망과 후회 같은 감정에 힘든 순간도 오겠지만

결국은 그 순간순간을 이겨낼 정신적인 힘을 탑재할 수 있는 방법에 철학이 있다는 것.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균형 감각을 늘 염두해 두고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에서 알려준 철학 솔루션들을

앞으로 내 삶에 적용해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이제는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예요.

다 언급하지 못한 내용들은 빼곡히 필사노트에 적혀져 있지요.

나중에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지.... ㅋ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건,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데미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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